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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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0원. 내 인생 첫 근로계약서에 명기한 약정 시급이었다. 매일 비릿한 햄버거 패티를 주구장창 구우며, 수십 박스의 감자를 튀기고, 재료를 준비하고, 설거지하고, 쓸고, 닦고를 반복하는 대가로 받는 내 한 시간당 노동력 환산액 4,320원. 이마저도 깎고 또 깎아 가능하면 더 적게 주고 싶었겠지마는, 법적으로 최소한 이만큼은 줘야한대서 눈 딱 감고 주는 셈이었을 거다.고시된 최저임금에서 절대 한 발짝도, 십 원 단위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속 보이는 액수가 아닌가. 4,320원,벌써 5년 전인 2011년의 최저임금이다.
당시 어른들께 어렵게 만원씩 타서 쓰던 난, 내 여가 시간 중 두어 시간만 할애해서 쉽사리 용돈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이런 일자리라도 종사할 수 있음을 참 감사하게도 여겼던 것 같다. 지금이야 영화 한 편 보는데 만원, 제대로 식사 한 번 하는 데 또 만원, 커피 한 잔 오천 원, 교통비도 몇 천 원을 물 쓰듯 써버리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으니, 내 노동으로 생활을 충족하기가 빠듯하다고 여겨지는 생각이 들 때면 최저임금제도에 회의감이 안 들 수가 없는 노릇이다. 여기에 학비, 여타 생활비에 저축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가정이라면, 뭐. 매일 아침 꼭두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기계가 되어도 턱없이 모자라다.
2010년 4,110원. 2011년 4,320원. 2012년 4,580원. 2013년 4,860원. 2014년 5,210원. 2015년 5,580원. 2016년6,030원. 그리고 2017년 6,470원. 최저임금은 급격한 변화 양상을 보이진 못하고 매년 조금씩 올랐다. 하지만 노동력의 가치는 상당 부분에서 여전히 평가절하되고 있으며, 그 인식 또한 예전과 크게 달라지진 못했다. 매일 고단한 현실을 직시하며 배고픈 생계를 이어가는 알바노동자들은 여태껏 부지기수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던 작년 어느 날, 우리는 최저임금위원회의 특별한 제안을 목격한다.
최저임금 1만원
매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 측 위원이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자는 주장을 펼쳤다. 기껏해야 많으면 500원 남짓 올리던 추세에 한 5,000원 가까이 인상하자는 의견이었으니 참 터무니없어 보였을 법하나, 당시 알바노동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엔 또한 충분했으리라.
올해엔 더욱 본격적인 움직임이 포착됐다. 최저임금 1만원 단식 농성을 벌인 알바노조 말이다. 이들은 2017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려놓기 위한 싸움을 벌였다. 최저임금 생활의 어려움을 폭로하고, 경영계와의 첨예한 대립 구도를 틀어놓기 위해 비싼 건물세와 프랜차이즈 수수료를 문제 삼았다. 정계는 진작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 4·13총선에서 점진적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함께했으며, 알바노조의 농성장에는 많은 의원들이 방문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언론에도 연신 보도되며 온 국민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함께 상상하기도 했다.
알바노동자에게는 참 반갑고 희망찬 얘기지만, 고용주에게는 부담스러운 이야기가 아닐까. 임금이 늘면 똑같이 물가가 상승해 오히려 경제가 위축되는 건 아닐까. 이런 저런 의문을 안고 이번 최저임금 투쟁의 주역, 알바노조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2017년 최저임금이 확정되고 단식 농성이 끝난 이후에, 알바노조의 이가현 기획팀장을 만날 수 있었다.
