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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연구를 위한 미세유체 기계

예전 음료수 광고카피였던 “날 물로 보지마” 라는 문구는, 과학적으로는 “날 물로 봐줘”로 바뀌어야 한다. 이유는, 인체의 70%가 물이기 때문이다. 인체 내 물에는 여러 바이오 물질이 있다. 우리 몸의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예측하는데 필요한 DNA, 단백질, 세포가 체액인 혈액, 림프액에 있다. 바이오 물질들의 분리 및 검출을 위해서는 물을 제어 할 수 있는 유체기계가 필요하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미세'유체 기계가 필요하다. 여기서, '미세'라는 의미는 기계 내부 유체가 지나가는 채널의 단면 크기가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매우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크기가 작아야 하는 이유는 기계가 다루는 바이오물질이 마이크로미터 크기보다 작기 때문이다. 감자껍질을 벗기기 위해 매우 큰 포크레인보다는 감자와 크기가 비슷한 감자칼을 쓴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것이다.

 

사용이 불편했던 기존의 미세유체 기계

현재 바이오 연구자들이 미세유체 기계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바이오 연구자들은 피펫과 플라스틱 접시 등의 단순한 도구를 노동집약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숙련도 높게 단순 작업을 반복 수행하는 것이 복잡한 기계를 다루는 것보다 수월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미세유체 기계는 그들이 사용하기에는 기계제작과 운용에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바이오 연구자들을 여행객에 비유하자면, 그들은 단순히 서울에서 하와이까지 가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그들에게 비행기 조종석에 앉아서 그 많은 계기판을 들여다 보면서 기계를 조작하라고 지시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전자회로 모사로 문제점 극복

그러면 어떻게 연구자들이 사용하기에 편리한 미세유체 기계를 만들수 있을까? 우리는 전자소자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전자시계는 배터리만 연결하면 미리 정해진 대로 동작한다. 사용자는 그 시계가 어떤 원리로 동작하는지, 어떤 입력을 넣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다. 유체기계도 이렇게 만들수 있을까 대답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이다. 전자소자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 커패시터, 저항 등에 대응하는 유체기계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기의 전압과 전류를 유체의 압력과 유량에 각각 대응시키면, 전자소자와 미세유체 기계요소의 각 기능이 매우 유사하다. 트랜지스터는 유체의 움직임을 차단하는 밸브에, 커패시터는 압력을 저장하는 고무풍선 같은 얇은 탄성막에, 저항은 유체의 속도를 조절하는 채널에 대응 시킬 수 있다. 그러면 과연 이러한 이론적 유사성에 기초하여 전자소자와 비슷한 미세유체 기계를 실제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

 

개발된 미세유체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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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으로도 작동하는 유체기계. 전자 피아노건반 연주 (위), 세포 핵의 일부분을 주기적으로 염색 (아래)

본 연구팀은 전자회로와 유사한 미세유체 기계가 구현 가능하다는 것을 보였다(Science Advances 저널에 4월19일 발표). 물통만 미세유체 기계에 수직으로 연결하면 기계는 마치 전자시계와 같이 스스로 동작한다. 물통을 수직으로 연결한다는 것은 기계의 높이차에 의한 정수압을 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터리를 전자시계에 넣어 일정한 전압을 주는 것과 같은 과정이다. 이 유체기계는 전자시계처럼 어떻게 동작할지가 미리 정해져 있다. 따라서 사용자는 이 기계에 어떤 입력을 넣어야 할지, 어떻게 장치를 세팅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이 기계는 비안정 진동자와 단안정 진동자로 구성된다. 사람에 비유를 들자면, 비안정 진동자는 아무 이유 없이 일정시간 간격으로 발길질을 하는 사람 A이고, 단안정 진동자는 사람 A에게서 발길질을 받았을 때만 발길질을 하는 사람 B이다. 발길질이 지속되는 시간과 강도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를 수 있다. 다시 유체기계로 돌아가서, 발길질은 유체기계에서 밸브를 여닫는 행위에 해당하며, 발길질 지속 시간은 밸브가 열려 있는 시간, 발길질 강도는 유체의 유량에 해당한다. 여러 유체가 흐르는 시간과 유량은 여러 비안정, 단안정 진동자를 어떻게 연결하고 배치하느냐에 따라서 정해진다. 마치 여러 사람 A1, A2…, B1, B2,… 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여러 다양한 발길질 패턴이 나올 수 있듯이 말이다. 개발된 기계는 여러 용액들을 순차적·주기적으로 흐르게 할 수 있으며, N개의 용액을 가지고 4의 N제곱개 유동 패턴을 만들 수 있다. 이는 물통만 기계에 연결하면 복잡하고 정교한 여러 유동 패턴이 미리 정해진대로 구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유체기계를 이용하여 세포 핵의 일부분만을 선택적으로 염색하고, 전자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었다. 바이오 연구의 예를 들었지만, 본 연구는 나노물질 제작, 화학실험 등 반복작업이 필요한 여러 분야에 사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김성진 교수(공과대학 기계공학부)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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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로콜이 2019.06.13 00:03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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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munia 2019.06.13 09:42
    와우! 저에게는 전혀 새로운 내용의 기사인데 잘봤습니다 :)
  • ?
    슬기룽 2019.06.13 11:34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었어요! 감사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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