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기 한국 고대 불교예술의 정수, 통일신라 불교문화를 대표하는 건축과 조각"

 

10294_12443_113.jpg
최재헌 지리학과·대학원 세계유산학과 교수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유산은 어디일까? 1995년 처음으로 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그리고 종묘가 나란히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중에서 가장 빠른 등재번호 (736번)를 받은 석굴암과 불국사가 한국 최초의 세계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석굴암과 불국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정한 천재의 창조적 걸작품에 해당하는 등재기준 (i)과 인류사적인 발달 단계를 나타내는 등재기준 (iv)을 적용받아, 8세기 한국 고대 불교 예술의 정수이며 통일신라의 불교문화를 대표하는 건축과 조각으로서의 세계유산 가치를 인정받았다.

모든 유형유산에는 당대의 지리와 역사적 환경, 사람들의 가치와 사고관이 숨겨져 있는 법이다. 신라 경덕왕 때의 재상이었던 김대성이 현생의 부모를 기리기 위해 불국사를 지었고, 전생의 부모를 위해서 석굴암을 지었다고 전하는 것을 보면, 평화와 안식이 있는 부처의 나라, 불국토를 세우고자 했던 통일 신라인의 마음이 석굴암과 불국사에 숨겨져 있는 셈이다.

석굴암은 경주 근처에 흔한 화강암을 인공적으로 쌓아서 만든 석굴이다. 화강암은 입자가 고운 퇴적암인 대리석과 다르게 지하 깊은 곳에서 천천히 형성된 심성암으로서 표면이 거칠고 강해서 조각하기에 어려운 돌이다. 석굴암 화강암에 새긴 조각과 조형물을 보면 우리 조상들의 예술적인 솜씨와 기술에 새삼 감탄할 수밖에 없다. 석굴암의 형태와 배치는 불교의 우주관을 그대로 말해준다. 들어가는 입구인 전실은 사바세계를 상징하며, 네모난 벽에 8부신장이 대칭으로 새겨져 있다. 이어지는 통로인 비도 입구에는 금강역사가 지키고, 그 안에는 양쪽으로 불법을 수호하는 사천왕상이 조각되어 있다. 원형의 주실은 극락세계인 수미산을 상징하고 입구 쪽에는 도리천을 다스리는 범천과 제석천, 그 위에는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조각되어 있다. 주실 중앙부에는 석가여래불이 연화대 위에 앉아있고, 주위 좌우의 벽에는 석가모니의 십대 제자, 그리고 뒷면 벽 한가운데에는 십일면관음보살상이 새겨져 있다. 관음보살상 위에는 둥근 연판은 조각되어 있고, 연판의 위쪽 벽에는 열 개의 감실이 가로로 늘어져 있다. 연판은 정면에서 보면 마치 부처의 광배로 보이는 시각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10294_12444_122.jpg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불국사/출처 유네스코

한편, 불국사는 부처의 세계를 현세로 옮겨온 이상향을 표현하고 있다. 목조유산은 16세기 불 탄 이후에 부분적으로 보수와 재건의 과정을 거쳤지만 석조유산은 비교적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불국사 석단 위에는 비로자나 불의 전당인 비로전, 아미타불의 전당인 극락전, 석가모니불의 대웅전을 세우고, 석단 아래의 사바세계와는 청운교와 백운교, 연화교와 칠보교 두 쌍의 다리로 연결하였다. 불국사의 아름다움은 한마디로 대칭과 대비를 통한 조화로움의 미로 표현할 수 있다. 장식적 외형의 청운교와 백운교와 작고 단순한 모양의 연화교와 칠보교, 화려한 범영루와 소박한 좌경루, 간결하고 힘찬 석가탑과 섬세하고 세련된 다보탑 등은 이런 대칭과 대비를 통한 조화로움을 나타낸다. 석단 자체도 아래층은 자연석으로 쌓고 그 위에는 인공 석벽을 쌓아 대칭의 미를 보여준다.

우리는 세계유산 석굴암과 불국사를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할까? 부처님의 세계로 나아가는 고행과 구도의 과정을 통해 모든 것에는 반드시 거칠 단계가 있으며 참고 인내해야 한다는 사실과 서로간의 차이점도 궁극적으로 조화로움과 합일을 이룰 수 있다는 포용의 지혜가 아닐까? 무엇보다도 나를 뛰어넘어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고 영원한 진리를 마주하면서 옷깃을 여미는 겸손함과 경건한 마음가짐이야말로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이 배워야 할 숨겨진 가치가 아닌가 싶다.

 

최재헌 교수 (지리학과·대학원 세계유산학과)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1866 KU 미디어 [보도]우리대학 학생 인권침해 사건 발생 [2] 건대신문 18.08.30 1362
11865 KU 미디어 [보도]쿨하우스, 작년 2학기 대비 기숙사비 인상 [2] 건대신문 18.08.30 1564
11864 KU 미디어 [보도]실험실습 만족하십니까? - 이과대학 편 [3] 건대신문 18.08.30 1459
11863 KU 미디어 [보도]임기 후반기 맞이한 민상기 총장 인터뷰 [1] 건대신문 18.08.30 1677
11862 KU 미디어 [보도]2학기부터 스마트 출결제도 전면 시행 [1] 건대신문 18.08.30 1412
11861 KU 미디어 [보도]강의업로드 등 e캠퍼스 강화 새로 추진 [1] 건대신문 18.08.30 1581
11860 동아리 모집 온라인으로 모여서 공부합시다! 소울킴 18.08.29 110
11859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당신이 가져올 세상의 변화, 건국대학교 인액터스(ENACTUS) 28... file 아안마누아 18.08.28 167
11858 리뷰게시판 혹시 미국 가면 country buffet 가보시길 멋진 흰담비 18.08.27 115
11857 리뷰게시판 새벽집 멋진 흰담비 18.08.27 116
11856 리뷰게시판 가로수길 스쿨푸드 [2] 멋진 흰담비 18.08.27 125
11855 동아리 모집 [자치위원회] 고전음악감상실에서 2018년 2학기 신입요원을 모집합니다♪ file 닉네임정하기귀찮다 18.08.25 171
11854 리뷰게시판 스카이피플 후기.. 나랑너 18.08.25 6564
11853 KU 미디어 건국대 영자신문사 The Konkuk Bulletin 제 46기 2차 수습기자 모집합니다! [7] file 영자신문 18.08.25 3111
11852 KU 미디어 [Interview] .face, Being the New Norm _288호 [11] file 영자신문 18.08.22 2429
11851 동아리 모집 [대학연합] 피아노 동아리 Pianoforte - 피아노 포르테에서 6기를 모집합니다!! file 프로자취러 18.08.20 124
11850 리뷰게시판 <메갈로돈> [1] 김노인의영화리뷰 18.08.18 179
11849 리뷰게시판 <목격자> [1] 김노인의영화리뷰 18.08.18 152
11848 KU 미디어 [Global Life] Mark Your Landmark on the World! _288호 [12] file 영자신문 18.08.15 2400
11847 KU 미디어 [Campus Life] Tap Tap Tap! Tapping KU for Tips _288호 [8] file 영자신문 18.08.15 2232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 621 Next ›
/ 621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