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 미디어 교내 건대신문,학원방송국,영자신문에서 발행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열람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본 게시판에 올라오는 모든 게시글에 대해 무단 복제 및 전제를 금합니다. 전체 건대신문 672 KU ABS 55 KU 영자신문 102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건대신문 [보도]학생 상담센터 토크 콘서트 ‘DREAM I’ 개최 장애 학우들의 진로 탐색 기회 열려 학생 상담센터가 주최한 장애 학생을 위한 직업 흥미 및 진로 탐색 프로그램 'DREAM I'가 지난 11월 26일 산학협동관 102호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 최초 KBS 시각장애인 앵커 이창훈 아나운서가 참여해 ‘시각장애인 전문 직업인(아나운서)으로서의 삶, 그리고 사회생활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이 아나운서는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준비한 과정 △대학 생활 중 의미 있었던 활동 △아나운서에 합격한 후의 직장생활 △인권 강사로 활동하게 된 이유 등 본인의 인생 경험과 느낀 점을 우리 대학 장애 학우들에게 전달했다. 특히 이 아나운서는 자신의 인권 강사 활동에 대해 “여전히 물리적으로 장애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장애를 극복했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았다”며 “이런 이야기들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토크 콘서트를 진행해 장애 관련 교육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연 중 진행된 질의·응답 순서에서는 우리 대학 장애 인권동아리 ‘가날지기’ 소속 학우들의 질문을 받아 이 아나운서가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나테이너의 전망과 소양에 관한 질문에 대해 이 아나운서는 “아나운서가 예전과는 달리 다방면으로 재능을 보여주는 직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AI로 대체될 날이 머지 않았으니 아나테이너처럼 기존 아나운서로서의 소양뿐 아니라 본인만의 강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창훈 아나운서는 “오늘 좋은 시간을 보내서 기쁘다”며 “살면서 외면하고 싶은 순간이 있겠지만 외면하지 말고 대면했으면 좋겠다”는 강연 소감을 전했다. 신윤수 기자 sys0327@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건대신문 [보도]총·단과대학 학생회 선거 성공적으로 마쳐 제52대 총학생회 <스물에게> 74.63%의 지지로 당선 우리 대학 제 52대 총학생회로 당선된 <스물에게> /사진제공 <스물에게> 지난 11월 29일, 총학생회 선거를 비롯해 각 단과대학 학생회 선거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제52대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스물에게>의 김동회(사범대·교공16) 정후보와 전지우(KIT·융생공16) 부후보가 총 투표(8,421표)의 74.63%(6,285표) 찬성을 얻으며 당선됐다. 반대 22.86%(1,925표), 무효 2.5%(211표)가 그 뒤를 이었다. 제52대 총학생회 선거는 총 15,213명 중 8,421명의 학우가 참여해 55.68%의 투표율을 보였다. 이는 작년(58.45%)에 비해 2.77%p 하락한 투표율이다. <스물에게>의 김동회 차기 총학생회장은 “추운 날씨 속에서 선거운동본부, 부후보와 함께 했던 시간이 소중했다”며 “격려해주신 학우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총학생회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전지우 차기 부총학생회장은 “소통, 열정, 변화 그리고 우리라는 기조 하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단과대학별 학생회 선거 결과 /표 정여은 기자 이번 단과대학 선거는 모두 단일 후보가 출마해 찬반 투표로 진행됐다. 단과대학별 선거에서 △사범대학은 65.93%의 투표율과 80.35%의 찬성을 얻으며 <MATE>가 △경영대학은 가투표율 50%(사표 3표)와 82.7%의 지지로 <KRUSH>가 △이과대학은 56.45%의 투표율과 86.7%의 찬성으로 <루트>가 △KU융합과학기술원은 80.37%의 가장 높은 투표율과 91.13%의 가장 높은 지지로 <KIT:E>가 당선됐다. 또한, △수의과대학은 77.76%의 투표율과 80.63%의 찬성으로 <피움>이 △공과대학은 53.87%의 투표율과 80.22%의 찬성을 얻으며 <참:EN>이 △상허생명과학대학은 69.70%의 투표율과 72.86%의 찬성으로 <S'KETCH>가 △건축대학은 55.84%의 투표율과 86.51%의 찬성을 얻으며 <두잇>이 당선됐다. 한편, △예술디자인대학 △사회과학대학 △문과대학은 후보 미등록의 사유로 선거가 무산됐다. 정여은 기자 dudms52@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건대신문 [보도]법학관, 장애인 화장실 제외한 채 개선 공사 진행 가날지기 “시설뿐만 아니라 성별 구분도 돼 있지 않아 공사 필요” 법학관 1층 개선된 화장실과 개선되지 않은 장애인 화장실의 모습 /사진 어윤지 기자 지난 하계 방학동안 진행된 법학관 1층 화장실 개선 공사가 장애인 화장실을 제외한 채 이뤄져 장애 학우들의 불만을 샀다. 해당 장애인 화장실은 시설 문제와 더불어 성별 구분도 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학관 1층 화장실은 시설 노후로 악취 및 화장실 구조 불편 민원이 빈번하게 발생해 시설 개선을 위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됐다. 우리 대학 장애인권동아리 가날지기는 “공사 당시 모든 화장실 출입이 금지돼 당연히 장애인 화장실도 공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공사가 완료된 뒤 장애인 화장실은 개선되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출입이 금지된 장애인 화장실은 공사 중에 물건을 놓아두는 용도로 쓰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우리 대학 관재처 시설팀은 장애인 화장실을 시설 개선 공사에서 제한 이유에 대해 “장애인 화장실의 경우 양옆 화장실의 상태에 반해 양호하고 악취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사 중 장애인 화장실 출입에 제한을 뒀던 것 역시, “장애인 화장실이 공사 구간 중간에 위치해 안전상의 이유로 출입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가날지기는 “장애학생지원센터에 개선되지 않은 장애인 화장실에 대해 개선 공사를 재요구한 상태”라며 “시설뿐만 아니라 장애인 화장실의 성별 구분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설팀은 추후 개선 공사에 대한 계획 여부에 대해 “개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어윤지 기자 yunji0512@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건대신문 [장안벌]놓치지 말자! 