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487 추천 수 0 댓글 2

 

10584_12555_5857.jpg
정명수 (이과대·물리18)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쳐 왔다. 처음에는 조그만 손에 비해 큰 건반을 하나하나 누를 때마다 다른 소리가 난다는 게 놀라웠다. 누른 음들 하나하나가 모여 예쁜 선율을 만드는 것도 신기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아노는 내게 특기나 취미가 아닌 의무가 되었다. 워낙 재능이 없다 보니 한 곡을 완벽하게 치기 위해선 지루한 연습을 한참 동안 해야 했고, 이런 나날이 반복되면서 피아노에 대한 흥미는 갈수록 메말라갔다. 매주 한 번씩 있는 레슨을 위해 한 시간도 연습하지 않을 때가 허다했다. 어머니는 결국 내가 중학교에 들어간 뒤 피아노 레슨을 끊어버렸다.

처음 몇 주 동안은 더 피아노를 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그저 신났다. 하지만 점차 헛헛한 감정이 내 마음을 채웠다. 생각보다 나는 피아노란 악기에 내 마음의 많은 지분을 할애하고 있었다. 다시 어머니께 말씀드리고 피아노 학원에 등록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할 양은 점점 많아 졌지만, 피아노를 놓지 않았다. 피아노가 내게 쉼표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칠 때만큼은 대학과 미래에 대해 분주했던 내 모습, 답답했던 감정을 조금이나마 내려 놓을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 대학에 올 때까지 꾸준히 피아노를 쳤다.

꿈에 그리던 대학에서의 새 학기, 어느 동아리를 들어갈까 살피던 중 피아노 동아리가 눈에 들어왔다. 피아노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은 어떨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동아리에 들어갔다. 정말 많은 사람이 피아노를 좋아하고, 피아노를 매개로 자신의 감정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 가운덴 경탄할 만큼 피아노에 자신의 ‘혼’을 쏟으면서 연주하는 사람도 있었다. 완전히 따라잡을 순 없겠지만, 나도 그들처럼 내 감정을 더 멋지게 표현해보고 싶었다. 자연스레 연습량이 늘었다. 일 년이 끝날 즈음이 되니 아직 부족하지만 예전보다 능숙하게 ‘나’를 표현할 수 있었다. 그동안 학업, 대인 관계 등 여러 문제로 지칠 때마다 나를 잡아주는 버팀목이 되어줬음은 물론이다.

음악이 없는 삶과 있는 삶은 다르다. 음악을 듣기만 하는 삶과 만들어내는 삶은 또 다르다. 수많은 연습과 노력을 통해 나만의 감성을 가지고 나만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희열은 한 번 느끼면 끊기 어렵다. 또한 악기는 사람을 부드럽게 하고 삶에 여유를 가져다준다. 지금 내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그래서 나를 더 아끼고 사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학점과 스펙을 쌓을 걱정에 사는 것이 힘겹다면, 혹은 말하지 못할 슬픔이나 분이 마음에 있다면 하나쯤 악기를 연습해 보자. 처음엔 연습과 비례하지 않는 실력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꾸준히 시간을 들여 음악 그리고 악기와 가까워진 만큼, 더 긍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자신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정명수(이과대·물리18)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2407 리뷰게시판 본 도시락 윱빈 20.01.16 18205
12406 동아리 모집 [건국대 소모임] 【겨울방학모집】 건대 배드민턴 동아리 『건국스매싱』에... file ldg2105 19.12.28 199
12405 리뷰게시판 시옌 밈밍 19.12.18 18137
12404 리뷰게시판 어린이대공원 '레빗홀 버거컴퍼니' 예아 19.12.11 18221
12403 동아리 모집 ★인문학 테마여행 시즌 3!!!<천문학자가 들려주는 하늘에 길을 묻다>!★ file 네드캄프 19.12.04 46
12402 리뷰게시판 반디앤루니스 alsals 19.11.30 18235
12401 리뷰게시판 호파스타 alsals 19.11.30 18256
12400 리뷰게시판 가츠시 쿠쿸웅 19.11.24 18199
12399 리뷰게시판 중문 파파도나쓰 [2] dreamysue 19.11.17 18297
12398 동아리 모집 역사바로세우기 프로젝트 동아리 ‘역동’에서 회원을 모집합니다! file heayamea 19.11.11 55
12397 리뷰게시판 조커 후기 [1] Solider108 19.10.22 18270
12396 리뷰게시판 타코벨 맛있습니다 [1] Solider108 19.10.21 18213
12395 리뷰게시판 조커 늦은 후기 [2] Bella 19.10.21 18272
12394 리뷰게시판 미스 사이공 sun and moon Bella 19.10.21 18206
12393 리뷰게시판 셤기간 밤샜을 땐 돕 zun2 19.10.21 18183
12392 리뷰게시판 한솥 zun2 19.10.21 18204
12391 리뷰게시판 투고샐러드 [1] zun2 19.10.21 18318
12390 리뷰게시판 위락밥집 제육덮밥 [1] zun2 19.10.21 18250
12389 리뷰게시판 마라탕 zun2 19.10.21 18168
12388 리뷰게시판 다이제 씬 zun2 19.10.21 18188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621 Next ›
/ 621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