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651 추천 수 0 댓글 0

 

10386_12485_415.jpg
김홍신 작가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으로, 한글의 웅혼한 숨결을 기억하는 해의 건대신문 문화상 소설부분 응모작은 20편이었다. 예부터 문학은 시대를 조명하고 비평하며 세상을 바꾸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문학은 시대정신의 상징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고 문학에게 인생의 해답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생에 대한 강한 질문을 던지고 성찰을 요구했다.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은 대체로 문화예술과 스포츠인데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대체로 문화예술이라고 한다. 문인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기에 고장 나기 쉬운 인생을 치유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neophilia)이 인류를 지구의 주인으로 만든 동력이었을 것이다. 호기심이 곧 창조정신이기 때문이다. 불면증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의식 세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한 문학도들의 넘치는 이야깃거리를 마음모아 읽었다. 박수를 천둥처럼 치고 싶었다.

‘물’은 섬세한 문장으로 범상치 않은 사건을 예견하게 하는 흡인력을 보였다. 주인공에게 백상아리 이빨이 필요하다는 영국인의 주장에 반응하는 추리기법과 실험정신이 매우 돋보였다. 상상력과 필력이 좋으나 마무리에서 좀 더 천착하는 작가 정신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후랑소와즈’는 매우 서정적 문체와 문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괄호 안에 한글 대화를 ‘붙어’라고 쓴 것이 썩 어울리지 않았으나 스케치 여행하는 주인공의 관찰력과 의식체계의 소설적 정밀함을 잘 보여주었다. 인간의 본능과 사람냄새를 적절하게 묘사해서 잔잔한 호숫가를 가슴에 새기게 하는 능력을 보였다.

‘파블로프의 초상’은 재당숙 조쉬아를 집주인이라 부르는 주인공이 총성에 놀라는 장면부터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작법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부치지 못한 편지를 통해 베트남 전쟁의 상흔과 트라우마의 대비가 절묘하게 그려졌다. 심리적 갈등을 사건의 흐름과 어울리게 한 기법도 뛰어났다.

‘깐밤’은 해원에게 남겨진 기억하기 싫은 추억과 트라우마는 상상력을 높게 끌어올린 수작으로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부모의 죽음과 무당집을 드나들 수 밖에 없는 노인의 운명론과 주인공의 갈등구조가 매우 도드라졌다. 우연찮은 석현과의 인연으로 트라우마가 해소되는 애잔한 연애담이 참 좋다.

심사할 때마다 나는 내 젊은 시절의 낙선에 대한 갈증을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응모작을 정성으로 읽고 당선자보다 아쉽게 낙선한 문학도를 위한 기도를 하곤 한다. 고심 끝에 ‘파블로프의 초상’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명작을 탄생시킬 가능성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김홍신 작가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546 KU 미디어 [#보도] 성신의 예술제 지능·재능 축제로 [8] 건대신문 17.11.11 3288
1545 KU 미디어 [#보도] 상허도서관 문화행사 '책과 함께' [9] 건대신문 17.11.11 2595
1544 KU 미디어 [#보도] 신병주·이주은·박희명 교수 ‘인기강의’ -우리대학 k-mooc에 3개 강... [12] 건대신문 17.11.11 3733
1543 KU 미디어 [Interview] Angels in the Sky, Flight Attendants / [Cartoon] THAAD [30] file 영자신문 17.11.10 3823
1542 KU 미디어 차기 총학관련 공청회에 대한 학우들의 적극적인 참여바랍니다! [19] 영자신문 17.11.08 3045
1541 KU 미디어 [대학생 일상 고민 사전] 1화 [2] ABS 17.11.08 2701
1540 청심대 일상 [돼나무숲 요정의 서른한번째 먹부림] 서병장 대 김이병 두루치기! [2] 돼나무숲 17.11.06 112
1539 청심대 일상 Moonlight [1] 쑵인 17.11.01 63
1538 KU 미디어 [Cover Story] Excuse Me, Are You My Fan? [22] file 영자신문 17.10.30 4884
1537 청심대 일상 [돼나무숲 요정의 서른번째 먹부림] 제주돈통 [1] file 돼나무숲 17.10.29 231
1536 건대교지 [카드뉴스] 당신의 후보자에게 투표하세요! [14] file 건대교지 17.10.28 10328
1535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마르크스주의 ABC 세미나 참가자를 모집합니다! [1] file @주원 17.10.28 198
1534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IF(International Friendship) 추가모집합니다. [3] file Mg010101 17.10.28 508
1533 청심대 일상 [돼나무숲 요정의 스물아홉번째 먹부림] 초밥짓는 원숭이 [3] file 기쁜 곰쥐 17.10.27 309
1532 청심대 일상 [MOVIE TODAY] 88번째 영화, 마더! (2017) [1] 김노인의영화리뷰 17.10.25 284
1531 청심대 일상 [MOVIE TODAY] 87번째 영화, 지오스톰 (2017) [7] 김노인의영화리뷰 17.10.25 217
1530 청심대 일상 [MOVIE TODAY] 86번째 영화, 희생부활자 (2017) [5] 김노인의영화리뷰 17.10.25 71
1529 청심대 일상 [MOVIE TODAY] 85번째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2017) [5] 김노인의영화리뷰 17.10.25 98
1528 청심대 일상 작업의 정석 [2] file 광진구박 17.10.24 144
1527 청심대 일상 불독커피 [9] 아픈 뱀가마우지 17.10.23 215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47 48 49 50 51 52 53 54 55 56 ... 129 Next ›
/ 129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