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00_12493_275.jpg
박은혜 ABS 국장

못 뽑고 3년을 묵혀둔, 앓던 이가 있었다. 그렇게나 사람을 괴롭히던 걸 그렇게도 뽑아내지 못했던 건, 그 와중에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 아닐까.

‘남’- 왕복 6시간을 통학하던 새내기 시절, 아직은 남이었던 abs였다. 일 년 동안은 아침방송 모니터링으로 아침 8시까지 학교에 와야 했다. 나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야했고, 하루는 지하철과 수업, 팀플로 밥 먹을 틈도 없었다. 그나마의 공강 시간은 영상 뉴스를 취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며 보냈다. 집에 와 누우면 시곗바늘은 항상 새벽 2시를 넘겨있었다. 힘들다며 울기에도, 쓰러져 잘 수 있는 3시간의 꿀은 너무도 아까웠다.

‘맨날 힘들다면서 왜 안 그만둬’ - 3년 내내 들었던 질문이다. 물론 스스로에게도 수차례 던졌다. 답은 항상 ‘못 그만둬’. 사람 참 간사하게도, 여기서의 기자 생활은 미친듯이 가슴 뛰었다. 기자엔 관심도 없던 내가, ‘많은 건대생’이 공감할 수 있는 뉴스 말고 ‘어떤 건대생’을 위한 뉴스를 만들곤 완전히 달라졌다. 장애 학생 배려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 대학의 장애 학생을 위한 시설과 제도는 타 대학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는 것과, 장애 학생들의 고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고 디테일하다는 것을 두 달이 넘는 취재 기간 동안 알아냈다. 기자가 되고 싶어졌다. ‘1분 30초’가 분 바람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국장님” - 150cm인 내게 참 안 어울린다. 기껏 한두 살 많은 나는 혼자서 실무진 역할을 하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무섭게 하면 날 미워할 것 같고, 안 무섭게 하면 날 만만히 볼 것 같고…. 별별 고민을 다 했다. 총 감독, 기획, 총무, 섭외, 대본을 맡았던 마지막 오픈스튜디오 ‘RED’, 방송제 ‘이클립스’가 끝나고, 3년을 살아온 ABS도 끝나감을 알았다. 퇴임식 날, 28명의 후배들이 영상을 만들어줬다. 초등학교 때부터 남들을 위한 영상만 만들던 나에게. 그렇게 대견하기도, 밉기도 했던, 동고동락한 철부지들과 이제 방송국에서는 못 본다는 게 찡했다.

‘ABS’ - 유난히도 사람을 들볶았다. ‘이클립스’ 주제처럼,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늘 곁에 있을 것 같다. 인생에서 가장 잘못됐다고 생각한 선택이 최고의 선택으로 바뀔지는, 내가 그 안에서 얼마나 불살라졌는지에 달려있는 것 같다. 대학생활 4년 중 3년, 여기에 채우길 잘했다.

오래 묵혀뒀던 앓던 이를 뽑자 늘 거기 있던 그게 그리워 자꾸만 혀로 만져본다.

 

박은혜 ABS 국장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945 청심대 일상 홍대 족발중심 [6] 건국엘리트 17.02.12 361
944 청심대 일상 공차 딸기 얼그레이 [12] 건국엘리트 17.02.12 230
943 청심대 일상 홍대 메리킹 리뷰 [2] 건국엘리트 17.02.12 200
942 청심대 일상 공조 리뷰 [1] 포포포인포 17.02.11 44
941 KU 미디어 [보도] 5년 연속 학부 등록금 동결... 인하는 언제쯤? [27] file 건대신문 17.02.10 4615
940 청심대 일상 13번째 영화, 트리플 엑스 리턴즈 (2017) [3] 김노인의영화리뷰 17.02.09 185
939 청심대 일상 12번째 영화, 조작된 도시 (2017) [7] 김노인의영화리뷰 17.02.09 104
938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건대 피아노동아리 <선율>에서 신입회원을 모집합니다 file 근육왕최백호 17.02.09 692
937 청심대 일상 영화리뷰- 위대한 게츠비 [1] 숭어숭어 17.02.08 193
936 청심대 일상 11번째 영화, 컨택트 (2017) - 스포 없음 [14] 김노인의영화리뷰 17.02.08 179
935 청심대 일상 10번째 영화, 라이언 (2017) [4] 김노인의영화리뷰 17.02.07 58
934 KU 미디어 [KU Comment] Why Does the GSA Exist? [25] file 영자신문 17.02.07 3704
933 KU 미디어 [특별기획] 총학생회 주최 해외문화탐방 [6] file ABS 17.02.07 2388
932 청심대 일상 일독일행 독서법, 유근용 서평 [1] 안전생활본 17.02.07 90
931 청심대 일상 어바웃타임 리뷰 [6] 안전생활본 17.02.07 164
930 청심대 일상 스파이 브릿지 후기 [1] 안전생활본 17.02.07 50
929 청심대 일상 컨택트 - 스포일러있어요. [2] 텅장 17.02.06 49
928 청심대 일상 캐치미이프유캔 [1] 숭어숭어 17.02.06 132
927 KU 미디어 [Enchange Student] Introducing the IESEG School of Management [32] file 영자신문 17.02.03 3311
926 청심대 일상 성수 '할머니의 레시피' [6] 아모르파티 17.02.02 561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77 78 79 80 81 82 83 84 85 86 ... 129 Next ›
/ 129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