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 미디어 교내 건대신문,학원방송국,영자신문에서 발행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열람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본 게시판에 올라오는 모든 게시글에 대해 무단 복제 및 전제를 금합니다. 전체 건대신문 672 KU ABS 55 KU 영자신문 102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건대신문 김동윤 교수, “제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새로운 인간형의 시대다” 연구실에서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동윤 교수 (사진 이용우 기자) 영화 <her>에서 테오도르는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스칼렛 요한슨)를 만나게 된다. 그는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이해해주는 사만다에게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테오도르만의 소울메이트인 줄 알았던 사만다는 그 이외에 8,136명과 동시에 이야기하고 있었으며, 그 중 631명의 사람과 사랑에 빠져있었다. 학자들은 실제 머지않아 인간이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제 4차 산업혁명’이란 주제는 요즘 우리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다. 우리대학 김동윤(문과대·문화콘텐츠)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제 4차 산업혁명과 인간학적 지평'이라는 연구프로젝트의 책임연구원이다. 그는 지난 겨울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위 프로젝트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고 돌아왔다. <건대신문>에서는 김 교수를 만나 ‘제 4차 산업혁명’을 바라보는 그의 인문학적인 시선을 담았다. ‘제 4차 산업혁명’이 대체 무엇인가? 제 1차 산업혁명은 18세기 후반 증기기관의 발명, 제 2차 산업혁명은 19세기 후반 전기의 발명, 제 3차 산업혁명은 1970년대 컴퓨터의 발명 및 1990년대 인터넷 보급이었다. 최근 *다보스 포럼으로 통해 ‘제 4차 산업혁명’이 주목받고 있다. 제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 바이오테크, 유전자 테크놀로지(특히 나노 테크놀로지)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제작한 감성로봇 ‘페퍼’는 로봇에 인공지능을 탑재한 것이다. 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가 있다. ‘인공지능’은 문자 그대로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기계적인 지능을 의미한다. 인간의 두뇌와 지능이 일종의 기계이고 컴퓨터처럼 작동한다면,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의 개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물인터넷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을 말한다. 인간, 생명체, 자연 등 물리적인 것이 인터넷과 연결될 수 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강, 호수, 새와 같은 자연적인 요소에도 인터넷을 장착하는 것이다. 빅테이터는 사람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분석한 자료를 특정한 이유나 상업적인 목적으로 재가공하는 것을 말한다. 빅데이터는 항공, 우주, 인간게놈 등 특정 분야에 한정되어 있었으나 현재는 실생활에서 널리 쓰인다. 이외에 나노기술, 바이오기술 등을 핵심 기술로 언급할 수 있다. ‘제 4차 산업혁명과 인간학적 지평’에서 ‘인간학적 지평’은 무엇인가? 제 4차 산업혁명이 ‘인문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를 고민한다. 트랜스휴머니즘이 핵심이다. 트랜스휴머니즘은 인류가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진화로 인한 생물학적 운명이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미래엔 지금까지와 다른 인간이 나타날 수 있다. 지금까지 인류가 공들여서 만들어온 문명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세상을 만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때가 올 것이다. 지금까지의 문명은 전쟁, 기아 등 부정적인 요소들이 많았다. 하지만 로봇엔 부정적인 점을 넣지 않고, 긍정적인 면모만 집어넣는다. 또한 미래엔 유전자 기술을 이용해 우생학적으로 우수한 종족과 그렇지 않은 종족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인간이란 무엇인지 재정의해야 하는 것이다. 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떠한 가치들이 중요해지는가? 돌봄, 환대, 나눔, 따뜻함, 호기심, 이타심 등 감성적 가치들이 중요해질 것이다. 로봇과 살아갈 수 있지만, 한편으론 사람들은 인간과의 대면을 그리워할 것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욕망은 상징적인 차원에 있다”고 말했다. 인간만이 사랑, 시적인 것, 경이로움, 거룩함, 성스러움 등과 같은 상징적인 차원을 이해한다. 로봇이 감흥을 흉내낼 순 있겠지만, 그것은 로봇에게 내재된 것이 아니다. 학습된 것에 불과하다. 또한 환경 및 생태 문제가 중요해질 것이다. 제 4차 산업혁명이 꽃피기도 전에 환경오염과 기후 변화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우리대학도 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문과 계열 단과대 구조개편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제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인식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대학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민주적인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어떻게 수호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술과 자본 중심의 사회로 맹목적으로 흘러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기술의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인문학이다. 인간 사회를 자유롭고 행복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윤리적 가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인문학 또한 세상의 흐름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인문학의 길은 갈수록 좁아질 것이다. 정치인들과 사업가들이 ‘제 4차 산업혁명’을 이용해 정치·경제적 이익을 얻으려한다는 비판이 있다. 정치인들과 사업가들의 상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여러 가지 것들이 “복합적으로 결합”한다는 것이다. 이 변화는 근본적이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제 4차 산업혁명이 정치인들의 유행어나 표심을 잡기 위한 구호로 이용되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 정치인들에겐 시대의 변화에 대한 깊은 이해, 철학, 인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는 제 4차 산업혁명을 이용하는 정치인을 투표를 통해 걸러낼 수 있다. 우리는 기술의 변화, 혁명, 발전에 주목해야 하고 그것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고기술을 가진 자와 저기술을 가진 자 사이의 사회적 불평등,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면서 일어나는 노동시장의 붕괴 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한 대안이 있는가? 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 기술발전으로 인한 이익의 분배가 더 중요해진다. 자본이 있는 자만 기술의 풍요를 누리는 사회가 되선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고기술과 거대 자본을 소유한 기업들을 대하는 기업 정책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교육에 주목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나타났을 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기관 또한 꼭 대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에서 평생 교육 개념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대학의 협업이 필요하다. 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들이 언제쯤 상용화 될 수 있는 건가? 머지않은 장래에 상용화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러한 변화에 걸맞은 법제도 및 가치관의 정립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일부 주에선 자율 주행 자동차를 사용하고 있다. 일본에선 로봇이 널리 쓰인다. 일부 공원, 테마파크 등에선 로봇이 티켓을 판매한다. 세계경제포럼 논문에는 2025년엔 10%의 인구가 인터넷이 연결된 안경을 쓸 것이라고 언급했다. 10년 후면 미국 도로를 달리는 차들 가운데 10%가 자율주행 자동차가 될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이 기업 감사의 30%를 수행할 것이다. 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갈 우리대학 학우들이 준비해야할 것은 무엇인가? 