Part 1 : 알바노조, 단체의 의미
Q. 먼저 알바노조에 대한 소개 말씀 부탁드린다.
A. 알바노조는 2013년 1월에 출범한 알바연대라는 시민단체에서 시작한다. 알바노조가 활동을 시작한 건 같은 해 8월이다.지금은 연대와 노조, 두 단체가 공존하고 있다. 주로 알바노조에서 대외적인 활동을 목표로 한다면, 알바연대에서 재정적 지원을 통한 뒷받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주로 지지나 후원을 원하는 분들은 알바연대를, 알바노동자 당사자들은 알바노조를 찾으신다. 각각 약 600명 씩, 총 1,200명에 달하는 인원이 회원으로 함께하고 계신다. 페이스북이나 언론 보도 통해서 오시기도 하고, 노동 상담 받으러 오셨다가 가입하시는 경우도 종종 있다.
Q. 알바연대만으로는 알바노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었는가?
A. 시민단체는 알바노동자 당사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구조가 아니라서 기껏해야 알바 실태를 조사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정도로 그치기 마련이다. 노동조합은 직접 사장과 교섭하는 등 더욱 적극적이고 가까운 곳에서의 활동이 가능하다. 그래서 당시에 노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Q. 본인은 어떻게 알바노조를 알고 오셨나? 함께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A. 대학 다니면서 내 손으로 생활비를 벌어보려고 찾은 알바가 패스트푸드업체 M사였다. 근데 그곳에서 근로계약서를 안 쓰더라. 당시에는 얼핏 근로계약서를 써야 한다고 알고는 있었다. 그러다가 주변 사람이 알바노조를 소개해주셨는데, 처음에는 가볍게 보험 드는 느낌으로 가입했다. 혹시 내가 돈 못 받거나 문제가 생기면, 나를 보호해줄지도 모른다는 심정으로. 또,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땐 노동법에 대한 교육이 전무했다. 알바노조에서 그런 강연도 한다고 해서 찾아가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함께하게 됐다.
Q. 그래서 결국 근로계약서는 썼는지?
A. 다행히 한 달쯤 있다가 쓰긴 했다. 그래도 매번 법적으로 최소한의 것만 지키려고 애쓰는 사측의 옹졸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지금의 법적 최저임금 자체가 타당한 수준인가까지 고민하게 되더라.
Part 2 : 다양한 활동
Q. 알바노조의 큰 골자가 되는 활동은 최저임금 인상 운동인가?
A.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 수가 약 1,800만 명. 그 중에서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노동자 수가 약 1,000만 명 정도다.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당사자는 적은데, 최저임금이 오르면 같이 임금이 오를 거라고 예상되는 인구가 약 1천만 명. 특히 알바의 경우는 다른 고용 형태에 비해 최저임금만 받고 일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인 것처럼 여겨지곤 한다. 아무래도 그래서 알바노조는 최저임금 문제가 다른 문제들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해고, 매년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시기인 6월에 가장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Q. 여타 활동은 어떤 것이 있는지?
A. 최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많다. 임금 문제 외에도 꾸미기 노동 등으로 여성이 숱한 압박을 받고 있기도 하고. 실제로 노동 문제가 여성주의 문제와 맞닿은 부분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연사를 모셔서 강연을 열기도 하고, 여성노동 인권캠프를 주최하기도 하는 등 여성주의 문제에도 적극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C사를 비롯한 대형 영화관 알바의 용모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고. 독서실 알바의 임금 문제와 같은, 알바 부당 처우에 함께 진정을 넣기도 하고 있다. 필요하면 노동 상담을 제공하기도 한다.
Part 3 : 최저임금 인상 운동
Q. 활동 범주가 다양하다. 그간 활동하면서 체감한 의미 있는 변화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몇 가지만 소개 부탁드린다.
A. 알바노조는 2013년에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알바노동자들의 단체교섭을 맺었다. 구체적으로도 다양한 사례가 있다. 임금체불에 항의하고 근무 중 의자에 앉게 해 줄 것을 요구한 패션 악세사리 판매업체 R사 알바노동자가 당돌하다며 사장에게 해고당한 일이 있었는데, 여기 문제를 제기해 해당 알바노동자를 복직시킨 일도 있었다. 일하다가 뜨거운 물을 쏟아서 심한 화상을 입었던 카페 프랜차이즈 E사 알바노동자가 산재처리도 못 받고 해고당할 지경에 이르러, 같이 문제를 제기했던 적도 있다.
