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712 추천 수 0 댓글 0

 

 

얼마 전부터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가 신문 1면과 방송 헤드라인에 자주 오르내린다. 정치권에선 이 사안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면서 국회 일정이 공전하고 있다. 이런 정쟁 가운데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을 누가 더 가져가고, 덜 가져가느냐를 둘러싸고 양보 없는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런 모습은 기시감(旣視感)이 크다. 십수 년 전부터 수사권 조정을 놓고 두 기관은 싸웠고, 국회는 그때그때의 시류를 살펴 법안을 손질하다, 돌려놓다를 거듭했다.

통상 대학생과 시민의 입장에서 이 문제는 ‘관심 밖’이다. 수사권 조정이라는 이슈를 대하는 관념은 ‘흔한 정쟁의 소재’, ‘검찰과 경찰의 부단한 밥그릇 싸움’ 정도일 경우가 많다. 수사권 문제를 다루는 신문과 방송의 보도 역시 알아듣기 어려운 법률용어 투성이이거나 여야 또는 검경이 사활을 걸고 다투고 있다는 내용 정도로 압축된다. 일반인들로부터 ‘관심 밖’ 취급을 받는 게 어찌 보면 더 자연스러울 지경이다.

하지만 무관심이 심해질수록 일반인들이 손해를 본다는 점이 문제다. 권력기관의 힘 나누기가 신중한 검토 없이 이뤄지면, 부작용은 언제든 일상의 문제로 침투한다. 살아가면서 죄지을 일 없으니 괜찮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사건의 피해자가 되거나 억울한 가해자가 될 가능성은 자신의 준법의지와 무관할 때가 꽤 많다.

인터넷 사이트에 구직 글을 올렸다가 무역업체에서 수금사원을 찾는다고 해서 채용된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무역업체를 가장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인출책’으로 지목돼 수사를 받았고, 공범으로 재판까지 넘겨졌다. 결국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의 1차 수사와 검찰의 2사 수사를 견뎌야 했다.

신분을 위장한 범인에게 현금 사기를 당했지만, 범인을 좁힐 단서라고는 거의 없는 피해자의 입장이 돼 보자. 검찰에 고소장을 냈는데, 사건은 어느새 경찰로 이관돼 있고 증거 부족으로 경찰이 사건을 종결해 버린 뒤로는 검찰에 재수사를 호소할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는 국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로 넘어간 수사권 조정 법안이 엉성하게 통과되면 벌어질 만한 일이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채 이른바 ‘권력의 하명수사’를 한다는 오명을 쓴 검찰을 개혁할 방안으로 논의된 방안 중 하나가 수사권 조정이다. 그런데 입법의 결과는, 소수의 비리 사건만이 아니라 법적 문제를 맞닥뜨린 서민의 일상생활에서 나타난다. 수사권 조정이 검찰의 힘을 빼는 쪽에 초점을 둘 게 아니라 국민의 삶과 권리 보호에 주안점을 둬야 하는 이유다. 수사권을 누가 더 가져가는지가 아니라 수사권 행사에서 권한 남용이 있는지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억울한 피해자, 피의자가 없도록 사법절차 곳곳에서 경찰·검찰·법원의 권한을 배분하고, 견제하도록 하는 데 지혜를 모으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권력기관 개혁을 정쟁 사안이나 이권 다툼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삶의 문제로 여기고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정치권이나 국가기관은 복잡하게 얽혀 풀기 어려운 정책 현안을 다룰 때 여론의 냉소와 무관심을 내심 반가워할지도 모른다. 정략적 셈법이나 무사안일 속에 엉성하게 땜질 된 법은 어느 순간 국가가 내 억울함을 합법적으로 외면하게 해 주는 제도가 돼 있을 수 있다.

 

건대신문사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18 자유홍보 [ 대동제 주막용품 지원 이벤트 ] 진로 13.05.01 925
517 자유홍보 한자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간, 딱~!! 10일 정현석 13.04.30 1203
516 자유홍보 상반기 취업, 면접대비 SK인사부장님과 함께해요~! [1] 슈퍼짱지 13.04.30 875
515 자유홍보 라코스테 신발 데저트부츠 느낌의 라코스테 신발과 라코스테 메신저백으로 ... [1] 남희문 13.04.30 1317
514 자유홍보 헌혈로 나누는 기쁨! 대한적십자사 13일의 이벤트 서포터즈 13.04.29 1671
513 자유홍보 Good 자소서와 Excellent 면접 (5월 1차 무료 설명회) 초코회오리 13.04.29 790
512 자유홍보 새내기학생이사-010-6801-1300(원룸.하숙.야간이사저렴) kind24 13.04.29 883
511 자유홍보 [ SEC ] 영어 회화 스피킹 클럽의 회원을 모집합니다 배수지 13.04.29 902
510 자유홍보 5/4.(SAT) ★★ KIDULT PARTY ★★ @ Ellui 레드감마 13.04.29 934
509 자유홍보 [사람책방] 제 1회 사랑책방 kmg4137 13.04.28 880
508 자유홍보 [대외활동 모집]10대 힐링, 멘토링, 강연_수상한 오빠들의 미심쩍은 상담소 블리님 13.04.28 981
507 자유홍보 [대외활동 모집]10대 힐링, 멘토링, 강연_수상한 오빠들의 미심쩍은 상담소 ... file 블리님 13.04.28 510
506 자유홍보 [새누리당 대학생위원회] 새누리당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신입 대학생위원을 ... 새누리당 청년국 13.04.26 939
505 자유홍보 [아이쿠스]유럽배낭여행&이탈리아 한국축제기획단&한국홍보원장단에 도전하... 이민주 13.04.26 791
504 자유홍보 [문화체육관광부 주상하이문화원/교통대] 중국 상하이에서 펼쳐지는 한-중 ... 이민주 13.04.26 874
503 자유홍보 피파온라인3 건국대학교 클럽에서 클럽원 모집합니다. [2] 김이코노믹 13.04.26 611
502 자유홍보 여자 운동화 추천 봄 데님원피스등 플레어 스커트의 계절에 잘어울리는 [1] 정충무 13.04.25 2296
501 자유홍보 [KUSPA 단편소설 공모전] 단편소설 쓰고 아이패드를 타가세요! 임지수 13.04.25 887
500 자유홍보 ★해커스잡 인적성배틀★ 대학별 대항전 진행중에 있어요. 1등 학교에게 상품 ... 스마트거리 13.04.25 1023
499 자유홍보 학생이사(010-8675-8286)원룸.하숙.각종이사저렴 용달이사 13.04.25 952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590 591 592 593 594 595 596 597 598 599 ... 620 Next ›
/ 62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