과학기술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기술변화가 우리 문화와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나의 일자리,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 사무적인 일은 없어질 것이다. 자동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형태의 노동이 사라지고, 여가 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 일을 하지 않는 미래에 대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의 문제 또한 생각해봐야 한다. *다보스 포럼 : 전 세계 각국의 정계, 관계, 재계 유력인사와 언론인, 경제학자 등이 세계 경제의 현안과 경제 문제에 대한 각종 해법 등을 함께 논의하기 위해 1971년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 클라우스 슈밥이 창립한 포럼이다. 유동화 기자 donghwa42@konkuk.ac.kr 건대신문 [문화상]소설부문 당선작-<영원의 순간> 영원은 글라스를 닦다 말고 담배 생각이 간절해졌다. 담배 자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흐릿하게 퍼지는 담배 연기가 좋아 아직도 끊지 못했다. 여자가 뭔 담배냐는 핀잔도, 멘솔이 무슨 담배냐는 놀림도 영원은 굴하지 않았다. 이대로 가게 문을 닫아버릴까 생각하다가 바깥에 있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는 사실에 곱게 마음을 접었다. 애플 마티니 하나랑 아디오스 하나요. 밀려오는 주문에 잔을 내려놓고 셰이커를 집어 들었다. 더더욱 담배 생각이 간절해졌지만, 나갈 시간은 손톱 끝만큼도 없었다. 우현이 도와주고 있는 데도 바빴다. 정신이 빠져나갈 것만 같았다. 우현이 바에 주문서를 한 번 더 밀어 넣었다. 덩달아 영원의 손길이 빨라졌다. 흔들흔들. 셰이커가 흔들릴 때마다 영원의 시야도 흔들흔들 거렸다. 영원은 종종 이럴 때마다, 셰이커가 흔들릴 때 세상도 같이 흔들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많이 바쁘죠. 우현이 파란 칵테일이 찰랑이는 잔을 들고 얼굴을 들이 밀었다. 머리카락 끝은 살짝 젖어 있었다. 영원은 낯선 사람을 보는 얼굴로 우현을 바라보았다. 노란 핀 조명 아래에서 빛나던 금색 머리카락이 아직도 생생했다. 건반 위에서 달려 나가던 긴 손가락이 아는 사람의 손이 맞나, 의문이 생겼다. 영원은 갑자기 눈이 쓰라렸다. 눈이 부신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눈을 감은 채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핸드폰이 11시를 알리며 울었다. 아직도 바깥은 깜깜했고 사람은 북적였다. 마감은 세 시간이나 남았다. 영원은 급격하게 몰려오는 피로감에 셰이커를 내려놓았다. 탁, 하고 거품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우연, 이름이 이우연이에요? 아르바이트생을 뽑는 게 처음도 아닌데, 이렇게 흐릿한 이력서를 가져오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잉크가 부족했던 건지 글씨는 잘 보이지 않았고 사진은 얼굴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짓뭉개져있었다. 본인이 직접 가져오지 않았더라면 바로 버려버렸을 만큼 상태는 심각했다. 아뇨. 우현, 이 우현이요. 영원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우현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으면 안 될 것을 물었나, 머쓱해하면서 눈으로 천천히 살펴봤다. 끝부분이 갈라져 노랗게 물든 밝은 갈색 머리카락부터 잔뜩 굳어있는 손끝까지. 하얗게 튼 손끝이 영원의 눈에 들어왔다. 단단하게 굳은살이 박혀있는 손가락에서 문득 유화 물감 냄새가 났다. 혹시 그림 좋아해요? 아무 생각 없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을 입 밖으로 내뱉어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면접에서 나올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상대방이 경영학과이면 더욱이나. 꼭 작업 거는 것도 아니고. 영원은 순간 창피해졌지만 조금 뻔뻔하게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다잡았다. 아뇨? 생뚱맞은 질문에 우현도 당황했는지, 말끝이 조금 올라가 의문형이 되어버렸다. 그런 건 왜 묻나요, 하는 순수한 20대의 얼굴을 보면서 영원은 이상하게 안도했다. 이력서를 반으로 접어 파일 안에 곱게 끼워 넣었다. 무언가를 더 묻거나 설명하지 않고 최대한 빨리 출근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급한 일은 아니었지만 영원은 우현이 마음에 들었다. 이보다 더 좋은 사람이 오지 않을 거라는 되지도 않는 확신으로 자신을 설득하면서까지 영원은 우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끝만 노란 갈색 머리도, 하얀 손끝을 자꾸만 만지작거리는 손동작도, 어색한 20대의 눈빛도. Stay there, soft and blue. 전체 반복을 눌러 놓은 팝송 100선 중 한 곡이 익숙하게 귀를 스쳤다. 검은 앞치마를 허리에 두르고 계산대에 서 있는 우현은 영원의 생각대로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메뉴 이름을 외우는 데만 일주일이 걸렸다. 평일 내내 나오는 것치곤 오래 걸리는 거지. 영원의 놀림에 우현은 눈을 아래로 내리며 죄송해요, 하고 웃었다. 노란 머리는 점점 갈색 머리끝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커피 좋아해? 아, 네. 우현이 차가운 라테를 홀짝였다. 일회용 잔 겉에 매달려있던 물방울이 주르륵 흘렀다. 우현은 손을 앞치마에 쓱쓱 문질러 닦았다. 그리고 한 모금 더 마셨다. 슬그머니 가까워지는 눈썹 사이가 우현의 말이 귀여운 거짓말임을 보여줬지만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카페 모카와 카페 라테를 구분하지 못하는 시점에서 이미 우현이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영원은 그래도 그 점 또한, 우현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어색하지만 노력하는 밝은 아르바이트생. 펍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카페에는 그럭저럭 잘 어울렸다. 카페가 특이하네요. 영원이 가게 문을 열고 가장 많이들은 말 중 하나였다. 영원의 가게는 누군가에게는 카페였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펍이었다. 낡은 흑백사진들이 벽을 어지럽게 장식하고 있었고, 구석에는 불이 꺼진 네온 장식도 있었다. 낮에는 나뭇잎과 꽃잎에 가려지다가도 밤이 되면 조명과 낡은 사진들은 어둠속에서 반짝였다. 노래는 보통 80년대부터 00년대까지의 팝송들이 대다수였는데, 그게 묘한 매력이라고 누군가는 말했다. 그곳에 있으면 꼭, 옛날 속에 있는 것 같아요. 그 영화 아나요? 미드나잇 인 파리. 그 영화 진짜 재밌는데. 영원은 그 말을 하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도저히 기억할 수 없었다. 그냥 누군가 그런 말을 했고, 가끔 손님들이 카페, 혹은 펍이 특이하네요, 하고 말을 걸어올 때 그 말을 그대로 들려주곤 했다. 특이하다고 어딘가에 소문이라도 난 건지 종종 커다란 카메라를 손에 든 사람들이 다녀가곤 했다. 카메라는 흐르는 음악과 커피 향을 뚫고 철커덩, 묵직한 소리를 바닥에 내뱉었다. 영원은 그 때만큼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편안하던 카페도 순식간에 불편해졌다. 바닥의 나무 무늬가 영원의 눈앞에 어지러웠다. 세상이 빙글 돌았다. 바닥만큼은 대리석으로 할 걸 그랬어. 종종 조용히 중얼거렸다. 처음 문을 열 때까지만 해도 그냥 평범한 카페를 생각하고 있었다. 길거리에 흔하게 있는 두어 개의 카페처럼 무난한 나무문을 걸고 나무 탁자를 들여놓고 푹신한 소파와 각진 의자 몇 개를 늘여놓고. 그 계획이 바뀐 건 순전히 사월의 탓이었다. 카페를 차릴 거야. 통장 정리를 하던 영원이 펜을 내려놓고 오늘 날씨 참 좋지, 하는 말투로 흘리듯 이야기를 꺼냈다. 햇빛에 사월의 긴 머리가 반짝이고 있을 때였다. 흐르듯 바닥을 향하는 머리카락은 종종 열린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에 흩날리기도 했다. 사월은 신경도 쓰지 않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당근을 썰고 있었다. 통통통. 경쾌한 소리에 사월의 노래 소리가 섞여 들어갔다. 요리하는 사월의 손끝은 노랗게 물들어있었다. 영원은 머릿속에서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숫자들을 끌어안고 하얀 종이에 옮겨 담았다. 따뜻한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사월이 웃으며 말했다. 다 썰어진 당근은 프라이팬 위에서 밥과 함께 볶아졌다. 잘게 부딪히는 빗소리가 났다. 순간 바깥을 바라보았다. 아직 해질녘도 되지 않은 낮이었다. 영원은 한가한 시간을 사진으로 담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 떠올렸다. I don't know who you are, Henry……. But I dream about you almost every night. 사월과 영원의 사이로 여자주인공의 말이 스쳐 지나갔다. 빗소리는 어느새 그쳐있었다. 사월은 분홍빛의 꽃이 그려진 그릇 위에 예쁘게 볶음밥을 담고 있었다. 그냥 대충 먹지. 예쁜 밥이 더 먹기도 좋은 법이야. 빨리 이리 와. 밥 먹자. 영원은 통장과 노트를 덮고 사월에게 다가갔다. 연한 물감 향기가 났다. 그리고 영원은 바로 다음날 부동산을 알아보았고, 또 그 다음 날 인테리어 업자를 찾아갔다. 따뜻한 색이었으면 좋겠어요. 뜬구름 잡는 영원의 말에 업자의 얼굴이 난감하게 웃었다. 아, 예쁘면 더 좋고요. 덧붙인 영원의 말에 웃음은 더 짙어졌다. 무슨 색이라고요? 따듯하고 편안한 색이요. 업자는 따뜻하고, 에 힘을 주는 영원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곤 ‘따듯’에 동그라미까지 쳤다. 톡톡 책상을 연필로 두드리는 모습이 생각에 잠긴 듯 했다. 점점 속도가 빨라졌다가 톡, 톡, 톡, 으로 다시 느려지고 있었다. 끝내 아예 움직임을 멈추고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이번엔 반대 손으로 책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툭, 툭. 아까보다 더 무거운 소리였다. 영원은 굵은 손가락 끝을 바라보다가 한 번 더 힘주어 말했다. 따듯한 색이면 아무거나 괜찮아요. 