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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BS TV PD 최종합격한 06학번 남학우입니다.
예전부터 이런 글을 쓰는 날을 기다려왔는데 막상 이렇게 쓰자니 느낌이 이상하네요 ㅎㅎ 사람이 참 간사한 게 합격하기 전에는 ‘정말 성실하게 써야지...’라고 생각했었지만 고 며칠 사이에 나태해졌네요. 그래서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미에서 이렇게 후기를 써봅니다. 어떤 분들은 제가 누군지 알 수도 있겠네요 ㅎㅎ;

우선 미리 말씀드릴 부분은, 제 후기가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매우 부끄럽습니다만 저는 한 번도 주요 방송사 필기를 통과한 적이 한 번도 없다가 갑자기 이렇게 됐거든요. 그래도 EBS의 전형 과정에 대해선 기억나는 대로 썼으니 참고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1. 저에 대한 기본 정보
- 비상경, 06학번, 학점 3점대 중후반, 한국어능력시험 3+, 토익 985, 오픽 AL, 네이버 1년 계약직, 인터브랜드 인턴 2개월
- 언론고시 입문 시기: 2013년 3월. 희망직군은 시사교양 PD.
- 언론사 지원 내역: 시간순이긴 한데 사실과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2013년: SBS#1(시교, 필기탈락), EBS#1 (PD. 서류탈락!!!), 채널a인턴(PD. 필기통과, 면접포기), 매일경제(기자.서류통과, 필기포기), CJ#1(tvN PD, 서류탈락), KBS미디어(행정직?서류탈락), MBN(PD, 필기탈락), JTBC#1(PD, 필기탈락), MBC(예능, 필기탈락), KBS#1 (방송저널리스트, 필기탈락),

2014년: CJ#2(CJ E&M 글로벌 콘텐츠, 서류탈락), SBS#2(라디오피디, 필기탈락), JTBC#2 (PD, 필기탈락), KBS#2(방송저널리스트, 필기탈락), 조선일보(행정직, 최종합격), EBS#2(최종합격)

(매우 처참하죠? 필기 공포증이 생길 정도였어요. 그런데 의외로 저같이 다 필기도 통과 못하다가 한 방송사에 최종합격한 사례들이 간간히 있는 것 같습니다! 혹여 저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어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2. EBS 이전
2013년 1월 말: PD의 길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그 전까지는 취업에 대한 생각이 전무했다고 봐도됩니다. 2013년 3월에 아랑에 가입하고, 처음으로 스터디에 참여도 했습니다.

2013년 3월: 스터디 합격률(!?)이 생각보다 저조하여 결국 동네에서 언론고시 초년생들과 함께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나름 박문각을 보고, 작문 연습을 했습니다. 공부를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SBS라는 첫 관문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정신없이 EBS, CJ, JTBC, MBC, KBS 등에 지원했지만 모두 결과가 안 좋았습니다. 그래서 작년 말에 KBS 탈락한 다음에 ‘그냥 일반 기업이나 가자…’라고 생각하며 PD의 길을 포기했었습니다. 2014년 1월에 언론사 공부를 중단했고, 대기업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2014년 상반기 (대기업): 이 때 제가 세상물정 모른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일반 기업의 취업 관문도 헬게이트였습니다. 저는 머리가 안 좋아서 그런지 인적성에서 광탈하더군요. 자존감과 자신감이 극도로 떨어졌습니다. 모두 떨어진 후, 아무것도 안 하다가는 우울증이 올 것 같아서 이런저런 인턴에 지원했습니다. 인터브랜드에서 2달, SAP에서 2달 인턴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PD에 대한 미련이 더욱 커져 결국 2014년 9월(?) SBS 공채 발표를 기점으로 인턴을 때려치고 다시 언론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3. EBS 전형
(1) 서류
2013년 봄에 EBS에 지원했을 땐 이미 언급했다시피 서류 탈락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절치부심했습니다. EBS는 그 무엇보다 “교육”방송공사이기 때문에 제 자소서를 “교육”으로 도배했습니다. EBS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했던 형과 한 번 스터디를 같이 했었는데, 그 형이 교육을 많이 어필하라고 조언을 해줬습니다. 그 조언이 기가 막히게 들어맞은 것 같습니다.

