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흙더미에 파묻힌 평화 올림픽
이승주 부편집국장 |
얼마 전 인터넷에서 평창올림픽의 개-폐회식이 열린 올림픽 플라자가 황량한 흙더미로 변한 사진을 보았다. 한때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장소지만, 지금은 경기장을 포함해 관광객들을 맞이했던 여러 시설들이 대부분 사라진 모습이었다. 성화대만 덩그러니 남은 채 황량해진 모습을 보며 지난 2월 개-폐회식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한 추억이 떠올라 씁쓸함을 느꼈다.
올림픽 플라자가 사라진 것은, 예상 관리비로 앞으로 5년간 225억의 적자가 난다는 경제성 연구 결과 때문이다. 알량한 경제성 연구의 칼날은 평창에만 향한 것이 아니다. 정선 알파인 스키장의 경우 가리왕산 산림복원이 진행 된다고 한다. 인구가 많은 강릉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강릉 올림픽파크에 위치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하키 경기장 등은 경제적 타당성 검토를 거쳐 유지될 수 있다고 한다.
평창에 위치한 올림픽 플라자의 경우는 개-폐회식이 열린 상징적인 공간이다. 대한민국에서 최초,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열린 동계올림픽의 첫 현장일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우는 한반도 평화 국면이 시작된 의미 있는 장소다. 이러한 역사적 순간이 서려있는 공간을 적자를 이유로 모두허무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물론 처음부터 올림픽 플라자를 없애기로 한 것은 아니었다. '올림픽 레거시' 라는 사업 아래, 올림픽 플라자를 추후에 평화기념관, 테마파크 등으로 남기는 것으로 계획했지만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2019년 정부예산안에는 해당 사업의 예산이 포함되지 않았다. 올림픽 플라자가 있던 평창군 횡계리는 전 세계의 관광객과 기자들이 드나들던 시절을 꿈처럼 남긴 채 다시 황태 말리는 시골 마을로 돌아가는 일만 앞두고 있다.
1972년에 동계올림픽이 열린 일본 삿포로의 경우 현재까지도 대부의 경기장을 유지해 수많은 스키 동호인과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지역 초-중-고등학교의 경우 '스키 학습일'을 잡아 동네 스키장에서 스키를 배운다. 올림픽 박물관은 일본 겨울 스포츠와 동계올림픽 역사를 소개하는 학습의 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일본에서 다섯 번째로 큰, 인구 200만에 달하는 삿포로와 4만 명의 소도시 평창과 똑같이 비교를 할 수는 없다. 평창과 강원도의 재정으로는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수백억의 돈이 알량하다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의 혈세를 막 내린 잔치에 쓰는 것이 아까울 수 있다. 하지만 올림픽은 돈을 벌기 위해 벌이는 깜짝 이벤트가 아니다. 국가적 행사인 만큼 미래에 국민이 될 후손들도 기념할 수 있도록 물려줘야 한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국면이 시작됐기에 스포츠를 통해 전 세계가 하나가 되기를 바랐던 근대 올림픽 창시자 쿠베르탱의 정신을 소중히 여겼으면 한다.
이승주 부편집국장 sj98lee@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번호 | 게시판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
---|---|---|---|---|---|
12005 | 리뷰게시판 | 국가 부도의 날 | 의연한 비글사냥개 | 18.12.02 | 109 |
12004 | 리뷰게시판 | 뭐니뭐니해도 세종대 학식 | 신난다야호 | 18.11.30 | 220 |
12003 | 동아리 모집 | [중앙동아리] 당신이 가져올 세상의 변화, 건국대학교 인액터스에서 29기 신... | blablabla | 18.11.30 | 204 |
12002 | 리뷰게시판 | 프리스타일 수취인불명 | 고나비 | 18.11.29 | 115 |
12001 | 리뷰게시판 | 보헤미안 랩소디 | 고나비 | 18.11.29 | 109 |
12000 | 리뷰게시판 | 보헤미안 랩소디 | 삅뺩 | 18.11.27 | 112 |
11999 | 리뷰게시판 | 홍대 고기집 '공복' [1] | 냐냐ㅑㅑㅑ냐 | 18.11.19 | 329 |
11998 | KU 미디어 | [칼럼]학생 자치란 무엇인가? | 건대신문 | 18.11.18 | 2618 |
11997 | KU 미디어 | [칼럼]이타적 개인주의자 [1] | 건대신문 | 18.11.18 | 2145 |
11996 | KU 미디어 | [학생사설]학생 기본권을 생각하며 [3] | 건대신문 | 18.11.18 | 1610 |
11995 | KU 미디어 | [교수사설]학교 발전과 교수들의 사기 [1] | 건대신문 | 18.11.18 | 1832 |
11994 | KU 미디어 | [칼럼]어떻게 원하는 진로를 이룰 것인가? [2] | 건대신문 | 18.11.18 | 1835 |
11993 | KU 미디어 | [칼럼]우승하고 역사 속으로? | 건대신문 | 18.11.18 | 1552 |
11992 | KU 미디어 | [만평]우리는 누가 보호해 주나요? | 건대신문 | 18.11.18 | 1399 |
11991 | KU 미디어 | [학술]서울의 문화발전소: 홍대앞의 공간경제학 | 건대신문 | 18.11.18 | 1439 |
11990 | KU 미디어 | [학술]암은 약을 복용하고 수술을 해야만 치료가 된다고? | 건대신문 | 18.11.18 | 1843 |
11989 | KU 미디어 | [학술]최재헌 교수의 문화유산이야기-① 세계유산과 융합형 인재 | 건대신문 | 18.11.18 | 1411 |
11988 | KU 미디어 | [문화]어디까지 혼자 가 봤니? -부산 국제 영화제, 그 생생한 현장 르포 [1] | 건대신문 | 18.11.18 | 1735 |
11987 | KU 미디어 | [시사]광진구 자취생, 탈출구는 없나 [4] | 건대신문 | 18.11.18 | 2129 |
11986 | KU 미디어 | [보도]등록금심의소위원회 결정 둘러싼 동상이몽 | 건대신문 | 18.11.18 | 1099 |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