장안벌 소식 2019학년도 2학기 강의평가 시행안내 (12/9~1/3) 오는 9일부터 1월 3일까지 2019학년도 2학기 강의평가가 시행된다. 우리 대학 종합정보시스템(포탈)에서 참여 가능하다. 기간 이후 추가 강의평가는 없으며 강의평가 미 참여자는 일정기간 성적 열람이 제한된다. 또한, 욕설이나 비방 외에는 강의평가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개인정보는 철저하게 보호된다. 2020학년도 1학기 국가장학금 신청 (11/19~12/17) 2020학년도 1학기 국가장학금 신청이 지난 11월 19일부터 시작해 오는 17일까지 진행된다. 신청대상은 △재학생 △신입생 △입학예정자(현 고3, 재수생 등) △편입생 △재입학생 △복학생이며, 재학생은 1차 신청이 원칙이다. 단, 재학 중 2회에 한해 2차 신청이 가능하며, 구제신청서에 공인인증서 서명완료 시 심사 후 지원이 가능하다. 2020학년도 편입학모집 원서접수 (12/4~12/6) 지난 12월 4일부터 6일까지 2020학년도 편입학모집 원서접수 모집이 시작됐다. △인문계 △자연계 △예체능계를 각각 모집하며, 지원 자격으로는 △일반편입 △학사편입 △특성화고졸재직자가 포함된다. 최초 합격자 발표는 2020년 2월 5일이고, 이후 추가 합격자 발표는 2월 10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2020학년도 1학기 '드림학기제' 신청 (11/20~12/25) 지난 11월 20일부터 12월 25일까지 8학기 중 1학기 동안 본인이 직접 설계한 활동을 수행하여 학점인정을 받는 제도인 ‘드림학기제’ 신청이 진행된다. 신청대상은 3학기~8학기 재학생이며(초과학기 신청불가), 최소 3학점부터 15학점까지 취득이 가능하다. ‘위인전’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신청 가능하다. 정여은 기자 dudms52@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건대신문 [시사]시사진단: 검찰개혁, 어디까지 왔을까 ‘무소불위의 권력’ 검찰, 변화의 바람이 분다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력’로 자주 비유된다. 검찰은 기소독점주의로 모든 수사권과 기소권, 영장청구권을 갖고도 별다른 견제 수단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박정희 정부가 검찰에 힘을 실어주며 지금의 검찰이 만들어지게 됐다. 이후 민주당계 정당이 집권하며 검찰개혁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는 20년이 넘게 논의된 사항이며, 수사권 전환도 2011년 수사개시권을 경찰에 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성과가 없는 지지부진한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에서 경찰로의 수사권 전환과 공수처 설치를 검찰개혁의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검찰개혁은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고, 지금은 패스트트랙 법안으로써 국회를 맴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국민과의 대화’에서 “지금 검찰개혁은 쉽게 오지 않는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계기에 검찰개혁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전했다. 정부와 여당, 보수 정당인 바른미래당까지 공수처법 발의안을 제출하며 방향은 다르지만 검찰개혁은 어떤 식으로든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수사, 검찰은 기소”라는 기조 하에 논의가 시작되며 경찰과 검찰은 수사권을 두고 견제하는 형국이다. 지금 경찰은 수사개시권만 있는데 비해 검찰은 개시권과 지휘권, 종결권, 영장청구권을 갖고 있다. 경찰은 수사를 시작해 검찰에 수사 내용을 송치한 후 검사가 수사를 종결할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 수사는 압수나 수색 등 영장이 필요한 사항이 많은데, 경찰은 검사를 통해 영장을 신청해야하고 이 과정에서 검사의 실질적 수사 지휘도 이뤄진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경찰 수사지휘권과 종결권의 적용 범위와 경찰의 분리이다. 헌법 제12조 3항에는 ‘영장청구의 주체는 검사’라고 명시했기에 영장청구권은 개헌을 거쳐야만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경찰에게 어느 정도의 지휘권과 종결권을 주는 것 자체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현재의 경찰을 행정·수사 경찰로 분리하거나 경찰에 어떤 수위의 범죄까지 수사권을 인정하는가에 대한 조정은 계속되고 있다. 검사 출신의 김광석 변호사는 앞선 문제들을 언급하면서 “경찰의 수사종결권 사후통제도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경찰이 수사종결을 지으면 검사가 기소여부를 판단하게 되는데 검사가 수사를 다시 재개할 수 있는지, 피해자의 고소고발로 시작된 수사가 아닐 경우 피해자의 재수사 요구 신청권이 주어지는지 등 고쳐야 할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불신과 불안에서 비롯되는 검·경의 싸움 참여연대와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이 리서치DNA에 의뢰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과 향후 검찰개혁 의제에 대해 2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59.4%로 과반수를 넘었지만,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줘야 한다는 의견은 46.1%로 현행 유지 42.8%와 비슷했다. 절도와 같은 비교적 가벼운 범죄부터 강력범죄까지 많은 사건을 경찰이 담당하고, 검찰이 수사하는 것은 중대한 일부 사건에 한정됐다. 경찰이 수사권을 갖는다면 검사를 거치지 않아 수사가 간편·신속해지며 수사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시민들이 수사를 위해 검찰이 아닌 경찰을 방문하면 돼 친숙한 것도 장점이다. 지나치게 편중된 검찰의 권력을 견제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최근 10년간 검찰청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다섯 차례나 신청됐지만 모두 무산됐는데, 경찰청은 올해 들어서만 아홉 차례나 본청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관련 입장문에서 “특정기관에(경찰)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한다”며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검찰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광석 변호사는 “경찰에 수사권이 위임되기 전 경찰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에 대한 논의가 먼저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검찰 측은 12만 명이 넘는 경찰의 전문성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는데, 지난 2일 김우현 수원고검장은 내부통신망에 “경찰에 수사종결권 위임은 사법전문가(검사)의 업무를 탐하는 것이며 국민들은 전문성이 부족한 공무원으로부터 사법판단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무엇인가 검찰은 △특수부 △반부패수사부 △중앙수사부 등의 부서에서 고위공직자 및 사회적 지위가 높은 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같은 검사가 판·검사를 조사하는 것이나 보복성 수사 우려로 검찰과 독립된 새로운 기관을 만들자는 논의가 나온 결과가 공수처이다. 