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693 추천 수 0 댓글 0

 

10839_12643_101.jpg
박다은 대학1부장

두 번째 대학인 건국대는 거의 입학과 동시에 필자에게 ‘문화 충격’을 주었다. 전에 다니던 대학과는 다른 점이 눈에 들어왔다. OT현장에도, 캠퍼스 도로에도, 건물에도, 강의실에도 당연히 있어야할 무언가가 없었다. 노란색 점자블럭, 휠체어용 엘리베이터, 속기사, 수어 통역사 등. 첫 대학에서는 너무 당연해서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곳에는 없었다.

또 한 번의 더 큰 충격이 남아있었다. 작년 대동제가 다가오던 봄, 장애인권동아리 ‘가날지기’는 노천극장에 베리어프리존을 설치해달라는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부끄럽게도 필자는 ‘베리어프리존’이라는 단어를 이 때 처음 접했다. 분명 전 대학에서 측제 공연장 맨 앞에 장애 학우들을 위한 자리가 준비됐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단어까지 알지는 못했다. 굳이 그 단어가 필요치 않았던 것 같다. 그 때 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에.

당시 베리어프리존은 노천극장 맨 ‘뒤’에 조그맣게 마련됐다. 필자의 시선에서 전혀 장애 학우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못한 듯 보였다. 전 총학생회는 작년, 장애학생간담회에 참여해 자신들이 베리어프리존을 설치했다며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솔직한 말로 어이가 없었다. 이에 비하면 올해의 베리어프리존은 분명 발전됐다. 그러나 배정된 예산이 없었다는 이유로 속기사와 수어 통역사는 여전히 찾아볼 수 없었다. 왜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직접 지적해주지 않으면 문제를 인지조차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다.

비교는 참 안 좋은 것이라, 전 대학과 현 대학을 계속해서 비교하기 참 싫지만 비교를 해야겠다. 내가 ‘처음’ 새내기이던 그 때, 예비대학과 OT, 축제 등 모든 행사에서 속기 자막이 제공됐다. 모든 행사가 그랬다. 언제라도 그 공간을 찾을 그들의 귀가 되어주기 위해 모든 말들이 실시간 자막으로 띄워졌다. 수어통역사는 물론, 베리어프리존까지 완벽했다. 강의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속기지원을 하는 도우미 학생들부터 전문 수어통역사 선생님들이 모든 수업을 함께 들어갔다. 시각장애 학우들을 위한 기기들도 완비되어 있었다. 강의실 맨 앞자리는 늘 비워져 있었다.

반면 건국대학교에는 ‘당연함’이 좀 부족했다. 작년 가날지기의 시위 이후,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베리어프리존이 역차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견고한 나의 의견을 말하고 싶다. 그들은 틀렸다.

작년 장애학생간담회에서 학교 본부도 일부 문제에 대해 비장애 학우들이 ‘역차별’이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간담회 초반, 장애 학우들에게만 공결증이 제공되고, 비장애 학우들에게는 공결증이 제공되기 힘들 것 같다는 사실이 공지됐다. 이는 문제를 장애 학우들만의 문제로 국한시키려는 대학의 짧은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리 모두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장애학생도우미 활동을 하는 비장애 학우들까지도 이 문제에 도통 끼워주질 않는다.

올해 총학생회 청심은 장애학생간담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직접 장애 학우들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문제 해결 의지가 있는 학우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이에 대한 이해 없이 따로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은 총학생회의 태도는 실망스럽기도 하다. 우선 듣기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직접’ 마련한 자리는 장애학생간담회보다 분명 더 나아간 형태이길 바란다. 우리는 그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 아니다.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요구하지 않아도 그냥, 당연하게 돼야하는 것이다. 부디 학교도, 총학생회도 이점을 유념하길 바란다.

 

박다은 대학1부장  daeunn0110@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0378 자유홍보 공유가치창출(CSV) 전문가 양성과정~9/30 [무료] CSV 16.09.19 386
10377 자유홍보 ★★ [9월 26일 개강][10월 9일 시험대비 2주반] 강남 파고다 대표 핵토익 10... 라면한사라 16.09.19 204
10376 자유홍보 [공개모임] 흙수저, 금수저, 불평등한 사회 - 계급이란 무엇인가? file 김무석 16.09.19 330
10375 자유홍보 시간자유 아르바이트생 모집(초보가능) 예은맘 16.09.19 139
10374 자유홍보 d 킴츄럼 16.09.19 123
10373 자유홍보 DGIST 대학원 수도권 면담형 설명회 개최_10월 7일(금) DGIST입학팀 16.09.19 131
10372 자유홍보 한국장학재단 대학생 홍보대사 8기 모집 설명회 file 브시브시 16.09.19 312
10371 자유홍보 ★★★연대, 고대 남자들 3:3 4:4 미팅 대기 중입니다~~★★ tmxkxmdjq22 16.09.18 233
10370 자유홍보 CGV 에서 벌어지는 소개팅 ♥ 연애 16.09.18 326
10369 대외활동 건대 십시일밥에서 2학기(7기) 봉사자분들을 모집합니다!!^^ tenspoon 16.09.18 50
10368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전국연합인문학동아리 쿰에서 9기 활동 회원을 모집합니다! file 김초아 16.09.18 268
10367 자유홍보 [그랩툰]김영란법이 대학원생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자 file glb 16.09.18 309
10366 자유홍보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국떡한과세계화협회/아이쿠스] 유럽 배낭여행과 한... 이민주 16.09.18 389
10365 자유홍보 구인합니다(3명) 미래기업 16.09.17 330
10364 자유홍보 ★ 감성 아날로그 소개팅, '우리 연애할까요?' By 우연이★ 구름뭉게뭉게 16.09.17 339
10363 자유홍보 시간,장소 자율 아르바이트(포스팅)모집 콩으녕 16.09.17 421
10362 자유홍보 ♥건대 여학생을 위한 SKY생들과의 소개팅 ! 스카이피플 16.09.17 391
10361 자유홍보 온라인 재택부업 인터넷으로 돈벌기 가능합니다 캐돌이 16.09.17 369
10360 자유홍보 외교부 안전여행 서포터즈 13기 대 모집!!!!!!!!!!!!!!!!!!!! file 유루유리 16.09.17 289
10359 대외활동 술도 잘 못먹는데 어색해서 술을 마시게 되나요? 인문학 동아리 쿰에서 편하... file 김초아 16.09.16 160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 620 Next ›
/ 62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