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758 추천 수 0 댓글 0

 

 

얼마 전부터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가 신문 1면과 방송 헤드라인에 자주 오르내린다. 정치권에선 이 사안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면서 국회 일정이 공전하고 있다. 이런 정쟁 가운데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을 누가 더 가져가고, 덜 가져가느냐를 둘러싸고 양보 없는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런 모습은 기시감(旣視感)이 크다. 십수 년 전부터 수사권 조정을 놓고 두 기관은 싸웠고, 국회는 그때그때의 시류를 살펴 법안을 손질하다, 돌려놓다를 거듭했다.

통상 대학생과 시민의 입장에서 이 문제는 ‘관심 밖’이다. 수사권 조정이라는 이슈를 대하는 관념은 ‘흔한 정쟁의 소재’, ‘검찰과 경찰의 부단한 밥그릇 싸움’ 정도일 경우가 많다. 수사권 문제를 다루는 신문과 방송의 보도 역시 알아듣기 어려운 법률용어 투성이이거나 여야 또는 검경이 사활을 걸고 다투고 있다는 내용 정도로 압축된다. 일반인들로부터 ‘관심 밖’ 취급을 받는 게 어찌 보면 더 자연스러울 지경이다.

하지만 무관심이 심해질수록 일반인들이 손해를 본다는 점이 문제다. 권력기관의 힘 나누기가 신중한 검토 없이 이뤄지면, 부작용은 언제든 일상의 문제로 침투한다. 살아가면서 죄지을 일 없으니 괜찮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사건의 피해자가 되거나 억울한 가해자가 될 가능성은 자신의 준법의지와 무관할 때가 꽤 많다.

인터넷 사이트에 구직 글을 올렸다가 무역업체에서 수금사원을 찾는다고 해서 채용된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무역업체를 가장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인출책’으로 지목돼 수사를 받았고, 공범으로 재판까지 넘겨졌다. 결국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의 1차 수사와 검찰의 2사 수사를 견뎌야 했다.

신분을 위장한 범인에게 현금 사기를 당했지만, 범인을 좁힐 단서라고는 거의 없는 피해자의 입장이 돼 보자. 검찰에 고소장을 냈는데, 사건은 어느새 경찰로 이관돼 있고 증거 부족으로 경찰이 사건을 종결해 버린 뒤로는 검찰에 재수사를 호소할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는 국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로 넘어간 수사권 조정 법안이 엉성하게 통과되면 벌어질 만한 일이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채 이른바 ‘권력의 하명수사’를 한다는 오명을 쓴 검찰을 개혁할 방안으로 논의된 방안 중 하나가 수사권 조정이다. 그런데 입법의 결과는, 소수의 비리 사건만이 아니라 법적 문제를 맞닥뜨린 서민의 일상생활에서 나타난다. 수사권 조정이 검찰의 힘을 빼는 쪽에 초점을 둘 게 아니라 국민의 삶과 권리 보호에 주안점을 둬야 하는 이유다. 수사권을 누가 더 가져가는지가 아니라 수사권 행사에서 권한 남용이 있는지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억울한 피해자, 피의자가 없도록 사법절차 곳곳에서 경찰·검찰·법원의 권한을 배분하고, 견제하도록 하는 데 지혜를 모으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권력기관 개혁을 정쟁 사안이나 이권 다툼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삶의 문제로 여기고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정치권이나 국가기관은 복잡하게 얽혀 풀기 어려운 정책 현안을 다룰 때 여론의 냉소와 무관심을 내심 반가워할지도 모른다. 정략적 셈법이나 무사안일 속에 엉성하게 땜질 된 법은 어느 순간 국가가 내 억울함을 합법적으로 외면하게 해 주는 제도가 돼 있을 수 있다.

 

건대신문사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65 청심대 일상 스시아린이 없네여! [6] 힌디 15.04.22 2369
364 청심대 일상 후문 우리식당 짱!!! [12] 주겅 15.04.22 1826
363 청심대 일상 중문 홍대돈부리 [22] 건대천국 15.04.18 1369
362 청심대 일상 개미집가요! [14] 해나키키 15.04.17 1573
361 청심대 일상 골목에 골목 [8] ㅊㅋㅇㅇ 15.04.17 1087
360 분실물찾기 하얀색 USB를 찾습니다. [1] 하잉 15.04.16 109
359 청심대 일상 후문 오늘통닭 [12] 젤리젤리 15.04.15 2224
358 청심대 일상 서래 갈매기살 [7] 인우박 15.04.14 1541
357 분실물찾기 코치 우산 주웠습니다.(수정) [1] 정겨운 납자루 15.04.09 151
356 청심대 일상 중문 누들박스 [15] 룰루루루루루 15.04.08 1617
355 분실물찾기 하늘색 여자애 그려진 필통 [7] 카보 15.04.07 247
354 청심대 일상 화양시장 족발중독 [11] 치킨이짱 15.04.05 2614
353 청심대 일상 후문 81cc [14] dcase 15.04.05 1327
352 청심대 일상 스타시티 1층 모노레일 커피 [12] file 링구아 15.03.31 2207
351 동아리 모집 <연합/배낭여행> 유스호스텔 지욤 15.03.27 2118
350 동아리 모집 건국대학교 예수전도단(YWAM) 입니다. file 기타치는드러머 15.03.25 2945
349 동아리 모집 ☆★☆ D-1 모집마감 / 건국대학교 강연동아리 레뮤제 신입회원 모집안내 ☆★☆ file DQ 15.03.13 1125
348 동아리 모집 [대학생연합] 청년 모바일 스타트업 함께하실 디자이너분을 찾습니다. file 엉짱이 15.03.12 1376
347 동아리 모집 건국대 컴퓨터동아리 kca에서 새 가족을 모집합니다! [1] file aaaaaa 15.03.12 1413
346 청심대 일상 건불대박 [21] 땡땡둥이 15.03.12 1359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 129 Next ›
/ 129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