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226 추천 수 0 댓글 4

 

 

여기저기서 꽃들이 다투어 핀다. 겨울 내내 황량했던 나무와 공기와 건물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면서 한 해를 시작하려 한다. 교정엔 안 그래도 개강이 되어 넘쳐나는 인파인데 신입생들의 신기한 호기심들이 겹쳐 새로운 기운이 펼쳐지고 있다. 그렇지만 한 해의 문을 여는 지금 그렇게 너무 들떠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된다. 꽃과 나무와 새 울음 속에서도 내가 잡아야 할 나의 중심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심을 잡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숙제를 충실히 하는 삶을 말한다. 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곧 과제물을 잘 내야 한다는 것을 말하나 하고 반문할 것이다. 물론 과제물을 충실히 준비해야 하는 것도 대학생활의 필수다. 그렇지만 내가 말하는 숙제란 비단 과목을 이수하기 위한 과제물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내 삶의 청사진에 맞는 과제들을 의미한다.

예컨대 축산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장차 축산 분야의 어떤 구체적인 활동과 직업을 택할 것인가를 심사숙고하여 하나의 타임 스케줄을 작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스케줄에 따라 자신이 꼭 해야만 할 일이 그 학생에게 있어서는 그 자신만의 피할 수 없는 숙제라 할 것이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인문학과 관련된 자신의 미래 비전을 구체화하고 그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해야 할 리스트를 작성, 실천하는 일이 바로 그만의 숙제라 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전공이나 직업과 관련된 숙제, 타인의 과제와 대체할 수 없는 그 자신만의 숙제가 있게 마련이다. 그 숙제를 방기하고 분위기에 휩쓸려 돌아다니게 되면 자기는 열심히 했다손 치더라도 결국엔 남의 숙제를 내 숙제인 양 착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내 삶의 청사진을 그린다 할 때 그 청사진에는 반드시 이런 전공이나 직업과 관련된 것만 그려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속에는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함께 녹아있어야 할 것이다.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 안에는 세계의 실상이 어떠한가, 어떤 모순이 있고 어떤 해결을 기다리고 있는가, 그 안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인가. 또 어떤 철학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인가 등등 삶 전체와 관련한 수많은 질문들이 가득 차 있다. 앞서 말한 전공이나 직업과 관련한 숙제도 이러한 세계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과 관련되지 않으면 방향을 상실할 가능성이 많다.

꽃피는 3월이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아름다운 시절이다. 꽃들이 피듯이 마음도 피어올라 캠퍼스는 멋진 향기들로 가득차 있다. 그렇지만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이 아름다움도 곧 가겠지만 우리는 그 이후에도 나만의 멋진 향기를 계속 뿜어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자기에게 주어진 자기 자신만의 숙제를 결코 잊어선 안 될 것이다.

 

건대신문사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profile
    생명19짱! 2019.03.19 11:42
    숙제를 하며 자신을 되돌아 보는 것도 좋을 듯 해요~
  • ?
    Jobs 2019.04.03 10:13
    잘 읽었습니다
  • ?
    KongV 2019.04.07 14:15
    숙제라는 수단을 자신을 돌아보는 방법으로 비유하신게 너무 좋아요
  • ?
    어어어어 2019.04.23 05:28
    잘 읽었습니다 ㅎ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1818 동아리 모집 [연애중] 연애를 사랑하는 중 3기 모집 file 타임머신 18.07.17 498
11817 동아리 모집 [대학연합칵테일동아리 COCOC] 국내 최대규모, 기업연계, 꿈꾸던 MT, 기획, ... [4] file 치수 18.07.16 200
11816 리뷰게시판 곤지암 꽁뚜그리파 18.06.30 125
11815 리뷰게시판 후문 세븐스테이크 [1] 꽁뚜그리파 18.06.30 474
11814 리뷰게시판 도밥 마늘치즈제육 [1] 정즈엉 18.06.21 293
11813 리뷰게시판 버거킹 모닝세트 [3] FLlover 18.06.21 429
11812 리뷰게시판 멕시코 치체니자 FLlover 18.06.21 156
11811 리뷰게시판 사라 베스 FLlover 18.06.21 124
11810 리뷰게시판 대한항공 기내식 특징 FLlover 18.06.21 372
11809 리뷰게시판 크렙스 이 와플 아르테사노 FLlover 18.06.21 108
11808 리뷰게시판 강남 파고다 학원 FLlover 18.06.21 153
11807 리뷰게시판 치과 조심해서 다녀라. [1] FLlover 18.06.21 188
11806 리뷰게시판 가로수길 베드파머스 샐러드 FLlover 18.06.21 318
11805 리뷰게시판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젤라또 버전 FLlover 18.06.21 297
11804 리뷰게시판 가로수길 스쿨푸드 FLlover 18.06.21 113
11803 리뷰게시판 중문 토끼라멘 황홀한 산제비나비 18.06.20 195
11802 리뷰게시판 중문 미분당쌀국수 황홀한 산제비나비 18.06.20 191
11801 리뷰게시판 라네즈 레이어링 커버쿠션 secret Bella 18.06.19 1
11800 리뷰게시판 건대 사는 사람만 아는 맛집 [5] 우오아으앙 18.06.19 817
11799 리뷰게시판 석촌호수 아인슈페너 짱 맛있는곳 어나더 선데이!! 우오아으앙 18.06.19 280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620 Next ›
/ 62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