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150 추천 수 0 댓글 1

 

 

10583_12554_5244.jpg
손석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3·1혁명’이란 말은 100년이 넘도록 여전히 낯설다. ‘3·1운동’이 귀에 익어서다. 신문과 방송이 노상 그렇게 보도해온 탓이다. 단순히 언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적잖은 사람이 그 역사적 위상을 정확히 짚지 못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3·1운동’이라 부르면 학문적이거나 객관적이고, ‘3·1혁명’이라면 가치가 개입되거나 주관적이라 인식할 문제는 아니다. 보수와 진보로 나눌 문제도 아니다. 일제 강점기에 보수적이라는 임시정부도 ‘3·1운동’보다 ‘3·1혁명’을 자주 썼다. 이 짧은 글에서 ‘운동’이 아니라 ‘혁명’으로 써야 옳다고 고집스레 주장할 뜻은 없다. 다만 운동이 아니라 혁명이 옳다는 역사적 논리는 젊은 지성인으로서 알아둘 필요가 있다.

1910년 대한제국이 망했다. 9년 만에 일어난 독립 만세 운동은 제국의 복원을 바라지 않았다. 황제복위 운동도 없었다. 왕조를 되찾자는 사람들은 흐름을 이루지 못할 만큼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은 민중의 외면을 받았다. 만세 운동이 한창이던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수립된 임시정부는 독립해 건국할 나라가 ‘왕의 나라’ 아닌 ‘민의 나라’임을 공식 선언했다. ‘혁명’의 이름에 값하는 까닭이다.

독립선언문을 읽어보면 선인들이 건국하고 싶은 나라가 확연히 드러난다. 선언문은 들머리에서 “조선 사람은 자주적 민중임을 선언”하고 조선이 독립국임을 “세계 모든 나라에 알려 인류 평등의 큰 뜻을 밝히며, 자손만대에 일러 민족자존의 정당한 권리를 길이 누리게 하려는 것”이라고 천명했다. 자주민으로서 조선인의 ‘정당한 권리’만 강조한 게 아니라 ‘인류 평등의 큰 뜻’을 강조했다.

그날 거리에서 목숨 바친 선인들의 꿈이 100년이 지난 현실에서 얼마나 실현되었는가를 짚어보자. 독립선언문이 가장 두드러지게 내건 ‘자주’와 ‘평등’은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절실한 과제다. 남과 북으로 분단된 채 온전한 ‘자주’도 ‘평등’도 이루지 못하고 있어서다.

오늘의 풍경을 100년 전 3월의 정신으로 돌아가 성찰해보자. 과연 만세운동에 나선 선인들은 그 뒤 남과 북으로 갈라져 수백만 명을 죽이고, 그 이후에도 내내 적대시하며 천문학적 군사비를 탕진해온 못난 현실을 상상이라도 했을까? 더 큰 문제는 분단된 남과 북의 민주주의가 각각 온전한가에 있다. 남쪽에서 무장 커져가는 빈부 차이, 북쪽의 당 고위 관료와 일반 민중 사이의 불평등은 엄연한 현실이다.

3·1혁명 이후 100년이 흐르도록 그날의 꿈이 온새미로 이뤄지지 않는 오늘, 우리는 무엇을 해야 옳을까. 독립선언문은 당시 2천만 겨레구성원 모두에게 저마다 “마음의 칼날”을 품으라고 촉구했다.

국내 사립대학 가운데 건국대는 재단이 친일의 오점이 없는 드문 대학이다. ‘건국인’들이 1919년 건국의 뜻을 새삼 자부심을 지니고 깊이 새겨보아도 좋을 이유다.

 

손석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2225 KU 미디어 [보도]상허기념도서관 개관 30주년 맞이해 건대신문 19.05.19 939
12224 리뷰게시판 건대후문 매머드커피집 [3] 철히찡 19.05.07 408
12223 리뷰게시판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 봉구맨 19.05.07 195
12222 리뷰게시판 건대 중문 카레대장 [1] 봉구맨 19.05.05 306
12221 리뷰게시판 후루룽룽 [3] 애프리컷 19.04.29 287
12220 리뷰게시판 트와이스 [1] 적나라한 벌잡이새 19.04.25 170
12219 리뷰게시판 28세 미성년 적나라한 벌잡이새 19.04.25 129
12218 리뷰게시판 건대 972바 적나라한 벌잡이새 19.04.25 154
12217 리뷰게시판 스쿨푸드 적나라한 벌잡이새 19.04.25 77
12216 리뷰게시판 건대 중문 착한 돈가쓰 [1] 날라라라라 19.04.23 217
12215 리뷰게시판 구의역 원할머니 보쌈 점심 정식 8000원 존맛탱 secret Fuxso 19.04.23 0
12214 리뷰게시판 제이문 -불 동희에요 19.04.23 145
12213 리뷰게시판 메디큐드 레드 이레이징 크림 동희에요 19.04.23 131
12212 리뷰게시판 어퓨 텐션팩트 민애옹 19.04.23 109
12211 리뷰게시판 학식리뷰 [1] 삑뾱 19.04.22 159
12210 리뷰게시판 거를 학식 알려줌 [5] 서운한 주사위뱀 19.04.22 466
12209 리뷰게시판 후문 래빗홀 서운한 주사위뱀 19.04.22 158
12208 리뷰게시판 조씨네 고기국수 [6] 뿌엥 19.04.22 307
12207 리뷰게시판 롤링파스타 [3] alsals 19.04.21 289
12206 리뷰게시판 결돈부리 [1] alsals 19.04.21 146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621 Next ›
/ 621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