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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논란 많던 낙태(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여론이 다시금 들썩이고 있다. 낙태죄 폐지에 대한 찬반여론이 극명히 나뉘었으며 산부인과 의사들은 며칠 전 낙태 수술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 새로 출범하는 6기 헌재의 첫 과제로 낙태 수술의 위헌 여부가 결정돼 이는 더 주목된다. ‘낙태죄 폐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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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마이 뉴스

 

대한민국 내 낙태, 즉 인공임신중절은 법률상 죄다. 우리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는 낙태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에 낙태한 여성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받고, 임신중절 수술을 집도한 의료진은 2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는다. 다만 예외는 있는데 유전학적 병력이 있는 경우나 강간 및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인 경우, 모체의 건강에 임신이 위험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는 OECD 국가 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엄격한 정책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낙태율은 세계에서 낮은 축에 속할까?

 

그렇지 않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낙태 수술은 연 17~35만 건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속한다. 낙태의 허용근거가 폭넓은 네덜란드, 미국, 프랑스 같은 경우 낙태율이 각기 1000명당 8.5명(2013년 기준), 15.9명(2013년 기준), 14.5명(2012년 기준)으로 낮은 편이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1000명 당 29.8명 정도로 2배가량 높게 추정된다. 이에 대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전국 인공임신중절 변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낙태에 대한 법적인 제한이 인공임신중절의 발생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오히려 법적으로 허용이 되고 허용근거가 폭넓은 국가일수록 수술이 안전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이토록 규제함에도 여성이 인공임신중절을 받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조사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 사유는 원치 않는 임신이 32.5%로 가장많았고, 태아의 건강문제(임신 중 약물복용 포함)도 16.3%로 뒤를 이었다. 경제상태의 어려움은 16.0%로 3위를 차지했으며, 미혼은 14.3%, 가족계획(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원치 않는 성별)은 12.0% 순으로 조사됐다. 이외 기타의견으로는 사회활동의 지장 6.2%, 신체적 질병 1.6%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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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낙태합법화지도 출처 유엔DESA

 

낙태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그렇다면 낙태죄를 현대 사회 여성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전국 만16~44세 성관계 경험이 있는 여성 2,00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2018년 4월 기준)를 한 결과 현행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77.3%,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2.7%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모자보건법 제14조의 허용한계에 대한 의견으로, 허용 사유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42.9%로 가장 많았고, 현재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38.3%,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경우 14.6%, 허용 사유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 4.2% 순으로 조사되었다. 연령대별 분포로는 20대와 30대에서 허용 사유를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43%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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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폐지운동 포스터 출처 비웨이브

 

낙태죄 폐지, 찬반으로 나뉘다

낙태죄란 앞서 말했듯 1973년 개정된 모자보건법과 함께 시행되는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를 통칭한다. 대표적으로 다수의 여성단체는 여성 자기결정권에 근거해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며 인권보호단체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에 초점을 둬 낙태죄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엇갈리는 두 단체의 입장을 명확히 알아보고자 우리대학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와 낙태반대운동연합의 얘기를 들어봤다.

 

낙태죄 폐지 찬성 –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

우리대학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는 “21세기 현재 낙태죄 폐지는 여성의 생존권과 건강권, 자기결정권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여성의 재생산권리의 일환이며 이것의 획득 여부가 선진사회로의 진입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임신이 여성의 신체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에, 사회·경제적 비용뿐아닌 신체·정신·심리적 부담과 비용을 지는 여성이 정작 임신에 대한 결정권에서 제외된 부조리한 상황의 개선을 요청하는 쟁투의 현장이기도 하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집행되고 있는 낙태죄에 관해선“처벌 대상을 여성과 의사로 한정하고 있는 매우 불평등한 법이다”라고 운을 뗀 뒤, “물론 여성의 인공임신중절에 합의한 남성은 낙태죄가 아닌 교사범관련 처벌 조항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으나, 이는 반대하거나 의사를 표명하지 않으면 처벌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부분 남성이 면죄부를 받고 있음이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낙태죄 폐지는 합법적이고 안전하게 임신중단권을 여성들이 누리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여성들의 인권을 보장함은 물론 위험한 불법 수술로 인한 감염이나 건강 악화 등의 사회적 문제를 막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낙태죄 전면폐지가 어렵다면 모자보건법의 개정을 통해 임신중단권의 부분적 허용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돼야 함을 피력했다.

 

낙태죄 폐지 반대-낙태반대운동연합

비영리기관인 낙태반대운동연합은 “낙태죄는 이미 모자보건법과 같이 특정 상황에 예외를 두고 시행되기에 유지돼야 하며, 생명은 어떤 경우에도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낙태는 엄마 뱃속에서 성장하는 태아를 자연적인 분만 이전에 인위적으로 생명을 종결시키는 행위이며, 모체와 독립된 생명체를 제거하는 행위이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태아의 생명권을 언급하며 “수정되는 순간부터 독립적인 인간생명체가 시작된다”며 서두를 띄운 뒤, “메이요 클리닉의 부장 교수 하이미 고든은 ‘현대 분자 생물학의 모든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인간 생명은 수정의 순간부터 존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나라 낙태 시술의 96%가 임신 12주 이내에 이루어지기에 모자보건법 기간 확대요청의 실상은 제한적 허용이 아니라 무제한 허용이 됨을 피력했다. 더불어 노인의 생명권과 청년의 행복추구권을 충돌시키면 안 되는 것과 같이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도 각자의 가치를 지켜줘야함을 주장했다. 이어 “낙태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려 자해와 자살 충동에 휩싸이는 여성분이 너무나 많다”며 “미혼부 책임법과 히트앤런 방지법 등 남성들의 책임의식이 더 강화돼야 하며 임신, 출산, 육아에 더 개입해 낙태여부를 고민하는 상황을 줄여야 한다” 라고 끝맺었다.

 

낙태죄 폐지 논란,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부에게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낙태율을 탓하기 전에 우리는 어찌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 의심할 필요가 있다. 바로 우리나라 성교육 현실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내용 중 피임 교육 경험 여부와 피임 교육을 어디에서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 결과 피임에 대한 정보나 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가 71.6%였다.반면 28.4%는 피임에 대한 정보나 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3명은 피임에 관한 지식을 얻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어릴 때부터 성교육을 자세히 하지 않는 우리나라 특성상 이는 더 심각하다. 

실제 선진국들은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성을 교육한다. 미국 고등학교의 경우 콘돔과 같은 피임기구가 학교내 무료로 비치된 학교도 있으며, 독일 같은 경우 체위 방법까지 교육하기도 한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송모 학생은 “성교육 강사가 오면 한 반 빼고는 TV로 시청하게 되기에, 다른 반은 질문조차 할 수 없다”며 “성에 대한 자세한 지식은 대부분 인터넷이나 음란물로 접하는 게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한국여성의 평균 초경 나이가 11.98세이므로 초등학교 때부터 유의미한 성교육을 정부 차원에서 시행하는 게 낙태및 성과 관련된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 이다”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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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구 기자  shufsdhd@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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