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691 추천 수 0 댓글 0

 

10839_12643_101.jpg
박다은 대학1부장

두 번째 대학인 건국대는 거의 입학과 동시에 필자에게 ‘문화 충격’을 주었다. 전에 다니던 대학과는 다른 점이 눈에 들어왔다. OT현장에도, 캠퍼스 도로에도, 건물에도, 강의실에도 당연히 있어야할 무언가가 없었다. 노란색 점자블럭, 휠체어용 엘리베이터, 속기사, 수어 통역사 등. 첫 대학에서는 너무 당연해서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곳에는 없었다.

또 한 번의 더 큰 충격이 남아있었다. 작년 대동제가 다가오던 봄, 장애인권동아리 ‘가날지기’는 노천극장에 베리어프리존을 설치해달라는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부끄럽게도 필자는 ‘베리어프리존’이라는 단어를 이 때 처음 접했다. 분명 전 대학에서 측제 공연장 맨 앞에 장애 학우들을 위한 자리가 준비됐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단어까지 알지는 못했다. 굳이 그 단어가 필요치 않았던 것 같다. 그 때 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에.

당시 베리어프리존은 노천극장 맨 ‘뒤’에 조그맣게 마련됐다. 필자의 시선에서 전혀 장애 학우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못한 듯 보였다. 전 총학생회는 작년, 장애학생간담회에 참여해 자신들이 베리어프리존을 설치했다며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솔직한 말로 어이가 없었다. 이에 비하면 올해의 베리어프리존은 분명 발전됐다. 그러나 배정된 예산이 없었다는 이유로 속기사와 수어 통역사는 여전히 찾아볼 수 없었다. 왜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직접 지적해주지 않으면 문제를 인지조차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다.

비교는 참 안 좋은 것이라, 전 대학과 현 대학을 계속해서 비교하기 참 싫지만 비교를 해야겠다. 내가 ‘처음’ 새내기이던 그 때, 예비대학과 OT, 축제 등 모든 행사에서 속기 자막이 제공됐다. 모든 행사가 그랬다. 언제라도 그 공간을 찾을 그들의 귀가 되어주기 위해 모든 말들이 실시간 자막으로 띄워졌다. 수어통역사는 물론, 베리어프리존까지 완벽했다. 강의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속기지원을 하는 도우미 학생들부터 전문 수어통역사 선생님들이 모든 수업을 함께 들어갔다. 시각장애 학우들을 위한 기기들도 완비되어 있었다. 강의실 맨 앞자리는 늘 비워져 있었다.

반면 건국대학교에는 ‘당연함’이 좀 부족했다. 작년 가날지기의 시위 이후,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베리어프리존이 역차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견고한 나의 의견을 말하고 싶다. 그들은 틀렸다.

작년 장애학생간담회에서 학교 본부도 일부 문제에 대해 비장애 학우들이 ‘역차별’이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간담회 초반, 장애 학우들에게만 공결증이 제공되고, 비장애 학우들에게는 공결증이 제공되기 힘들 것 같다는 사실이 공지됐다. 이는 문제를 장애 학우들만의 문제로 국한시키려는 대학의 짧은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리 모두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장애학생도우미 활동을 하는 비장애 학우들까지도 이 문제에 도통 끼워주질 않는다.

올해 총학생회 청심은 장애학생간담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직접 장애 학우들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문제 해결 의지가 있는 학우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이에 대한 이해 없이 따로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은 총학생회의 태도는 실망스럽기도 하다. 우선 듣기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직접’ 마련한 자리는 장애학생간담회보다 분명 더 나아간 형태이길 바란다. 우리는 그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 아니다.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요구하지 않아도 그냥, 당연하게 돼야하는 것이다. 부디 학교도, 총학생회도 이점을 유념하길 바란다.

 

박다은 대학1부장  daeunn0110@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398 자유홍보 ★스페인어 원어민 쌤한테 과외받을 학생 구합니다~ ^_^ 문현규 13.10.22 727
1397 자유홍보 한일대학생학술교류단체 한일학생포럼 30기를 모집합니다! 우왕포럼 13.10.22 692
1396 자유홍보 [연세대학교 리더십센터] 국제모의유엔대회 NMUN-Korea 2013 참가자 모집 (~... 모의유엔 13.10.22 720
1395 자유홍보 ★금융권 취업우대/선착순100명★ 11월 CFP 최종 모의고사 2일특강! 최대 50%... 스마트거리 13.10.22 557
1394 자유홍보 [KKB 금융영어 School] 11월 Investement English 과정 오픈 (11월 6일~) 유베 13.10.22 3300
1393 자유홍보 대학생벤처기사단 9기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file 신공맨 13.10.21 578
1392 자유홍보 [삼성전자 공모전]투모로우 솔루션 온라인 투표 이벤트 진행하네여~ 투모로우 13.10.21 617
1391 자유홍보 [삼성전자]삼성 딜라이트 토크 - Book talk #1<서울시 저자 하상욱詩人>(10/29) lelvlelv 13.10.21 880
1390 자유홍보 [연세대학교 리더십센터] 국제모의유엔대회 NMUN-Korea 2013 참가자 모집 (~... 모의유엔 13.10.21 1098
1389 자유홍보 [기업가 정신 캠프]시즌 8 참가자 모집 (~10/27) 오픈놀 13.10.21 823
1388 자유홍보 * 종로광장시장 인문학콘서트 "시장과 돈" * 광장시장러버 13.10.21 1547
1387 자유홍보 연세대학교: 화질실험 참가자모집 2시간- 2만원 훈제연어 13.10.21 650
1386 자유홍보 Project TEACH 교육봉사단체 4기 멘토 모집 file 아촤촤촤 13.10.21 962
1385 자유홍보 [점프해커스] 대학생 멘토&통신원 25기 모집 (오늘 마감!) [2] 트레비엥 13.10.21 972
1384 자유홍보 [더넥스트]세상을 흔드는 공부! 소셜스터디 캠퍼스X팀 플레이어 1기를 모집... 더넥스트 13.10.20 1331
1383 자유홍보 스카이프 1:1 원어민 영어회화 소개드립니다.~~~ 라쿤 13.10.19 691
1382 자유홍보 [SSN주관] 2013산학연협력엑스포 '학생창업네트워킹파티' START-UP-BOOSTER!! 에스에스엔 13.10.19 733
1381 자유홍보 대학생 교육기부단 추가모집 공고 롯데와플 13.10.19 619
1380 자유홍보 지원받고 하고싶은대로 봉사하자!! 대학생 교육기부단 쏙쏙캠프 홍보! 롯데와플 13.10.19 723
1379 자유홍보 자원봉사 따뜻한 마음을 투표하고 기프티콘 받자! 치맥 13.10.19 491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546 547 548 549 550 551 552 553 554 555 ... 620 Next ›
/ 62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