따듯하고 편안한 공간. 햇빛이 많이 들어오는 공간. 영원은 뭉개진 이미지를 떠올리고 있었다. 업자는 머리를 몇 번 긁더니 커다란 책자를 가지고 돌아왔다. 안에는 다양한 가게들의 사진이 늘어져 있었다. 모델 하우스 같이 예쁘게 찍힌 사진들은 온기는 한 점도 없었다. 영원은 엇비슷한 공간에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다양한 이름들을 눈으로 훑기만 했다. 모던, 심플, 블랙 앤 화이트. 주르륵 다음 장으로, 다음 장으로 향하던 영원의 눈에 나무가 잔뜩 있는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커다란 나무 사이에서 잠자듯 놓여있던 피아노 사진이 떠올랐다. 사월이 보던 만화의 한 장면이었다. 자신을 연주할 사람을 기다리고 있던 낡고 검은 피아노. 젖은 소리로 울던 피아노, 소리가 난다고 소리치던 더벅머리의 아이. 그 장면이 왜 떠올랐는지는 모를 일이다. 이걸로 할게요. 이걸로요? 업자는 갑자기 마음을 정한 영원이 의외라는 듯 손끝을 바라보았다. 관리하기 힘드실 텐데요. 상관없어요. 업자는 조심스레 사진을 꺼내 영원에게 내밀었다. 영원은 바로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 사월에게 사진을 전송하곤 다시 사진을 업자의 손에 돌려보냈다. 매장 이름은 생각해 보셨어요? 아니요. 영원은 아차, 하는 얼굴로 대답했다. 업자는 한숨을 내쉬며 영원을 돌려보냈다. 아니, 이름도 생각 안 해보셨어요? 마지막에는 난감한 얼굴을 넘어서 한숨까지 내쉬었다. 다음번에 오실 때에는 좀 더 생각해 보시고 오세요. 그대로 쫓겨난 영원의 핸드폰엔 사월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예쁘네! 영원은 그치, 딱 이 정도가 좋아, 하고 사월에게 웃는 이모티콘을 한 아름 보냈다. 그래서, 어떤 메뉴가 제일 맛있어요? 우현이 불쑥 영원에게 물었다. 영원은 조심스레 케첩을 짜다말고 메뉴판을 들었다. 영어와 한글이 엉망진창으로 뒤섞인 메뉴판에는 그림 하나 없었다. 사실 카페 겸 펍이라고 해도 메뉴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주방 직원이라곤 한 명 밖에 없었고, 주방장이자 그냥 직원인 그 사람이 쉬는 날에는 영원이 직접 만들었다. 그리고 영원은 썩 좋은 요리사는 아니었다. 제일 많이 나가는 건 나초에 치즈. 아니면 칠리소스. 혹은 감자튀김. 감자튀김을 만들 때면 영원은 그 옆에 최대한 작게, 많은 양의 케첩을 짜냈다. 뾰족한 세모 모양으로 케첩을 쌓다보면 가끔 주르륵 옆으로 흐를 때도 있었다. 제일 덜 나가는 메뉴는 동그란 닭튀김이었다. 아예 안 나가는 편은 아니지만 다른 메뉴에 비하면 열 번 중 한 번에 불과했다. 감자를 튀기건 고기를 튀기건, 전부 똑같은 사람의 손에서 똑같은 기름을 써서 똑같이 만든 음식이라 다를 건 하나도 없었다. 차이점이라곤 감자와 고기라는 점뿐이었다. 뭐가 더 맛있는지는 주인인 영원도 몰랐다. 샐러드가 제일 맛있을 것 같아요. 치킨 샐러드. 애매한 메뉴였다. 가장 중간쯤의 가격에 가장 중간쯤의 판매량. 영원은 딱 그만큼 애매하게 웃었다. 반면 우현의 입 꼬리는 저 위로 올라갔다. 올라갔을 것이다. 목소리가 그랬다. 주방의 환한 불빛에 바 건너편의 우현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슬슬 해가 저물고 있었다. 점차 길어지고 있는 해는 건너편 빌딩 너머에서 아슬아슬하게 얼굴을 내비추고 있었다. 오늘 공연 팀은 언제 온대요? 글쎄. 그건 가누가 알 텐데. 영원의 펍에서는 한 달에 단 한 번 무료로 라이브 공연을 열었다. 호스트는 영원이었지만 실질적인 호스트는 하우스 밴드 멤버인 가누였다. 능력 좋게도 가누는 매번 다른 가수들을 섭외해왔다. 사진을 찍는 카메라도, 소리를 담을 녹음기도 없는 공간에서 공연을 한 가수들이 벌써 열 손가락을 두 번 접었다 펴도 모자랄 정도로 많았다. 낡은 흑백 포스터와 사진 사이에서 그들은 오래된 노래를 불렀다. 시계를 보니 벌써 여섯시 반이었다. 여덟시가 공연 시작이었는데 아직도 가누에게서 연락이 없었다. 너는 오늘도 공연 보고 가려고? 공연이 있는 날, 우현은 그 날들만큼은 일이 끝나도 가지 않고 공연을 보곤 했다. 그럴 때마다 영원은 칵테일을 하나씩 가져다주었다. 종류는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그래도 최대한 겹치지 않게 영원 나름대로 배려를 해주기도 했다. 다만 한 달에 한 번 뿐이기에 저번 달에 뭘 만들어 줬는지 잘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영원은 오늘도 그냥 손이 가는 대로 움직였다. 데킬라에 럼, 진, 보드카까지 조금씩 섞은 후 이것저것 집어넣고 대충 저어서 우현에게 내밀었다. 블루 큐라소가 들어가서 그런지 새파랬다. 우현은 우와, 한 마디만 하고 잔을 받아들었다. 너무 파래서 눈이 시린 칵테일을 받아들고 우현이 하늘인지, 바다인지 모르겠어요, 하고 중얼거렸다. 감성적이긴. 영원이 가볍게 놀리자 얼굴을 붉혔다. 순진한 반응에 영원은 우현의 옆구리를 푹푹 찔렀다. 왜, 호수라는 생각은 안 드니? 거기까진 생각을 못했네요. 그래도 이제 제법 맞받아치기도 했다. 발간 얼굴을 숨기려 움츠러들던 목도 옛날 얘기였다. 적어도 움츠러들진 않았다. 거북이가 진화했다며 또 놀림 받을 거리가 늘어났긴 했지만. 이름이 뭐에요? 우현이 잔을 들어 빛을 비춰보며 영원에게 물었다. 아디오스. 아디오스요? 응. AMF라고도 하고. 뭐야, 빨리 가라고 주는 거 아니죠? 살짝 붉은 기가 떠있는 얼굴이 말갛게 웃었다. 부끄러움은 조금 덜 타게 된 우현이지만 저 말간 웃음은 처음 들어올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영원은 저 얼굴을 볼 때마다 뽑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는 표정만큼은 펍에도 잘 어울렸다. 서로 다른 낮과 밤의 가게에 모두 어울리는 것은 우현뿐일 거라고, 종종 그렇게 느끼기도 했다. 아, 맛있다. 우현의 눈이 동그래졌다. 영원은 그때 처음 알았다. 눈동자는 진한 고동색이었구나. 평소보다 조금 더 즐거운 것 같았다. 바다가 보고 싶어. 이젤을 세워놓고 앉아있던 사월이 말했다. 영원은 세필 붓으로 먼지를 털어내다가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무슨 바다? 동해 바다가 보고 싶어. 사월이 물감을 주욱 짜냈다. 눈이 아플 정도로 파란 색이었다. 동해? 응. 서해 말고? 응, 동해가 보고 싶어. 동해는 너무 멀어. 그리고 더 파랗지. 더 깨끗하고. 더 맑아. 해도 더 빨리 뜨잖아. 사월은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부드러운 허밍은 이리저리 마음대로 음을 바꿨다. 귀에 익숙한 멜로디다가도, 전혀 알 수 없는 노래로 바뀌기도 했다. 영원은 순간 사진을 찍고 싶어 묵직한 카메라를 집어 들었지만 필름이 없다는 걸 깨닫고 조용히 내려놓았다. 이대로 보고만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해가 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되지 않는 이유를 들먹이면서 사월의 뒷모습을 눈으로만 담았다. 붉은 노을에 갈색 머리가 빨갛게 보였다. 창밖에는 해가 지고 있었다. 우리 바다 놀러갈까. 충동적으로 한 말이었다. 불가능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냥 입 밖으로나마 꺼내보고 싶었다. 동해 바다에 가서 회도 잔뜩 먹고 바닷가 공연도 보고. 끝말은 중얼거림에 가까웠다. 언제? 아마도 우리 둘이, 같이 쉬는 날에. 나는 언제나 휴일인걸. 사월은 손을 바쁘게 이리저리 움직였다. 보이지 않는 바다 냄새가 손끝에서 물씬 풍겼다. 비릿하면서도 시원한 냄새가 났다. 영원은 눈을 감았다 떴다. 쉬는 날에 바다로 가자. 그렇지만 넌 바쁘잖아. 생각해봐. 바로 내일도 스케줄 있지 않아? 음, 그렇긴 하지. 봐봐. 사월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목소리만으로 알 수 있었다. 잔뜩 토라진 얼굴로 손놀림을 좀 더 바삐 하는 모습이 딱 토라졌을 때였다. 벽 한 쪽에 걸려있는 달력에는 동그라미 쳐지지 않은 날을 세는 것이 쳐진 날을 세는 것보다 빨랐다. 영원은 카메라를 매만졌다. 조금쯤 미안해졌다. 괜한 바람을 불어넣은 것 같았다. 대신 이번엔 꽃 보러 가자. 벚꽃을 보러 가는 거야. 나는 거기서 사진을 찍고, 너는 그림을 그리고. 사람이 많을 텐데? 사월은 다른 물감을 꺼내 다시 한 번 죽, 짜냈다. 그래도 상관없어. 어쨌든 우리 둘이 같이 있는 거잖아. 그건 그렇지.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손끝에서 천천히 구름이 솟아났다. 꼭 동해 같네. 영원의 말에 사월이 그래? 하고 웃었다. 아니야? 글쎄. 사월은 손을 계속 움직였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흐릿한 바닷가에 두 사람이 있었다. 손을 잡지 않은 두 사람 사이에는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가 있었다. 그 사이에서 동해인지, 서해인지, 아니면 호수인지, 그것도 아니면 하늘인지 모를 파란 색의 틈으로 희뿌옇게 구름이 피어났다. 그냥, 바다도 가고, 벚꽃도 보러가자. 그 다음엔 장미를 보러가고, 그 다음엔 낙엽을 보러가는 거야. 그리고 다시 바다를 가자. 영원은 꿈꾸듯 중얼거렸다. 바다가 금방이라도 바로 앞에서 파도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영원은 지금도 꿈일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파도 소리가 들렸다. 끼룩끼룩 우는 갈매기 소리도 들은 것 같았다. 피아노 세션이 잠수래요. 가누의 말에 영원은 오늘 공연을 취소할까 고민했다. 어차피 사정에 따라서 공연 시간도 마음대로 바꾸고, 출연 가수도 마음대로 바꾸는 일이 많았다. 공연이 없다면 손님들이 조금 실망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피아노가 빠지면 어쩌지. 영원은 그냥 이대로 해, 라고 하려다 가누가 무슨 말이라도 더 해 주길 기다렸다. 사장님. 갑자기 우현이 손을 번쩍 들었다. 높다란 머리 위로 손이 불쑥 솟았다. 꼭 초등학교 교실에서 발표시간에 맨 앞에 앉은 꼬맹이를 보는 것만 같았다. 영원은 손끝을 보다가 왜, 하고 답했다. 오늘 공연 곡, 봄노래라고 들었어요. 맞나요? 뒤로 갈수록 작아지는 우현의 말에 영원은 고개를 살짝 틀었다. 공연 내용은 영원의 구역이 아니었다. 영원이 하는 일은 가게의 구석을 조심스레 내어주는 게 전부였다. 영원의 시선 끝에서 가누가 그렇긴 한데, 하고 긍정했다. 그럼 제가 할 게요. 저 진짜 잘 할 자신 있어요. 공연 안 망치게 잘 할게요. 반쯤은 주눅 들고 반쯤은 흥분해서 빠르게 내뱉는 우현의 말에 영원이 손을 살짝 들었다. 영원이 아는 한, 우현은 경영학과였다. 피아노와는 거리가 먼. 우현은 숫자와 그래프로 가득한 세상에 있는 사람이었다. 너 전공이 음악이었나? 아뇨. 그건 아닌 데요……. 영원은 우현의 하얀 손끝을 떠올렸다. 단단하게 굳은 손끝. 네모난 손끝. 영원은 그 동안 그걸 몰랐구나, 하고 생각했다. 우현이 처음 왔던 게 지난여름의 입구였다. 그리고 지금은 새로운 봄이 다가오고 있었다. 