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823 추천 수 0 댓글 0

 

10839_12643_101.jpg
박다은 대학1부장

두 번째 대학인 건국대는 거의 입학과 동시에 필자에게 ‘문화 충격’을 주었다. 전에 다니던 대학과는 다른 점이 눈에 들어왔다. OT현장에도, 캠퍼스 도로에도, 건물에도, 강의실에도 당연히 있어야할 무언가가 없었다. 노란색 점자블럭, 휠체어용 엘리베이터, 속기사, 수어 통역사 등. 첫 대학에서는 너무 당연해서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곳에는 없었다.

또 한 번의 더 큰 충격이 남아있었다. 작년 대동제가 다가오던 봄, 장애인권동아리 ‘가날지기’는 노천극장에 베리어프리존을 설치해달라는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부끄럽게도 필자는 ‘베리어프리존’이라는 단어를 이 때 처음 접했다. 분명 전 대학에서 측제 공연장 맨 앞에 장애 학우들을 위한 자리가 준비됐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단어까지 알지는 못했다. 굳이 그 단어가 필요치 않았던 것 같다. 그 때 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에.

당시 베리어프리존은 노천극장 맨 ‘뒤’에 조그맣게 마련됐다. 필자의 시선에서 전혀 장애 학우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못한 듯 보였다. 전 총학생회는 작년, 장애학생간담회에 참여해 자신들이 베리어프리존을 설치했다며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솔직한 말로 어이가 없었다. 이에 비하면 올해의 베리어프리존은 분명 발전됐다. 그러나 배정된 예산이 없었다는 이유로 속기사와 수어 통역사는 여전히 찾아볼 수 없었다. 왜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직접 지적해주지 않으면 문제를 인지조차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다.

비교는 참 안 좋은 것이라, 전 대학과 현 대학을 계속해서 비교하기 참 싫지만 비교를 해야겠다. 내가 ‘처음’ 새내기이던 그 때, 예비대학과 OT, 축제 등 모든 행사에서 속기 자막이 제공됐다. 모든 행사가 그랬다. 언제라도 그 공간을 찾을 그들의 귀가 되어주기 위해 모든 말들이 실시간 자막으로 띄워졌다. 수어통역사는 물론, 베리어프리존까지 완벽했다. 강의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속기지원을 하는 도우미 학생들부터 전문 수어통역사 선생님들이 모든 수업을 함께 들어갔다. 시각장애 학우들을 위한 기기들도 완비되어 있었다. 강의실 맨 앞자리는 늘 비워져 있었다.

반면 건국대학교에는 ‘당연함’이 좀 부족했다. 작년 가날지기의 시위 이후,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베리어프리존이 역차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견고한 나의 의견을 말하고 싶다. 그들은 틀렸다.

작년 장애학생간담회에서 학교 본부도 일부 문제에 대해 비장애 학우들이 ‘역차별’이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간담회 초반, 장애 학우들에게만 공결증이 제공되고, 비장애 학우들에게는 공결증이 제공되기 힘들 것 같다는 사실이 공지됐다. 이는 문제를 장애 학우들만의 문제로 국한시키려는 대학의 짧은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리 모두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장애학생도우미 활동을 하는 비장애 학우들까지도 이 문제에 도통 끼워주질 않는다.

올해 총학생회 청심은 장애학생간담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직접 장애 학우들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문제 해결 의지가 있는 학우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이에 대한 이해 없이 따로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은 총학생회의 태도는 실망스럽기도 하다. 우선 듣기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직접’ 마련한 자리는 장애학생간담회보다 분명 더 나아간 형태이길 바란다. 우리는 그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 아니다.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요구하지 않아도 그냥, 당연하게 돼야하는 것이다. 부디 학교도, 총학생회도 이점을 유념하길 바란다.

 

박다은 대학1부장  daeunn0110@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706 KU 미디어 [사회] “도(道)를 아십니까?” 그래서 직접 한 번 알아 봤다. [22] 건대신문 16.09.25 6083
705 KU 미디어 [보도] 공동 공간 대여 제한되는 연합동아리 [8] 건대신문 16.09.25 2747
704 KU 미디어 [인터뷰] #3 김미희 전 국회의원, “건대 항쟁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어요” [10] 건대신문 16.09.25 3082
703 KU 미디어 [인터뷰] #2 건대항쟁, 66시간 50분의 외침 [12] 건대신문 16.09.25 2971
702 KU 미디어 [인터뷰] #1 현 시대에 필요한 민주화의 목소리, 건대항쟁이 중요한 이유 [16] 건대신문 16.09.25 2484
701 건대교지 [카드뉴스] 흡연자를 위한 공간은 없다 [26] file 건대교지 16.09.24 14265
700 건대교지 총 대신 꽃을 - “식물은 나약한 게 아니라 과묵한거에요.” [27] file 건대교지 16.09.24 13187
699 건대교지 한 시간 노동, 만원 : 알바노조를 만나다. [22] 건대교지 16.09.24 11323
698 분실물찾기 지갑을 찾습니다 ㅠㅠ 킹구 16.09.23 75
697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승마동아리 EQUUS에서 신입회원 모집합니다! [1] file 안녕하지영 16.09.22 306
696 KU 미디어 [뭐든지 만들어 보겠습니다 ③]- 나무의자 편 [5] file ABS 16.09.21 1986
695 KU 미디어 [건국 생활백서 ①] [3] file ABS 16.09.21 1941
694 분실물찾기 아이폰 로즈골드 6S 찾습니다 마레지구 16.09.20 116
693 KU 미디어 [Campus Briefing] New News About English Lectures [20] 영자신문 16.09.20 2350
692 KU 미디어 [Campus Briefing] Welcome to KU, Mr. New Engineering Building [22] file 영자신문 16.09.20 3428
691 KU 미디어 [인터뷰] 학복위가 제시하는 '체계적인' 분실물 관리시스템 [12] 건대신문 16.09.20 2908
690 KU 미디어 [Campus Briefing] Present Condition of The PRIME Project [23] 영자신문 16.09.20 2665
689 KU 미디어 [Campus Briefing] Never Ending Fight, in Global Campus [26] file 영자신문 16.09.20 2767
688 KU 미디어 [보도]그가 충주에서 서울로 올라온 까닭은 [18] 건대신문 16.09.20 2765
687 KU 미디어 [보도] '뉴 포털' 드디어 오픈하나 [16] 건대신문 16.09.20 2771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89 90 91 92 93 94 95 96 97 98 ... 129 Next ›
/ 129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