수사 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장·의원 △대법관 △헌법재판소장·재판관 △판·검사 △3급 이상 공무원 △특수정무직공무원 등 고위공직자이며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의 범죄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 현재 패스트트랙 법안에는 백혜련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안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대표발의안이 상정됐다. 백혜련 공수처법은 △공수처장은 추천위원회에서 뽑은 후보 2명 중 대통령이 임명 △판·검사·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한해 기소권 △영장청구권 △재정신청권한(다시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의 내용이 있다. 권은희 공수처법은 위와 유사하나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 없이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없고, 기소여부는 기소심의위원회에서 공무처 검사의 설명을 들은 위원들이 판단한다는 내용이 있다. 일종의 ‘기소배심제도’인 셈이다. 공수처,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박주민 최고의원은 지난달 강연에서 “검찰과 권력이 유착 가능한 구조로 이런 유착을 깨기 위해 20년 전부터 얘기됐던 것이 바로 공수처”라며 공수처 설치의 당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공수처는 국민들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는데, 앞서 참여연대와 공공의창이 2일 발표한 여론조사 자료에 따르면, 시민 65.6%가 공수처 설치 법안을 올해 중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이전의 여론조사들에서도 국민 다수가 찬성하는 추세이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법조인 A씨는 “공수처 설치는 변호사가 공수처 검사나 조사관 등으로 대거 임명될 테니 일자리 창출이 된다”고 해석했다. 반면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는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은 절대 보장될 수 없다 △공직 비리는 민간 부패와 연관이 깊은데 이를 무 자르듯 자를 수 없다 △공수처는 사찰 기구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기소권한을 나누는 것은 근대 형사사법 체계와 맞지 않다며 4불가론을 내세웠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도 “만약 우병우 민정수석 체제에서 공수처가 있었다면 상황이 나아졌을까”라고 자문하며 공수처 설치를 반대했다. 고위공직자 수사는 대체로 내부고발이나 첩보로 시작되는데, 국정원이나 경찰 정보국이 정보를 수집하는 것처럼 공수처는 하명 수사나 첩보전이 활성화될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이준열 기자 index545@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건대신문 [보도]“얼어붙은 취업 시장, 학우들 고시에 눈 돌리다” 현직 5급 사무관에게 듣는 행정&기술고시 강의 '현직 5급 사무관에게 듣는 행정&기술고시'에서 김윤희 사무관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사진 가동민 기자 지난 3일 상허연구관 106호에서 일우헌 5급 공채반이 주최한 ‘현직 5급 사무관에게 듣는 행정&기술고시’가 진행됐다. 이날 강의 1부에서는 △지도교수님 말씀 △고시는 무엇인가? △우리 학교 지원의 모든 것, 그리고 2부에서는 현직 사무관 특강 및 멘토링과 질의응답 순으로 이뤄졌다. 현직 사무관 멘토링은 △유경민(공대·컴공04) 행정안전부 사무관 △김선하(상경대·경제08) 해양수산부 사무관 △김윤희(정치대·행정09) 강원도청 사무관 △심다민(상경대·경제11) 통일부 사무관이 진행했다. 5급 공채반 지은성 팀장은 “공직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막연한 두려움이나 근거 없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히지 말고 적극적으로 시험을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우헌은 국가고시와 자격증을 준비하는 우리 대학 학생들을 지원하는 교내 기숙 시설이다. 일우헌은 △5급공채반 △공인회계사반(CPA) △우리 대학 법학전문대학원생의 변호사 시험반을 지원한다. 그중 5급 공채반은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급 이상과 공인영어성적 700점 이상을, 공인회계사반은 공인영어성적을 갖추어야 하며 학점과는 무관하게 선발한다. 또한 변호사 시험반의 경우 본교 로스쿨생 중 지도교수의 추천을 얻은 학생만 지원이 가능하며, 재학생이 지원한 후 교수가 선별하는 경우도 있다. 정지원 기자 wldnjs1504@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건대신문 [보도]학교 법인, 민상기 총장 관련 징계위 위원 재구성 논의 예정 “학생과 학교에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할 것” 직위 해제된 민상기 총장의 징계위원회 위원 재구성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6일에 이뤄진다. 민 총장은 지난 9월 학교 측과 협의 없이 더불어민주당 충주지역위원회에 방문해 우리 대학 의학전문대학원의 충주 지역 이전과 관련한 문건을 제출해 11월 1일 이후로 직위 해제된 바가 있다. 민 총장은 이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직위해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와 교원 징계위원회 위원 선정 임명결의 효력정지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지난달 22일 직위해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취하한 상태이다. 서울동부지법은 같은 달 19일에 열린 교원 징계위 위원 선정 임명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심문에서 법인 측에 징계위 위원 교체를 제안했다. 법인은 이를 받아들여 7인의 징계위 위원 중 3인의 위원을 교체할 예정이다. 우리 대학 법인은 징계위 위원 구성의 문제 여부에 대해 “징계위 위원 구성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구성했으며 문제가 없다”며 “징계대상자의 교체 요청에 응한 것”이라 답했다. 