건대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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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듣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단어들이 있다. 그중 ‘방학’이라는 단어는 십여 년 전 초등학교 시절부터 우리를 설레게 하는 단어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송긍송글 맺히는 여름에 따라오는 방학, 휴가, 피서, 바캉스는 어떻게 부르든 그 본질이 주는 행복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들의 간절히 바랐던 방학도 이제 막을 내렸다. 방학은 언제나 갑갑한 실내만 아니라면 어디든 가고 싶어지는 시즌이다. 여력이 없어 휴가를 떠나지 않은 사람이 많다지만, 일에 치이는 정신과 몸이 얼마나 큰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생각한다면 짧더라도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여태까지 어떻게 방학을 보내왔는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나를 달랠지 생각해보자.

 

요즘 친구들은 나와 눈만 마주치면 스윽 물어본다. “이번엔 어디로 가는 거야?”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하나이다. 이미 우리 학교에서 하는 단기어학연수 프로그램으로 3차례씩, 연수를 빌미(?)로 몰타, 호주 그리고 스페인에 공부를 하러 아니 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 달여간 상대 나라의 언어를 배우며 문화 교류, 습득 면에서 방학을 알차게 활용하기에 이만한 것이 없다고 느껴진다. 비용이 부담이 된다면? 걱정할 것 없다. 우리 학교에서 국제화 장학금이 지급되어 우리의 부담을 덜어준다. 간단한 자기소개서와 영어공인성적 제출(없는 이들은 영어에세이 시험으로 대체함) 그리고 마지막 면접을 통해 상대 교에 파견할 학생으로 선발이 되면, 국제협력처로부터 대략 200만원에서 250만원까지의 큰돈이 내게 주어진다.

 

이렇게 우리학교는 매년 여름, 겨울방학 기간 동안 교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외문화탐방과 언어교육을 위한 국제단기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예로 미국, 말레이시아, 일본 등 9개 국가에 학생들을 파견하는 국제하계단기 프로그램 ISP(International Summer Program)와 국제단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국제단기프로그램이란, 우리학교와 학생교류협정을 체결한 자매대학 및 지정기관에서 하계방학 또는 동계방학 동안 어학수업, 문화체험 등 에 참가하여 수료한 뒤 본교 학점으로 인정받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현재 우리학교는 2016년 8월 현재 60개국 436개 대학 및 기관과 자매결연을 체결하고 있다.

 

어딘가 여행을 떠난다는 건 일상을 벗어난다는 의미에서 사람들을 두근거리게 한다. 더욱이 분주한 유명도시나 바다 혹은 강에 둘러싸인 외딴 섬으로 간다는 건 또 다른 세상에 가는 것과 비슷한 설렘을 준다. 일찍이 많은 문인이 읊었다. 그 섬에 가고 싶다고. 그렇다면 우리 모두 자신만의 ‘그 섬’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

 

 

몰타 - 그 섬에 가고 싶다

 

작은 섬을 감싼 푸른 지중해, 그 위로 쏟아지는 밝은 햇살. 그 속에서 거침없이 춤을 추고 해변에서 뛰놀고 싱그럽게 헤엄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런 곳에선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지중해에 이탈리아 밑 작은 섬 하나, 몰타다. 몰타는 아주 작은 섬이지만 묘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일까. 섬을 대상으로 한 예술 작품은 예부터 차고도 넘친다. 누군가는 섬의 고독과 외로움을, 누군가는 섬의 절경을, 누군가는 섬의 강렬한 열정을 찬미했다. 그리고 이제는 예술가들이 섬을 일방적으로 구애하는 것이 아니라 섬이 예술을 품고 거대한 문화 예술의 보고가 되려한다. 몰타로 향하기에 딱 좋은 우리들의 방학. 문화 예술의 정취와 열정이 가득한 태양의 섬으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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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인기 좋은 섬들이 여행객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할 때이다. 제주도는 이미 주말마다 포화 상태이고, 서울에서 가까운 남이섬과 자라섬 같은 인기 데이트 코스도 인파로 가득하다. 우리는 왜 이토록 섬에 가고 싶어 할까? 설마 아직도 어수룩하게 배를 놓치기 위해 섬으로 가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여전히 드라마나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은 섬에만 들어가면 간발의 차로 마지막 배를 놓친다. 섬에 남은 남녀가 하룻밤을 보내며 급속히 가까워지는 것은 우리가 수없이 봐 온 장면, 남녀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소로 섬을 애용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면서도 지당하다. 망망대해 바다에 둘러싸인 고립된 곳에 있으면 자연히 서로에게만 집중하게 되니까. 그 섬이 그림처럼 아름답다면 낭만까지 담보되니 더할 나위 없다. 영화 <맘마미아!> 제작진 또한 영화의 무대가 되는 섬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아는 게 분명하다. 그리스에 속한 가상의 칼로카이리 섬을 만들기 위해 더 없이 아름다운 그리스의 섬들을 카메라에 담아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섬도 육지와 마찬가지로 만남과 헤어짐이 있다. 섬이라고 육지보다 커플 수나 고백 성사율 같은 게 월등히 높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꿈꾸게 된다. 그 섬이라면 내가 상상해 온 사랑이 이뤄질지 모른다고. 그러니 방학을 틈타 어학연수 겸 몰타 섬으로 떠나는 것은 정당하다.

