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741 추천 수 0 댓글 1

10843_12649_3059.jpg
김지혜 상허교양대학 강사

몇 해 전 봤던 연극 중, 제목이 잊히지 않는 연극이 있다. 바로 ‘오늘 또 오늘’이라는 연극이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가족과 헤어진 채 살아가는 한 남성의 이야기였는데, 그는 과거 상처에 갇힌 ‘기억의 수인(囚人)’으로 살고 있었다. 제목처럼 주인공의 시간은 전쟁 당시의 ‘오늘’에 멈춰있어, 전쟁같이 반복되는 삶을 살 뿐, ‘미래’를 꿈꾸기 어려워 보였다. 트라우마를 앓고 있던 주인공은 번번이 삶의 주도권을 과거 기억에 내어주어야만 했다.

4~5월을 보내는 동안, ‘오늘 또 오늘’이라는 연극 제목이 떠올랐다. 줄거리가 뚜렷하게 기억나는 것도 아니고, 특정 장면이 인상 깊게 남은 것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또 오늘’이라는 그 제목이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왜 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현재 한국 사회에는 과거 특정 기억의 수인인 채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외상을 준 특정 사건으로부터 시간적 거리를 갖게 되었다고 해서, 사건의 기억이 잊히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기억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희미해지거나 망각되기 마련이지만 트라우마적 기억에서는 외상을 준 사건이 잊히지 않고 오히려 뚜렷해질 때가 많다.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에서는 사람들에게 상실감과 상흔을 남겨준 사건들이 많았다. 또한 현재 사회에서도 여전히 우리 삶에는 숱한 생명들이 개인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억울하게 죽거나 사회 구조의 모순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 억울한 죽음은 기시감(旣視感)이 느껴질 정도로 되풀이해서 나타나고 있으며, 억울한 죽음의 이미지들은 망령처럼 떠돌아다니는데 이에 대한 애도는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애도가 충분하지 않을 때, 남겨진 사람들은 트라우마적 기억에 갇힐 가능성이 크다.

현대 사회에서 애도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애도 담론이 개인 차원의 문제로 다뤄지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애도 주체를 개인으로 한정하고 개인이 감정 통제를 통해 슬픔을 극복해야 할 문제로 취급함으로써 사회 공동체가 애도 주체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하지 않는다. 이렇게 사회는 상실의 애도를 개인이 의지와 정신력을 통해서 극복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환원하였다. 또한 상실이 발생한 사회적 맥락은 은폐된 채 상실의 원인을 개인의 심리 또는 문제적 성향에서 찾아 낸다거나 불가항력적인 우연에 초점이 맞춰짐으로써 탈사회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상실이 개인화되거나 개별화되면, 표면적으로는 다를지라도 그 이면에서 동일한 원인의 상실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 특히, 억울한 죽음의 경우 개인이 아닌 사회 공동체가 애도 주체로 나서 망자가 죽은 원인을 파악하고 망자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애도가 이뤄질 수 있다. 사회 공동체가 함께 기억하고 애도함으로써 ‘오늘 또 오늘’의 악몽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오늘을 지나 내일로 나아갈 수 있다. ‘오늘 또 오늘’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내일’의 서사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김지혜 상허교양대학 강사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658 자유홍보 [무료공개강연]39세 100억 시리즈 베스트셀러 저자 이진우 소장의 공개무료... [1] 에어리어 13.12.11 661
1657 자유홍보 추운 겨울에도 덴디함을 잃지 않는 라코스테, 뉴발란스 [1] dkjlfdo 13.12.11 766
1656 자유홍보 방학중 통기타 무료로 배우실 분 모이세요~~~ 자유만땅 13.12.11 902
1655 자유홍보 [UCM이웃사랑 대학생봉사단 Urbancare] 어반케어 1기 대대대모집(~12월 14일) 맛있느거 13.12.11 626
1654 자유홍보 [플랜티어학원]스피킹챌린지설명회를 합니다!!!(12/13~27) 유인투아이 13.12.11 700
1653 자유홍보 [점프해커스] 대학생 멘토&통신원 27기 모집! (~12월 22일) [1] 점프해커스 13.12.11 867
1652 자유홍보 [2013 d'light MERRYGROUND] Be the Parents 캠페인과 함께하는 딜라이트 파티 lelvlelv 13.12.11 647
1651 자유홍보 [한일학생포럼] 한일 대학생들의 학술교류가 더더욱 필요한 지금! 30기 신입... 우왕포럼 13.12.10 621
1650 자유홍보 [종로]스피킹스터디모집!!! 유인투아이 13.12.10 668
1649 자유홍보 스마트폰 거치대 만들기 이벤트!! 조지아캔커피100%증정, 맥북, 대쉬크랩 [1] 하히후햐 13.12.10 818
1648 자유홍보 [2013 d'light MERRYGROUND] lelvlelv 13.12.10 524
1647 자유홍보 [브러쉬박스] 동화 일러스트 무료 세미나(CG수묵화편)- 12월 14일 토 6시(선... [1] 브러쉬박스 13.12.10 1128
1646 자유홍보 미리 준비하는 2014년 취업 : 자소서 면접 Tip을 공개합니다 초코회오리 13.12.10 700
1645 자유홍보 곧 크리스마스다. 미팅할 사람? 신사임당 13.12.10 740
1644 자유홍보 치과혜택 알고 받으세요! 이거네 13.12.10 976
1643 자유홍보 [모집] 동계방학 캄보디아 해외봉사 지원자 모집 (동계방학 및 수시모집) 캄보프렌드 13.12.10 568
1642 자유홍보 상속자속 그신발~~ 퓨마 디스크 블레이즈 저렴히 만나보세요 [1] 하늘을날다 13.12.09 736
1641 자유홍보 [쌔러데이나잇 라이브] 군자역 라이브까페에서 14일 공연이 있습니다! 프로튜어먼트 13.12.09 1304
1640 자유홍보 안녕하세요 건국대학교 여러분들 일본으로 수출하는 특1등급알밤을 저렴한가... 구덕례 13.12.09 842
1639 자유홍보 [크리에이티브 아레나] 리얼 마케팅 서바이벌 프로젝트!(~12/20) 아레나티비 13.12.09 771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533 534 535 536 537 538 539 540 541 542 ... 620 Next ›
/ 62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