(2)필기: 100명 이상. 논술 & 작문 + 상식.
A. 논술 – “PBS 의 슬로건은 'PBS is the American largest classroom' BBC의 슬로건은 'Delivering quality first'이다. EBS의 슬로건을 설정하고 사유,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쓰라.”
참고로 논술과 작문을 1시간 반? 두 시간? 내에 완성해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저는 참신함은 포기하고 오로지 완결성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논술에서 슬로건을 “생각을 띄우는 방송, EBS”로 하여 일방적인 정보 전달에 머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고민거리를 던지는 방향으로 EBS가 가야 한다고 썼습니다. 지식채널e에서 프랑스 바칼로레아 과정을 다뤘던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이를 좀 활용했습니다.

B. 작문 - “당신이 감명 깊게 본 작품(영화, tv, cf)을 하나 선정하고 그 이유를 내용구성, 영상 기법 등과 연관시켜 다각적으로 설명하라.”
작문은 그냥 솔직하게 제가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를 골랐습니다. 타셈 싱의 . 제가 영화를 한 번 이상 보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 영화는 4번은 본 것 같아요. 정말 강추합니다. 글을 쓸 때 영화의 영상미를 극찬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스토리가 부실하다고 평가하는데, 나는 오히려 그와 반대로 생각한다’는 식으로 제 나름대로의 논리를 펼쳤습니다.
두 글을 휘날려 쓴 다음에 한 번씩 퇴고했습니다. 쉴 틈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글의 질에는 자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기승전결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미련은 없었습니다.

C. 상식: 객관식.
정말 대중없었습니다. 만약 필기 탈락한다면 상식 때문에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 안나 카레니나의 도입 문장을 제시하지 않나, 마케팅의 종류를 묻지를 않나, EBS 프로그램을 물어보지를 않나, 사진작가 단체를 물어보지를 않나… 물론 최근 이슈도 꽤 있었지만 EBS 관련 질문과 “교양” 문제들이 상당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찍기를 잘 한 것 같습니다.

(3) 3차 실무전형: 50명. 스토리보드+기획안 & 인적성 & 면접
필기통과를 한 후, 저는 EBS에 PD로 입사한 선배를 만났습니다. 이 만남이 최종 합격하는 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 작년에 어떤 식으로 시험을 봤는지, 면접에서 무엇을 물어봤는지 선배님께서 대답해주셨거든요.

A. 스토리보드+기획안: 두 시간(?)
다행히 선배 덕분에 스토리보드를 작성한다는 것을 미리 알았습니다. 그래서 시험지를 받았을 때 멘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두 시간 내에 형식 자유의 스토리보드 & 이를 기반으로 한 EBS 프로그램 기획안을 쓰자고 하니 막막하긴 했습니다.

a. 스토리보드 – 15개의 단어가 보기로 제시됨. 그 중 10개를 골라 하나의 완성된 스토리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시험지는 A3 크기로, 페이지당 8개 정도의 네모 칸이 있었습니다. 이 네모 칸에다가 그림을 그러야 했죠. 네모 칸 옆에는 공란이 있어서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해야 했습니다. 페이지는 총 5페이지 정도? 저는 대략 3페이지를 채웠습니다. 다만 그림은 2페이지도 못 채웠어요. 낙서는 좋아하지만 머릿속 이미지를 손으로 표현하는 데 잼병이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에는 그림은 하나도 없고 글로만 내용을 채웠습니다.
제 스토리보드의 내용을 말하자면… 제시어 10개(펀드매니저, 형사, 핸드폰, 발명가, 할머니, 화가, 신부, 뽀로로, 강아지, ?)를 골랐습니다.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주제는 가족의 재발견. 4인 가족이 아닌 다른 모습의 가족(고아원 가족)을 따뜻하게 조명하고 싶은 마음에 글을 썼습니다. 시험 며칠 전에 로이킴의 뮤비를 봤던 게 큰 영향을 줬던 것 같습니다.

사실 내용 면에서는 정말 형편없었어요. 그림을 다 완성한 것도 아니고. 다만 제 스토리보드의 유일한 강점은 장르가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었습니다. 6명의 주인공은 사실 6마리의 성견(핏불, 아프간하운드, 치와와, 차우차우 등등. 제가 강아지를 좋아해요 ㅠ)입니다. 이렇게 하면 회상 씬이나 스토리 전달력이 더 수월할 것 같았거든요.

b. 기획안 - 문제는 EBS 프로그램을 위한 기획안이었습니다. 바보같이 기획안은 일반적인 다큐로 선회했습니다. EBS가 스토리보드 애니메이션을 만들 것 같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스토리보드를 상당히 많이 각색했고, 어떻게 보면 “조작”에 가까운 다큐 한 편을 기획했습니다. 쓰면서 한숨을 몇 번이나 쉬었는지….

