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960 추천 수 0 댓글 0

 

10088_12316_2054.jpg
박규리 대학부 기자

미투 운동이 시작되면서 포스트잇 시위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포스트잇은 쉽게 떼어진다. 그것은 형식적, 공식적이지 않고 쉽게 소비될 수 있는 인스턴트 식 메시지이며 연약하다. 하지만 수많은 포스트잇이 모였을 때, 퍼즐 조각이 맞추어지듯 그것은 더이상 연약한 종이 조각이 아니다. 포스트잇이 성폭력에 저항하는 학생들의 언어를 담고, 붙여지고 또 붙여지자, 언제든 떼어질 수 있는 포스트잇의 연약한 특성은 ‘함께하면 강해진다’는 연대의 힘으로 바뀌었다. 소수의 똑똑한 자가 이끄는 대자보나 권위를 가지는 공식적인 문서가 아닌, 다수 저자의 언제든 없어질 수 있고, 작은 조각이 맞춰져 하나의 파노라마가 되는 포스트잇은, 일상 생활 속에서 그동안 이어져온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산발적으로 드러내는 데 가장 알맞은 형식이 되었다.

 

정치계, 법조계 등 공적인 영역에서 이뤄져온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에 이어, ‘미성숙한 아이, 여성, 평가받는 학생’과 ‘성숙한 어른, 남성, 평가하는 교사’ 사이에 내재하는 권력으로 자행돼 온 성폭력이 학생들의 ‘스쿨 미투’로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내가 스쿨 미투의 포스트잇 속 고발 내용에 처음 느꼈던 감정은 어이없게도 ‘익숙하다’였다. 학창시절을 지나오며 교사가 학생에게 가하는 성희롱, 성추행 등의 성폭력은 흔히 존재했지만, 그것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고발은 쉽지 않았고 일상적인 성폭력을 행해온 교사들은 교육계 안에서 안정적으로 보호받았다. 그리고 수많은 그들이 모여 ‘교육’이라는 이름의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성폭력 문화가 되었다.

 

지금의 학생들은 놀랍게도, 어른들이 지켜온 긴 침묵을 깨고, 자신을 덮치는 모욕을 모른 척하지 않았다. ‘그것은 성폭력’이라 고발했다. 이렇게 연대하며 스스로를 지킨 학생들의 포스트잇 물결은 박수 받아야 할 ‘용기’이며 지금까지의 뒤틀린 권력의 판 자체를 뒤엎는 ‘소수자의 분노’이다. 미투 운동이 학생들에게 더욱 중요한 이유는 학생 스스로 권위적 폭력에 저항함으로써 자신들에게 성폭력을 행한 교사들과 이를 덮어왔던 어른들을 ‘선생님’ ‘순종해야 할 어른’이 아닌 그저 ‘가해자’로 전락시키는 일을 해내는 것 자체가 ‘자신의 자유를 쟁취하는 교육의 현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친구의 스쿨 미투 포스트잇을 ‘벌점 감면’을 이유로 떼게 하고, 교사들이 앞장서 스쿨 미투를 덮는 지금의 상황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말하는 성폭력 가해 집단들의 권력이 얼마나 강한지, 그리고 그들이 하는 행동과 말이 얼마나 비상식적인지를 반증한다. 학생들의 용기와 분노를 실질적인 처벌과 대책 마련으로 옮기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우리는 이제 어른으로서, 학생들의 조력자로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윤김지영 교수님의 <페미니즘과 성> 13강 내용을 참조했습니다.

 

박규리 기자  carrot3113@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646 청심대 일상 <그것만이 내 세상>, 신파만이 감독의 세상. [5] 김노인의영화리뷰 18.01.26 85
1645 청심대 일상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5] 김노인의영화리뷰 18.01.26 169
1644 청심대 일상 트루먼쇼 [4] 억울한 노랑배족제비 18.01.25 78
1643 청심대 일상 한파주의보 기념 학교 근처 빙수!! [15] file 누야곰 18.01.24 458
1642 KU 미디어 [Campus Life] Colorful and Artistic Features to Enjoy [34] file 영자신문 18.01.24 6042
1641 청심대 일상 미즈온 코렉트 콤보 팩트 [2] 맹토 18.01.23 139
1640 청심대 일상 시드물 녹차 필링젤 [5] 맹토 18.01.23 558
1639 KLOSET : 패션매거진 [KLOSET VOL.5] 건국대학교 체육교육과 15 유제준 [9] file KLOSET 18.01.22 39190
1638 청심대 일상 돈 많은 백수가 되고싶다 후기 (전시회) [2] 뚜앙 18.01.18 184
1637 KLOSET : 패션매거진 [KLOSET VOL.4]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과 14 염세린 [10] file KLOSET 18.01.17 39254
1636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중앙 락밴드 AQUI에서 17학번 보컬 모집! + 플러스친구 개설하... [3] file 치춘 18.01.15 267
1635 건대교지 [카드뉴스] LH 대학생전세임대주택, 그 실상을 아시나요? [11] file 건대교지 18.01.14 12490
1634 건대교지 [카드뉴스] 배우 장자연의 죽음 그 이후... [5] file 건대교지 18.01.13 9798
1633 청심대 일상 컨택트 (Arrival)을 보고 [2] 닉내임 18.01.10 77
1632 KU 미디어 [Review] Hidden Masterpieces in K-POP [25] file 영자신문 18.01.09 4095
1631 KU 미디어 [건대미식가] 2화 - 닭갈비편 [13] file ABS 18.01.08 4722
1630 KU 미디어 [건대미식가] 1화 - 중식편 [9] file ABS 18.01.07 3356
1629 건대교지 [카드뉴스] 유학을 가고 싶은데 막막하시다고요? [16] file 건대교지 18.01.06 10808
1628 건대교지 [카드뉴스] 혁신기업 '애플'의 혁신적이지 못한 기업윤리 [8] file 건대교지 18.01.05 10379
1627 건대교지 카드뉴스]화유기, 이대로 괜찮을까? [9] file 건대교지 18.01.05 10515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 129 Next ›
/ 129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