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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꽃들이 다투어 핀다. 겨울 내내 황량했던 나무와 공기와 건물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면서 한 해를 시작하려 한다. 교정엔 안 그래도 개강이 되어 넘쳐나는 인파인데 신입생들의 신기한 호기심들이 겹쳐 새로운 기운이 펼쳐지고 있다. 그렇지만 한 해의 문을 여는 지금 그렇게 너무 들떠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된다. 꽃과 나무와 새 울음 속에서도 내가 잡아야 할 나의 중심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심을 잡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숙제를 충실히 하는 삶을 말한다. 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곧 과제물을 잘 내야 한다는 것을 말하나 하고 반문할 것이다. 물론 과제물을 충실히 준비해야 하는 것도 대학생활의 필수다. 그렇지만 내가 말하는 숙제란 비단 과목을 이수하기 위한 과제물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내 삶의 청사진에 맞는 과제들을 의미한다.

예컨대 축산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장차 축산 분야의 어떤 구체적인 활동과 직업을 택할 것인가를 심사숙고하여 하나의 타임 스케줄을 작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스케줄에 따라 자신이 꼭 해야만 할 일이 그 학생에게 있어서는 그 자신만의 피할 수 없는 숙제라 할 것이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인문학과 관련된 자신의 미래 비전을 구체화하고 그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해야 할 리스트를 작성, 실천하는 일이 바로 그만의 숙제라 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전공이나 직업과 관련된 숙제, 타인의 과제와 대체할 수 없는 그 자신만의 숙제가 있게 마련이다. 그 숙제를 방기하고 분위기에 휩쓸려 돌아다니게 되면 자기는 열심히 했다손 치더라도 결국엔 남의 숙제를 내 숙제인 양 착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내 삶의 청사진을 그린다 할 때 그 청사진에는 반드시 이런 전공이나 직업과 관련된 것만 그려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속에는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함께 녹아있어야 할 것이다.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 안에는 세계의 실상이 어떠한가, 어떤 모순이 있고 어떤 해결을 기다리고 있는가, 그 안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인가. 또 어떤 철학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인가 등등 삶 전체와 관련한 수많은 질문들이 가득 차 있다. 앞서 말한 전공이나 직업과 관련한 숙제도 이러한 세계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과 관련되지 않으면 방향을 상실할 가능성이 많다.

꽃피는 3월이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아름다운 시절이다. 꽃들이 피듯이 마음도 피어올라 캠퍼스는 멋진 향기들로 가득차 있다. 그렇지만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이 아름다움도 곧 가겠지만 우리는 그 이후에도 나만의 멋진 향기를 계속 뿜어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자기에게 주어진 자기 자신만의 숙제를 결코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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