Q. 최저임금 인상 운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A. 처음 얘기가 나온 건 2012년 겨울이었다. 한번은 홍대 같은 번화가를 중심으로 알바노동자 실태 조사를 돌았는데, 시급이 낮은데 그마저도 제대로 못 받는 등 부당한 사례가 너무 많았다. 그때 나왔던 설문 결과 중에 임금이 너무 낮다는 답변이 특히 많아서, 2013년부터 최저임금 1만원을 얘기하게 됐다.
Q. 근데 왜 하필 1만원이었나?
A. 민주노총에서 조사한 35세 미만 단신 근로자 한 달 생계비가 200만원 정도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2015년에 미혼 단신 노동자의 한 달 생계비를 155만원으로 추산했다. 2016년 최저임금이 월급 기준 126만원 정도 되는데, 턱 없이 모자라다. 시급 1만원으로 법정근로시간만큼 근무했을 때, 세전 월급이 209만원 정도 된다. 그마저도 4대 보험료랑 소득세 빼면170만원 정도. 먹고 살려면 이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기본적인 인권 보장 측면에서 최저임금 1만원을 얘기하게 됐다.
Q. 실현 가능성을 내다본 계획이었나? 기존의 인상률로는 턱도 없는 걸 알고 계시기에 더 고민이 컸을 것 같은데.
A. 1만원을 처음 얘기했을 당시 최저임금이 4,860원이었으니까, 두 배 이상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정부나 사용자 측뿐만 아니라, 같은 노동계나 시민 사회에서도 1만원은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이뤄질 수 없을 것만 같았는데, 꾸준히 활동하면서 만원 주장이 충분히 받아들여지고 있다. 2015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 위원들이 최저임금 1만원을 내세우기도 했고, 민주노총에서 최저임금 1만원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올 총선에는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 노동당 등 여러 정당에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올리기도 했다. 홍영표 환노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그 밖에도 국회의원 이삼십 명이 우리 운동에 공감하고 힘을 보태주시러 국회 앞 농성장을 찾아주시기도 했다.
Q. 요즘 와서야 최저임금 1만원이 정치적 의제로 떠올랐지만, 지지층이 적었던 초창기에는 외로운 싸움이었을 것 같다.
A.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다. 다만 1만원이라는 금액이 당시 가장 선명한 요구기도 했고, 항상 앞서서 주장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싸웠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비슷한 운동이 많다. 미국 최저임금이 7.25달러 정돈데, 거의 두 배로 올리자는 15달러 운동이 성행하고 있다. 그런 걸 보면서 외로움 달래고, 기운 내고 그랬다. 아, 우리만 하고 있는 건 아니구나.
Part 4 : 최저임금 인상과 그 우려
Q. 특히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에 여러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당장 최저임금 인상하면 고용 환경이 불안정해져서, 영세 자영업자들 굶어죽을 거라는 표현을 자주 접한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
A. 최저임금이 올라서 고용이 감소했다는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분석한 조사나 논문은 없다. 경영계, 특히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도 최저임금 올리면 소비가 늘 거라는 얘기에는 공감한다. ‘소비가 늘긴 하겠지만, 그 전까지 자영업자들이 오르는 임금 감당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반대한다는 논리다. 그래서 알바노조는, 그 사람들에 대한 일시적인 지원 대책은 정부 차원에서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니냐고 설득하고 있다. 우리끼린 오히려 더욱 근본적인 문제인 임대료와 수수료를 얘기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Q. 임대료와 수수료 문제를 함께 논의하며 해결하자는 건가?
