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730 추천 수 0 댓글 4
 

9999_12275_111.png
김지용 (사과대·정외15) 학우

북핵의 역사는 길고 복잡하다. 김일성은 1945년 일본 제국을 좌절시킨 원자폭탄의 무서움을 실감하고 6.25전쟁 중에는 만주에 핵투하를 고려한다는 맥아더의 위협적인 주장을 몸소 체험한다. 전쟁 이후에는 소련에 핵 물리학도들을 파견하고 원자로를 수입하는 등 핵개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아울러 국제정세 역시 급변하고 있었다.

 

1956년 제 20차 공산당대회에서는 스탈린격하운동이 일어난다. 1959년에는 북한에 주둔하고 있던 중공군이 철수하고 얼마 뒤 1962년 쿠바 위기 당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소련을 두고 중소분쟁이 격화된다. 대국들의 분열을 바라보며 북한은 더 이상 냉전의 진영논리로만은 자국의 안위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일찍이 깨닫게 된다. 이때부터 김일성은 ‘주체사상’을 통치이념으로 채택하고 4대 군사노선 등을 통하여 자주국방을 도모했으니 그 수단으로 핵보유가 추진되었음은 자명하다. 1993년 북한의 NPT 탈퇴와 1994년 서울불바다 발언 등으로 촉발된 제 1차 핵 위기 사태는 영변 핵시설 폭격, 더 나아가 전면전으로 비화될 뻔 했으나 미국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극적인 방북으로 봉합된다.

 

김일성 사후 김정일은 ‘선군사상’을 내세우며 이전보다 더 과감한 방법으로 핵개발에 몰두한다. 김정일 시대에 나름대로의 상당한 진척을 이루어낸 북한은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지난 2017년 말 드디어 ‘핵 무력 완성’을 공표한다. 지금 북한은 선(先) 종전선언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먼저 받은 다음의 비핵화 절차가 사리와 이치에 부합하는 것이라 한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애초에 북한은 미국의 상대가 되질 못한다. 북한은 체제보장을, 미국은 위험요소를 제거하려는 거래를 원할 뿐이다. 선언은 조약이나 협정이 아닌 말 그대로 ‘선언’이기에 정치, 수사적임에 불구하며 구속력이 떨어진다. 가령 미국이 종전선언을 먼저 수락한 상태에서 소위 북한이 ‘호박씨 까는 행동’을 보이면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좀 더 대국다운 태도를 보이라며 미국을 탓한다. 그러나 비판의 화살을 미국에게만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북한 역시 기회가 많았다. 그리고 그들이 신뢰받지 못할 전력들을 쌓아 온 것 역시 사실이다. 자업자득인 셈이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조급하다. 올해 11월에 중간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내세울 성과가 필요하다. 분위기가 한창 좋았을 때는 노벨 평화상 이야기까지 오르내렸으니 지금이야 오죽할까.

 

최근 북한의 행보 역시 지난 세월에선 찾아 볼 수 없었던 파격의 연속이었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냉혹한 국제관계에서 상대방의 선의만을 믿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상술했다시피 핵이란 그들의 입장에서는 세대를 이어온 가업이자, 조국의 명운을 걸고 피눈물을 다 바쳐온 숙원사업, 그리고 그들을 자위하는 최후의 보루이기에 쉽게 내려놓을것이라는 과도한 낙관적 전망은 곤란하다.

 

김지용 (사과대·정외15)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566 KU 미디어 [Cinema Deep Talk] 2화 - 여배우는 오늘도 [7] file ABS 17.11.27 3134
1565 건대교지 건대교지 113호가 발간됩니다! [25] file 건대교지 17.11.24 10632
1564 KU 미디어 [Konkuk Bulletin] If You Want More Articles... [46] 영자신문 17.11.21 3416
1563 KU 미디어 [Cinema Deep Talk] 1화 - 살인자의 기억법 [2] file ABS 17.11.21 3508
1562 분실물찾기 갈색 가죽 백팩 찾아요ㅜ [7] Bella 17.11.19 168
1561 건대교지 [카드뉴스] 로봇의 시민권 > 여성인권 [12] file 건대교지 17.11.17 11842
1560 KU 미디어 [사설]이젠 교육여건 개선에 더 중점을 둬야 [12] 건대신문 17.11.16 2539
1559 KU 미디어 [사설]새로운 한중 관계의 발전을 기대하며 [11] 건대신문 17.11.16 2645
1558 KU 미디어 [칼럼]지속 가능 성장과 리스크 관리 [12] 건대신문 17.11.16 2548
1557 KU 미디어 [칼럼]너무 많이 버리는 세상 [12] 건대신문 17.11.16 2412
1556 KU 미디어 [#보도]토론식 강의가 바꿔놓은 대학 [15] 건대신문 17.11.16 4340
1555 KU 미디어 [#문화]책을 읽는다면, 이들처럼...2017 도서관 최다 대출 수상자 '독서왕'... [11] 건대신문 17.11.16 3354
1554 청심대 일상 여드름피부인 수분부족형지성용 수분크림 추천- 라노아 아쿠아수분크림 [1] 미러미러 17.11.14 458
1553 청심대 일상 킹스맨2 [1] 미러미러 17.11.14 44
1552 분실물찾기 usb 찾습니다ㅠㅠ [9] 겸손한 초록청개구리 17.11.13 154
1551 KU 미디어 [#보도] 2017 중앙일보 대학평가 종합 15위로 전년과 동일인문계열 유독 높... [11] 건대신문 17.11.11 4629
1550 KU 미디어 [#보도] 건대항쟁 31주년, 민주주의 외친 그들은 아직도 빨갱이 -‘떳떳한 부... [10] 건대신문 17.11.11 3065
1549 KU 미디어 [#보도] 우리대학 최고의 아이디어를 찾아서2017 학술아이디어 경진대회 -총... [8] 건대신문 17.11.11 3306
1548 KU 미디어 [#보도] 학부모,건국대병원과 학교에 '감사편지' [11] 건대신문 17.11.11 3301
1547 KU 미디어 [#보도] 단과대 학생회활동장학금 ‘대리 신청’ 논란 -'추가학기'로 자격미달... [7] 건대신문 17.11.11 2779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46 47 48 49 50 51 52 53 54 55 ... 129 Next ›
/ 129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