봄이 짧다는 걸 감안하면 벌써 일 년이란 시간이 지나간 셈이었다. 밴드랑 얘기 한 번 해봐. 여기 가누도 있겠다. 좋네. 어차피 정해진 공연이고 밴드 멤버는 가누를 필두로 어쩌다 모인 사람들이었다.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공연까지 한 시간 남았으니까, 적당히 맞춰보자. 가누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우현을 끌고 가게 구석으로 갔다. 어느새 전자 피아노가 자리를 펴고 서 있었다. 옹기종기 모인 하우스 밴드 멤버들 틈바구니에서 우현이 어색하게 인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여덟 시까지는 금방이었다. 펍이 가득 차는 것도 그만큼 순식간이었다. 나름 이름 있는 여가수는 안녕하세요, 오늘 공연 시작하겠습니다, 하는 평범한 인사 한 마디를 끝으로 내리 노래를 불렀다. 힘들어 하는 기색은 없었다. 영원은 스테이지 조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조명을 꺼버렸다. 사람들은 불이 꺼지는 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공연 내내 영원은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조명이 너무 밝았기 때문이라고, 영원은 가까스로 변명했다. 스테이지 바로 옆의 네온 조명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Don't Break the Spell of a Life Spent Trying to Do Well. 푸르게 빛나던 글자가 나긋한 여가수의 허밍과 뒤섞였다. 어지러웠다. 밤 11시가 되자 펍은 더더욱 달궈졌다. 공연이 끝난 밴드 멤버들과 가수는 한 테이블에 모여 앉아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영원은 뒤돌아 열심히 손을 움직였다. 다행히 주문은 끊임없이 밀려왔다. 한낮의 커피 향이 묻어있던 손에 알코올이 옮겨 붙었다. 엉킨 냄새는 개수대에 흘려보내도 사라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오늘 저 어땠어요? 칭찬을 바라는 아이의 얼굴을 들이민 우현을 보다가, 손을 내밀어 머리를 이리저리 헝클어주었다. 영원 나름대로의 칭찬이었다. 우현은 그 와중에 영원의 젖은 손 덕분에 망가진 머리를 다시 다듬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현의 머리카락을 따라 흐르던 물방울 몇 개가 바 위로 점점이 떨어졌다. 영원은 젖은 우현의 머리카락도, 방울방울 무늬가 생긴 나무 표면도, 문득 낯설게만 느껴졌다. 피아노, 배운거야? 네. 난 몰랐는데. 아무도 몰랐을 걸요. 어차피 다들 관심도 없었고 말이에요. 우현은 다듬던 머리를 결국 포기하고 시원하게 뒤로 넘겼다. 앞머리로 덮여있던 이마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영원은 얼룩하나 없이 깨끗한 우현의 이마를 보다가 탁, 하고 내려쳤다. 아프다며 끙끙대는 우현을 무시하고 영원은 물 묻은 글라스를 집어 들었다. 흘긋 남은 잔의 개수를 세어보니, 마감까지 잔이 모자를 것 같았다. 하얀 린넨 천을 탁탁 털고 물 자국을 닦아냈다. 뽀드득, 뽀드득, 시끄러운 펍 안에서 들릴 리 없는 소리가 들렸다. 저 피아노 좋아해요. 노래도 좋아하고요, 사실 기타도 배우고 싶어요. 그랬구나. 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든 좋아하는 게 좋은 거지. 나도 그랬고 말이야. 용기 가득한 아이 같던 우현은 그래서 말인데요, 하고 다시 소심한 청년으로 돌아가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하얀 손끝은 아직도 영원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음, 저기, 사장님. 왜? 다시 셰이커를 집어 들었다. 열심히 흔들어야만 했다. 칵테일 만드는 사람이 하나뿐이라 쉴 수가 없었다. 영원은 적당히 흔들었다고 생각 될 때 쯤 잔에 옮겨 담았다. 파란색 칵테일이 잔 표면에서 넘실거렸다. 조금 양이 많았다. 걔도 아디오스에요? 아니. 블루 하와이. 흔하지. 만들어 줄까? 우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미쳐 묶이지 못한 머리카락이 흔들거렸다. 영원은 칵테일을 다른 잔에 조심스레 덜어냈다. 컵 표면을 타고 파란 칵테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영원은 천으로 잔을 닦은 후 레몬 조각을 조심스레 꽂았다. 둥글둥글하게 말린 빨대만 꽂으면 끝이었다. 대충 흘린 칵테일을 닦아내려 했지만 이미 늦었는지, 나무 표면은 이제 고동색으로 변해있었다. 그거 제가 나갈 게요. 몇 번 테이블이에요? 7번. 갈 수 있겠어? 당연하죠. 저 이래보여도 일 년 전에는 서빙 했어요. 당당한 사람치고는 손끝이 작게 떨리고 있었다. 영원은 그래, 다녀와, 하고 개수대의 물을 틀었다. 쏴아아. 셰이커 안에 있던 파란 칵테일은 빠르게 씻겨 나갔다. 사월은 어느 날 집을 나갔다. 나갔다, 라고 하기에는 그냥, 어느 순간 오지 않았다, 가 적당했다. 어차피 영원의 집에 사월이 놀러오는 것뿐이었다. 마지막으로 만난 건 한 낮의 카페였다. 영원은 다이어리에 새로운 촬영 스케줄을 적고 있었고 사월은 그런 영원의 손을 그리고 있었다. 햇살은 아직도 따스했다. 가을의 햇살은 여름과는 달리 매끄러웠다. 영원은 햇빛을 찾아 사월을 끌고 창가 자리에 앉았다. 갑자기 왜? 그냥. 시끄러운 카페 안에 있는데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착각이 들었다. 사월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맑은 얼굴은 햇빛 때문에 노랗게 빛났다. 시선을 다시 아래로 내렸다. 맑은 손끝에는 알록달록, 단풍이 물들어있었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나는 지금이 제일 좋아. 한숨처럼 나온 말이었다. 다이어리를 덮고 손 위에 턱을 올려놓았다. 그림을 그리던 사월의 손이 멈추었다. 꼭 네 이름 같은 말이네. 사월이 작게 웃었다. 오랜만에 보는 웃음이었다. 그래도 영원아, 곧 해는 지는 걸. 응? 해가 진다고. 지금은 저녁 시간이잖아. 여름인데 더 오래 있지 않을까? 글쎄. 시답잖은 얘기는 금방 끊겼다. 영원은 너무 바빴고, 사월은 그림에 빠져있었다. 중간 중간 저녁은 뭐 먹을까, 글쎄, 하는 너무 사소한 얘기가 몇 번 더 오갔다. 종종 이 때를 생각하면 영원은, 조금만 더 얼굴을 마주할 걸, 하고 후회하기도 했다. 단지 그뿐이었다. 영원이 사월이 더 이상 오지 않는다고 마침내 결론내린 것은, 어느 날 벽에 홀로 서있는 이젤을 마주했을 때였다. 이젤 위에는 얇게 먼지가 앉아있었다. 그날 저녁 영원은 남은 짐을 한데 모아 장롱 안에 한 가득 쑤셔 넣었다. 커다란 이젤은 끝끝내 넣지 못하고 그 자리에 한동안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영원은 인테리어 회사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카페 이름, 생각 해 봤는데요. 목이 잠겨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큼큼, 하고 몇 번 목소리를 다듬고 조심스레 꺼냈다. 영원은 카페의 간판을 올리던 날 사월을 떠올렸다. 피아노의 숲. 피아노의 숲 안에 영원은 사월의 그림 옆에 낡은 사진들을 걸어 널었다. 흑백 필름에 푹 빠져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셔터만 누를 때의 사진들이었다. 사람은 찾아볼 수도 없었고, 낡은 차와 오래된 거리만 등장했다. 스튜디오 사진만 찍던 영원의 마지막 풍경 사진이었다. 엉망진창이라고만 생각했던 흑백사진은 카페와 펍 양쪽에 퍽이나 어울렸다. 우현은 비틀비틀하면서도 무사히 테이블 위에 잔을 내려놓았다. 오늘 첫 공연이었던 주제에 손님들이랑 사진까지 찍고 있었다. 잔뜩 취한 공연 팀이 우현인지 우연인지 모를 이름을 연신 외치고 있었다. 이제 슬슬 새로운 주문보다 원래 있던 손님들이 옹기종기 모일 시간이었다. 영원은 담배를 쥐고 밖으로 나갔다. 이미 전부 져버린 벚꽃 나무 옆에 한참을 서 있다가 불을 붙였다. 노란 가로등 밑에서 나뭇잎이 반질반질 빛났다. 후, 숨을 뱉으니 몽글몽글 연기가 올라왔다. 연기는 뭉치기도 전에 허공에 흩어졌다. 지금이 영원했으면 좋겠어. 가만히 중얼거렸다. 그때도, 지금도 그대로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 이미 오늘의 해는 졌고, 아침이 다가오고 있었다. 코앞으로 분홍색 꽃잎 하나가 툭 하고 떨어졌다. 발가락을 간질거릴 수 있을 만 한 거리에서 꽃잎은 움직이지 않았다. 영원은 손끝으로 조심스레 집어 무릎 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바라만 봤다. 바람이 불었다. 어디선가 햇빛의 냄새가 났다. 이윤경 (문과대·국문3)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건대신문 성추행 퇴학 학우 징계취소 소송 지난 1학기 철학과 학술답사에서 성추행을 해 퇴학 처분을 받은 A학우가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는 이유로 대학본부로부터 받은 징계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 철학과 학생회는 이에 대해 “성추행 가해자가 철학과로 돌아오는 것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쓰며 가해자가 다시 학교에 오는 것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가해자 A학우는 지난 4월 1일 철학과 학술답사가 중 자고 있는 피해자 B학우를 성추행했다. 이에 철학과 교수진은 당일 가해학생을 격리 귀가조치 시켰고, 양성평등상담센터 조사결과를바탕으로 징계위원회에서는 가해자 A학우에 퇴학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가해자 A학우는 7월 중순 우리대학을 상대로 퇴학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주된 근거로는 피해자 B학우와 합의를 했고 그 과정에서 보상금을 지불했으며 형사 처벌로 기소유예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피해자 B학우는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법정공방을 버텨낼 자신이 없어서 합의를 했다”며 “퇴학이 결정된 다음에 한 합의가지고 퇴학 처분 취소소송을 낸 가해자 A학우가 뻔뻔한 것같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B학우는 악몽으로 인해 한 달간 수면제 없이는 자지 못했다”며 “가해자를 다시는 학교에서 보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철학과 집행부 역시 “피해학우는 트라우마로 지난 학기를 휴학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며 “가해자가 학교로 돌아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전했다. 