A. 자영업자들이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건물주나 본사가 자영업자보다 더 힘이 세기 때문이다. 임대료 낮춰달라고 하면 쫓겨나기 일쑤고, 프랜차이즈 계약에 불만을 표할 수도 없고. 그들에게 대항할 수 없으니까 더 약자인 알바들의 인건비를 줄여나가려는 구조다. 그럴수록 알바노동자랑 점주가 함께 힘을 합쳐서 보다 강자의 위치에 있는 건물주나 본사에 항의해야 한다. 그래야 같이 상생할 수 있다. 노동자를 고용하는 형태의 자영업도 일반 자영업보단 프랜차이즈에서 월등히 많다. 프랜차이즈가 대형 사업장이 많고,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니까. 그러니 본사에서도 어느 정도 인건비를 부담해야 하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도 해볼 수 있다.
Q. 그럼 이 임대료와 수수료는 어떻게 낮출 수 있을까? 또, 얼마나 낮춰야 할까? 구체적인 목표나 수치가 있는지 궁금하다.
A. 5월 1일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는가? 노동절. 근로자의 날이다. 우리는 2014년부터 그날을 알바데이라고 부르고, 알바노동자들끼리 모이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처음 했을 때부터 “임대료를 낮춰라. 로열티를 낮춰라.”를 구호로 꾸준히 외치고 있다. 또, 자영업자들이 모인 단체인 맘상모(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 모임)와 연대해서 같이 ‘최저임금 1만원’과 ‘임대료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맘상모와 간담회를 열고 있기도 하고. 구체적인 수치는 얘기된 바가 없다. 사실 맘상모는 당장 임대료를 낮추는 것보다 올리지 않는 걸 먼저 바라는 상황이다. 임대료 올려서 갑자기 내쫓기는 경우도 굉장히 많은 탓이다.
Q. 자영업자들이 숨통 트인다고 해도, 최저임금 인상에 협조할까도 약간 의문이긴 하다. 지금의 경영계-노동계의 대립 구도가 협력적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A. 우리는 최저임금 문제가 단순히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자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구조를 바꾸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임대료나 수수료 문제도 그렇고, 여러 사회 문제를 복합적으로 해결하면서 최저임금 문제도 나아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맘상모나 여성주의, 성소수자 단체들과 연대해 함께 목소리를 내고 활동하는 것도, 최저임금 문제를 그 자체만이 아니라 다른 사회 문제들과 함께하기 위함이다.
Q. 최저임금 인상이 상품 원가와 판매 가격을 차례로 올려 소비자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면, 실질적인 구매력이 나아지지 못할 거라는 얘기도 들어봤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임금 인상을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A. 물가란 건 지금도 올라가고 있다. 그게 꼭 최저임금과 비례하는 게 아니다. 물가가 상승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임금을 올려야지, 물가만큼의 임금만 올라가면 그게 더 문제가 아닌가 싶다. 실제로 미국의 일부 지역에선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린 사례가 있는데, 오히려 소비가 크게 늘어서 고용도 활발해졌다. 사람들이 돈이 더 생기니까 소비가 또다시 늘어나기도 하고.
Part 5 : 불합리한 최저임금 결정
Q. 그럼에도 2017년도 최저임금은 고작 440원(7%) 인상된 6,470원에 그쳤다. 총선에서 여야가 내놓은 인상안에도 턱없이 모자라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A. 알바노조가 이번에 국회 앞에서 단식을 했다. 지금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이 최저임금위원회로는 제대로 된 최저임금 인상이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영계-노동계가 의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있으면, 거의 정부 측이 최저임금을 정하다시피 한다. 지금 구조로는 오히려 당사자 의견이 반영 안 되니, 차라리 국민이 뽑는 국회에서 결정해야 국민의 의견이 들어가는 게 아닌가 싶다. 홍영표 환노위원장은 이번에 10% 인상 안 되면 최저임금 전면적 무효를 선언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딱히……. 노동계 위원들만 사퇴를 했더라.
