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23 20:01

[칼럼]아쉽고 아쉽다

조회 수 1151 추천 수 0 댓글 0

 

10391_12488_5446.jpg
박규리 대학부 기자

미투로 한국 사회의 만연한 성폭력 현장을 고발하고, 여성혐오에 맞서는 여성들의 연대가 활발했던 2018년은 ‘총여학생회 폐지’로 끝맺을 것 같다. 성균관대, 동국대의 총여 폐지안이 가결됐고 연세대는 총여 재개편 수순을 밟고 있다. ‘여성은 더 이상 대학에서 소수자가 아니다’라는 생각과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총여 폐지에 불을 붙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여성이 살해, 강간, 불법촬영, 데이트폭력을 당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여러 공적 영역에서의 여성 차별은 계속되고 있다. 대학가는 이러한 여성 차별과 혐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여성’이기 때문에 당하는 차별과 폭력이 계속되는 한 여성은 어떤 공간에서든 소수자일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2018년의 잇따른 총여 폐지가 아쉽다.

총여의 부재가 계속된 우리대학에서 여성 등 소수자의 정치는 이루어지고 있을까. 에브리타임은 모든 학생의 의견을 대표하는 역할을 할 수는 없지만 이들은 학생자치기구에 영향력을 피력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하지만 에브리타임에서 ‘여성’ 등 소수자의 자리는 없다. 여성 혐오적 게시물을 흔하게 볼 수 있고, 이곳에서 여성주의적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어렵다. 학생 자치기구인 총학은 어떨까. 이번에 당선된 청심의 선거 공약을 보면서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의 소수자에 대한 공약의 부재가 크게 느껴졌다. ‘인권위원회 정체성 확립’을 통해 인권위의 모호한 정체성을 바로잡는다는 공약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알기 어려웠고, 성폭력 예방과 대책 등 대학 내 소수자의 인권을 위한 공약은 찾아 볼 수도 없었다. 총학이 여성 등 소수자의 권리를 주장하고 성폭력 문화에 적극적인 대응을 했던 총여의 기능을 과연 제대로 대체하고 있는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총학이 모든 학우들의 대표로서 지켜야 할 중립의 원칙이 대학 내 소수자의 소외를 방관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 과연 민주주의이며 평등인 것일까.

지금도 동국대, 성균관대, 연세대 등에서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총여 폐지에 저항하고있다. 대학가의 대대적인 총여 폐지는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행해지지만, 총여 폐지에 대한 공론화의 기회와 소수자 정치의 중요성은 무시되고 있다. 우리대학에서 이미 사라졌고, 타 대학에서 사라지고 있는 총여 뒤에는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와 혐오가 자리하고 있다.

 

박규리 기자  carrot3113@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766 자유홍보 빠르고 저렴한 학생이사 고시원이사 탑 콜밴 010-5548-5590 모시밭주인 16.10.12 371
765 KU 미디어 [Think & Talk] Shall We Go Out? [17] 영자신문 16.10.11 2487
764 KU 미디어 [Cartoon] Great Loss of Beautiful Youth :A 19 year old worker hit by a ... [18] file 영자신문 16.10.11 2311
763 KU 미디어 [건국史 ②] [4] file ABS 16.10.10 2070
762 KU 미디어 [대담②] [2] file ABS 16.10.10 1524
761 청심대 일상 후문 카페 'Bahn' 후기 [7] ㄴr는ㄴrㅂl 16.10.09 408
760 건대교지 [카드뉴스]옷 입을 권리_Slut Walk [24] file 건대교지 16.10.08 11185
759 건대교지 [카드뉴스]가을엔 재즈를_치코와 리타 [21] file 건대교지 16.10.08 12169
758 KU 미디어 [인터뷰] 민상기 신임총장 인터뷰, “전통과 품격있는 대학으로 재도약하는 ... [7] 건대신문 16.10.08 2578
757 KU 미디어 [보도] 취ㆍ창업종합센터 활용법, 알고 있나요? [5] 건대신문 16.10.08 2170
756 KU 미디어 [보도] 과열되는 사립대 적립금 덩치 키우기… 우리대학은 양호한 편 [7] file 건대신문 16.10.08 2353
755 KU 미디어 [보도] KU헌터 입학금 반환 소송인단 모집, 승소 여부는 불투명 [10] 건대신문 16.10.06 2431
754 KU 미디어 [보도] 임시전학대회, '총투표 신설' 등 학생회칙 다듬었다 [8] 건대신문 16.10.06 2343
753 KU 미디어 [보도] 2017학년도 수시 경쟁률 21.35 대 1 [11] 건대신문 16.10.06 2392
752 KU 미디어 [보도] 더 나은 건국대 그려보는 '2016 아이디어 경진대회' [8] 건대신문 16.10.06 2348
751 KU 미디어 [문화상] 건대신문 문화상 응모 안내 [6] file 건대신문 16.10.05 3317
750 KU 미디어 [발행안내] 10월 4일자 1325호 건대신문 발행 [7] file 건대신문 16.10.05 2810
749 청심대 일상 영화리뷰 019. 아수라 (2016) [7] 의젓한 하피수리 16.10.04 147
748 KU 미디어 [Interview] Treasure Hidden Until Now, Holt [16] file 영자신문 16.10.04 4567
747 KU 미디어 [Reporter's View] Is Korea Really Safe? [19] 영자신문 16.10.04 2515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86 87 88 89 90 91 92 93 94 95 ... 129 Next ›
/ 129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