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047 추천 수 0 댓글 2

 

9993_12269_489.png
박가은 홍보미디어부 기자

퇴근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오후 6시경, 임산부 배지를 단 여성이 임산부석 앞에 서있었고 그 자리에는 한 여성이 앉아서 졸고 있었다. 그 여성은 피곤한지 바로 앞에 임산부가 서있는 걸 모르는 눈치였다. 주위 사람들 역시 잠을 자거나 스마트폰에 집중하느라 임산부를 보지 못했다.

 

오전7시, 오후6시는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통학하는 대학생들로 지하철에 사람이 가장 많을 시간이다. 특히 퇴근길에는 하루 동안 일하느라 지쳐 지하철에서는 졸음을 이기기 힘들다. 지옥철을 타고 한 두 시간 거리를 이동하는 사람들의 누적된 피로는 5일 동안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임산부석을 항상 비워두기는 어렵다.

 

지하철로 등하교하며 자리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상황을 심심치 않게 겪다보니, 배려받지 못하는 임산부석과 노인들만 이용하는 노약자석, 두 좌석이 왜 따로 존재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임산부석은 교통약자 중에서도 특별히 임산부를 배려하기 위해 만든 좌석이지만 임산부가 앉아있는 것을 거의 본적이 없다. 반대로, 노약자석에 임산부나 아이들이 앉아있는 경우도 드물다. 노약자석의 원래 이름은 노약자·장애인·임산부 보호석이지만 오랫동안 뿌리박힌 편견 때문에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힘들다.

 

2017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의 14.2%로 추산돼 17년 만에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그에 맞춰 시내버스에는 노란 커버가 씌워진 좌석이 많아졌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고령인구도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인구변화가 너무 급격하게 일어났다는 것이다. 저출산으로 생산연령인구는 감소하고 고령인구는 늘어 다른 나라보다 인구변화가 빨리 진행됐다. 독일과 미국은 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각각 40년, 73년 걸렸고 고령화 속도가 빠른 일본도 24년 걸렸다. 이대로 가다간 노약자석이 늘어난 교통약자들을 수용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양보와 배려 문화는 인구 비율이 변화하는 속도보다 더디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노약자석을 우선석이라고 부른다. 몸이 불편하거나 영유아를 동반한 자, 말그대로 교통약자를 위한 좌석이다. 역 곳곳에는 전자기기 사용을 자제하라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교통약자석에 앉았을 때 자리를 쉽게 양보하기 위해서다.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하고 큰소리로 통화해 주변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한 이유도 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다른 이용자들이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교통약자석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노약자석’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노약자석에 앉았다고 되려 기분 나쁜 눈초리를 받으며 역차별을 겪고 있는 건 아닐까. 이용하는 사람도 교통약자라는 불편한 시선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앉아야 한다. 양보는 선택이지 의무가 아니다. 다만, 배려가 필요한 자리에 앉았다면 더 주의 깊게 주변을 살필 필요는 있다.

 

박가은 기자  qkrrkdms924@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2025 KU 미디어 [칼럼]19학번을 맞이하는 글 [5] 건대신문 18.12.02 1706
12024 KU 미디어 [칼럼]인공지능(AI)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나요? [1] 건대신문 18.12.02 1455
12023 KU 미디어 [칼럼]백래시 : 주체적 섹시와 주체적 로리 - 당신은 백래시를 지각하고 있는가 [1] 건대신문 18.12.02 4239
12022 KU 미디어 [학술]최재헌 교수의 세계유산이야기 - ② 석굴암과 불국사 건대신문 18.12.02 1606
12021 KU 미디어 [학술]우주난쟁이가 쏘아 올릴 작은 로켓 [2] 건대신문 18.12.02 1401
12020 KU 미디어 [보도]PRIME인문학사업단, 인문학한데이 개최 건대신문 18.12.02 1490
12019 KU 미디어 [보도]윤호진 부총학생회장, 졸준위 선거 관련 부적절한 개입 논란 [1] 건대신문 18.12.02 1312
12018 KU 미디어 [보도]“2019년 건국의 문학예술을 이끌 주인공을 찾아요" [1] 건대신문 18.12.02 1347
12017 KU 미디어 [보도]“우리대학, 이렇게 이끌겠습니다” [1] 건대신문 18.12.02 1688
12016 KU 미디어 [보도]올해도 동연 회장단 후보 기근 [2] 건대신문 18.12.02 1220
12015 KU 미디어 [보도]총학생회 단독 후보 <청심> 선본 공청회 건대신문 18.12.02 1186
12014 KU 미디어 [보도]W(더블유) ‘모든 학우들이 소망하는 가치 있고 폭넓은 복지 실현’ 애... 건대신문 18.12.02 1089
12013 KU 미디어 [보도]정부, 우리대학 스마트팩토리에서 ‘기술혁신형 창업 활성화’ 관계기관... 건대신문 18.12.02 991
12012 KU 미디어 [보도]SW산업의 뿌리, 플랫폼 개발 관심 커 [2] 건대신문 18.12.02 1093
12011 KU 미디어 [보도]모빌리티인문학 연구원, 인문 페스티벌 개최 건대신문 18.12.02 1198
12010 KU 미디어 [보도]전과 문턱 낮아진다 [4] 건대신문 18.12.02 1917
12009 KU 미디어 [보도]매듭, 선거시행세칙 위반으로 후보자 자격 박탈돼 [1] 건대신문 18.12.02 1300
12008 KU 미디어 [보도]“학생자치기구 기능 재확립, 전학대회 전면 개편” [1] 건대신문 18.12.02 1242
12007 리뷰게시판 세종대 소금구이덮밥 lky3004me 18.12.02 493
12006 리뷰게시판 학식 에그함박스테이크 lky3004me 18.12.02 267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621 Next ›
/ 621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