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광장의 중심에서 해방을 외치다
이준열 문화부 기자 |
“동무는 어느 쪽으로 가겠소”
“중립국.”
작가 최인훈의 <광장>의 한 장면이다.
이제 많은 것이 달라진 환경에서 살게 될 신입생들은 새로운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 법적으로는,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청소년의 지위를 상실하고 성인의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된다. 그중엔 참정권도 있다. 달라진 환경에서 자기계발과 학업, 사회생활을 동시에 하며 바쁜 생활로 성인의 첫 해를 보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단지 쉬는 날 이었던 선거일 또한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이 날을 어떤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을까? 깜빡이 없이 본론으로 넘어가자.
루이 알튀세르에 따르면, 단순히 법과 정치제도 등의 직접 사상에 간섭하는 장치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를 형성하는 학교, 종교 따위의 단체와 미디어 등 모두가 이데올로기 장치다. 우리는 사회에서 행위하며 스스로 이데올로기를 각인한다. 현재, 사회는 점차 복잡해졌고 사람들 간의 소통은 훨씬 자유롭다. 이는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라는 흙에서, 심지어는 그 밖에서도 많은 이념이 탄생해 대립하기에 좋은 거름이 된다.
현재, 각 매체 및 커뮤니티는 사람들이 소통하는 공간이지만 고립돼 있어 극단화되고 반지성적 배타주의를 띠는 점이 있다. 이런 흐름이 현실에 적용된 사례가 2016년 미국 대선이다. 정체성 정치와 정치적 올바름로 부상하는 신좌파에 반발해 형성된 ‘대안 우파’ 세력이 트럼프를 당선시킨 것이다.
<광장>의 이야기를 이어서 해보자. 주인공 이명준은 타락한 밀실 사회인 남한과 밀실없이 광장뿐인 북한 사회에 실망해 중립국으로 가는 배 위에서 투신자살한다.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난 사랑을 하고 싶었지만, 이마저도 아버지가 월북했다는 이유로 그에게는 밀실이 허락되지 않았다. 또한 전쟁 도중 연인의 죽음으로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날 사랑의 길은 막히고 말았다. 이 소설은 죽은 연인과 아이를 의미하는 갈매기를 보고 바다라는 푸른 광장에 몸을 맡기며 끝을 맺는다. 이데올로기와 사랑의 갈등을 비극적인 결말로 끝맺음하며 주제를 더욱 강조한다.
지금의 사회도 <광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1990년대 냉전이 종결되며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데올로기 대립은 종결됐다고 흔히 얘기한다. 그러나 전쟁을 겪고 여전히 남과 북으로 나눠진 한반도는 그렇지 않다. 좌파와 우파는 이데올로기 논쟁으로 정치판을 맴돌고 있고, 아직도 선동과 날조로 사람을 이데올로기에 가둬 평가한다. 이런 논쟁은 국가의 다른 정책에도 영향을 미쳐, 조금이라도 이데올로기와 엮어서 정책을 비하해가며 국가발전을 저해한다. 사회가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념을 초월해 정책의 본질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준열 문화부 기자 index545@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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