징계위 위원 재구성에 대한 논의는 이달 6일 이뤄진다. 우리 대학 법인은 추후 징계위 일정에 대해 “개인 정보이므로 알려드릴 수 없다”고 전했다. 어윤지 기자 yunji0512@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건대신문 [만평]1357호 만평 최은빈 기자 cactushi@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건대신문 [문화상] <시 부문 당선작> 눈물과 바람이 쓰는 시 일러스트 최은빈 기자 울음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순간을 겪어본 사람은 안다. 눈물은 너무도 무거워 참을 수 없다는 것과 눈물의 무게는 마음의 무게와 같다는 것을. 눈물을 훔쳐내느라 애쓰고 나면 단단해진 마음은 한층 더 깊은 바다 속처럼 흔들림이 없다. 눈물의 색깔은 까맣고 짙은 회색들 사이 어디쯤일 것 같다. 형형색색의 마음들 다 잊게 해주고 세상의 모습위로 다 덧칠하듯 엉겨서 내면의 나와 오롯이 마주하게 만든다. 눈물의 온도는 엄마 손의 온도와 같다. 그 온도를 느끼고 있으면 더 눈물이 나는 그런 온도. 가을 갈대 끝에 걸린 바람은 내 마음도 어루만지다가 내 눈물을 훔쳐선 저 멀리로 날아간다. 아, 저기 저 낙엽에도 호수에도 모든 이의 슬픔을 갖고 가는 바람이 보인다. 바람이 들린다. 눈을 감으면 바람의 마음이 들린다. 많은 슬픔의 사연을 어깨에 짊어 지고선 떠나가는 바람이 들려온다. 그리고 내 곁을 스치며 속삭인다. 봄 바람 되어서 따스한 행복을 갖고 다시 온다고. 너무도 따뜻할 테니 겨울 한철 눈물쯤은 인내해볼 가치가 있다고. 이정도면 봄을 기다릴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느냐고. 그리고 그 따뜻함의 온도는 희망의 온도라는 것도 너는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정희영(문과대·미커14)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건대신문 [문화상] <소설 부문 당선작> 구원 나는 실직했다. 갑작스럽게 회사가 망해버렸기 때문이다. 사원증을 반납하고도 한동안 빈 책상 앞을 떠나지 못했다. 간신히 취직했다고 생각했더니 회사가 망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이후 두 달 동안은 새로운 직장을 찾기 위해 전전했다. 매일같이 새롭게 올라오는 공고를 보고 수십 개의 자기소개서를 썼다. 자신의 경험 중 실패한 경험을 쓰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무엇이었는지 쓰시오. 결과조차 보지 못한 지난 회사의 프로젝트를 적어 내려갔다. 이 실패 경험을 디딤돌 삼아 귀사에서……. 뒤에 이어붙일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방음이 되지 않는 벽을 뚫고 익숙한 고함이 들렸다. 으아, 으어, 어떻게 해도 옮겨 적을 수 없는 소리는 항상 이 시간이 되면 나타났다. 몇 번 경찰에 신고도 해봤지만, 그 순간뿐이었다. 결국 노트북 덮개를 덮어버렸다. 날카로운 비명이 어지러운 머리를 파고들었다. 월급도 없이 약간의 저금으로 생활해야 한다는 내 말에 엄마는 그거라도 있으니까 됐다, 하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오란 말은 없었다. 어릴 때부터 들었던 네가 살 길은 네가 찾아야 해, 라는 말은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다. 출근할 필요가 없어지니 생활패턴은 엉망이 되었다. 한밤중에 이렇게 깨어 있는 일이 더 잦았다. 그 사이 고함은 조금 잦아들었다. 누군가 머리 위 창문 밖을 걸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묵직한 발걸음 소리에 목 뒤가 서늘해졌다. 비어있는 옆방이 유독 신경 쓰였다. 석 달 전 룸메이트가 나간 후로 쭉 비어있는 방에는 사람이 없기 때문인지 자꾸만 한기가 돌았다. 사실 룸메이트가 이사를 나갈 때, 나도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었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았다. SNS에 룸메이트를 구한다는 게시글을 한 번 더 올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며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갔다. 창밖에서는 아직도 누군가 서성거렸다.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희미하게 새어 들어와 방바닥을 훑었다. 몸을 둥글게 말았다. 삑, 하는 이상한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 생각도 못 한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재이. 떠오르는 얼굴은 흐릿했다. 연락하지 않은지 5년이 다 되어갔고, 딱히 사이가 좋지도 않았다. 재이는 월세 조건과 집 위치만 물었다. 홍대 근처에 월 25면 딱 좋지. 반지하여도 좋고 좁아도 좋아. 당장 내일이라도 들어올 수 있다는 태도였다. 재이는 내가 집을 보러 오라고 한 그 날 바로 이사를 들어왔다. 대충 정리는 해 두었지만 퀴퀴한 흙냄새는 빠지지 않았다. 재이는 냄새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 바로 짐부터 내려놓았다. 캐리어 하나와 키보드 하나. 군데군데 벗겨진 캐리어 속 짐은 생각보다 잘 정리되어 있었다. 급하게 집을 찾던 사람의 짐 같아 보이진 않았다. SNS에서 보고 깜짝 놀랐어. 너 홍대 사는 줄도 몰랐는데. 나 여기 산 지 오래됐어. 재이를 알고 있을 때부터 살고 있었으니까 적어도 6년이다. 햇수를 세고 나니 새삼스러웠다. 그땐 이 집도 금방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다. 딱히 우리 둘 다 서로한테 관심 없었잖아. 너도 나 어디 살았는지 모르지? 재이는 낄낄 웃으며 옷가지를 하나둘 바닥에 늘어놓았다. 재이답게 하나같이 화려했다. 급한 대로 내가 쓰던 빨래 건조대를 옷장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좁은 방이어서 책상 하나와 책장, 빨래 건조대가 들어가니 금세 꽉 찼다. 미리 틀어 놓은 보일러 덕분인지 바닥은 따끈했다. 재이는 흥얼거리며 옷을 종류별로 분류해 걸어두었다.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다. 재이와의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취향도 비슷하고 입맛도 비슷했다. 가장 좋은 건 생활 패턴이 똑같다는 점이었다. 밤새도록 내가 자기소개서를 쓸 때, 재이는 영화를 보거나 바닥을 굴러다녔다. 가끔 재이가 술을 과하게 마시거나 내 이불을 빼앗아 자는 걸 빼면 대부분 좋았다. 재이는 어느 순간부터 슬금슬금 내 방에서 지내는 시간을 늘려갔다. 내 이불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나보다 길었다. 누워있다 그대로 잠드는 날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재이는 나보다 더 빨리 내 불면증을 눈치 챘다. 너 근데, 이 정도면 불면증 아니야? 재이는 내 베개를 끌어안고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보고, 나는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처음에는 재이가 무슨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침에 자는 데 너는 아니잖아. 