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순응하는 보존과학 원리의 결집체, 부처의 원력으로 국력 하나로 모은 슬기로운 유산"

 

 

10367_12467_3138.jpg
최재헌 교수 지리학과·대학원 세계유산학과

해인사 장경판전은 우리나라가 세계에 자랑하는 팔만대장경과 떨어질 수 없는 유산이다. 바로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기 위해 세워진 세계에서 유일한 건축물이 장경판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경판전은 건축의 발달단계를 나타내는 등재기준 (iv)과 함께 세계사적인 사건과 관련한 등재기준 (vi)번을 적용받을 수 있었다. 장경판전은 15세기에 지어졌으며 몇 번 수리를 거쳤지만 16세기 목구조 건축 원형을 현재까지 잘 보존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마당을 중심으로 남쪽의 수다라장과 북쪽의 법보전, 동서에 사간판전을 두고 있는 네모난 형태이다.

세계유산으로 인정받은 장경판전의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먼저 장경판전의 위치부터 범상치 않다. 장경판전은 해발 645m 가야산 중턱에 북쪽은 산으로 둘러싸이고 남쪽은 터져 있는 입지로 바람이 판전 건물을 타고 돌며 옆으로 흐르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해인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판전이 있다는 것은 부처님 말씀이 가장 높다는 의미이며 해인사를 법보사찰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건물의 남쪽에는 방화벽의 구실을 하는 담을 둘러 상승풍이 직접 건물로 들이치지 못하게 하였다. 또한 건물의 북쪽과 남쪽 벽에는 위 아래로 창을 내어 들어온 바람이 실내에서 순환할 수 있게 하였다. 남쪽 창은 북쪽보다 아래 창을 더 크게 만들었고 북쪽 창은 위 창을 아래 창보다 더 크게 만들었다. 남쪽의 건조한 공기를 아래 창으로 들어오게 하여 실내의 습한 공기를 흡수하고 뒤의 위 창으로 나가게 고안한 것이다. 판전의 바닥에는 숯과 소금, 석회를 섞어 다져 놓아 습기를 차단하고 제거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판전 내부에는 건물과 나란하게 두 줄로 보존장을 설치하고 경판을 세워서 보존하였다. 경판에는 옻칠을 하고 테두리에 마구리를 덧끼워 경판 사이에 공기가 통하도록 하였는데 부처의 가르침이 공기와 같이 널리 퍼져나가라는 뜻이다. 이밖에도 내부에 있는 108개의 기둥은 불교의 108 번뇌를 상징하며, 수다라장의 종 모양 입구는 춘분과 추분에 두 차례만 연꽃 모양의 그림자를 드리우도록 하였다. 즉, 장경판전 하나에도 의미를 담아 극진함과 높은 정신적인 차원을 표현하고 있다.

10367_12468_3243.jpg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해인사 장경판전/출처 유네스코

장경판전은 81,352장의 대장경판(국보 제32호), 2,725장의 고려각판(국보 제206호), 그리고 110장의 각판(보물 734호)을 보관하고 있다. 모두 팔만개가 넘는 셈이다. 팔만대장경은 일명 고려대장경이라고도 하는데 가장 정확한 대장경으로 인정받는 유산이다. 그 이유는 대장경 제작을 담당하였던 수기대사가 당시의 북송관판, 거란본, 초조대장경 등을 철저히 비교하여 오류를 수정하였고 그 전 과정을 ‘교정별록’에 기록하였기 때문이다. 다른 대장경판은 멸실된 반면 고려대장경만 ‘법원주림’,’일체경음의‘ 등 다른 대장경에는 없는 경전을 전하고 있다. 팔만대장경은 경남 남해에서 제작되어 강화산성 서문 밖의 대장경판당에 보관되었다가, 1318년 강화도의 선원사를 거쳐, 외침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1398년 해인사로 옮겨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해인사 장경판전은 자연에 순응하는 보존과학의 원리를 깨달았던 지혜와 함께 부처님의 원력으로 국력을 하나로 모아 몽골의 침략에 맞섰던 조상의 슬기로움을 담고 있는 유산이다. 무엇보다도 정신의 힘이 물리적인 힘보다 강하다고 믿었던 조상들의 지혜는 물질문명 시대에 갈 길을 잃어버린 우리 젊은이들에게 마음의 정성을 다해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교훈을 주고 있지 않을까 싶다.

 

건대신문사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1238 KU 미디어 성추행 퇴학 학우 징계취소 소송 [12] 건대신문 17.09.28 3512
11237 KU 미디어 입학금 논란 어디까지 왔나교육부, 사립대 입학금 폐지 추진… 우리대학 “아... [11] 건대신문 17.09.28 2459
11236 KU 미디어 “박봉과 열악한 환경에도 열정으로 버텨요”-[르포] 강단 뒤에서 들려주는 강... [9] 건대신문 17.09.28 2234
11235 KU 미디어 '성소수자' '반려견 봉사' 동아리 등 3개 신규등록 [8] 건대신문 17.09.28 2592
11234 동아리 모집 [중앙소모임] 건국대학교 길고양이 중앙 소모임 '꽁냥꽁냥'에서 집사를 모집... [4] file 하티손 17.09.21 695
11233 청심대 일상 능동샐러드 [3] 깨끗한 흰꼬리솔개 17.09.20 135
11232 청심대 일상 [MOVIE TODAY] 77번째 영화, 아메리칸 메이드 (2017) [6] 김노인의영화리뷰 17.09.19 119
11231 청심대 일상 [MOVIE TODAY] 76번째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2017) [5] 김노인의영화리뷰 17.09.19 98
11230 동아리 모집 건국대학교 공식밴드 OXEN에서 신입부원을 모집합니다! (베이스랑 드럼 급구♡) [2] 바다15 17.09.19 304
11229 청심대 일상 [MOVIE TODAY] 75번째 영화, 몬스터 콜 (2017) [1] 김노인의영화리뷰 17.09.19 65
11228 청심대 일상 아메리칸 메이드 후기요!! [2] 광진구박 17.09.19 118
11227 청심대 일상 건대 경성함바그 secret 신입생이 17.09.17 5
11226 청심대 일상 프롬의 후유증 [4] 착한 초원목고리뱀 17.09.17 98
11225 청심대 일상 좋아해, 너를 영화 후기 [2] 키큰 큰바다제비 17.09.15 76
11224 분실물찾기 캥거루인형찾어요ㅜㅠㅠ [3] 의젓한 가시나비고기 17.09.14 181
11223 청심대 일상 중문 미분당 [3] 착한 웃음갈매기 17.09.14 141
11222 청심대 일상 [MOVIE TODAY] 74번째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2017) [7] 김노인의영화리뷰 17.09.13 183
11221 KU 미디어 [Think & Talk] Is It a Duty to Leave Seats Empty for Pregnant Women? [43] file 영자신문 17.09.12 3910
11220 동아리 모집 건국대학교 공식밴드 OXEN에서 신입부원을 모집합니다!(나이제한 없음) [2] 바다15 17.09.11 245
11219 청심대 일상 [띠용] 살인자의 기억법 [10] 워크맨 17.09.11 127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 ... 620 Next ›
/ 62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