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23 19:59

[칼럼]무지의 특권

조회 수 1467 추천 수 0 댓글 1

 

10393_12489_5745.jpg
이준규 문화부장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한나 아렌트는 우리에게 사회적 관심을 촉구한다. 공동체에 무관심해질수록 사회적으론 독재자가 탄생하고 개인적으로는 인간다운 삶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갈수록 어지러운 사회를 보며 지금 사람들은 정치를 혐오하고 타인을 위해 나서길 망설인다. 굳이 자신이 직면하긴 껄끄럽고 부담스러우니 대중사회 속에 자연스럽게 파묻혀 흘러간다. 당장 내게 불편한 문제는 없으니까 더 이상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모르니까 그렇다는 간단한 생각이다. 무관심은 이렇게 탄생하나 보다.

대다수 사람들은 국적으로 고통 받진 않는다. 인종 차별도 본인이 속한 사회에서 소수인종이 아니라면 겪을 일은 드물다. 더군다나 성별이나 장애로 불평등을 당하는 일은 더 이상 숨길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나치 정권을 목도한 유대인 여성 이민자로서 살아간 한나 아렌트에겐 모두가 현실적 문제로 다가왔다. 그렇게 그녀는 직접 문제들을 체험했기에 관심을 잃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기껏해야 친구와 용돈이나 시간이 부족함을 비교하며 불편함을 느낀다. 우리는 각자가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가니 당연히 모두가 똑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인식하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내가 겪지도 알지도 못할 사회 문제들이 내게 무슨 책임이고 상관이 있는가. 하지만 무지도 특권이었다. 겪지 않아서 몰랐단 상황 자체가 차별과 고통에 면역된 특별한 기회가 주는 혜택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지는 내 무관심을 떳떳하게 대변해주는 면죄부가 아닌 특권에 갇혀 사회를 무관심으로 병들게 하는 원인에 불가하다.

사실 ‘무지의 특권’이란 말을 듣기 전까진 나도 무지로 책임을 지우기에만 급급했다. 특히 내가 차별받지 않고 폭력에 노출되지 않았기에 몰랐다고 인정하는 과정은 불편한 경험에 가깝다. 하지만 무관심이란 사회적 질병을 극복하기 위해서, 무지의 정당화를 포기하는 과정은 인내해야할 고통이다. 한나 아렌트가 다중적인 차별과 문제들에 직면하여 행동한 것처럼 우리도 인간다움을 포기한 채 사회에 떠맡기는 대신 관심을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그녀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역사 속에서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고 무관심을 극복하여 만들어낸 지금 세상이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내가 대부분 모르는 수많은 폭력에 겹쳐진 채 노출된 장소이다.

그렇기에 사회가 모두 무관심하다고 더군다나 나는 겪지 않아 몰랐으니 괜찮다고 치부해버리는 태도는 아쉽다. 한나 아렌트가 말하던 독재자들이나 아이히만 같이 대중성 또는 평범함을 가장한 악마와 방관자들은 여전히 존재할지도 모른다. 지금 현시대에도 그대로 수많은 폭력과 차별이 우리들 무관심한 품속에서 탄생하고 있다. 꼭 무관심이 불러온 결과를 이웃나라 독재자나 머나먼 외국에서 발생했던 학살처럼 멀찍한 이야기에서만 찾아볼 필요도 없다. 지금 우리 집안의 가족이나 매일같이 살아가는 동네와 학교 근처에서 벌어지는 어쩌면 어머니와 경비아저씨나 학우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보자. 더 이상 몰라서 그랬다는 통하지 않는다. 내가 몰랐던 이야기를 알아가며 변화는 시작된다. 그렇게 한나 아렌트가 우리에게 촉구했던 목소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채 지금도 여전히 울려간다.

 

이준규 문화부장  ljk223@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46 동아리 모집 건대 산악부 *암벽등반 *클라이밍 *명산종주 file 후아후아 14.09.04 1726
145 동아리 모집 건국대학교 스노보드 동아리 '눈꽃' 입니다.~~ [1] 이너간지 14.09.03 1845
144 동아리 모집 [신입기수 모집] MOVER(건국대학교 마케팅전략동아리)에서 신입 5기를 모집... 아놔구리 14.09.03 1477
143 청심대 일상 도스마스 [56] 익명할래 14.09.03 1385
142 동아리 모집 [FIBO] 나이,학번,전공무관!'연합'동아리의 끝판왕! 대학생 지식융합 단체 F... file 에릭초 14.09.03 1793
141 청심대 일상 하루 [32] 익명할래 14.09.02 759
140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대중음악창작동아리 <소리나래> 3차 오디션 공지 [7] 보누 14.09.02 1708
139 동아리 모집 ● 건국대학교 벤처창업동아리 ● KIB 를 소개합니다. :) 중쿤 14.09.02 1587
138 동아리 모집 [연합/비즈니스/봉사] 건국대학교 인액터스 20기 신입회원 모집 file 꽈라굴람 14.09.02 2558
137 동아리 모집 [FIBO] 대학연합 지식 융합 및 공유단체 FIBO 콘텐츠 공개PT 및 7기 설명회... [1] file 에릭초 14.09.01 1473
136 동아리 모집 [ADAMAS 1%] 자기계발 연합동아리 아다마스와 특별한 2학기를 만들어갈 7기 ... file 좋다 14.08.31 1443
135 동아리 모집 [PT/연합/봉사]고등학생의 진로에 쉼표를 찍다, 전공설명 COM.MA file 강냉이 14.08.31 1712
134 동아리 모집 ★★★연합여행동아리★★★오감도★★★아무 동아리나 했다간 후회합니다^^ 응슷응슷응 14.08.30 1382
133 동아리 모집 [연합]의료봉사 비영리민간단체 프리메드 제11기 리크루팅 공고 file 키마니 14.08.28 1550
132 동아리 모집 건국대학교 중앙동아리 안내 [9] 운영대표 14.08.27 3345
131 청심대 일상 브라보 브리또 (cafe BB) [64] 쥰쥰 14.08.27 1270
130 청심대 일상 우마에도 [49] 별명일까 14.08.27 778
129 동아리 모집 [BIG] 연합경영전략학회 BIG에서 11기 신입회원 분들을 모집합니다.(~9/11)(... file 쀼쁍 14.08.26 1173
128 청심대 일상 초밥짓는원숭이 [83] 성정민 14.08.26 1262
127 청심대 일상 파스타키친 [61] 익명할래 14.08.26 1179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17 118 119 120 121 122 123 124 125 126 ... 129 Next ›
/ 129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