너 자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그랬나. 한 번 신경 쓰기 시작하니 눈에 쉽게 들어왔다. 왜 여태 몰랐는지 모를 일이었다. 재이는 밤에 자지 못한 걸 채우기라도 하듯 해가 떠오르기 무섭게 잠에 빠졌다. 나는 그런 재이를 보다가 텔레비전 전원을 끄고 할 일을 마저 했다. 항상 그랬다. 너는 왜 매번 밤을 새우는데? 나는 내가 아니라 재이가 불면증이라고 생각했다. 재이는 기를 쓰고 잠을 깨려고 애썼다. 가끔 아침에 자고 있는 재이의 눈가를 보면 너무 비벼서 빨개져 있기도 했다. 잠을 자지 않으려고 하는 거니 불면증이라고 할 순 없나, 중얼거렸지만 재이는 거기까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밤에는 자고 싶지 않아. 평소의 재이 같으면 몇 마디고 덧붙였겠지만 이번에는 말을 아꼈다. 더 물어보진 않았다. 사람마다 얘기하고 싶지 않은 게 몇 개쯤은 있을 테니 말이다. 타이핑하고 있던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자기소개서는 아직도 2500자나 남아있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바닥을 스치고 지나갔다. 재이는 깜짝 놀라 펄떡 뛰었다. 나에겐 익숙한 일이지만 재이에겐 아직 아니었다. 재이는 슬금슬금 내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밖에서는 익숙한 고함이 들리기 시작했다. 텔레비전을 그대로 켜 놓고 노래까지 틀었다. 딱딱하게 굳어있던 재이는 입 모양으로만 노래를 따라 불렀다. 방이 두 개인데 굳이 함께 밤을 새워야 하나 생각도 들었지만, 이렇게 지내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혼자 있을 때보다 훨씬 좋았다. 차라리 너랑 나랑 여기서 같이 자고 네 방을 창고 방으로 쓸까. 저기 있는 내 옷장을 네 방으로 옮기면 되니까. 새벽에 자꾸만 내 쪽으로 몸을 붙이는 재이를 밀어내며 중얼거린 말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기도 했다. 재이는 득달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르기 없다, 나중에 방 돌려달라고 해도 안 줄 거야, 하고 몇 번이나 확인하려 들었다. 결국 우리는 내 방을 작업실 겸 생활공간으로, 재이의 방을 창고로 사용하기로 했다. 낡은 책상은 버리고 커다란 작업실용 테이블을 새로 들였다. 노트북 두 개를 올리고 남은 공간에는 건반을 올렸다. 그렇게만 있어도 방이 꽉 차 보였다. 누가 보면 사무실인 줄 알겠다,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잘 때는 책상을 밀고 남은 공간에서 함께 자기로 했다. 자기 위해 누우면 재이의 뒤통수가 보였다. 발을 조금이라도 넓게 벌리면 왼쪽 다리엔 테이블 다리가, 오른쪽 다리엔 재이의 다리가 부딪혔다. 몸을 모로 돌리고 이불을 조금 더 세게 끌어안았다. 살짝 밖으로 빠져나온 재이의 발끝에는 어슴푸레한 빛이 걸려 있었다. 창밖의 고함은 여전히 들려왔다. 사진출처 https://unsplash.com/ * 부스스한 재이의 머리카락은 자꾸만 방바닥을 굴러다녔다. 한숨을 쉬며 테이프로 머리카락을 치우고 치웠지만, 끝이 나지 않았다. 재이의 길고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은 동화 속 마법의 샘처럼 자꾸만 어디선가 퐁퐁 솟아났다. 머리카락 좀 치워봐. 에이, 많이 안 떨어져. 나 요즘은 그래도 머리 빠지지 말라고 묶고 다니잖아. 애교 부리지 말고, 빨리. 테이프를 꾹꾹 재이의 앞으로 들이밀었다. 재이는 바닥에 쭈그려 앉아 찍찍거리며 테이프를 붙였다 떼기를 반복했다. 결국 집 안 청소를 다 해버리겠다며 건반까지 집어넣고 청소기를 꺼내 들었다. 청소기를 피해 의자에 앉아 이리저리 도망쳤다. 맞다. 그거 들었어? 청소기 소리에 파묻혀 재이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뭐라고 얘길 하는 것 같은데 입 모양만 보이고 소리가 흐릿했다. 삐이, 하는 이상한 소리가 섞였다. 뭐라는 지 안 들려! 목청껏 소리를 높이자 그때서야 재이는 청소기의 전원을 껐다. 순식간에 세상이 조용해졌다. 앞집에서 사람이 떨어져 죽었다나 봐. 고작 5층짜리 빌라에서 떨어져 죽을 수 있는 것도 처음 알았어. 문득 새벽만 되면 들리던 고함이 떠올랐다. 혹시 그 사람이 낸 게 아닐까, 하는 동안 재이는 청소기를 구석에 가지런히 정리해두었다. 책상과 의자까지 원래 자리로 돌려놓고 노트북과 건반을 연결하고 있었다. 있잖아. 아마 그 집은 아닐 걸. 엊그제 죽었다는데 나는 어제도 그 소리 들었거든. 그런 소문은 어디서 들은 거야? 소문 아니야. 어제 나 일하는 편의점으로 경찰 왔다 갔어. 재이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낡은 스프링이 삐걱거리고 움직였다. 시소 타는 소리를 내면서 의자는 빙글빙글 돌았다. 재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연결하다 만 전선을 내팽겨치고 천장만 바라보았다. 우리야. 이사 갈까? 돈 있어? 당연히 없지. 근데 무슨 이사야. 이 집 계약 기간도 아직 일 년이나 남았어. 재이의 손끝에서 건반이 달각거렸다. 내 노트북만큼이나 낡았다는 재이의 전자 키보드는 한 번 누를 때마다 힘겹게 튀어 올랐다. 둥둥거리는 드럼 소리까지 확인한 뒤 헤드폰을 썼다. 나도 노트북 덮개를 들어 올렸다. 아무 말 없이 우리는 각자의 일에 매진했다. 재이가 건반을 두드리고 노트북 화면을 확인하고 마우스를 움직이는 동안, 나는 자기소개서를 썼다가 지우길 반복했다.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재이는 습관처럼 펜을 입에 문 채 우리 집에 하나밖에 없는 창문을 쳐다봤다. 근데 왜 하필 집에서 죽었을까. 글쎄. 집이 좋았나 보지. 우리 사는 건물은 너무 낮아서 떨어져도 못 죽는데. 부럽네. 쓸데없는 대화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재이는 졸린 눈을 하고도 자지 않았다. 보다 못해 먼저 불을 꺼버렸다. 내일은 대타까지 있어서 12시엔 나가야 한다는 재이를 이불 속에 집어넣었다. 노트북 불빛에 눈이 부셨다. 화면 밝기를 가장 어둡게 낮추고 스탠드를 켰다. 구직 사이트에 더 이상 새로운 공고는 올라오지 않았다. 올라와봤자 나와 관련 없는 것뿐이었다. 창밖에서 누군가 서성이는 발소리가 들렸다. 옆을 흘끗 보니 재이는 자느라 듣지 못한 것 같았다. 가로등 불빛이 반쯤 열린 창틈 사이로 어른거렸다. 재이가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하고 위로하며 노트북 덮개를 닫았다. 어둠 속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손끝으로 책상을 더듬어가며 이부자리를 찾았다. 자꾸만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내일은 꼭 병원에 가야지. 감은 눈에 힘을 주었다. 너 혼자 가기 무서우면 같이 갈래? 됐어. 괜찮아. 출근한다는 재이를 따라 나왔다. 병원은 아기 엄마들이 가장 잘 안다며, 어디서 이름도 처음 듣는 이비인후과를 알려주었다. 애들이랑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가는 병원이 좋은 거야. 재이는 알 수 없는 논리로 나를 설득하려 애썼다. 유명한 병원이라는 게 거짓말은 아닌지 사람은 많았다. 간호사는 대기 시간이 길 수 있다고 시큰둥하게 말했다. 왁자지껄한 병원 로비에서 화면에 떠 있는 내 이름을 멍하니 쳐다보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었다. 30분을 기다리고 나서야 의사를 볼 수 있었다. 동네 아저씨처럼 생긴 의사는 피곤한지 자꾸만 숨을 몰아쉬었다. 아, 해보세요. 자동 응답기 같은 명령에 기계적으로 입을 열었다. 