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헌 교수 (지리학과•대학원 세계유산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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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헌 지리학과·대학원 세계유산학과 교수

2018년 현재 우리나라는 북한을 포함 총 15개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유산이 어떤 것이 등재돼 있는지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호부터 지리학과 최재헌 교수님과 함께 세계유산 그 아름다움을 느껴본다.

 

요즘 심심치 않게 신문과 방송에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기사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세계문화유산은 잘못 사용한 용어로서 세계유산이라고 해야 맞는 말이다. 왜냐하면 세계유산(World Heritage)은 1972년에 탄생한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에 의해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한 유산을 부르는 고유명사이기 때문이다. 세계유산은 다시 유산 성격에 따라 자연유산, 문화유산, 복합유산으로 구분한다. 2018년 현재 세계적으로 167개국 1,092개의 유산이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 등재되면서 모두 13개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북한의 개성역사지구와 고구려고분군을 포함하면 우리 민족의 세계유산은 모두 15건인 셈이다. 이들 한국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살펴본다면 우리 민족 문화와 역사성, 지역성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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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남한산성/출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홈페이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려면 잠정목록의 발굴부터, 최소 3년이 넘은 신청서 준비과정을 거쳐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국제기준에 따른 보존 관리체계를 증명하여야 한다. 등재 이후에도 과잉 관광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적정 수용력과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고 지속적인 유산 가치 확장을 위해 발굴과 자료 조사 등을 계속하여야 한다. 세계유산 등재는 세계인의 관심과 자국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고 관광 활성화로 이어져 경제적 효과를 거두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지나친 관광활동으로 인한 부작용의 위험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세계유산의 성공적인 등재와 지속가능한 보존관리체계를 마련하는 일은 국가의 문화역량에 대한 척도가 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세계유산 전문가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만 일본의 쯔꾸바대학과 도쿄대학, 중국의 베이징대학, 통지대학, 남경대학, 그리고 호주의 디컨대학 등에서 세계유산 학위과정을 운영하면서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유네스코에서도 세계유산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 표준안을 마련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2014년부터 건국대학교에서 한국 최초로 대학원 세계유산 석ㆍ박사 학위과정을 협동과정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세계유산 분야의 전문가 양성은 자연과학과 인문학, 사회과학을 망라한 학제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남한산성의 등재를 위해서는 ‘조선시대 전란을 대비한 임시수도’로서의 남한산성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도시적인 측면, 역사적인 측면 뿐 아니라 성곽 돌이 어떤 암석인지, 강회는 어디에서 구하였는지, 어떤 기법에 의해 쌓았는지, 군사적으로 어떤 무기체계와 방어 전략을 갖추었는지를 밝히는 자연과학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그 뿐 아니라 보존관리를 위한 문화유산의 경제적 가치 측정, 탐방로 선 구축, 효과적인 문화재 활용 전략 등에 대한 사회과학적인 연구도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세계유산 분야는 우리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자연과 인문현상을 아울러 이해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에게 더 큰 도전이 될 수 있다.

오늘날 인류사회는 기후변화, 지역격차, 과학기술의 발달, 초이동성의 증대, 4차 산업 혁명 등 그 어느 때 보다도 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 줄 아는 융합형 인재가 많은 사회는 그 앞길이 밝다는 점이다.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전공을 기반으로 더 넓은 분야의 전문역량을 갖춘 융합형 인재, 통일 한반도의 미래사회를 위한 ‘아기장수’들이 더 많이 탄생하기를 기원하면서 세계유산 연재를 시작하고자 한다.

 

최재헌 교수 (지리학과·대학원 세계유산학과)  kk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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