우리대학 감사실 법무 담당 이한열 주임은 “피해학우와 징계를 내린 징계위원회 교수들 의견을 수렴한 결과, 기존과 같은 퇴학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이용우 기자 a6331602@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건대신문 또 다시 발생한 수강신청 오류 8월 17일로 예정됐던 우리대학 4학년 온라인 수강신청에 오류가 발생해 전 학년의 수강신청 날짜가 변경되는 등 재학생들의 혼선을 빚었다. 지난 4학년 수강신청에서 ‘모바일을 통해 수강신청을 한 경우’는 4학년 수강제한 인원을 초과하면 수강신청이 되지 않아야 하나 수강신청이 계속 진행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초과 이후 수강신청을 했던 학생들은 다시 수강 신청이 취소되는 등 피해를 봤다. 이에 정보처에선 장애 학생 수강신청 기간을 제외한 모든 학년의 수강신청 일정을 21일부터로 조정했다. 수강신청 오류 문제가 올해뿐만 아니라 작년에도 발생해 학생들의 피해와 불만이 끊이기 않고 있다. 4학년 수강신청 대상자였던 유건령(상경대·응통4) 학우는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선택의 폭이 많지 않은 시간표와 공지에 따라 계속 뒤바뀌는 상황이 유감”이라는 심정을 말했다. 또 총학생회 <청春어람>은 “1학기의 수강신청 오류를 경험하고도 연이은 수강신청 오류가 발생한 것에 유감 뿐 아니라 담당 부서의 사후처리가 이전과 다름없음에 실망과 분노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보통신처는 이번 수강신청 대란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의 입장을 표명했다. 또 수강신청 오류 원인을 학사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아웃소싱업체에게 제대로 인계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정보통신처 김두현 처장은 “이번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아웃소싱업체와 정보통신처의 업무의 일원화, 시험수강신청에 추가 인력 확보, 정보통신처와 아웃소싱업체의 조직 기강 강화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의종 기자 chldmlwhd731@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건대신문 스물에 관하여- ② 남이 보는 스무 살 사진 출처: Depositphotos 스톡 98년생들이 스무 살이 된 지 어느 덧 약 8개월이 지났다. 그 여덟 달 동안 어른은 선택을 해야만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선택이라는 무한한 자유와 결과라는 무궁무진한 경우의 수에서 스무 살들은 압박감을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슨 짓을 해야 하는 거지?” 이걸 모르겠다는 거다. 그렇지만 알아야 한다. 우리는 성인이니까. 그래서 들어보았다. 스무 살 또래들에게, 스물을 앞두고 있거나 스물을 거쳐 간 사람들에게 스무 살은 어떤 존재냐고. 다른 사람들의 스무 살을 이해하다 보면 우리 앞에 놓인 여러 가지 선택지들도 조금이나마 명확해 보이지 않을까? 아니면 말고. <스물에 관하여-②남이 보는 스무 살> ‘남이 보는 스무 살’에서 ‘남’이란 현 시점에서 스무 살이 아닌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러한 ‘남’들 중 우리는 10대인 고등학생, 30대인 초등학교 선생님, 70대인 할머니를 만나본다. 현재의 스무 살은 수많은 미래의 스무 살과 과거의 스무 살의 경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때, 미래의 스무 살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의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과거의 스무 살의 추억과 조언을 경청하다 보면 나의 미래 또한 상상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무 살은 꿈이다.” - 스물을 앞둔 고등학생 유희수(19)씨 “제가 아직 고등학생이라 그런지 스무 살 하면 대학 밖에 생각이 안나요. ” 고등학교 3학년인 유희수(19)씨는 갑갑한 수험생활을 약 100여일 남겨두고 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유씨에게 스무 살이란 ‘대학교 새내기’다. 그에겐 스무 살이 되면 지금과는 다른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이 있다. 스무 살은 청소년이었던 사람이 성인이 되는 나이기 때문이다. 유씨는 내년이면 누릴 수 있는 본인의 행복한 대학생활 모습을 상상하며 수험생활을 버티곤 한다.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선생님들이 종종 본인들의 대학교 시절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그 이야기가 그렇게 행복하게 들린단다. “스무 살은 꿈이죠. 빨리 되고 싶어요.” 대학 입시가 끝나고 스무 살이 되면 여느 아이들처럼 아르바이트를 하고, 술도 마시고 ,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 팬미팅을 가고, 앨범 10장도 사고, 외모도 예쁘게 가꾸고 싶단다. 무엇보다 “제약 없는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기대가 되는 그다. “스무 살은 남들이 하라는 대로 할 필요 없다는 것.” - 스물에 건축학도였던 초등학교 교사 김혜진(39)씨 초등학교 교사 김혜진(39)씨는 9월이 되면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된다. 그럼에도 그는 ‘엄마 말 듣지 마요.’라고 이야기한다. 인생엔 정해진 공식이 없기에 사람들이 하라는 대로 따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들의 말이 깔때기처럼 딱 맞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다보면 멀리 멀리 돌아갈 수도 있겠죠. 그런데 원하는 걸 한 번도 안 해보고 길고 긴 인생을 어떻게 살아요. 스무 살, 책임 져야 할 것이 최대한 적을 때 삽질을 하더라도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꼭 해보세요.” 김씨는 스무 살에 교사가 되라는 부모님의 뜻을 어기고 건축학과에 진학했다. 이십대 대부분을 건축 설계 일에 매진했다. 규모가 큰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기도 하며 즐겁고 보람찬 생활을 했다. 하지만 높은 업무 강도에 일상 속 여유를 잃어버린 그는 진로를 틀었다. 본래 교육에 뜻이 없지 않았기에 남들 보다는 늦은 나이에 교대에 진학하여 교사가 됐다. “나는 어쩌면 멀리 돌아오면서 시간 낭비를 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후회는 없어요. 내가 만약 처음부터 교대에 진학해서 한 길로 쭉 걸어왔다면 나는 지금과는 아주 다른 사람이었을 겁니다.” “스무 살 내 세상은 일거리로 가득 차 있었지.” - 고된 스물을 보낸 할머니 정순득(77)씨 “지금이 좋아. 별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정씨가 9살이던 시절, 6·25 전쟁이 발발 했다. 끊임없이 일을 해야 만 겨우 먹고 살 수 있었다. 그의 스무 살에 대한 기억은 포항에서 김도 따고, 보리밭도 메고, 조밭도 메고, 하루 종일 일만 하며 제대로 먹지도 배우지도 못한 상처뿐이다. 학교를 가지 못하니 교회에서 가르치는 수업을 들으러 가기도 했지만, 그것도 몇 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스무 살, 젊은 나이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다. 정씨의 시선에서 요새 스무 살들은 굉장히 호강하는 것 같다. 그는 젊은 시절 비좁은 집에서 9명이 함께 비좁게 살았고 마구간에서도 살기도 했다. 또한 농사일을 하면서 벼를 이고 약 십리를 계속 걸어 다녔다. 젊어서 한 고생 때문에 지금도 허리 통증을 비롯한 후유증을 달고 산다. “우리 때는 어딜 놀러 다닌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 계속 일을 해야만 살 수 있으니까. 그에 비하면 너희는 고생도 안하고 호강이지. 그렇게 고생을 별로 안했으니까.” 사람들은 모두 다른 꿈을 꾸며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다. 그렇기에 그들이 생각하는 ‘스무 살’의 모습은 다양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는 타인의 스무 살에 대해 함부로 말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스물’도 그렇다. 이다경 수습기자 lid0411@konkuk.ac.kr 김남윤 수습기자 kny6276@konkuk.ac.kr 건대신문 2017 상반기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 열려 지난 5월 30일 PRIME 홀에서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가 진행됐다. (사진·이용우 기자) 지난 5월 30일 늦은 7시 제 1학생회관 PRIME 홀에서 ‘2017 상반기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이하 전동대회)’가 개최됐다. 이번 전동대회에서는 △동아리 제명 △신규 동아리 등록 △KT 도어락 설치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뤘다. 동연 보고에 따르면 △비월(봉사) △HINT(자연과학) △E.C.C(어학)는 지난 4학기 동안 경고 누적으로 제명됐다. 동연회칙에 따르면 제명된 동아리는 자치공간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한다. 이외에도 △아마농구부 △아마축구부 △비화랑 △죽순회 △PTP △얼 △빈삼각은 이번 학기에서 징계를 받아 행사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이날 주된 논의안건으로 성소수자 모임인 Cue The Felix 신규 등록 절차에 대한 의결과 KT 도어락 설치에 관한 의결이 있었다. 회칙 상 신규 동아리 등록 기간은 매년 1학기 초지만 올해 동연이 비상대책위원회로 구성돼 등록 기간을 2학기로 미뤘다. 