귀가 아픈데 왜 입을 여나요, 선생님, 하고 묻고 싶었지만 입을 벌리고 있어 할 수 없었다. 별 이상은 없지만 큰 소리를 내지도 말고 듣지도 마세요. 스트레스 때문이에요. 진료는 단 2분 만에 끝나버렸다. 바로 앞에 있는 약국에서도 말없이 약 봉투만 내밀었다. 허무한 영화의 결말을 보는 기분이었다. 강우리, 라고 적힌 약 봉투를 들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갔다. 사이렌 같은 이명은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발끝에 살짝 튀어나온 아스팔트가 걸렸다. 갑자기 떨어져 죽었다는 사람이 생각났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일 텐데. 이상한 일이었다. 사진출처 https://unsplash.com/ * 잠잠해지나 싶었는데 고함은 여전했다. 심지어 오늘은 아직 12시도 되지 않았다. 서성이는 발소리도 작게 섞여 있었다. 재이는 의자에 앉아서 이불을 둘둘 감고 있었다. 같이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데 세상이 무서워서 못하겠어. 저거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닐까? 몇 번 했는데 별 소용없더라. 재이는 건반을 누르다가 깜빡한 게 있다며 가방을 뒤적였다. 이상한 문양이 그려진 네모난 상자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안에는 기다란 폭죽같이 생긴 막대가 들어있었다. 이게 뭐야? 선물로 받아왔어. 너 스트레스성이라며. 이런 거 피워놓으면 좋다던데. 테이블 구석에 홀더를 세워놓고 향을 꽂았다. 라이터로 끝에 불을 붙이자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올랐다. 작게 연기가 피어올랐다. 제사상 앞에 꽂아두는 향처럼 생겼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재이는 향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고 있었다. 향은 싸구려 마사지 숍에서 나는 향과 똑같았다. 재이는 이국적이라고 말했지만, 나에겐 그다지 와 닿지 않았다.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다. 항상 내 옆에서 자는 재이에게선 옅은 담배 냄새와 퀴퀴한 흙냄새, 바디샴푸의 라벤더 향이 났었다. 이제 거기엔 저 싸구려 향냄새가 섞일 것이다. 그게 무슨 냄새일까 상상했지만, 짐작이 가지 않았다. 너 다음다음주 금요일 밤에 약속 있어? 아니. 없지. 항상 없잖아. 나 매일 연습하던 그 공연 날짜 잡혔거든. 이 근처에서 해. 너도 올 거지? 약속이 잦은 재이와 달리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냈다. 밖에 나가는 것도 귀찮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귀찮았다. 재이는 핸드폰 화면을 코앞으로 들이밀었다. 여긴데, 잠깐이라도 왔다가 가. 이거 봐봐. 멋있지 않아? 핀 조명이 화려한 무대에는 커다란 드럼 세트가 놓여 있었다. 이 드럼 옆에서 내가 연주한다니까. 기대되지, 하고 재이가 신나는 목소리로 물었다. 덕분에 내일부터 꼬박꼬박 연습실로 출근이라고 했다. 이제야 제이가 진짜 음악을 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바닥을 뒹굴거나 헤드셋을 낀 채 건반을 두드리는 게 내가 아는 전부였다. 룸메이트라고 해 놓고 아는 게 없어서 민망해졌다. 재이가 어쩌다 우리 집으로 왔는지도 모른다. 나도, 재이도, 서로에게 사정을 물어보진 않았다. 내가 재이에게 왜 집을 급하게 찾았는지 묻지 않는 이유와 재이가 내게 왜 출근을 하지 않는지 묻지 않는 이유는 똑같을 것이다. 티켓도 필요 없고 앞에서 전화만 하면 된다고 했다. 공연장 내부 분위기나, 어떤 노래가 나오는지, 공연이 끝나면 무얼 하고 놀지 신나서 떠드는 재이의 모습이 낯설었다. 나는 대충 맞장구를 쳐주었다. 텔레비전에서는 누군가 양화대교에서 자살 소동을 부렸다는 자막이 떠올랐다. 화면은 금방 겨울이 다가온다는 기상 예보로 바뀌었다. 슬슬 전기장판이라도 사야겠어, 그렇지? 재이가 속삭였다. 급하게 면접이 잡혔다. 면접 당일이 되니 시도 때도 없이 손바닥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심장이 쿵쿵 뛰기 일쑤였다. 손바닥으로 심장이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꾹 눌렀다. 가라앉기는커녕 온몸으로 심장 박동이 번져나갔다. 면접을 엄청 급하게 보네. 재이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그렇게 하면 셔츠의 주름이 펴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재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겨진 주름은 완전히 펴지진 않았다. 재이의 손가락은 계속해서 건반 대신 울퉁불퉁한 셔츠의 주름을 꾹꾹 눌렀다. 준비는 잘했냐고 묻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재이가 그렇게 물었으면 더 긴장했을지도 모른다. 제출한 피피티를 띄워놓고 외워둔 대본을 중얼거렸다. 재이는 테이블 위에 물 한 잔을 따라 올려놓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이상하게 어제 더 오랫동안 바깥이 시끄러웠다. 너무 시끄러워서 나와 재이가 틀어놓은 음악 사이로 들릴 정도였다. 우리가 볼륨을 키우면 고함도 더 커졌다. 재이는 아예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자리에 누워서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게다가 창문 밖에서는 매일같이 서성거리는 발소리가 들렸다. 환청인가 싶었지만, 소리가 들릴 때마다 재이의 몸이 움츠러드는 게 보였다. 면접이 끝나면 주인아주머니께 전화라도 드려봐야 할 듯싶었다. 재이는 지난 한 달 동안 경찰서에 세 번이나 전화를 한 뒤 아예 포기해버렸다. 우리야. 면접 잘 보고와. 붙으면 이사 가자. 그래, 그래. 더 넓고 좋은 방으로 가면 되겠다. 면접 언제 끝나? 일찍 끝나는 데 좀 멀어서 집에 오면 두 시는 될 것 같아. 그럼 밤에나 볼 수 있겠다. 난 오늘 늦을 거야. 이따 가면서 문 꼭 잠그고 가. 면접 잘 보고, 하면서 재이는 이불을 푹 뒤집어썼다. 때가 탄 이불솜이 재이의 발끝처럼 툭 튀어나와 있었다. 왠지 이번엔 느낌이 좋았다. 첫 월급으로는 맛있는 것도 먹고, 이불도 새로 사야지, 생각하며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사진출처 https://unsplash.com/ * 면접은 아주 완벽히 망했다. 면접관은 더 볼 필요도 없다는 듯 면전에서 손을 흔들었다. 너무 긴장해서 말을 더듬고 슬라이드를 몇 번이고 앞뒤로 왔다 갔다 옮겼다. 준비해 간 대답은 하나도 할 수 없었다. 아무도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골목 어귀의 편의점에서 소주 두 병을 샀다. 안주는 뭘 사야 하나, 하다가 아는 게 없어서 과자 몇 봉지만 집었다. 핸드폰 화면을 켰다가 끄길 반복해도 딱히 연락이 오는 곳은 없었다. 그나마 룸메이트가 있는 게 다행이었다. 비닐봉지 안에서 소주병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골목길을 울렸다. 누가 들을세라 비닐봉지째로 가방 속에 쑤셔 넣었다. 작지 않은 핸드백이 가득 찼다. 어깨가 무거웠다. 자꾸만 빠져나오려는 검은 봉지 끝을 계속해서 구겨 넣었다. 103호. 맞죠? 