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092 추천 수 0 댓글 0

 

10388_12487_497.jpg
나희덕 시인·조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투고작들 중 「반쪽의 증명방법」 「바이르테」 「비둘기가 자살했다」 「사랑의 종교학」 「구름이 있는 저녁」 「진안」 「날」 「표선」 등이 마지막까지 남았다. 이 여덟 명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면서 일정한 수준 이상의 시적 성취를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반쪽의 증명방법」과 「바이르테」는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웠고, 당선작 한 편만을 선정해야 하는 심사자로서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이르테」는 간결하고 감각적인 언어로 사랑을 둘러싼 미묘한 지점들을 짚어낸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의 일교차로 신기루가 될까”라는 문장처럼 서로 어긋나면서도 미묘하게 합쳐지는 둘의 관계성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타자를 향해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이 물기어린 언어는 매력적이지만 때론 지나치게 매끄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재치나 감각을 넘어 좀더 깊이 있는 사유가 뒷받침되면 좋겠다.

그에 비해 당선작으로 뽑은 「반쪽의 증명방법」외 2편은 얼핏 소박하고 어눌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곱씹을수록 문장의 밀도가 느껴지고, 시적 대상에 대한 통념을 넘어 새로운 인식이 드러난다. “너는 등이 있는 생물이야 / 라고 네가 말하면 / 등이 생겼다”와 같은 발상의 전환으로 시작해 후반부에 이르면 “등이 없는 생물의 / 생장점을 자극해서 / 등을 태어나게” 한다. 이처럼 끈질긴 관찰과 사유의 과정이 세 편 모두에 충분히 담겨 있어 시적 역량에 대해 신뢰할 수 있었다. 당선을 축하하고, 앞으로도 멋진 시를 계속 써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희덕 시인·조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45 청심대 일상 도스마스 [18] 건대남학우 15.02.04 1317
244 청심대 일상 코푸 플레이트 (스타시티) [20] TOSJ 15.02.03 1287
243 청심대 일상 함지박치즈등갈비 [13] TOSJ 15.02.03 1673
242 청심대 일상 건대 최고맛집 [12] 이름이모야 15.02.03 1571
241 동아리 모집 [IVF] 캠퍼스와 세상속의 하나님 나라 운동 [2] file 홀리엔젤몬 15.02.03 1538
240 청심대 일상 후문 서브웨이 [21] 아햐두륀 15.02.03 2592
239 청심대 일상 건대 로니로티 [24] 설렘설렘 15.02.02 1622
238 청심대 일상 건입 앨리스키친 [21] khi0877 15.02.02 930
237 청심대 일상 로데오 베이커시티 [16] 베지 15.02.02 1342
236 청심대 일상 소문난 닭칼국수 [28] file 우히 15.02.02 1777
235 청심대 일상 건입 니떡내떡 [22] 미ㅏㄴ어람ㄴㅇ 15.02.01 1159
234 청심대 일상 건입 엉클스 [28] 룰루루루루루 15.01.31 1259
233 청심대 일상 중문 온다 [22] 룰루루루루루 15.01.31 1057
232 청심대 일상 밥스밥스 [21] 콩콩쿵쾅 15.01.31 1494
231 청심대 일상 골목에골목 [15] 건국오리1 15.01.31 834
230 동아리 모집 [비월] 음악교육봉사동아리 밴드 비월에서 신입부원을 모집합니다. [6] file 헿헿헤 15.01.31 2646
229 청심대 일상 초밥짓는원숭이 [26] 오얏 15.01.31 1961
228 청심대 일상 로데오 옐로우스푼 [16] 오얏 15.01.31 1239
227 청심대 일상 뽕신 [17] TOSJ 15.01.31 712
226 청심대 일상 킹콘! [14] 두상이 15.01.31 1005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12 113 114 115 116 117 118 119 120 121 ... 129 Next ›
/ 129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