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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박제정 기자

 

너는 등이 있는 생물이야

라고 네가 말하면

등이 생겼다

 

몸이 따뜻하다고 말하면 여름이었다

 

등이 생기고 나서 눕는 게 불편해진다

어떻게 이불을 덮어도 무방비였다

팔이 차츰 등에 포함되기 시작하면

나는 등이 있는 생물

서로의 척추가 가지런하다

불편하게 누운 몸이 따뜻해서

욕창이 생긴다

등에서부터

 

등이 끝나면 어깨가 될 수 있니

등을 구부리고

날개뼈가 튀어나온다

날 수도 없는 것인데도

등이 있고 날개뼈가 있고

손이 닿을 수 없는 몸이 있다

욕창이 태어나는 곳에서

어깨의 뒤쪽까지

모두 등이 되었다

 

등이 없는 생물의

생장점을 자극해서

등을 태어나게 해야지

기대는 곳

 

눕는 장소

아무리 씻어도 욕창이 다시 생기는

누군가를 빌려서 닦아달라고

씻겨달라고 지워달라고

부탁하는 것

고개를 숙인 식물들은 등을 가지고 있다

등을 가진 생물이다

내가 고개를 들지 않는 것처럼

우리는 등을 보여주면서

 

몸이 따뜻해서

등이 넓어지고 있다

게으르다

땀띠처럼 붉어지다가도

몸을 뒤집으면 가슴 밑으로 등이 생겼다

 

일어서면 등이 없어지고

욕창은 온 몸에 퍼진다

발등을 신발로 가리고

춥다고 말하면 겨울이 될 줄 알았는데

 

창문을 열어도 여름이었다

계절이 천천히 어긋나고 있다

 

 

정재호(문과대·국문15)  kk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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