열쇠를 돌리는 데 옆집 문이 벌컥 열렸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피곤함에 찌든 얼굴은 밤에는 조용히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바로 문을 닫아버렸다. 죄송하다고 말할 틈도 없었다. 어제 우리가 틀었던 노랫소리가 많이 크긴 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우리는 바깥에서 들리는 고함에 귀를 막느라 바빴다. 테이블 위에 가방을 던지듯 내려놓았다. 안에서 과자 봉지가 눌리는 느낌이 선명했다. 대충 소주병을 냉장고 안에 쑤셔 넣고 재이가 개어둔 이불 위로 몸을 던졌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니 눈앞이 핑 돌았다. 이상한 소리가 귀에서 돌고 돌았다. 스트레스면 평생을 끌어안고 살아야 하나, 싶었다. 귀를 틀어막아도 소리는 여전했다. 설핏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다. 방은 아직도 조용했다. 재이는 오지 않았다. 다른 때였다면 늦어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을 텐데 오늘따라 연락이 없는 재이가 맘에 걸렸다. 문자를 해 봤지만, 답장은 없었다. 남은 반찬을 꺼내 저녁을 먹으면서 텔레비전을 켰다. 아나운서는 표정 없이 아파트에서 떨어져 죽은 누군가의 소식을 전했다. 옆집이 신경 쓰여 소리를 작게 줄였다. 텔레비전 소리가 작아지니 창문 밖 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다. 틈도 남기지 않고 이중창을 꼼꼼하게 닫았다. 금방이라도 누군가 창문을 열어젖힐 것만 같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주병을 깠다. 술잔이 없어 머그잔 가득 술을 담았다. 재이는 돌아오지 않았고, 새벽이 되자마자 득달같이 알 수 없는 고함과 비명, 경적이 뒤섞여 들렸다. 뉴스가 다 끝난 텔레비전에선 평화로운 지리산의 전경이 보였다. 결국 밤이 다 지나갈 때까지 잠들지 못했다. 재이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걱정이 되기도 했고 화도 났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재이가 떨어져 죽었을까 봐 걱정했다. 재이가 어디 이상한 곳에 간 것도 아닌데 재이가 떨어져 죽어 버렸을까봐 무서웠다. 테이블 위 재이의 건반이 놓여있던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재이는 해가 하늘 한가운데 떠 있을 때 돌아왔다. 나갈 때는 분명히 건반을 들고 나갔을 게 분명한데 빈손이었다. 재이가 가지고 온 짐이라곤 캐리어 하나와 건반이 전부였다. 이제 집에는 캐리어 하나만 남았다. 재이에게선 찌든 담배 냄새가 났다. 평소에 나는 냄새완 달랐다. 어디선가 밤을 새우면서 옮겨온 게 분명한 냄새에 눈이 찌푸려졌다. 하나로 묶고 있던 머리를 풀자 냄새는 더 짙어졌다. 뭐야. 왜 연락은 안 받았어? 어제 바빴어. 내가 늦는다곤 얘기하지 않았어? 아예 안 들어온다곤 안 했잖아. 아. 뭐. 그래. 미안. 근데 나 씻고 바로 나가봐야 해. 어딘가 시큰둥하고 멍한 재이의 반응에 어젯밤 내내 재이를 걱정하던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어차피 필요해서 함께 사는 사이에 불과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있던 정도 없어지는 기분이었다. 재이는 내 방이 아니라 창고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 옆집은 시끄럽다는 듯 벽을 쿵쿵 두드렸다. 더 싸우고 싶지 않아 내 방 문도 닫아버렸다. 귓속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구석에 놓인 재이의 이불이 보였다. 재이는 오늘 뭘 덮고 자지, 하고 생각하다가 그만두었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창문 너머로 누군가 퍼석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 싸운 이후로 재이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그래도 딱히 변하는 건 없었다. 새로 올라오는 공고를 확인하고, 자기소개서를 다시 쓰고, 포트폴리오를 수정하고, 밥을 먹었다. 하루는 생각보다 짧았다. 아무 생각 없이 성격의 장점에 주변 사람을 잘 보살피며, 까지 적었을 때였다. 주인아주머니께서 월세 날이 지났다며 문자를 보내왔다. 6년 동안 한 번도 까먹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이 처음이었다. 덕분에 다음 주까지로 미룰 수 있었다. 어제까지 월세를 내야 했는데 잊은 것 같다고 재이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답은 금방 오지 않았다. 어차피 오늘 밤에도 들어오니 그때 직접 말해도 된다. 재이에게 어떻게 운을 떼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너 아예 방 뺄 거면 미리 말해줘, 까지 적었다가 지웠다. 재이가 나가면 또 다른 룸메이트를 구하거나 새로운 집을 찾아 나서야만 했다. 이사를 할 때 필요한 비용을 계산해봤다. 역시 이 집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내일모레면 재이의 공연이 있는 날이다. 신나서 공연장의 분위기를 알려주던 얼굴이 떠올랐다. 테이블 위의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재이의 건반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다시 노트북으로 눈을 돌렸다. 주변 사람을 잘 보살피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것을 망설이지 않습니다, 까지 적고 마침표를 찍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재이였다. 목소리가 웅얼거려서 잘 들리지 않았다. 재이는 핸드폰 건너편에서 몇 번이고 뭐라고 말을 했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건 단 하나도 없었다. 어이가 없어 핸드폰을 귀에서 떼고 화면을 쳐다보았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전화는 끊어지지 않았다. 여보세요? 재이 룸메이트 맞죠? 이번에는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집 주소를 알려주면 재이를 택시에 태워 보내주겠다고 했다. 한숨을 쉬며 주소를 알려줬다. 결국 나가서 재이를 받아와야 했다. 재이는 완전히 정신을 놓고 택시 뒷좌석에 널브러져 있었다. 어디서 구르다 온 건지 옷에는 군데군데 흙과 풀도 묻어 있었다. 택시기사님께 죄송하다고 몇 번이나 사과드린 후 택시비를 계산했다. 재이는 그동안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고 반쯤 죽어 있었다. 머리를 만져봤다. 이마가 뜨끈뜨끈했다. 재이는 밤새도록 열이 올랐다 떨어지길 반복했다. 아침 즈음엔 간신히 눈을 뜨곤 하늘에 붕 떠오른 느낌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시 바닥 저 아래까지 처박혔다는 말에 턱 아래까지 이불을 덮어주었다. 아침 뉴스에서는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출근길 교통 안내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너 정말 괜찮겠어? 응. 괜찮을 거야. 공연을 앞두고 연습을 빠질 순 없다고 했다. 재이는 급하게 사 온 약을 한입에 털어놓고 비틀거리며 옷을 갈아입었다. 