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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모 교수님께 듣는 예멘 난민 문제
지난 6월, 500여명의 난민이제주도를 통해 입국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난민 수용을 거부하라’는 청원글이 게시되는 최근 우리사회의 뜨거운 이슈다. 유럽, 미국 등 먼 나라의 이야기였던 난민문제가 어느새 우리사회의 논쟁거리가 됐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생할 난민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중동연구소 최창모 교수님께 난민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멘 난민 알수가가 6월18일 제주 출입국청사 로비에서 법무부에서 배포한 서류를 들고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 한겨레신문 |
세대 계층별로 입장차이 보여
최창모 교수는 한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우선 난민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언급했다. 최근 동아일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난민수용에 찬성하는 측의 비율이 25% 반대하는 측의 비율이 61%로 나타났다. 난민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된 이후 과반 이상의 국민들은 난민 수용에 부정인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남성들이 대체로 난민에 대해 우호적이고, 여성들이 적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별로 봤을 때는 20-30대가 대체로 적대적이고, 50-60대가 우호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젊은 세대와 여성들이 적대적인 이유는 이슬람 출신 사람들이 범죄의 소지가 있으며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로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년층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을 겪은 노년층의 동정심이 난민에게 투영돼 노년층의 호감이 높다고 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과거에 우리나라도 난민을 배출했으며, 베트남 보트피플의 가해자기도 하다.
범죄를 막기 위해서라도 난민수용 결정해야
최 교수는 범죄에 대한 원인을 접근하는 방법을 먼저 제시했다. 최 교수는 “범죄는 빈곤에서 시작된다”며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이 정말 종교적 신념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팔레스타인인 가장이 폭탄을 메고 뛰어들면 대가로 가족들에게 돈이 지급됩니다. 살아남은 가족들은 그 대가로 빵을 사먹을 수 있습니다. 테러리스트들을 조사한 결과 10명의 가족을 부양하는 건전한 가장이었다고 합니다. 마땅히 가족들을 먹여살릴 능력이 없어 궁지에 몰려 테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결국 이런 테러가 집단화 된 것이 현재 중동문제의 시발(始發)점인 것입니다”
최 교수는 국민들이 걱정하는 우발적인 범죄를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난민수용을 결정하고 그들에게 법적 지위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업이 생기면 돈을 벌 수 있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등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면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난민=가난 이라는 공식 버려야
최 교수는 난민에 대한 이미지부터 바꿔야 진정한 해결책이 나온다고 봤다. 북아프리카 난민이 유럽에 가는 보트를 타기 위해서 3,000달러의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
최 교수는 자국의 재산을 정리하고 저 정도 액수의 금액을 낼 수 있다면 극히 가난한 사람들은 아닐 것이라며 이번에 주도에 들어온 예멘 난민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최 교수는 “그들도 예멘에서 나름 중-상류층의 국민이라 여권도 있고, 말레이시아로, 제주도로 갈 수 있는 항공권을 살 수 있었다”며 “예멘 인구 2,800만 명중에 현재 80%가 난민이고 이번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난민은 500여명 남짓으로 전체 난민 중 극히 일부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정말 가난한 사람들은 다른 나라로 가지도 못하고 예멘에서 죽어나 것” 이라고 말했다. 예멘이 우리나라보다 가난한 나라인 것은 맞지만 모든 예멘인, 난민들이 가난하다는 편견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난민들은 거액의 돈을 지불하고 그들의 목숨을 정원초과 보트에 맡긴다. 출처irish times |
‘취업자’ ‘범죄자’로 구성하는 일반화의 오류
최 교수는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번 제주도에 500명 이상 들어온 난민 중 정말 취업을 목적으로 온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들이 정말 난민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이동 경위와 과정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그들을 ‘취업자’ ‘범죄자’ 등으로 규정하는 일반화의 오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들을 개별적인,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들을 500명의 집단으로 형성된 구조적 대상으로 보지 말고 인격을 가진, 피가 빨갛고 심장을 가지고 있고, 매일 고민하고 사는 인간으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문화 사회로 가는 길
최 교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형식상으로는 다문화주의를 추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외국인들에게 동화주의를 요구하는 점을 지적했다.
“타(他)문화를 대할 때 ‘동화주의’와 ‘다문화주의’의 두 가지 입장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동화주의’는 외국인들이 자국문화에 맞춰 적응하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경우는 동화주의를 취하는 나라입니다. 알제리사람이 프랑스로 가서 많이 사는데 프랑스인이 되기 위해서는 프랑스 어를 배우고 프랑스 문화에 맞춰 살면 됩니다. 인종에 상관없이 프랑스의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프랑스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미국의 경우 ‘다문화주의’ 입니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미국에서 자신들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어느 정도의 조화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문화주의를 표방하며 현장에서는 동화주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동화주의와 다문화주의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하며 그들이 문화를 유지하면서 우리사회에적응할 수 있도록 그들과 함께 논의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세계화 시대에 한국이 표방해야 할 스탠스입니다.”
동화주의를 추구하는 프랑스에는 다양한 인종이 함께 공존한다. 출처 서울경제신문 |
난민 문제는 우리사회를 비치는 거울
최 교수는 최근 드러난 난민문제는 우리사회를 정확하게 비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난민 문제를 통해 우리가 타자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안타깝게도 난민 문제로 비추어본 우리는 매우 폐쇄적으로 타자를 색안경으로, 경계하며 바라보는 사회”라고 지적했다.
“9.11테러 이후 이슬람에 대한연구, 책이 쏟아져 나오고 국민적 관심이 증가했지만 그들을 범죄자, 테러집단 등으로 규정하며 아직도 적대적 프레임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대(對) 이슬람, 반(反)이슬람적인 서구의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프레임에서 깨는 길, 그 길이 세계화 속의 한국이 난민수용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입니다."
최창모 교수 |
최창모 교수님은?
1991년부터 2008년까지 우리대학에 설치된 히브리 중동학과에서 강의를 했고. 현재는 국내 유일의 유대학 연구소인 ‘중동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다. 우리대학이 농과, 축산대학에서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이스라엘과 교류가 많았고 그러던 중 문과대학, 경영대학의 야간대학이 폐지되며 입학정원에 여분이 생기게 돼 한-이스라엘 우호 증진을 위해 문과대학 내에 히브리 중동학과가 만들어졌다.
학사구조조정으로 불어불문학과, 독어독문학과가 사라지며 히브리 중동학과도 같이 사라지게 됐지만 중동연구소에서 유대학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 고전 ‘미쉬나’ 를 번역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쉬나는AD 200년경에 랍비들이 모여 만들었으며 탈무드의 핵심자료를 구성하고 있다. 아직까지 한글 번역본이 존재하지 않아, 우리대학 중동연구소에서 최초로 번역하고 있다.
이승주 기자 sj98lee@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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