Q.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 과정이 당사자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한다는 건가? 그렇다면 정부가 나서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면 되지 않을까?
A. 지금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가 임명하는 공익위원 9명, 경총이나 이런 경영계의 대표인 사용자위원 9명, 민주노총 한국노총 이런 노동계의 대표 근로자위원 9명. 총 27명이 회의해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다. 사실 이 제도가 처음에는 어쨌든 노동계 당사자가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의미가 있었다. 근데 막상 회의 진행되는 걸 보면, 항상 경영계는 동결, 노동계는 인상을 얘기하다가, 둘이 파행을 하고, 한 쪽이 나가고. 그럼 정부가 결정하는 게 된다. 거의 정부가 캐스팅보트니까, 거기서 결정을 하는데. 정부는 최저임금 올리면 기업들의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으니까, 올릴 의지가 거의 없고 사용자 편에 서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대학 교수, 고위 관료 출신의 공익위원은 노동계의 실제적 당사자들과는 거리가 머니까, 최저임금 문제를 절실히 느끼지도 못한다.
Q. 지금 상황에서, 최저임금 1만원 언제 실현될 수 있을까?
A. 지금 인상률대로 올리면, 2022년에서 2024년 사이? 최대한 앞당길 수 있게 해야겠다. 조금 조금씩 변화하고 있으니까,빠른 시일 내에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Q. 내년에도 최저임금 1만원을 목표로 운동을 이어나갈 예정인지 궁금하다. 올해의 안타까운 결과를 만회할 새로운 기획을 준비하고 있는지?
A. 최저임금 국회단식농성을 끝내면서 위원장이 조합원들 대상으로 글을 하나 올렸다. 내년 5월 1일, 최저임금 결정되는 6월에 알바들의 파업을 하자는 내용의 글이다. 내년엔 그런 걸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일하고 있는 알바들이 그날 하루 파업을 선언하면서 하루 일을 쉬고, 그걸 지지하는 시민들이 함께 거리로 나서고. 맘상모랑도 꾸준히 연대할 계획이다. 맘상모 자영업자 분들께 노동법 교육 자리를 마련해드리고, 서로 교류하고. 활동가 분을 초청해서 우리도 교육을 듣고, 그런 기회를 만들려고 한다.
Part 6 : 그 밖의 문제들
Q. 노동법 숙지도 정말 중요하겠다. 특히 지금도 많은 알바노동자들은 그 낮은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못 받는 열악한 대우를 견디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동시에 꾸준히 늘어나는 ‘최저임금 미준수율’, 대책이나 해결 방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최저임금이 올라서 미준수율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았을 시 거의 이뤄지지 않는 처벌 실태가 가장 큰 원인이다. 임금 체불 당했다고 해도, 밀린 돈만 받고 고소 취하하라고 근로감독관이 직접 얘기하는 경우가 다분할 정도니까. 법적으로 최저임금을 못 받은 게 3년이 지나지 않았으면 나머지 못 받은 거 다 받을 수 있고, 업주도 처벌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근데 시행을 거의 안 한다. 처벌 받는 비율이 신고 건수 대비 1~2% 정도. 등록 안 된 사건들까지 합치면 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면 정부가 직접 최저임금 위반하는 사업장에 처벌하든 계도를 시키든 특단의 방법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전반적인 인식도 개선이 되어야 하고.
Q.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다양하게 책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
A. 그건 반대한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이것만큼은 지켜달라는 거다. 모든 알바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법적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제조업이나 공장 알바, 택배상하차 같은 노동 강도가 더 센 특정 업종에 대해서는 자율적으로 더 많은 돈을 주면 된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일 뿐인데, 무조건 ‘그것만’ 주려는 인식이 강해서 문제다.