하지만 8개의 중앙동아리에서 ‘최근 이슈가 됐었던 A 대위 구속 등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드러난 시점에 성소수자 동아리 등록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며 그 전부터 등록을 원했던 Cue The Felix의 신규 등록 절차를 발의했다. Cue The Felix 신규 동아리 등록 시기에 대한 의결은 정족수 69명 중 △찬성 18명 △반대 46명 △기권 5명으로 다음 학기로 미뤄졌다. 주된 이유로는 신규 등록 기간이 2학기 초로 미뤄져 동아리 신규 등록을 원하는 다른 모임과 형평성에 있어서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건국기독학생연합 김건일(사범대·수교4) 회장은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신규 등록을 원하는 모임들과 같이 등록을 진행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건국검사회 김상진(상경대·응통4) 회장은 “Cue The Felix가 1학기 때 동아리 등록을 하지 못한 것은 동연을 비대위로 만든 동아리들의 책임이므로 이번에 진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음으로 KT 도어락 설치 여부에 대한 의결이 있었다. 학생복지처 이종호 주임은 “현재 동아리방에 달려있는 도어락 같은 경우에는 설치한 지 오래돼 절반 정도가 마스터기로 열리지 않는다”며 “화재가 났을 때 위험사항이 발생할 수 있으니 KT 도어락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르크스주의로 세상보기 김무석(수의대·수의4) 회장은 “마스터키가 안 되면 동일한 제품으로 교체하면 된다”며 “KT 도어락으로 교체하면 나중에 본부 측 편의대로 학생자치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해당 안건은 정족수 42명 중 △찬성 14명 △반대 22명 △기권 5명으로 부결됐다. 이용우 기자 a6331602@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건대신문 [문화]언어가 담지 못한 마음을 전하는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말과 글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어디서나 이 그릇을 예쁘게 빚어내는 사람이 사랑 받으며 중요한 자리에서 사람들은 같은 의도를 가진 말도 단어를 신중히 벼려내서 말한다. 언어가 얼마나 인간사회에 얼마나 중요한지 방증한다. 사실 언어는 소통을 이루는 아주 작은 조각 하나에 불과하다. 김우룡·김해영 저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대화는 7%의 언어로 이뤄지며 나머지 93%는 표정과 몸짓을 비롯한 언어외적 요소들이 결정한다. 실제로 진심된 행동을 수반한 말 한마디는 모든 진심을 아우르지만 천마디 말도 이를 뒷받침 해 줄 비언어적 수단 없이는 구구절절한 넋두리에 불과하다. <건대신문>에선 비언어적 행동 양식이 어떻게 습득되고 비언어적 요소인 △시간 △행동 △이모티콘에 대해 정리해 봤다. 시청각 장애를 가진 아이도 똑같이 울고 웃는다 눈 먼 아이도 웃는 법을 안다 언어를 학습하듯 인간은 타인을 모방함으로써 비언어 양식을 습득한다. 이에 학습하지 않은 외국어처럼 다른 문화권 비언어 행동은 원활히 해석되지 않는다. 미국 서부권에서 악수를 할 땐 눈을 바로 마주친 채 손에 힘을 꽉 주어야 예의다. 그러나 일본에서 손을 맞잡을 때 눈을 마주치는 행동을 결례며 중동 사람들은 꽉 붙잡는 손에서 불쾌감을 느낀다. 남미 국가에서 일상적인인사인 포옹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보통 조롱 할 때 내미는 혓바닥이 티베트에선 인사다. 이처럼 해당 문화권 비언어적 요소를 모르면 소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영어 회화에 있어서 제스쳐도 함께 학습하는 이유다. 이처럼 학습을 통한 같은 행동에서 나오는 다른 해석들 때문에 비언어적 표현은 모두 후천적으로 학습된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는 몇 가지 비언어를 날 때부터 지닌다. 오스트리아 행동 분석학자 아이블-아이베스펠트(Eibl-Eibestfeldt)는 두 살에서 열 살 사이 시청각 장애 어린이들의 표정을 일반 아이들과 비교했다. 놀랍게도 보지 못해도 듣지 못해도 똑같이 울고 웃었다. 더불어 캐나다 사람인 데이비드 라이머(David Reimer)는 생후 8개월, 의료사고로 인해 성기가 절단된 후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하고 12년간 호르몬 치료와 사회적 훈련을 받았음에도 일반적인 남성에게 두드러지는 행동 양식을 따랐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선 가장 좋은 때를 기다린 뒤 말을 건네야 한다. 타이밍이 메시지를 전한다 KBS 개그콘서트에 ‘생활의 발견’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한 남자가 연인에게 이별을 고한다. 관객들은 박장대소하며 쓰러진다. 그 슬픈 순간을 어떻게 개그 소재로 쓰며 사람들은 눈물이 아닌 웃음을 보일까? 여자는 이별을 듣는 순간 밥을 한 공기 더 주문하고 있었다. 이처럼 ‘타이밍’은 즉 시간은 이별도 우스꽝스러운 정도로 소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류준열은 말한다,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소통도 마찬가지다. ‘언제’ 하냐가 중요하다. 주말에 시급한 일이 없는 이상 근로자에게 공적 업무 때문에 하는 연락은 금기다. 주말은 휴식이 보장된 시간이기 때문이다. 수능이 끝난 수험생에게 바로 성적을 물어보는 친구나 친척은 그 시험 성패여부를 떠나 배려심이 없다는 인상을 강하게 줄 수 있다. 원활한 소통을 원한다면 차분하게 가장 좋을 때를 기다린 뒤 말을 건네야 한다. 썸녀 혹은 썸남이 메시지에 바로 대답을 하냐마느냐가 그 마음을 헤아리는 지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마냥 틀린 말이 아니다. 정적은 무거운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회신이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 된다. 의식적으로 조작하기 힘들기에 더 진실되게 해석된다. 그해석은 매우 가변적이기도 하다. 경우에 따라 즉답이 그 진실성을 의심받기도, 대답을 주저하는 그 자체가 부정을 뜻하기도 한다. 이 침묵이 잘 이용되고 해석 될 때야 진의가 오가는 소통이 이뤄진다. 때론 맞잡은 손이 천 마디 말을 대신한다. 행동이 무의식을 말 한다 ‘언제나 시선 끝에 네가 있었다’는 표현이 있다. 좋아하는 이성에게 그 마음을 표현한 어구다.이처럼 우리 신체기관은 발끝에서 머리까지 끊임없이 무의식 중에 메시지를 전한다.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특정 습관들, 혹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하게 되는 행동이 그 예시들이다. 우리가 몸짓을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들은 크게 △적응 행위 △상징 행위 △설명 행위 이 세 가지로 구별된다. 첫째, 적응 행위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발달된 행위다. 춥다는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우리는 의도적으로 팔을 비비거나 몸을 떤다. 추울 때 몸이 열을 내기 위해하는 행위를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두 번째, 상징 행위는 사회관습적으로 약속된 행동을 모방해 발달됐다. 엄지를 추켜세워 최고를 표현하는 모습이 그 예시다. 이 행위는 문화권 별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일례로 미국 부시(G.W. Bush) 대통령은 호주에서 모욕을 주는 ‘V’ 손 모양을 승리를 뜻하는 손짓으로 써 곤욕을 겪었다. 마지막으로 설명 행위는 언어를 보강하기 위한 몸짓이다. 사랑한다고 말하며 연인을 껴 안는 행동이나, 분노에 멱살을 잡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단순한 언어 전달보다 더 극적으로 감정을 전달해 줄 때 쓰인다. 이목구비 중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 상대가 거짓말을 한다고 의심이 들면 우리는 눈을 똑바로 보라고 이야기 한다. 가장 중요한 감각기관인 눈은 감정 역시 여과 없이 표현하기 때문이다. 상대를 바라보며 경청하고 있음을 알려주며 때론 눈짓의 작은 움직임이 놀람, 분노, 행복 등 다양한 감정을 전한다. 이모티콘이 감정을 익살스럽게 표현한다 팀플조가 막 짜인 뒤 단톡방, 어색한 적막을 깨며 팀원 몇 몇이 인사를 하기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00학번 00학과 000입니다^^”, “00학번 000입니다~ㅎㅎ” 등. 그런데 꼭 인사에 ‘^^’이나‘ㅎㅎ’ 같은 이모티콘들이 따라 붙는다. 오히려 이모티콘 없는 인사가 삭막해 보일 정도다. 이모티콘은 그 형상 자체가 직관적으로 뜻을 전한다. 통신기술이 발달해 그림 메시지를 부담 없이 주고 받게 된 현재, 이모티콘은 그 시장 자체가 산업이 될 정도로 부상했다. 글로만 전하지 못한 의도들을 다양한 캐릭터와 아이콘으로 익살스레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최초의 이모티콘은 카네기멜론대학교 학생이 최초로 사용했다고 알려졌다. 웃는 모습이 대다수기에 ‘웃음 상징(smiley symbol)’이라고 불렸다. 이모티콘의 역사는 꽤 깊다. 정조는 신하들에게 편지를 쓸 때 ‘訶訶訶’라는 표현을 즐겨 썼다.읽으면 ‘가가가’라는 소리가 나는데 지금의 ‘ㅋㅋㅋ’정도로 짐작된다. 더불어 『레미제라블』의저자 ‘빅토르 위고’도 출판사에 ‘?’한 글자만 보낸 적 있다. 자신의 책이 잘 팔리냐는 질문이다.이에 ‘!’라는 한 글자로 놀랍도록 잘 팔린다는뜻의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과한 이모티콘 사용은 자칫 대화를 피상적으로 만들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영화보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묻는다면 글로 이루어진 세세한 묘사가 자극하는 상상력을 꼽는다. 적절한 이모티콘 사용은 분위기를 풀어주며 직관적으로 의사를 전달 할 수 있겠지만 남용하는 습관은 감정을 정확히 집어내어 표현하지 못하게 만든다. 연인과 이별한 슬픔을 어떻게‘ㅠㅠ’ 두 글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ㄳ’ 두글자보단 ‘고맙다’는 말이 주는 울림이 더 크다. 언어가 모든 마음을 전하진 않는다. 온 몸이 무의식을 말하고, 시간이 진의를 전하며, 다채로운 이모티콘이 언어에 색을 더해준다. 상대가 무슨 뜻을 품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비언어를 들어라.