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9_12451_2129.jpg
김혜민 문과대·미커17

‘주체적 섹시’, ‘주체적 아름다움.’

페미니즘이 대두되기 시작한 이후 언제부터인가, 일반적으로 여성을 대상으로 쓰이던 수식어 앞에 ‘주체적’이라는 말이 붙기 시작했다. 섹시함과 주체성, 아름다움과 주체성. 어휘를 동일 맥락에 따라 변형해보자면 자주적인 코르셋으로의 해석이 가능하다. 사회 속에 만연화 되어있는 여성 혐오적 코르셋, 즉 자기 스스로를 옭아매는 족쇄와도 같은 코르셋을 주체적으로 자유롭게 사용한다라는 말이 모순적이지 않다 단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수전 팔루디의 도서 ‘백래시’에서는, 여성의 권리 신장을 저지하려는 반동의 메커니즘에 ‘백래시(backlash, 반격)’라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정치, 사회, 문화적 역풍을 해석하고 그에 맞서려는 페미니스트들에게 분석의 도구를 제공했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페미니즘의 퇴보, 백래시의 단계에 진입 중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었다. 그런데 그들의 페미니즘 역시 백래시로 인해서 퇴보의 절차를 밟고 있다. 가령, 미국의 여아들을 상대로 한 장난감 인형, 바비 인형은 ‘girls can do anything’이라는 슬로건으로 광고를 기재했으나, 바비인형의 외적인 모형은 상당한 코르셋을 착용하고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장난감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화장과, 기형적으로 잘록한 허리를 가지고 있는 바비 인형. 그리고 이러한 바비 인형은 어느 순간 ‘美’의 상징으로서 관습화되기 시작하였다. 어른들은 물론 어린이들에게도 보편적인 미의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이에 부합해야지만 ‘아름다운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백래시가 발생했다. 그들은 ‘주체적 로리’를 통해, 어린아이와도 같은 형상으로 섹스 어필을 하는 본인들의 모습이 주체적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 없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 모두가 그들의 아름다울 권리를 추구하기 위한 행보라고 보기보다는, 여전히 코르셋을 벗지 못한 채로 남들이 허락하는, 남자들에게 인정받는 페미니즘을 하고자 하는 모습인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역시나 백래시의 진행 과정에 있다. 최근 L사의 화장품 광고에서는 페미니스트 연예인을 모델로 사용하여, ‘당당한 여성의 당당한 화장’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사례가 있다. 사실 화장이라는 꾸밈노동 자체가 일종의 코르셋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를 역으로 이용하여 ‘코르셋을 착용한 여성만이 진정한 여성’이라는 또 다른 코르셋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주체적이라는 단어의 위험성을 깨닫고, 과연 우리가 무엇을 위해 페미니즘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코르셋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보고 공부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의 ‘주체적 美’는 없어야 할 것이다. 모순적인 단어들의 조합을 아무런 경각심 없이 수용하는 태도도 이제는 잠재워야 할 것이다.

 

김혜민 문과대·미커17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2198 리뷰게시판 [2] sqdiknsdl 19.04.21 147
12197 리뷰게시판 나츠 화장품 [1] 애프리컷 19.04.21 181
12196 리뷰게시판 코코도리 [2] 애프리컷 19.04.21 132
12195 리뷰게시판 후문 닭칼국수 존맛탱x [2] 느린 갈고리부리솔개 19.04.21 178
12194 리뷰게시판 더페이스샵 파데후기 [1] 느린 갈고리부리솔개 19.04.21 163
12193 리뷰게시판 건대후문 이모네분식 후기 [5] 느린 갈고리부리솔개 19.04.21 620
12192 리뷰게시판 홍샷 파데후기 쩡찡 19.04.20 131
12191 리뷰게시판 헝거게임 후기 [1] 검귀 19.04.19 126
12190 리뷰게시판 eminem- beautiful 역시릅신 19.04.19 87
12189 리뷰게시판 가츠시 secret 기쁜 오색멧새 19.04.19 0
12188 리뷰게시판 쌀뜸밥뜸 뜸뜸~!~!~! 이얏호 [7] 욜로욜로욜라셩 19.04.19 190
12187 리뷰게시판 건대스시 [4] 익명명 19.04.17 226
12186 리뷰게시판 결돈부리 [5] 쌀쌀한 쿠퍼수리 19.04.16 392
12185 리뷰게시판 천호역 족발선생 [1] 공유부인 19.04.15 326
12184 KU 미디어 [취재수첩]대학언론의 수직적 조직 문화 [11] 건대신문 19.04.14 1627
12183 KU 미디어 [사설]학내 흡연부스 설치 필요해 [16] 건대신문 19.04.14 2377
12182 KU 미디어 [사설]대학과 플랫폼 [9] 건대신문 19.04.14 1181
12181 KU 미디어 [칼럼]선진국의 도시재생에서 성공의 노하우를 배우다 [6] 건대신문 19.04.14 1614
12180 KU 미디어 [칼럼]강사법에 대하여 [6] 건대신문 19.04.14 2264
12179 KU 미디어 [만평]1351호 만평 [3] 건대신문 19.04.14 1526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620 Next ›
/ 62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