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489 추천 수 0 댓글 2

 

10584_12555_5857.jpg
정명수 (이과대·물리18)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쳐 왔다. 처음에는 조그만 손에 비해 큰 건반을 하나하나 누를 때마다 다른 소리가 난다는 게 놀라웠다. 누른 음들 하나하나가 모여 예쁜 선율을 만드는 것도 신기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아노는 내게 특기나 취미가 아닌 의무가 되었다. 워낙 재능이 없다 보니 한 곡을 완벽하게 치기 위해선 지루한 연습을 한참 동안 해야 했고, 이런 나날이 반복되면서 피아노에 대한 흥미는 갈수록 메말라갔다. 매주 한 번씩 있는 레슨을 위해 한 시간도 연습하지 않을 때가 허다했다. 어머니는 결국 내가 중학교에 들어간 뒤 피아노 레슨을 끊어버렸다.

처음 몇 주 동안은 더 피아노를 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그저 신났다. 하지만 점차 헛헛한 감정이 내 마음을 채웠다. 생각보다 나는 피아노란 악기에 내 마음의 많은 지분을 할애하고 있었다. 다시 어머니께 말씀드리고 피아노 학원에 등록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할 양은 점점 많아 졌지만, 피아노를 놓지 않았다. 피아노가 내게 쉼표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칠 때만큼은 대학과 미래에 대해 분주했던 내 모습, 답답했던 감정을 조금이나마 내려 놓을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 대학에 올 때까지 꾸준히 피아노를 쳤다.

꿈에 그리던 대학에서의 새 학기, 어느 동아리를 들어갈까 살피던 중 피아노 동아리가 눈에 들어왔다. 피아노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은 어떨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동아리에 들어갔다. 정말 많은 사람이 피아노를 좋아하고, 피아노를 매개로 자신의 감정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 가운덴 경탄할 만큼 피아노에 자신의 ‘혼’을 쏟으면서 연주하는 사람도 있었다. 완전히 따라잡을 순 없겠지만, 나도 그들처럼 내 감정을 더 멋지게 표현해보고 싶었다. 자연스레 연습량이 늘었다. 일 년이 끝날 즈음이 되니 아직 부족하지만 예전보다 능숙하게 ‘나’를 표현할 수 있었다. 그동안 학업, 대인 관계 등 여러 문제로 지칠 때마다 나를 잡아주는 버팀목이 되어줬음은 물론이다.

음악이 없는 삶과 있는 삶은 다르다. 음악을 듣기만 하는 삶과 만들어내는 삶은 또 다르다. 수많은 연습과 노력을 통해 나만의 감성을 가지고 나만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희열은 한 번 느끼면 끊기 어렵다. 또한 악기는 사람을 부드럽게 하고 삶에 여유를 가져다준다. 지금 내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그래서 나를 더 아끼고 사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학점과 스펙을 쌓을 걱정에 사는 것이 힘겹다면, 혹은 말하지 못할 슬픔이나 분이 마음에 있다면 하나쯤 악기를 연습해 보자. 처음엔 연습과 비례하지 않는 실력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꾸준히 시간을 들여 음악 그리고 악기와 가까워진 만큼, 더 긍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자신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정명수(이과대·물리18)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05 자유홍보 [문화체육관광부 주상하이문화원/교통대] 중국 상하이에서 펼쳐지는 한-중 ... 이민주 13.04.26 870
504 자유홍보 피파온라인3 건국대학교 클럽에서 클럽원 모집합니다. [2] 김이코노믹 13.04.26 604
503 자유홍보 여자 운동화 추천 봄 데님원피스등 플레어 스커트의 계절에 잘어울리는 [1] 정충무 13.04.25 2286
502 자유홍보 [KUSPA 단편소설 공모전] 단편소설 쓰고 아이패드를 타가세요! 임지수 13.04.25 884
501 자유홍보 ★해커스잡 인적성배틀★ 대학별 대항전 진행중에 있어요. 1등 학교에게 상품 ... 스마트거리 13.04.25 1019
500 자유홍보 학생이사(010-8675-8286)원룸.하숙.각종이사저렴 용달이사 13.04.25 948
499 자유홍보 [하프클럽/아웃도어스]대학생 서포터스 1기를 모집합니다! 네베리 13.04.25 717
498 자유홍보 공무원 설명회 참석하고 선물도 받고! 공무원패수 13.04.25 1009
497 자유홍보 [6월9일 마감/ SK플래닛 T맵 거치대 디자인 아이디어 공모전] 특히 산.디 학... 잠실꿈돌이 13.04.25 1098
496 자유홍보 배틀한번? 꼬시다 13.04.24 771
495 자유홍보 [예거마이스터] 학교 축제에 예거마이스터 모바일 스테이지를 지원합니다!!(... 바나나주스 13.04.24 932
494 자유홍보 브랜드명 공모 (유니온스틸 가전제품용 강판) [1] 엘제이 13.04.24 883
493 자유홍보 삼성직업멘토링 2013 멘티모집기간이 얼마남지않았습니다!! [1] 숭그리당당 13.04.23 982
492 자유홍보 [삼성직업멘토링] 삼성직업멘토링 2013! 4/30까지 신청!! [1] 영영이옹용 13.04.23 927
491 자유홍보 건구대 학생분들을 위한 카셰어링 3시간 이용권! file 전자공학과 13.04.23 1055
490 자유홍보 [컬처워크 5월강좌] 내 손으로 직접 그리는 우리그림 민화 1기 [1] 말괄량잉 13.04.23 827
489 자유홍보 [대한출판문화협회]2013 서울국제도서전 서포터즈 모집(~5.1) 배고픈곰 13.04.23 887
488 자유홍보 [새누리당 대학생위원회] 새누리당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신입 대학생위원을 ... 새누리당 청년… 13.04.23 847
487 자유홍보 리복 펌프 퓨리 은근하지만 여러 패션에 어울리는 그레이 그린 [1] 임순화 13.04.23 871
486 자유홍보 사랑방배움터와 함께 하실 자원봉사자 선생님을 모집합니다 ^.^ 사랑방야학 13.04.23 1002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591 592 593 594 595 596 597 598 599 600 ... 621 Next ›
/ 621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