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상 소설 부문 심사평]명작이 탄생할 가능성
김홍신 작가 |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으로, 한글의 웅혼한 숨결을 기억하는 해의 건대신문 문화상 소설부분 응모작은 20편이었다. 예부터 문학은 시대를 조명하고 비평하며 세상을 바꾸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문학은 시대정신의 상징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고 문학에게 인생의 해답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생에 대한 강한 질문을 던지고 성찰을 요구했다.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은 대체로 문화예술과 스포츠인데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대체로 문화예술이라고 한다. 문인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기에 고장 나기 쉬운 인생을 치유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neophilia)이 인류를 지구의 주인으로 만든 동력이었을 것이다. 호기심이 곧 창조정신이기 때문이다. 불면증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의식 세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한 문학도들의 넘치는 이야깃거리를 마음모아 읽었다. 박수를 천둥처럼 치고 싶었다.
‘물’은 섬세한 문장으로 범상치 않은 사건을 예견하게 하는 흡인력을 보였다. 주인공에게 백상아리 이빨이 필요하다는 영국인의 주장에 반응하는 추리기법과 실험정신이 매우 돋보였다. 상상력과 필력이 좋으나 마무리에서 좀 더 천착하는 작가 정신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후랑소와즈’는 매우 서정적 문체와 문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괄호 안에 한글 대화를 ‘붙어’라고 쓴 것이 썩 어울리지 않았으나 스케치 여행하는 주인공의 관찰력과 의식체계의 소설적 정밀함을 잘 보여주었다. 인간의 본능과 사람냄새를 적절하게 묘사해서 잔잔한 호숫가를 가슴에 새기게 하는 능력을 보였다.
‘파블로프의 초상’은 재당숙 조쉬아를 집주인이라 부르는 주인공이 총성에 놀라는 장면부터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작법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부치지 못한 편지를 통해 베트남 전쟁의 상흔과 트라우마의 대비가 절묘하게 그려졌다. 심리적 갈등을 사건의 흐름과 어울리게 한 기법도 뛰어났다.
‘깐밤’은 해원에게 남겨진 기억하기 싫은 추억과 트라우마는 상상력을 높게 끌어올린 수작으로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부모의 죽음과 무당집을 드나들 수 밖에 없는 노인의 운명론과 주인공의 갈등구조가 매우 도드라졌다. 우연찮은 석현과의 인연으로 트라우마가 해소되는 애잔한 연애담이 참 좋다.
심사할 때마다 나는 내 젊은 시절의 낙선에 대한 갈증을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응모작을 정성으로 읽고 당선자보다 아쉽게 낙선한 문학도를 위한 기도를 하곤 한다. 고심 끝에 ‘파블로프의 초상’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명작을 탄생시킬 가능성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김홍신 작가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번호 | 게시판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
---|---|---|---|---|---|
12005 | 리뷰게시판 | 국가 부도의 날 | 의연한 비글사냥개 | 18.12.02 | 109 |
12004 | 리뷰게시판 | 뭐니뭐니해도 세종대 학식 | 신난다야호 | 18.11.30 | 220 |
12003 | 동아리 모집 | [중앙동아리] 당신이 가져올 세상의 변화, 건국대학교 인액터스에서 29기 신... | blablabla | 18.11.30 | 204 |
12002 | 리뷰게시판 | 프리스타일 수취인불명 | 고나비 | 18.11.29 | 115 |
12001 | 리뷰게시판 | 보헤미안 랩소디 | 고나비 | 18.11.29 | 109 |
12000 | 리뷰게시판 | 보헤미안 랩소디 | 삅뺩 | 18.11.27 | 112 |
11999 | 리뷰게시판 | 홍대 고기집 '공복' [1] | 냐냐ㅑㅑㅑ냐 | 18.11.19 | 329 |
11998 | KU 미디어 | [칼럼]학생 자치란 무엇인가? | 건대신문 | 18.11.18 | 2622 |
11997 | KU 미디어 | [칼럼]이타적 개인주의자 [1] | 건대신문 | 18.11.18 | 2145 |
11996 | KU 미디어 | [학생사설]학생 기본권을 생각하며 [3] | 건대신문 | 18.11.18 | 1610 |
11995 | KU 미디어 | [교수사설]학교 발전과 교수들의 사기 [1] | 건대신문 | 18.11.18 | 1832 |
11994 | KU 미디어 | [칼럼]어떻게 원하는 진로를 이룰 것인가? [2] | 건대신문 | 18.11.18 | 1835 |
11993 | KU 미디어 | [칼럼]우승하고 역사 속으로? | 건대신문 | 18.11.18 | 1552 |
11992 | KU 미디어 | [만평]우리는 누가 보호해 주나요? | 건대신문 | 18.11.18 | 1399 |
11991 | KU 미디어 | [학술]서울의 문화발전소: 홍대앞의 공간경제학 | 건대신문 | 18.11.18 | 1439 |
11990 | KU 미디어 | [학술]암은 약을 복용하고 수술을 해야만 치료가 된다고? | 건대신문 | 18.11.18 | 1843 |
11989 | KU 미디어 | [학술]최재헌 교수의 문화유산이야기-① 세계유산과 융합형 인재 | 건대신문 | 18.11.18 | 1411 |
11988 | KU 미디어 | [문화]어디까지 혼자 가 봤니? -부산 국제 영화제, 그 생생한 현장 르포 [1] | 건대신문 | 18.11.18 | 1735 |
11987 | KU 미디어 | [시사]광진구 자취생, 탈출구는 없나 [4] | 건대신문 | 18.11.18 | 2129 |
11986 | KU 미디어 | [보도]등록금심의소위원회 결정 둘러싼 동상이몽 | 건대신문 | 18.11.18 | 1099 |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