 

몰타에서의 생활은 이러했다. 9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되는 영어수업을 듣고 이후 모든 일정은 자유였다. 아주 간단했다. 수영복을 챙겨서 기숙사 중앙에 위치한 수영장에서 수영을 맘껏 하든, 유명한 다이빙 풀에 가서 다이빙을 하든, 저녁에 큰 파티에 가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던 아무도 신경 쓰는 이 없다. 그저 내가 원하는 대로 아주 자유로웠다. 특히 몰타는 유러피언들이 유럽 내에서 영어를 배우러 영국 다음으로 오는 곳이기 때문에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에서만 지내던 내겐 프랑스, 스페인, 터키, 포르투갈 등 새로운 이들의 문화를 함께 놀면서 느끼고 습득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환경이 있을 수가. 아, 딱 한 가지 힘든 점이 있었다면 몰타의 여름 날씨는 40도를 웃돈다는 점.

 

무인도가 아닌 이상 사람이 사는 섬에는 그들만의 문화가 생겨난다. 특히 섬은 육지와 떨어진 곳에 있으니 특유의 폐쇄성과 독자성이 생성될 수밖에 없다. 또한 필연적으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야 하는 터, 바다와 바람, 날씨 등 거칠고 변덕스러운 자연에 순응하고 리듬을 맞추면서 때로는 맞서기도 했다. 그렇게 자연히 육지와는 판이한 섬만의 독특한 문화가 생겨났다. 전설과 언어, 풍습, 건축, 예술에 이르기까지 그 독특함이 닿는 분야는 다양하다. 고독과 고립의 공간일 수 있는 섬은 뭍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기도 하는데, 색다른 감성과 자극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라면 더 할 나위 없이 여행하기 좋은 곳이 몰타이다.

 

이제 서울이나 뉴욕, 파리 같은 대도시가 아닌 작고 아름다운 몰타로 떠나보자. 설령 ‘내 님’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영어를 제대로 배우고 섬과 사랑에 빠질 것이다.

 

 

호주 - 자연과 도시사이

 

당장 한강만 봐도 왠지 두근거린다. 7호선을 타고 해질녘이나 완벽한 야경을 보며 집으로 갈 때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아득히 먼 남태평양은 어떨까. 하얀 백사장과 하늘색과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맑은 에메랄드빛 바다. 따사로운 햇살, 환한 미소와 건강한 매력을 지닌 여자와 남자들. 탐험가 기질이 강하다면 거대한 흰 고래를 쫓는 허먼 멜빌의 <백경>속 남태평양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바다인 태평양은 지구 표면의 1/3을 차지하며 2만 5000개의 섬을 안고 있는데, 호주는 이 적도 남쪽인 남태평양에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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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오래된 제과점이 폐업하는 것을 보고 아쉬움을 토로한 어느 외국인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서울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친숙하고 익숙한 풍경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정적인 안정을 얻는데, 그런 것들이 너무나 쉽게 변해가는 서울 풍경에 이방인마저 상실감을 느꼈나보다. 누구에게나 추억의 장소들이 있다. 그중에서 세월이 흐른 후에도 다시 찾아볼 수 있는 곳이 우리에게 얼마나 남아 있을까? 100층이 넘는 빌딩, 하늘을 찌르는 주상복합시설들. 억지로 강 위에 띄운 인공 섬 개발과 경제성만 신봉하여 낡은 것, 옛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갈아치우려는 현상은 시간의 흔적과 문화의 향기, 느림의 가치까지 잃어버리게 하는 건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 호주의 시드니에서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공부하고 여행하면서 우리와는 다른 호주사람들의 삶에 놀라움과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세상 만물은 땅에서 나온다고 믿는 호주 원주민들은 일찌감치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았다고 한다. 호주 멜버니언들은 이런 선조의 깨달음을 일찍이 체득하고 현재의 삶에까지 그 지혜를 이어오고 있다. 도시 모든 곳에서 눈에 띄는 싱그러운 공원은 물론 옛것과 새것이 조화를 이룬 시내, 대자연 속에서 건상하게 자란 식재료로 차려낸 풍성한 홈스테이 맘의 식탁과 친환경 방법으로 만들어낸 갖가지 쇼핑 아이템. 자유로운 영혼들이 그려낸 시드니, 멜버른 등은 세계인들이 여행하고 싶은 도시,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됐다.