언어라는 포장에 감춰진 진심이 슬며시 고개를 내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김예신 기자 yesin9797@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건대신문 [칼럼]우리는 왜 마녀사냥을 하는가? 지난 11일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익명의 글이 올라왔다. 이 익명의 글은 서울 240번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어린아이 혼자만 먼저 내린 것을 확인한 뒤 문을 열어달라는 아이엄마의 요구를 무시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글은 매우 빠른 속도로 SNS를 통해 퍼져나가 언론에서도 다루고, 더 나아가 청와대에 청원까지 올라갈 정도로 비난의 여론은 거셌다. 하지만 불과 1일 정도가 지나고 사실관계가 파악되자 전세는 뒤바뀌었다. 최초로 글을 쓴 네티즌은 사과의 글을 남겨야했고, 이 사건 기사 밑에 달렸던 감정적인 댓글은 순식간에 없어졌다. 비난의 목소리는 하루아침에 응원의 목소리로 변했고 비난의 화살은 이제 다른 사람에게로 넘어갔다. 여론은 이번에도 신빙성 없는 글에 휘둘려 마녀사냥을 했고 또 다른 피해자를 양상한 채 잠잠해졌다. 해당 글은 최초유포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고 당사자가 아닌 제 3자의 입장이다 보니 네티즌들에게 더욱 큰 신뢰성을 주었다. 이 글의 큰 함정으로 사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덧붙여진 댓글로 과장되고, 승객 수 보다 많아 보이는 왜곡된 목격담으로 버스기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것을 더욱 확산시킨 것은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 없이 SNS와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목격담을 근거로 쓴 인터넷기사였다. 다음날 해당 버스의 CCTV를 확인한 결과 정확한 사실관계가 파악됐다. 아이엄마는 출발 후 20초 정도 후에 세워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고 그 때는 이미 2차선을 변경한 상태여서 세우는 것이 위험한 상황이라고 밝혀졌다. 또한 버스기사는 아이 엄마에게 역정을 내거나 욕을 한 적이 없었고 엄마 역시 울부짖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사실이 밝혀진 후에 많은 네티즌과 최초 유포자는 자신이 쓴 글을 지우거나 온라인상으로 형식적인 사과와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사실관계 파악 없이 글을 쓴 기자들은 정정기사를 내며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꾸었다. 그들의 작은 댓글 하나, 글 하나를 쓸 때에는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그것들은 모여서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큰 충격을 주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보이지 않는 가해자였다. 오랫동안 네티즌들은 SNS나 인터넷을 통한 잘못된 정보에 휘둘리고 있다. 그들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섣부른 판단으로 인터넷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을 마녀사냥 해왔다. 정보의 거짓 선동에 언제까지 속아 넘어갈 것인가? 이러한 잘못된 정보로 인해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받아야 해결될 것인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사건에 관한 당사자들 주장의 근거를 반드시 확인하고, 양쪽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을 수 있는 기다림이 우리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 같다. 섣부른 판단으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아무쪼록 이 사건의 피해자들이 건강하게 회복하길 기원한다. 김남윤 기자 kny6276@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건대신문 [보도] 쿨하우스 행정실, 경비직원 근로 환경 개선 약속 지켰다 쿨하우스 행정실, 경비직원 근로 환경 개선 약속 지켰다 체불임금 74만 원 지급돼…근무환경 개선은 아직 숙제 지난 6월 23일, 쿨하우스 행정실 주최로 경비직원의 열악한 근로 환경 개선에 대한 회의가 열렸다. 당시 회의에서 쿨하우스 행정실 및 하도급 업체들은 △연장근로 수당 지급 △추가업무수당 및 복지금액 지급 △근무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이후 현재 ‘휴게 공간 개선’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항이 실현됐다. 5개월 10일치 연장근로 수당 지급 경비직원은 2일에 걸쳐 2시간 30분의 연장근로를 수행했지만 이에 대한 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 (2016. 6. 8. <건대신문> 학우들의 보금자리 ‘쿨하우스’, 그러나 경비직원에겐 최악 노동현장 참조) 약 2개월이 지난 지금, IBS 김범근 차장은 “1월 1일부터 신문이 나간 6월 10일까지 5개월 10일치의 연장근로 수당을 계산해서 모두 지급”했으며 “입사일이 다르면 금액이 달라 수 있기 때문에 경비직원들에게 개별적으로 계산명단을 다 공개했고, 모두 승인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연장수당은 월 15시간, 야간수당은 월 26시간으로 계산해 모든 경비직원들에게 지급한 것이 확인됐다. 월 휴무일 등으로 발생한 차감액을 제외하면 경비직원이 받은 금액은 평균 74만 원 정도다. 이에 대해 A경비직원은 "경비직원들이 만족해하고 있다"라는 말을 전했다. ‘기본업무’라던 택배 업무 수당도 지급돼 3년 전 쿨하우스의 기존 택배실이 없어지며, 경비직원에게 택배 분배 및 관리 업무가 추가됐다. 이에 당시 쿨하우스 행정실은 경비직원에게 5만원의 추가수당 지급을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지난 6월 회의에서 IBS측은 “택배 업무는 추가업무가 아닌 기본업무”라 선을 긋고 추가수당 지급에 부정적 입장이었으나, 지난 6월부터 택배 업무에 관한 추가수당을 월 3만원씩 경비직원에게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24시간 동안 계속되는 택배 수령시간은 그대로 유지됐는데, 이는 박우주(경영대ㆍ기술경영3) 총학생회장의 “택배 수령시간 조절은 기숙사 학우들의 편의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비직원들이 그간 납부해온 식대비 3만 원도 더 이상 부담하지 않게 됐다. 서브원 박성진 팀장은 “앞으로 식대비를 모두 회사가 지급하겠다”고 밝혔고, 현재 실행되고 있다. 회사에서 직원들의 식대비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직원 복지 차원에서 지급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근무환경, 개선사항은 없었다 경비직원은 기숙사 2인실을 공동휴게공간으로 사용하는데, 공간이 비좁아 야간취침 시 2인이 함께 사용하기엔 불편함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 때문에 경비직원들은 미화직원들이 퇴근한 후 남는 탈의실을 휴게공간으로 사용해왔지만, 이곳은 환기가 잘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쿨하우스 박 실장은 6월 회의에서 “미화직원 탈의실의 환기여부를 다시 확인해, 문제가 있다면 내년에 예산을 편성해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현재, 쿨하우스 행정실은 “경비직원의 휴게공간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기존의 휴게공간과 미화 탈의실에 대해 별 다른 개선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승강기 사용금지 △상급자에게 거수경례 △입초 등의 업무지침에 대해서도 너무 지나친 간섭이라는 비판도 제기됐었으나, 결국 현행 지침을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합의된 상황이다. A경비반장은 “승강기 사용금지는 2층 휴게공간으로 이동할 때 사용하지 말라는 뜻”이었으며 “제복을 입은 근무자가 상급자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B경비직원은 “승강기 사용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라고 말했으며, “상급자에 대한 거수경례 역시 납득가능”하다고 전했다. 입초근무에 대해선 쿨하우스 박 실장은“외부에서 오토바이나 차량이 들어오는 등의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며 입초근무의 필요성을 설명했으며 이에 C경비직원은 “관생들의 안전을 위해 입초 업무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유동화 기자 donghwa42@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하겠다" 쿨하우스 주최로 회의 열려 http://popkon.konkuk.ac.kr/news/articleView.html?idxno=8618 ☞ 학우들의 보금자리 ‘쿨하우스’, 그러나 경비 직원에겐 최악 노동현장 http://popkon.konkuk.ac.kr/news/articleView.html?idxno=8586 ☞ "하청의 재하청"...쿨하우스 경비직원, 최저임금도 못 받는 걸로 드러나 http://popkon.konkuk.ac.kr/news/articleView.html?idxno=8569 ☞ 서울 소재 인근 대학 기숙사들과 비교, 업무강도는 "최고", 임금은 "최악" http://popkon.konkuk.ac.kr/news/articleView.html?idxno=8542 ☞ [사설] 위태로운 그들에게 대학 구성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http://popkon.konkuk.ac.kr/news/articleView.html?idxno=8575 건대신문 당신 마음의 안녕을 묻는 <헬로, 미켈란젤로展> 능동 어린이 회관 내 위치한 '헬로 뮤지엄' (사진 김현명 기자) 우리는 너무 자족하거나 너무 불안정하거나, 너무 신뢰하거나 너무 의심하거나, 너무 진지하거나 너무 명랑한 상태에 쉽게 빠진다. 