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724 추천 수 0 댓글 1

10843_12649_3059.jpg
김지혜 상허교양대학 강사

몇 해 전 봤던 연극 중, 제목이 잊히지 않는 연극이 있다. 바로 ‘오늘 또 오늘’이라는 연극이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가족과 헤어진 채 살아가는 한 남성의 이야기였는데, 그는 과거 상처에 갇힌 ‘기억의 수인(囚人)’으로 살고 있었다. 제목처럼 주인공의 시간은 전쟁 당시의 ‘오늘’에 멈춰있어, 전쟁같이 반복되는 삶을 살 뿐, ‘미래’를 꿈꾸기 어려워 보였다. 트라우마를 앓고 있던 주인공은 번번이 삶의 주도권을 과거 기억에 내어주어야만 했다.

4~5월을 보내는 동안, ‘오늘 또 오늘’이라는 연극 제목이 떠올랐다. 줄거리가 뚜렷하게 기억나는 것도 아니고, 특정 장면이 인상 깊게 남은 것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또 오늘’이라는 그 제목이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왜 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현재 한국 사회에는 과거 특정 기억의 수인인 채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외상을 준 특정 사건으로부터 시간적 거리를 갖게 되었다고 해서, 사건의 기억이 잊히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기억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희미해지거나 망각되기 마련이지만 트라우마적 기억에서는 외상을 준 사건이 잊히지 않고 오히려 뚜렷해질 때가 많다.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에서는 사람들에게 상실감과 상흔을 남겨준 사건들이 많았다. 또한 현재 사회에서도 여전히 우리 삶에는 숱한 생명들이 개인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억울하게 죽거나 사회 구조의 모순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 억울한 죽음은 기시감(旣視感)이 느껴질 정도로 되풀이해서 나타나고 있으며, 억울한 죽음의 이미지들은 망령처럼 떠돌아다니는데 이에 대한 애도는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애도가 충분하지 않을 때, 남겨진 사람들은 트라우마적 기억에 갇힐 가능성이 크다.

현대 사회에서 애도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애도 담론이 개인 차원의 문제로 다뤄지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애도 주체를 개인으로 한정하고 개인이 감정 통제를 통해 슬픔을 극복해야 할 문제로 취급함으로써 사회 공동체가 애도 주체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하지 않는다. 이렇게 사회는 상실의 애도를 개인이 의지와 정신력을 통해서 극복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환원하였다. 또한 상실이 발생한 사회적 맥락은 은폐된 채 상실의 원인을 개인의 심리 또는 문제적 성향에서 찾아 낸다거나 불가항력적인 우연에 초점이 맞춰짐으로써 탈사회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상실이 개인화되거나 개별화되면, 표면적으로는 다를지라도 그 이면에서 동일한 원인의 상실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 특히, 억울한 죽음의 경우 개인이 아닌 사회 공동체가 애도 주체로 나서 망자가 죽은 원인을 파악하고 망자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애도가 이뤄질 수 있다. 사회 공동체가 함께 기억하고 애도함으로써 ‘오늘 또 오늘’의 악몽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오늘을 지나 내일로 나아갈 수 있다. ‘오늘 또 오늘’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내일’의 서사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김지혜 상허교양대학 강사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25 자유홍보 영어회화를 잘하고 싶다? TnBL로 오세요!!! 퓨퓨 13.02.20 1531
124 자유홍보 대학 연합 주식경제동아리 '위닝펀드' 에서 신입회원을 모집합니다!! [1] 위닝펀드 13.02.20 2086
123 자유홍보 [점프해커스] 대학생 멘토&통신원 17기 모집 (~2/20) 뀨뀨뀨뀨 13.02.20 1432
122 자유홍보 "대한민국 한자교육은 지금 보이스한자로 通한다" 슈빠 13.02.20 2926
121 자유홍보 노래가 하고싶은자! 노래가 좋은자! 오라 파랑새로~ 파랑새다 13.02.20 1379
120 자유홍보 [EyeOnYou]뉴발란스 574의 새로운 스타일링 스트릿 스냅입니다. [1] 임순화 13.02.20 1976
119 대외활동 대학연합광고동아리 애드피아에서 신입기수를 모집합니다!!! file 보닌 13.02.20 909
118 자유홍보 ★★★★★ 루아다 가방제작학원에서 20기 수강생모집합니다. ★★★★★ [1] wpalsl 13.02.20 1188
117 자유홍보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아톰스토리 서포터즈 대학생 리포터를 모집합니다 (~3... 북곽선생 13.02.19 1837
116 자유홍보 [사례지급] 2013년에 신입생이 되신 13학번 대상으로 입학사정관제 설문조사... 곰지에용 13.02.19 1907
115 자유홍보 ★★★★★ 루아다 가방제작학원에서 20기 수강생모집합니다. ★★★★★ wpalsl 13.02.19 1240
114 자유홍보 [스트릿스냅 EYE ON YOU] 20대 여성의 SPRING 길거리 패션 추천 [1] 임순화 13.02.19 3283
113 자유홍보 [비너스]여대생을 위한!^^ 비너스 공식 서포터즈 3기를 모집 중입니다!!(~3/1) 레몬차 13.02.19 1480
112 동아리 모집 RU OK? IM OK! 건국대 발명 동아리 IMOK [6] 건대에씨비 13.02.19 2589
111 자유홍보 취업자소서 이런 느낌으로 쓰세요!! 양작 13.02.19 1435
110 자유홍보 [Accepted] 대학생 연합 소모임 동아리 '억셉티드'에서 10기 회원을 모집합... [1] 억셉티드 13.02.19 2787
109 동아리 모집 SKIN SCUBA 스킨스쿠버 동아리 수중탐사부 [5] file 우와아아앙 13.02.19 3045
108 자유홍보 [TV조선] Job Cafe 제1회 신한금융지주 취업설명회 모집(~2/20) 조선 13.02.18 1747
107 자유홍보 Cool Drinker 가 O.T 명찰을 쏩니다! 쿨드링커 13.02.18 1553
106 자유홍보 ★★★★★ 루아다 가방제작학원에서 20기 수강생모집합니다. ★★★★★ wpalsl 13.02.18 1279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610 611 612 613 614 615 616 617 618 619 ... 621 Next ›
/ 621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