Part 7 : 맺음말
Q. 앞으로 알바노조가 나아갈 향방이나 계획은?
A. 하반기 때는, 근로감독관 확충 문제. 우리나라는 근로감독관 수가 굉장히 부족해서, 이 사람들이 여력이 안 되니까 제대로 사건 처리를 못한다. 특히나 알바 관련하면 워낙 소액 사건들이 많다보니까. 제대로 처리를 안 해준다. 소액 사건만을 담당하는 근로감독관을 만들라는 얘기도 꾸준히 할 생각이다. 앞서 말했던 여성 알바노동자들의 외모 꾸미기 노동이나 부당 처우에 대한 문제 제기, 노동 상담, 세미나 주최 등 다양하다.
Q. 마지막으로 수많은 알바노동자들께 격려나 조언 한마디 부탁드린다.
A. 알바를 하다가 해고를 두 번 당해봤다. 한 번은 베이커리 전문업체 P사에서 빵 만드는 일을 했는데, 갑자기 빵이 안 팔린다고. 원래 겨울에 도넛을 두 봉지 튀겨야 되는데 사람들이 안 사서 한 봉지만 튀긴다. 그러니까 이번 주까지만 나오라고 하더라. 또 한 번은 패스트푸드업체 M사였다. 미국에서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이 파업을 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그걸 지지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는데, 거기 참석해서 발언을 했다. 그게 사진이 찍히고, 본사에서 알게 되고, 점장님이 따로 불렀고, 잘렸다.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잘렸으니까 똥 밟았다 생각하고 다른 데 가서 일해야지 했다. 근데 그때 같이 알바노조 하셨던 분들이랑 평소에 최저임금만 받고 일하는 게 너무 부당한데, 좀 바꿔야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하게 된 거다. 또, 얘기하는 것만큼이나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그 행동으로써 가장 처음 할 수 있는 게, 바로 네 주변부터. 네가 놓인 상황부터 바꿔야하지 않겠냐. 네가 여기서 다른 알바를 구해도, 그 알바도 어차피 똑같이 근로계약서 안 쓰고, 수당 못 받거나, 최저임금만 받거나 그러지 않겠냐. 차라리 네가 여기서 조금씩 바꾸는 게 좋지 않겠냐. 그런 얘기를 하다 보니, M사를 상대로 싸워봐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
알바를 하다보면 고립감이 크다. 그럴 때 부당한 일을 당하면 막상 도움을 청할 곳도 마땅히 없다. 그럴 때 알바노조가 있다.부당한 일 당하면 언제나 연락 달라. 함께해줄 수 있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다 있으니까. 혼자가 아니다!
온갖 덕의 원천, 노동
노동을 소중하게 여겨라. 노동의 빛은 아름답다.
노동은 온갖 덕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은 각 주마다 최저임금이 다른데, 연방정부 차원에서 그 하한선을 정해 놓는 구조다. 올해 미국 연방정부 최저임금은 약7.25달러 정도다. 그런데 지난 2012년부터는 뉴욕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15달러 운동이 벌어졌다. 처음엔 어려울 것만 같았던 이 운동은 수년이 흐른 지금, 몇몇 대도시와 뉴욕 주 등 일부 지자체에서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는 파격적인 결과를 얻어내며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15달러 운동의 결과는 노동력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 없이는 일궈내지 못했을 쾌거다. 이제는 노동 계약을 단순한 일차적 등가 교환으로 보는 틀에서 벗어나, 노동력 상품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인격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삶을 존중하는 생각이 우선시돼야 한다. 최소한의 생계비는 곧 노동력 상품의 재생산 비용이다. 따라서 맹목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저지하려는 태도나 현행 최저임금마저도 경시하는 인식은, 노동자에 대한 인격적 모독일 뿐 아니라 노동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면 노동 환경은 불안정해지고 노동 시장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당장 최저임금 1만원이 실현되기에는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부분이 남아있지만, 점진적으로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또한 사법적, 인식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모든 노동자의 생계에 어려움이 없도록 변모해나갔으면 한다.
편집위원 신영빈 syb07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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