예술은 우리가 잃어버린 성향을 농축된 형태로 내놓아, 우리의 기울어진 자아의 적당한 균형을 회복시켜준다. 즉, 한마디로 말해 예술은 우리의 정서적 균형을 회복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 알랭 드 보통, 영혼의 미술관 새로 만나는 헬로 뮤지엄 우리대학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위치한 능동 어린이회관 내 ‘헬로 뮤지엄’에서 예술과 IT 기술을 결합해 만든 컨버전스 아트 전시를 손쉽게 경험할 수 있다. ‘헬로 뮤지엄’은 기존 특별 전시장을 리모델링하여 지난 1월 26일 새롭게 개관했다. ‘헬로 뮤지엄’은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전시관을 통합적으로 체험하며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은 단순 전시공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 휴식할 수 있는 Café H나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존으로 풍성하게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인터랙티브 존에는 △퐁당풍덩 미끄럼틀 볼풀장 △내가 만든 바닷속 이야기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만난 모래 놀이터 △디지로그 낚시터 △가면무도회 △모션 플로어 등 다양한 구성의 놀이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천재를 보려거든 미켈란젤로를 보라 1508년,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가 시스티나성당의 천장화 <천지창조>를 그릴 때의 이야기다. 여느때처럼 미켈란젤로는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천장 구석구석에 심혈을 기울여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미켈란젤로의 친구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잘 보이지도 않는 구석까지 뭘 그렇게 정성들여 그리나? 누가 그걸 알아준다는 말인가?”라고 물었다. 그 말에 미켈란젤로는 “내가 안다네”라고 답했다. 이 일화에서 비롯돼, 눈에 보이는 이익이나 출세 같은 외적 보상에 의존하지 않는 내적 동기를 ‘미켈란젤로 동기(Michelangelo Motive)’라 일컫는다. 그리고 자신의 순수한 신념에 따라 만들어진 내적 동기는 비로소 미켈란젤로를 ‘천재’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게 만들었다. 소설 <장 크리스토프>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로맹 롤랑 역시 “천재가 어떤 인물인지 모르는 사람은 미켈란젤로를 보라”고 했다. 이처럼 천재적인 조각가이자 건축가, 화가이자 시인으로서 르네상스를 찬란하게 빛낸 이탈리아의 예술가 미켈란젤로의 삶을 우리대학 인근 ‘헬로 뮤지엄’에서 만나볼 수 있다. 헬로, 미켈란젤로展 ‘헬로 뮤지엄’은 첫 번째 전시로 <헬로, 미켈란젤로展:당신과 마주하는 위로의 순간(이하 <헬로, 미켈란젤로展>)을 선보였다. 지난 1월 26일에 시작한 이 전시는 오는 6월 30일까지 계속 된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헬로, 미켈란젤로展>이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각종 모션그래픽과 IT 기술로 재해석한 컨버전스 아트 전시라는 점이다. 김려원 연출가는 본 전시 헌사에서 ‘과거 문학과 예술로 종교적 성스러움을 대체시킨 르네상스의 인문주의와 그와 함께 변혁적 관점을 창의적 예술로 승화시킨 미켈란젤로의 삶을 추적하며 그의 존재가치를 느끼고자 합니다’라고 말하며 ‘미켈란젤로의 작품과 예술 세계 그 이면의 과학적인 탐구를 ‘미디어’, ‘디지털’이라는 신 인류의 기술과 접목하여 새롭게 재해석한, 컨버전스 아트를 그에게 헌사하는 바입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헬로, 미켈란젤로展>은 작품 체험형 전시로써 전시장 내부 전면과 측면, 플로어 모두를 활용한 영상과 VR기술을 접목시키는 등 다양한 체험형 컨텐츠들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스티나 성당을 재현해놓은 공간 안에서는 준비된 요가매트를 깔고 누워서 천장에 움직이는 그림들을 관람할 수 있다. 또, 미켈란젤로의 걸작으로 널리 알려진 천장화 <아담의 창조> 역시 편하게 앉아서 관람할 수 있다. 박지훈 매니저는 “벽화나 천장화를 직접 가져올 수는 없기에 대중들의 접근성에 중점을 두었다”고 전했다. 또 미켈란젤로의 3대 조각 작품 중 하나인 <피에타>도 만나볼 수 있다. 피에타란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이며 성모 마리아가 죽은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조각상이다. 피에타 상은 미켈란젤로의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이름이 기록돼 있는데 본 전시에서는 그에 얽힌 사연, 피에타 상에 나타난 성모 마리아의 표정이 마냥 슬프게 표현되지 않은 이유, 그리고 성모 마리아의 얼굴이 아들인 예수보다도 젊어 보이는 이유까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전시장 내부에 마련된 VR 기기를 통해서는 미켈란젤로의 천장화와 조각상을 360도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 박예지 마케팅팀 팀장은 “<헬로, 미켈란젤로展>은 미술관에오면 진부하다거나 어렵다고 생각하는 관람객들도 쉽게 미술 전시를 접할 수 있게 되어 있다”며 “원화에 움직임을 입혀서 하는 영상 전시이기 때문에 작품들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시 취지를 밝혔다. 이어서 “동시에 원화가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호불호가 있는 전시인데, 저희는 관람객 분들이 영상을 먼저 보시고 실제 원화가 보고 싶다는 느낌을 받으셔도 기획에 성공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당신과 마주하는 위로의 순간 <헬로, 미켈란젤로展>의 부제인 ‘당신과 마주하는 위로의 순간’처럼 본 전시의 키워드는 ‘위로’이다. 본 전시는 총 8개의 챕터로 구성됐다. 그 중에서도 미켈란젤로가 관객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메시지를 여섯 가지로 정리해 전시를 구성했다. △미학적 아름다움을 통한 위로 △형태적 질서를 통한 위로 △의식적 숭고함을 통한 위로 △절대적 시선을 통한 위로 △비례적 조화를 통한 위로 △예술적 구성을 통한 위로로 이루어진 공간들은 미켈란젤로의 회화나 조각 작품, 그가 남긴 편지와 소네트를 통해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메시지를 관람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헬로, 미켈란젤로展>은 박물관을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선보이는 뮤제오그라피 형식의 건축물로 구성했다. 미술품과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나의 작품으로 설계한 것이다. 마지막 챕터인 △미디어 미술관 △큐브 미술관에서는 각각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형태 위에 펼쳐지는 빛과 어둠이 분리되는 모습과, 그의 소네트를 만날 수 있다. 더불어 관람객들은 본 전시의 미켈란젤로의 조각이나 회화 등 여러 작품들을 통한 다채로운 감정 분석으로 그의 인생을 보다 깊이 있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박 마케팅팀 팀장은 “전시에 전체적으로 스토리텔링이 되어있다”며 “미켈란젤로가 처음엔 드로잉부터 시작을 했고, 그의 삶이 기구했다 등의 미켈란젤로의 생애를 알면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과정이 조금 더 쉬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또 그녀는 “미켈란젤로가 불우한 생애를 살았는데 어떻게 보면 저희가 그런 그를 위로하는 영상을 만든 것”이라며 “이 전시에 온 관객들 역시 미켈란젤로를 위로하고, 또 동시에 위로받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전시 영상에 꽃이 유난히 많은데, 그 까닭 역시 “미켈란젤로를 위로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박 마케팅팀 팀장은 “건대 근처가 술집과 밥집도 많고 상당히 번화한 곳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건 별로 없다”며 “학교 근처에 이런 문화공간이 생겨서, 건대생들이 굳이 멀리까지 안가도 다양하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카페도 따로 운영하고 있으니, 만약 오늘은 전시를 보고 싶지 않다면 이미 포화된 곳들보다 이쪽으로 오셔서 쉬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말했다. 그녀는 “<헬로, 미켈란젤로展>이 끝난 뒤에는 다른 전시 준비를 위해서 준비기간을 갖고 다시 헬로뮤지엄에서 이를테면 <헬로, 모네展>를 오픈하는 식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전시들을 진행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헬로, 미켈란젤로展>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입장은 오후 7시 30분까지 가능하다.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이며, 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1시, 오후 3시, 오후 7시에 맞춰 관람을 한다면 약 45분가량 진행되는 도슨트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모바일 어플 ‘가이드온’을 통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오디오 가이드도 운영 중이다. 우리대학 학생증 제시 시 정가에서 30% 할인된 가격에 관람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1인 4매까지 현장할인이 가능하다. 김현명 기자 wisemew@konkuk.ac.kr 제목+내용 댓글 닉네임 쓰기 Prev 1 4 5 6 7 8 9 10 11 12 13 68 Next / 68 GO / 68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