구김이 가 있는 겉옷을 몇 번 털어 건네주었다. 재이는 문 앞에서 나가지 않고 망설이고 있었다. 우리야. 내일 공연, 보러 올 거지? 오라며. 오늘은 못 들어오니까 내일 꼭 전화해야 해. 넌 가서 약이나 잘 챙겨 먹어. 술은 먹지 말고. 재이는 늦었다며 후다닥 뛰어나갔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내 노트북보다 오래되었다는 재이의 건반이 생각났다. 언제나 그러는 것처럼 머리를 비우고 새로운 공고를 찾아 헤맸다. 이번에 올라온 회사의 자기소개서의 문항도 다른 회사들과 다를 바 없었다. 자신의 경험 중 실패했던 경험과 성공했던 경험을 쓰고, 그로부터 어떤 점을 느꼈는지 쓰시오. 아무것도 느낀 건 없지만 그럴싸하게 꾸며냈다. 다 쓴 자기소개서를 읽다가 전부 지웠다. 자기소개서 속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오늘따라 집중이 잘 안 되었다. 어차피 마감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다. 화면을 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재이가 함께 공연한다는 밴드의 노래라도 들어볼까 했다. 오랜만에 이어폰을 꼈다. 큰 소리를 듣지도, 내지도 말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지만 무시했다. 소리를 조금 더 키웠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낯선 사람의 발소리도, 고함도 들리지 않았다. 사진출처 https://unsplash.com/ * 단차도 없는 작은 라이브 클럽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재이는 사람들을 헤치고 나를 무대 옆으로 데리고 갔다. 공연 관계자에게 나를 소개하는 모습이 낯설었다. 모르는 사람을 보는 것처럼 재이를 보고 있자 멋쩍은 듯 웃었다. 몸은 괜찮고? 응. 지금은 좀 나아졌어. 여기 있으면 공연 끝나고 바로 올게. 사람들 사이에서 공연을 볼 자신은 없었다. 몇몇 사람들은 틀어놓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몸을 흔들고 있었다. 나와는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들 같았다. 일부러 몸을 부딪치며 놀고 있는 사람도 보였다. 왔다 갔다 하는 스태프들을 피해 스탠딩 테이블 근처에 덩그러니 놓인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무대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재이의 손만큼은 잘 보였다. 손아래의 피아노는 항상 보던 것과 다른 모양이었다. 곧 어제 듣던 노래가 흘러나왔다. 공연이 끝나고도 한동안 재이는 자리를 뜨지 못했다. 몇 명의 사람이 재이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SNS에 올려도 되냐는 물음에 재이는 당연히 된다고 대답했다. 꼭 아이돌 가수 같은 태도에 재이의 얼굴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진한 화장이 올려진 얼굴은 반짝거리는 것 같았다. 재이의 공연 뒤에도 다른 밴드의 공연이 계속되었다. 재이는 우는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내 목에 팔을 두르고선 열심히 어깨를 흔들었다. 금방이라도 무대로 난입할 기세였다. 노랫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바로 옆에 있는 재이의 목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아서 귀를 가까이 대야만 했다. 우리 언제 나가? 재이는 듣지 못한 건지 아직도 흘러나오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꼭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는 노래의 음을 엉망으로 따라 불렀다. 음정도, 박자도 틀렸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앉아있는 우리에게 누군가 술잔을 건넸다. 얼굴은 보지 못했다. 재이와 나는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들이켰다. 재이는 아프니까 술은 먹으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쳐 지나갔다. 네 시가 넘어서야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라이브클럽 안에 빈 틈이 생길 때마다 온도가 조금씩 내려갔다. 재이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관계자들에게 걸어가 뭐라고 대화를 하고 있었다. 언성이 점점 높아지는 것 같았지만 멍한 귀로는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재이가 갑자기 앞에 있는 사람의 멱살을 잡고 얼굴을 한 대 쳤다. 그대로 뒤로 돌아 내 손을 잡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무 말 없이 달리기만 했다. 나와 재이는 겉옷도 입지 않은 채로 거리를 달렸다. 바람이 차가웠다. 뜨거운 열기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새벽이 다가오는 거리에는 사람이 많았다. 등에 누군가를 업고 있는 사람이 우리 옆을 스쳐갔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형광 조끼를 입은 경찰이 그 앞에 난감한 얼굴로 서 있었다. 나는 간신히 재이를 붙잡고 아스팔트 바닥 위에 앉혔다. 재이의 몸이 휘청거렸다. 왜 그러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었다. 내가 듣지 못한 걸 수도 있다. 아직도 귀는 멍했다. 삐이, 거리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재이는 펑펑 울었다. 나는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꼬인 목소리로 다 괜찮아, 하면서 재이의 등을 두드렸다. 공연비 못 받는대. 내 건반은 고장 났고, 월세도 못 내. 이제 어떡하지. 어떡하지. 고장 난 장난감처럼 똑같은 말만 계속 반복했다. 재이의 울음소리는 계속 커져만 갔다. 텅 빈 머리로 다 지워버린 자기소개서를 떠올렸다. 몸이 점점 무거워졌다. 자꾸만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두드리던 재이의 등 위로 몸을 기댔다. 볼에 닿는 등이 따끈했다. 누군가 오래된 표어처럼 불신 지옥 예수 천국을 크게 외치고 지나갔다. 그대들에게는 구원이 필요할 지니. 재이는 벌떡 일어나 다 지옥으로 떨어져 버리라지, 하고 외쳤다. 재이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나는 재이의 몸을 힘겹게 받치고 집으로 향했다. 골목길에서 메아리치는 재이의 울음소리는 꼭 비명소리 같기도 했고, 고함소리 같기도 했다. 나는 그래, 그래, 다 괜찮아, 하면서 재이를 달랬다. 사실 답이 없다는 것쯤은 나도, 재이도 알고 있다. 이제 우리는 무덤 같은 집에서도 나가야 하고, 먹고 살길을 찾아 거리를 헤매야 할지 모른다. 아침 해는 아무리 기다려도 떠오르지 않았다. 집으로 향하는 길이 유난히 멀게 느껴졌다. 이윤경(문과대·국문15)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목+내용 댓글 닉네임 쓰기 Prev 1 59 60 61 62 63 64 65 66 67 68 Next / 68 GO / 68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