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14 22:53

[사설]대학과 플랫폼

조회 수 1169 추천 수 0 댓글 9

 

 

미국 정보기술(ICT)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인 페이스북(facebook), 애플(Apple), 넷플릭스(Netflix), 아마존(Amazon), 구글(Google)을 일컫는 말이다.

FAANG과 같은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플랫폼이라는 용어는 익숙하면서도 정의내리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기차역 승강대'이다. 평평한(flat) 모습(form)이라는 일반 명사이지만, 기능적 측면에서 보면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되는 공간을 뜻한다. 물건과 승객이 오가는 거래의 인프라이다.

플랫폼은 종종 ‘파이프라인'이라는 용어와 비교된다. 파이프라인은 제품을 생산하는 자에서, 유통하는 자로, 그리고 소비하는 자로 이어지는 단계적이고 선형적인 가치사슬구조를 의미한다. 이와 달리 플랫폼은 다양한 가치가 교환되는 곳이다. 힐튼이나 메리어트와 같은 호텔 체인을 생각해보자. 이들 호텔체인은 땅을 사고, 건물을 짓고, 시설을 구비해서 호텔을 마련한다.

자신들의 창구를 통해 고객을 받고 수익을 얻는다. 이것이 파이프라인이다. 반면, 숙박공유서비스인 에어비앤비를 생각해 보자. 여기에는 집을 빌려주려는 자와 집을 빌리려는 자가 가상의 네트워크에서 서로 가치를 교환한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교환하는 가치네트워크인 것이다.

애어비앤비는 플랫폼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인 양면 (Two-side) 또는 다면 플랫폼(Multi-side)의 대표적인 예다. 즉 상이한 두 그룹 또는 둘 이상의 시장이 연계되어 상호거래를 통해 가치가 발생하는 구조이다. 여기서 플랫폼은 중개자 역할을 하고 거래 수수료를 얻는다. 오픈마켓인 이베이, 구글의 앱스토어, 우버 등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플랫폼기업의 매출은 파이프라인기업과 비교할 수 없이 크다. 참가자의 수가 일정 규모 이상 늘어나면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승자독식 시장이 형성된다. 파이프라인기업들은 기획에서 생산, 유통 등을 모두하는 단선적 가치사슬 구조는 본질적으로 가치확산에 한계가 있다. 이런 사실은 한때 미디어 업계를 지배하던 지상파 방송사들의 매출추이를 보면 쉽게 확인된다.

대학역시 기업의 운명과 다르지 않다. 대학은 오랫동안 지식과 인력을 공급하는 파이프라인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지금 지식은 대학 담장 너머에 더 깊고 넓게 퍼져있고 매일 새롭게 생성되고 있다. 대학 학부수업은 교양수준으로 전락한지 오래이다. 대학의 연구와 교육은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4차산업시대에서 더 이상 주도권을 잡기 어려워 졌다. 기술과 과학의 발전 속도가 그 만큼 빨라졌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급격한 수요환경이 변화 속에서 대학은 파이프라인 경제가 허물어지는 산업계의 지형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대학도 더 이상 지식의 공급자가 아니라 거래 장터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플랫폼의 장터기능을 잘 설계하는 것이 물건을 만들고 파는 것보다 더 큰 수익을 가져오는 시대가 되었다. 이처럼 디지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상품이나 서비스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거래하는 경제활동을 플랫폼 경제(platform economy)라고 말한다. 앞서 언급한 기차역 플랫폼이 수 많은 사람과 물건이 오가는 도시의 기본 인프라인 것처럼, 디지털 플랫폼 역시 경제활동이 일어나는 인프라로 여기서 새로운 가치와 시장이 창출되고 있다.

플랫폼으로서 대학을 설계하는 것은 내외적 지식 및 인적자원의 거래처이자 교류기능을 확대하는 것이 될 것이다. 다양한 가치가 연결되는 지점을 설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 혁명의 시기에 대학은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때이다.

 

건대신문사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2325 리뷰게시판 요마시 zun2 19.06.18 146
12324 리뷰게시판 쿵푸마라탕 뿌엥 19.06.17 167
12323 리뷰게시판 밀크티 팡인인데 건대 근처 밀크티 후기 [2] ㅇ-ㅇ 19.06.17 750
12322 리뷰게시판 발명과 특허 리뷰 [1] 민기 19.06.17 97
12321 KU 미디어 [만평]1353호 만평 [6] 건대신문 19.06.16 2739
12320 KU 미디어 [사설]권력기관 개혁, 정쟁 아닌 삶의 문제다 건대신문 19.06.16 1674
12319 KU 미디어 [사설]대학 언론의 위기 건대신문 19.06.16 2329
12318 KU 미디어 [칼럼]점점 비싸지는 문화생활, 이대로 가도 괜찮을까? 건대신문 19.06.16 2151
12317 KU 미디어 [칼럼]‘오늘 또 오늘’이 아닌 ‘내일’을 위한 사회 [1] 건대신문 19.06.16 1724
12316 KU 미디어 [칼럼]‘당연함’의 상실 건대신문 19.06.16 1650
12315 KU 미디어 [칼럼]학생들을 우선시해 주세요 건대신문 19.06.16 1725
12314 KU 미디어 [칼럼]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은 1인 미디어 건대신문 19.06.16 1942
12313 KU 미디어 [학술]최재헌 교수의 세계유산이야기 - ⑥ 세계유산과 유산 해석을 둘러싼 갈등 건대신문 19.06.16 1432
12312 KU 미디어 [문화]여성주연, 또 다른 흐름의 시작 건대신문 19.06.16 1771
12311 KU 미디어 [문화]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 관람기 건대신문 19.06.16 2063
12310 KU 미디어 [시사]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타 보셨나요? [1] 건대신문 19.06.16 2039
12309 KU 미디어 [포토뉴스]2019 건국인의 날 개최 건대신문 19.06.16 982
12308 KU 미디어 [인터뷰]Apple WWDC 2019 Scholarship 수상자, 이재성 학우를 만나다 건대신문 19.06.16 1272
12307 KU 미디어 [심층]KU 대동제 ‘MERRY KU:RISTMAS', 만족하셨나요? 건대신문 19.06.16 877
12306 리뷰게시판 클리오 컨실쿠션 건대15여신 19.06.16 178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621 Next ›
/ 621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