 

대자연의 낭만과 고풍스러운 도시의 절묘한 조화, 시드니. 내게 호주 시드니란 도시를 한마디로 정의내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정적인 듯하면서도 동적이고, 고풍스러운 듯하면서도 세련됐다. 과거와 현재, 문명과 자연, 모든 것이 조화롭게 공존한 곳이 바로 시드니이다.

 

 

스페인 - 이상한 도시의 환상적인 매력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모양의 건물들이 눈에 띄고 대체 언제가 식사시간인지 구분하기 힘든 곳. 그러나 점점 사랑하고 싶어지는 도시.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열정이 가득한 곳. 바로 스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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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내가 스페인어를 공부했던 곳은 세비야였다. 이전의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이번 여름엔 단체출국을 하여 다 같이 먼저 마드리드를 둘러보는 순서로 진행됐다. 프로그램 중간 중간 코르도바나 톨레도, 그라나다도 단체로 여행하는 경우가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개인적으로 하는 자유여행과 단체여행에는 장단점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나로선 친구와 둘 혹은 소규모의 그룹을 형성해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터라 이번 단체관람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작은 아쉬움일 뿐, 그 어떤 도시에서든 스페인에 머무르는 사람들이라면 닥쳐오는 고난보다 도시의 매력이 더 큰 나머지 그 역경을 곧 잊고 말 것이다.

 

남의 나라 남의 도시가 부럽다는 이야기를 함부로 할 수는 없지만 어쩔 수가 없다. 스페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부러움이 스멀스멀 올라올 수밖에 없다. 부럽다는 말을 좀 바꿔서 말한다면 탐나게, 갖고 싶은 것이 많은 도시라고 해야 할까? 햇볕이 뜨거운 오후가 되면 일제히 가게 문을 닫고 낮잠을 자는 사람들, 하루에 다섯 끼는 꼬박꼬박 챙겨 먹고 식사 때마다 물보다 싼 와인 정도는 가뿐하게 마시며 아무리 더워도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기보다는 노천 파티오 아래에서 갓 볶은 원두로 내린 아주 뜨거운 카페 솔로를 마시며 거리공연을 구경하는 도시. 한마디로 스페인은 다른 나라와는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시계를 따라가는 것처럼 여유가 넘친다.

 

이곳에서 한 달여 간 공부하면서 한 끼는 꼭 음식을 해먹었는데, 식재료를 사러 마트라도 가는 날엔 단단히 마음을 먹고 가야했다. 계산을 하려고 앞에 서있어도 점원들은 자신들의 수다를 다 마친 후에야 천천히 바코드를 찍고, 빨리 집에 가서 밥을 해먹고 싶은데 내 앞에 서있는 손님과 세월아 네월아 이야기를 하고... 이뿐만 아니다. 이른 아침을 먹고 나면 2시쯤이 되서야 점심식사를 파는 음식점이 문을 열고, 또 9시가 돼야 저녁을 먹는다는 것이었다. 이곳의 통상적인 음식점이라면 9시부터 오전1시 2시가 넘어가서까지 문을 열고 식사와 바를 같이 즐길 수 있다. 너무 불편하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 와중에 이들은 오후 시간에 문을 닫고 쉬는 시에스타까지 즐긴다. 우리나라 사람 같으면 그럼 일은 언제 하냐고 역정을 낼지도 모르겠다. ‘빨리빨리’에 익숙해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곳에 오면 처음엔 속에서 열불이 날 정도로 답답할 것이라는 조언이 딱 들어맞았다. 하지만 이 한 가지를 뺀다면(나중엔 곧 익숙해지고 나도 여유로워지지만) 왠지 모를 오만함도, 경직된 냉랭함 같은 것이 없어 더욱 마음 편한 곳이다. 그리고 스페인은 말한다. 이렇게 사는 것이 바로 인생이라고 말이다.

 

 

청춘의 지속

 

프랑스 현대문학 작가 앙드레 지드는 「지상의 양식」에서 말한다. “여행하는 삶의 감각을 유지하는 한 청춘은 계속된다. (중략) 젊은이란 유목민처럼 새로운 세계를 찾아 떠도는 자들이다.” 언제나 청춘이고 싶다면 미지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여행을 떠나라고 말하며 그 미지의 세계는 분명 그 어떤 곳이든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왕이면 새로운 언어도 배워보며, 그 나라의 친구들과 혹은 내가 여행 온 다른 나라 친구들과 술 한 잔 마셔보고 맛있는 것도 먹어보고 이런저런 경험까지 할 수 있는 국제단기프로그램을 통해서라면 더할 나위 없이 우리는 청춘이라 부를 만 할 것이다.

 

편집위원 박연호 younho9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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