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903 추천 수 0 댓글 0

 

 

10387_12486_4648.jpg
정재호(문과대·국문15)

반쪽의 증명방법이 상을 받았습니다. 시가 뭔지도 모르고 6년을 써왔기 때문일까요. 사실 시는 상을 받은 텍스트가 아니라 지금 쓰고 있는 이 소감문입니다. 그렇게 믿기로 했습니다.

2013년이 시작되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거든요. 자살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친구가 그렇게 시를 좋아했었나, 하는 의문도 듭니다. 그러나 좋아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게 믿으면서 시를 씁니다. 그래서, 사실은 이 모든 텍스트들은 시가 아니거든요. 시를 쓴다고 하면서 시를 하나도 모릅니다. 국어국문학과를 다니면서도 정말로 모르겠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6년을 써 왔는데 상을 받았습니다. 상을 받으면 시일까요? 시로 인정되는 건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잘 아는 것 하나 없이 시를 쓰고, 시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시를 쓰고, 시가 아닌 것들을 씁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에 대해서 말을 합니다. 시, 시인, 시인, 시. 어디부터 시인이고 어디까지 시일까요. 지금은 기억도 희미한 말이 떠오릅니다. 시의 산은 높고 안개가 잔뜩 껴서 오른다고, 오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디까지 왔는지, 오르막길이 맞는지도 모른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런 말이 있었습니다. 그럼 그 시의 산이라는 건 산일까요, 산이 맞다면 과연 “시”의 산일까요?

어떤 말을 소감으로 써야 할지 몰라 시를 썼습니다. 시라고 생각하고 쓰면 그 순간부터 시가 아니게 되니까요. 저는 시를 쓰고 사는 사람입니다. 시를 쓰고, 국어국문학과에 다닙니다. 자취방에는 어제 마신 술의 냄새가 나고, 조명을 전구색으로 바꿔서 조금은 따뜻합니다. 겨울입니다. 다들 따뜻하시길 바랍니다.

 

정재호(문과대·국문15)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866 분실물찾기 도서관에서 신용카드 잃어버리신분 [1] 억울한 솜털딱다구리 16.12.19 133
865 청심대 일상 중문 맥주집 샘스플레이스 [2] 태호. 16.12.16 242
864 청심대 일상 영화리뷰 034.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2005) [2] 김노인의영화리뷰 16.12.15 51
863 청심대 일상 영화리뷰 033.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2016) [4] 김노인의영화리뷰 16.12.15 88
862 청심대 일상 미분당 후기 [11] file 이수점 16.12.14 372
861 청심대 일상 건대 맛집 빅보이 리뷰 [29] 구구굴루 16.12.10 995
860 건대교지 너는 참 ‘착한’ 아이구나 [28] file 건대교지 16.12.10 13357
859 건대교지 공부할 권리, 학습할 권리 [30] file 건대교지 16.12.10 14483
858 청심대 일상 영화리뷰 032. 판도라(2016) [5] 김노인의영화리뷰 16.12.09 104
857 청심대 일상 영화리뷰 030. 잭 리처: 네버 고 백(2016) [2] 김노인의영화리뷰 16.12.09 44
856 KU 미디어 [보도] 2017년도 전임교원 23인 채용 예정…“신설학과에 우선순위” [7] 건대신문 16.12.09 2937
855 KU 미디어 [기획] 모르면 손해보는 '김영란법' [7] 건대신문 16.12.09 2790
854 분실물찾기 하얀색 이어팟 찾습니다 ㅠㅠ 조지 16.12.09 120
853 청심대 일상 중문 카페 K375 [8] 유스 16.12.08 340
852 청심대 일상 건대 후문 칼국수집 추천 [20] 목동꿀주먹 16.12.08 571
851 KU 미디어 [Cover] Are You "Dead"? [16] file 영자신문 16.12.07 2621
850 KU 미디어 [Campus Briefing] Improper Measures Aggravated the Problems Caused by S... [16] 영자신문 16.12.07 2582
849 KU 미디어 [책보여주는 여자 ③] [1] file ABS 16.12.05 1809
848 청심대 일상 영화리뷰 029. 테일 오브 테일즈(2016) [1] 김노인의영화리뷰 16.12.04 65
847 건대교지 109호 기사 예고편 [25] file 건대교지 16.12.02 14473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81 82 83 84 85 86 87 88 89 90 ... 129 Next ›
/ 129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