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595 추천 수 0 댓글 0

 

10386_12485_415.jpg
김홍신 작가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으로, 한글의 웅혼한 숨결을 기억하는 해의 건대신문 문화상 소설부분 응모작은 20편이었다. 예부터 문학은 시대를 조명하고 비평하며 세상을 바꾸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문학은 시대정신의 상징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고 문학에게 인생의 해답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생에 대한 강한 질문을 던지고 성찰을 요구했다.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은 대체로 문화예술과 스포츠인데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대체로 문화예술이라고 한다. 문인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기에 고장 나기 쉬운 인생을 치유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neophilia)이 인류를 지구의 주인으로 만든 동력이었을 것이다. 호기심이 곧 창조정신이기 때문이다. 불면증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의식 세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한 문학도들의 넘치는 이야깃거리를 마음모아 읽었다. 박수를 천둥처럼 치고 싶었다.

‘물’은 섬세한 문장으로 범상치 않은 사건을 예견하게 하는 흡인력을 보였다. 주인공에게 백상아리 이빨이 필요하다는 영국인의 주장에 반응하는 추리기법과 실험정신이 매우 돋보였다. 상상력과 필력이 좋으나 마무리에서 좀 더 천착하는 작가 정신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후랑소와즈’는 매우 서정적 문체와 문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괄호 안에 한글 대화를 ‘붙어’라고 쓴 것이 썩 어울리지 않았으나 스케치 여행하는 주인공의 관찰력과 의식체계의 소설적 정밀함을 잘 보여주었다. 인간의 본능과 사람냄새를 적절하게 묘사해서 잔잔한 호숫가를 가슴에 새기게 하는 능력을 보였다.

‘파블로프의 초상’은 재당숙 조쉬아를 집주인이라 부르는 주인공이 총성에 놀라는 장면부터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작법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부치지 못한 편지를 통해 베트남 전쟁의 상흔과 트라우마의 대비가 절묘하게 그려졌다. 심리적 갈등을 사건의 흐름과 어울리게 한 기법도 뛰어났다.

‘깐밤’은 해원에게 남겨진 기억하기 싫은 추억과 트라우마는 상상력을 높게 끌어올린 수작으로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부모의 죽음과 무당집을 드나들 수 밖에 없는 노인의 운명론과 주인공의 갈등구조가 매우 도드라졌다. 우연찮은 석현과의 인연으로 트라우마가 해소되는 애잔한 연애담이 참 좋다.

심사할 때마다 나는 내 젊은 시절의 낙선에 대한 갈증을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응모작을 정성으로 읽고 당선자보다 아쉽게 낙선한 문학도를 위한 기도를 하곤 한다. 고심 끝에 ‘파블로프의 초상’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명작을 탄생시킬 가능성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김홍신 작가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2065 KU 미디어 [사설]좋은 강의가 필요하다 건대신문 18.12.23 1225
12064 KU 미디어 [칼럼]아쉽고 아쉽다 건대신문 18.12.23 1110
12063 KU 미디어 [칼럼]이어폰 밖 노래 소리에 이어폰을 뺀 적 있다면, 당신은 ABS를 알고 있다 건대신문 18.12.23 1150
12062 KU 미디어 [칼럼]우리대학, 명문사학 반열에 들어서려면 '조직'만을 위한 정책 탈피해야 건대신문 18.12.23 1179
12061 KU 미디어 [칼럼]무지의 특권 [1] 건대신문 18.12.23 1409
12060 KU 미디어 [여행]국민의 뜻에 따라 역사는 흐른다 건대신문 18.12.23 1053
12059 KU 미디어 [학술]새로운 플랫폼의 시작, VR과 AR [1] 건대신문 18.12.23 1223
12058 KU 미디어 [학술]최재헌 교수의 세계유산이야기 - ③ 해인사 장경판전 건대신문 18.12.23 1340
12057 리뷰게시판 보헤미안 랩소디 [6] 다라마바아 18.12.12 178
12056 리뷰게시판 국가부도의 날 부자 콩새 18.12.10 105
12055 리뷰게시판 후문 커피집 커피웨이즈 [3] 에잉 18.12.10 247
12054 리뷰게시판 후문 타이플레이트 [1] 에잉 18.12.10 149
12053 리뷰게시판 능동샐러드 [1] 삼감김밥우동 18.12.10 154
12052 리뷰게시판 뱃놈 삼감김밥우동 18.12.10 146
12051 리뷰게시판 세븐스테이크 [1] 삼감김밥우동 18.12.10 167
12050 리뷰게시판 도쿄 420 [1] 삼감김밥우동 18.12.10 162
12049 KU 미디어 [보도]PRIME사업, 3년의 발자취를 밟아본다 [4] 건대신문 18.12.09 1866
12048 KU 미디어 [보도]2018 건대신문 문화상 [4] 건대신문 18.12.09 1901
12047 KU 미디어 [보도]서울·글로컬캠퍼스 다전공 장벽 해소 [1] 건대신문 18.12.09 1527
12046 KU 미디어 [보도]건대교지 호외 발간, 학생자치언론기구인 교지의 향방은? 건대신문 18.12.09 1334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621 Next ›
/ 621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