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지금 마주하고 있는 직원은 고객님의 가족 중 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 |
박다은 대학1부장 |
“지금 마주하고 있는 직원은 고객님의 가족 중 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고객들의 갑질에 고통받는 직원들을 위해 일부 사업장은 이런 멘트를 써붙였다. 하지만 아랑곳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 특히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않은, 갓 성인이 된 알바생들은 크고 작은 갑질에 아주 자주, 회의감을 느끼곤 한다.
이 탓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대화에서는 일명 ‘진상’이라 불리는 고객들을 응대한 경험에 대한 한풀이가 빠지지 않는다. 경험담을 풀어놓다 보면 도무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진상 이야기의 향연이 펼쳐지기 일쑤다. 기본적인 예의를 모르는 고객부터, 획기적으로 신선한 갑질을 선사하는 고객까지. 고작 8,350원에 자존심이 팔려나간 기분까지 들기도 한다.
혹자들은 아르바이트 중 갑질에 시달려 속앓이를 하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사회생활 제대로 해보면 그건 별거 아니다”, “다 좋은 경험이 될 거다”라는 조언 같지 않은 조언을 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현실적으로 일리있어 보인다. 우리가 살아나갈 세상은 더 각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말이 일리 있는 세상에 산다는 걸 직시하는 순간, 더 비참해진다. 현실의 냉정함을 너무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뎠는데, 너무 힘든데, 나아갈 사회는 그게 아무것도 아닐 만큼 더 냉정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경험해보지도 못한 사회를 바꿀 순 없을 것 같다. 바뀌지도 않을 것 같다. 근데 사실 이제 막 시작하며 상처받는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건 현실적인 조언도, 가능해 보이지도 않는 거창한 혁명이나 변화도 아니다. 쌀쌀맞은 고객 뒤, 힘내라든가, 고맙다든가 하는 말을 건네는 다른 고객의 한마디에 마음이 사르륵 풀리고 위로받은 느낌까지 드는 경험을 꽤 많은 알바생들이 해봤을 것이다. 가끔 각박한 세상이 조금은 살만하다고 느끼게까지 된다. 그러다 보니 알바생이 아닌 고객의 입장으로 누군가를 마주했을 때도 말 한마디를 따뜻하게 내뱉으려고 노력하게 되곤 한다. 지친 나에게 희망을 준 누군가처럼.
‘따뜻한 말 한 마디’ 이제는 진부하기까지 한 말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딱 한 마디의 따뜻한 말이 모여, 이제 사회로 발돋움할 이들이 상처부터 받은 채로, 세상을 신뢰하지 않은 채로 나아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물론 기업이나 고용주의 차원에서 알바생들의 인권을 지켜주는 것 역시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일, 그게 바로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는 일인 것 같다. 뭐 거창한 말이 따뜻한 게 아니다. 앞서 말했듯 ‘고맙다’는 말로도 충분하다. 물론 싫다면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 그저 ‘따뜻한’ 한마디가 싫다면 적어도 ‘차가운’ 한마디를 던지진 말자. 너무 이상적인 말일 수 있지만 모두가 노력해주면 좋겠다. 자신이 지불하는 그 대단한 돈으로 절대 사람의 인격을 해칠 권리까지 살 수 없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 모두가 아는 그날까지.
박다은 대학1부장 daeunn0110@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번호 | 게시판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
---|---|---|---|---|---|
12038 | KU 미디어 | [보도]현행 강의평가제, 대안은 없나 [1] | 건대신문 | 18.12.09 | 1269 |
12037 | KU 미디어 | [보도]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정기총회 | 건대신문 | 18.12.09 | 1276 |
12036 | KU 미디어 | [보도]우리대학 교수 육아휴직, 첫걸음 떼다 | 건대신문 | 18.12.09 | 3441 |
12035 | KU 미디어 | [보도]서현석 원주 DB 지명, 이용우 신인상, 최진광 어시스트상 수상 | 건대신문 | 18.12.09 | 1586 |
12034 | KU 미디어 | [보도]도서관 사물함 무단 사용 물의 | 건대신문 | 18.12.09 | 1630 |
12033 | KU 미디어 | [보도]대학본부와 협력하면서도 학생 권익 보호에 앞장설 것 | 건대신문 | 18.12.09 | 1208 |
12032 | KU 미디어 | [보도]PRIME사업 성과보고회 개최 | 건대신문 | 18.12.09 | 1141 |
12031 | KU 미디어 | [사설]학내 인권침해 사건 처리, 문제 해결에 좀 더 적극적이어야 | 건대신문 | 18.12.09 | 956 |
12030 | KU 미디어 | [사설]재난수준의 미세먼지, 특단의 조치와 동참이 필요하다 | 건대신문 | 18.12.09 | 1044 |
12029 | KU 미디어 | [보도]“범죄 예방” vs “프라이버시 침해” | 건대신문 | 18.12.09 | 1432 |
12028 | KU 미디어 | [만평]누구를 위한 것인가요? | 건대신문 | 18.12.09 | 978 |
12027 | 리뷰게시판 | 장수분식 | 화려한 돌고래 | 18.12.09 | 147 |
12026 | 리뷰게시판 | 버스커버스커 - 처음엔 사랑이란게~ [6] | 아싸아싸아싸 | 18.12.08 | 196 |
12025 | 리뷰게시판 | 화양156 [3] | 아싸아싸아싸 | 18.12.08 | 481 |
12024 | 리뷰게시판 | 동경규동의 오차즈케규동 | lky3004me | 18.12.04 | 181 |
12023 | 리뷰게시판 | 완벽한 타인 [5] | 재미있는 날도래 | 18.12.03 | 151 |
12022 | 리뷰게시판 | 후문 태국 음식점~ [1] | sadasdasdas | 18.12.03 | 189 |
12021 | 리뷰게시판 | 가츠시 [1] | sadasdasdas | 18.12.03 | 157 |
12020 | KU 미디어 | [칼럼]우리의 시대적 과제, 평화의 소녀상 건립 [5] | 건대신문 | 18.12.03 | 1584 |
12019 | KU 미디어 | [칼럼]힐링이 필요해 [4] | 건대신문 | 18.12.02 | 1479 |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