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81_12552_4412.jpg
박다은 대학1부장

“지금 마주하고 있는 직원은 고객님의 가족 중 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고객들의 갑질에 고통받는 직원들을 위해 일부 사업장은 이런 멘트를 써붙였다. 하지만 아랑곳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 특히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않은, 갓 성인이 된 알바생들은 크고 작은 갑질에 아주 자주, 회의감을 느끼곤 한다.

이 탓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대화에서는 일명 ‘진상’이라 불리는 고객들을 응대한 경험에 대한 한풀이가 빠지지 않는다. 경험담을 풀어놓다 보면 도무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진상 이야기의 향연이 펼쳐지기 일쑤다. 기본적인 예의를 모르는 고객부터, 획기적으로 신선한 갑질을 선사하는 고객까지. 고작 8,350원에 자존심이 팔려나간 기분까지 들기도 한다.

혹자들은 아르바이트 중 갑질에 시달려 속앓이를 하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사회생활 제대로 해보면 그건 별거 아니다”, “다 좋은 경험이 될 거다”라는 조언 같지 않은 조언을 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현실적으로 일리있어 보인다. 우리가 살아나갈 세상은 더 각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말이 일리 있는 세상에 산다는 걸 직시하는 순간, 더 비참해진다. 현실의 냉정함을 너무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뎠는데, 너무 힘든데, 나아갈 사회는 그게 아무것도 아닐 만큼 더 냉정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경험해보지도 못한 사회를 바꿀 순 없을 것 같다. 바뀌지도 않을 것 같다. 근데 사실 이제 막 시작하며 상처받는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건 현실적인 조언도, 가능해 보이지도 않는 거창한 혁명이나 변화도 아니다. 쌀쌀맞은 고객 뒤, 힘내라든가, 고맙다든가 하는 말을 건네는 다른 고객의 한마디에 마음이 사르륵 풀리고 위로받은 느낌까지 드는 경험을 꽤 많은 알바생들이 해봤을 것이다. 가끔 각박한 세상이 조금은 살만하다고 느끼게까지 된다. 그러다 보니 알바생이 아닌 고객의 입장으로 누군가를 마주했을 때도 말 한마디를 따뜻하게 내뱉으려고 노력하게 되곤 한다. 지친 나에게 희망을 준 누군가처럼.

‘따뜻한 말 한 마디’ 이제는 진부하기까지 한 말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딱 한 마디의 따뜻한 말이 모여, 이제 사회로 발돋움할 이들이 상처부터 받은 채로, 세상을 신뢰하지 않은 채로 나아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물론 기업이나 고용주의 차원에서 알바생들의 인권을 지켜주는 것 역시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일, 그게 바로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는 일인 것 같다. 뭐 거창한 말이 따뜻한 게 아니다. 앞서 말했듯 ‘고맙다’는 말로도 충분하다. 물론 싫다면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 그저 ‘따뜻한’ 한마디가 싫다면 적어도 ‘차가운’ 한마디를 던지진 말자. 너무 이상적인 말일 수 있지만 모두가 노력해주면 좋겠다. 자신이 지불하는 그 대단한 돈으로 절대 사람의 인격을 해칠 권리까지 살 수 없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 모두가 아는 그날까지.

 

박다은 대학1부장  daeunn0110@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1998 리뷰게시판 국가 부도의 날 의연한 비글사냥개 18.12.02 123
11997 리뷰게시판 뭐니뭐니해도 세종대 학식 신난다야호 18.11.30 248
11996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당신이 가져올 세상의 변화, 건국대학교 인액터스에서 29기 신... file blablabla 18.11.30 204
11995 리뷰게시판 프리스타일 수취인불명 고나비 18.11.29 146
11994 리뷰게시판 보헤미안 랩소디 고나비 18.11.29 122
11993 리뷰게시판 보헤미안 랩소디 삅뺩 18.11.27 148
11992 리뷰게시판 홍대 고기집 '공복' [1] 냐냐ㅑㅑㅑ냐 18.11.19 347
11991 KU 미디어 [칼럼]학생 자치란 무엇인가? 건대신문 18.11.18 2759
11990 KU 미디어 [칼럼]이타적 개인주의자 [1] 건대신문 18.11.18 2170
11989 KU 미디어 [학생사설]학생 기본권을 생각하며 [3] 건대신문 18.11.18 1624
11988 KU 미디어 [교수사설]학교 발전과 교수들의 사기 [1] 건대신문 18.11.18 1846
11987 KU 미디어 [칼럼]어떻게 원하는 진로를 이룰 것인가? [2] 건대신문 18.11.18 1853
11986 KU 미디어 [칼럼]우승하고 역사 속으로? 건대신문 18.11.18 1564
11985 KU 미디어 [만평]우리는 누가 보호해 주나요? 건대신문 18.11.18 1408
11984 KU 미디어 [학술]서울의 문화발전소: 홍대앞의 공간경제학 건대신문 18.11.18 1463
11983 KU 미디어 [학술]암은 약을 복용하고 수술을 해야만 치료가 된다고? 건대신문 18.11.18 1857
11982 KU 미디어 [학술]최재헌 교수의 문화유산이야기-① 세계유산과 융합형 인재 건대신문 18.11.18 1438
11981 KU 미디어 [문화]어디까지 혼자 가 봤니? -부산 국제 영화제, 그 생생한 현장 르포 [1] 건대신문 18.11.18 1758
11980 KU 미디어 [시사]광진구 자취생, 탈출구는 없나 [4] 건대신문 18.11.18 2180
11979 KU 미디어 [보도]등록금심의소위원회 결정 둘러싼 동상이몽 건대신문 18.11.18 1111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 620 Next ›
/ 62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