B. 인적성:
비중이 적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봅니다. 어떤 유형에선 1/3도 못 풀었는데 통과를 한 거를 보니… 대기업 인적성보다 쉬우면서도 어려웠습니다. 인적성이 처음으로 발목을 안 잡았네요.

C. 면접: 4:4. 작성한 스토리보드 + 기획안 바탕의 질문 & 기타 질문. 약 30분?
1. 왜 애니메이션으로 기획했는지, 왜 기획안은 다큐인지 물어봤습니다. 예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답하자 면접관 한 분이 예산 충분하다고 핀잔을 줬습니다 ㅋㅋㅋ
2. 자신의 세계관이 무엇인가?
3. EBS에서 무슨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가?
4. 어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가?

질문이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ㅠ


(4) 최종 임원면접. 15명. 8:1? 9:1? 면접
사장님을 포함한 8명(?)의 면접관은 약 8분 동안 제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네이버에 가지 않는 이유는? 네이버에서 어떤 업무를 했나? 네이버 얘기를 3분 동안 한 것 같습니다.
*영어로 자기소개 해보라
*왜 외국에서 오래 살았나?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나?
*어떤 EBS 프로그램을 좋아하나?
*입사해도 PD 외에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는데 괜찮겠나?
너무 짧아서 오히려 아쉬웠던 것 같아요. 좋은 느낌이 전혀 들지를 않아서 그냥 반포기한 상태로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엄청 길어졌네요!!!!! 이 모든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뻔한 얘기입니다 ㅜ

4. 언론고시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
● 사이좋은 스터디: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총 5개 정도의 스터디를 해봤었는데요, 모두 어떻게든 도움이 되었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었어요. 열의 있는 구성원 + 체계적인 시스템 + 정보의 공유는 좋은 스터디의 가장 기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하나 더 추가하자면 구성원들이 서로 친했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가 컸던 것 같습니다. 친할수록 막말하기 더 쉽더군요. 아이디어 교류도 훨씬 잘 되고. 의지가 될 때도 있고.

● 현직자의 조언: 정말 중요합니다! 타 방송사에 비해 EBS 때 제가 더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했어요. 더 절실해서 그랬나? EBS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했던 형, 작년에 공채로 입사한 형한테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물어봤어요. 회사 분위기, 시험 전형 경험담, 프로그램 현황 등등. 이 정보들이 모든 전형에서 도움이 됐어요. 직접적으로 알지 못해도, 친하지 않아도 도움을 요구하는 후배를 뿌리칠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 논작: 작문은 광탈왕이었으니 패스! 논술은 아랑에서 제법 추천 받은 분들의 칼럼을 찾아서 읽어봤어요. 한국일보의 이철희님, 서화석님, 중앙일보의 권석천님 등. 그리고 항상 매력적인 도입을 위해 미리 소재를 5개? 정도 정리해놨었어요. 그러면 어떤 주제든 대충 끼워맞출 수 있더군요. 저는 명언, 인터넷 짤방, 개인적인 일화 등등을 소재로 사용했습니다.

● 포지셔닝: EBS 지원자들의 80% 이상은 다큐멘터리 연출을 희망했습니다. 지원자들의 이력이 워낙 화려했기에 관련 경력이 없는 제게 정면돌파는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자소서에서 다큐를 어필했을 때와 달리 실무평가부터는 애니메이션과 유아를 제 숙명인 양 어필했어요. 실제로 3차 면접에서 제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관련된 질문을 받았으니 어느 정도 궁금증을 유발했나 봐요.

● 면접: 뻔한 말 밖에 안 떠오릅니다. 모의 면접을 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보고, 촬영도 해봤어요. 이걸 통해 제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면접관들의 마음까지 알 수 있겠더군요. 그리고 면접을 몇 번 보면서 확실히 느낀 것은 면접관들이 길게 말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제가 말이 많지 않아서 이 점에서 이득을 본 것 같네요.

이상입니다!

저는 빛이 안 보여서 언시를 포기했다가 아쉬우서 다시 돌아왔는데,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포기하는 순간 끝이고, 포기해도 편하지 않습니다. 미련이 사라질 때까지 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언론사를 준비하시는 분들뿐만 아니라 취업 준비생인 여러분들의 건승을 빕니다.
연말연시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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