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우리는 인권이라는 단어를 알고 쓰는 걸까
최의종 편집국장 |
인권이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우리대학에서는 얼마 전 인권센터가 만들어졌고, 총학생회에서도 인권위원회가 그 기능을 하고 있다. 인권을 표방한 조직이 요새 많이 생기고 있지만 생각보다 우리사회에서 인권이라는 단어가 붙은 조직이 만들어진 역사는 길다. 2001년 국민들의 열망과 당시 정부의 의지로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시간으로만 따지면 20년 가까이 우리는 인권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법에는 위원회 목표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성적 지향 등에서 차별을 받는 경우를 근절시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20년 동안 정말 차별 없는 사회가 됐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남기고 싶다.
얼마 전 한국외대에서 ‘생리공결제 전산화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여학생들이 온라인상에 자신의 생리기간을 입력, 특정 수업을 체크해 공결 처리하는 전산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란 계획을 전달했다. 총학생회 측은 양식을 온라인화해 번거로움을 없애고 생리공결제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을 수 있다며 전산화 시스템을 긍정했다. 하지만 생리공결제 전산화 자체가 인권차별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외대 학생인권위원회 준비모임(학생인권위)는 한국외대 총학생회가 사적 개인정보가 지닌 중요성·민감성 등에 무지함을 드러냈다며 여성의 건강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학생들의 반발 역시 상당했다. 학생들은 항생제 복용만으로도 생리주기가 쉽게 뒤틀리는 여학생들을 이해·공감하지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5년 만에 결성되고 의욕을 갖고 출범한 한국외대 총학생회지만 결국 인권이라는 단어에 무지를 드러낸 일을 벌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한국외대만의 일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학생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추진했던 한국외대의 사례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은 ‘차별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바로 ‘인권을 아는 첫 걸음’이라는것을 느껴야 한다는 점이다. 인권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남발하지 않으려면 차별이 무엇인지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동안 차별이 존재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여러 개가 될 수 있는 ‘기득권’이 만든 제도 안에서 사회가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 제도 안에 당연시 여겼던 것들이 우리를 차별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만들었다. 우리가 정말 인권이라는 말을 쓴다면 우선 차별이 정말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이다. 차별이 무엇인지 알 때 비로소 우리는 헌법에 명시돼있는 평등권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최의종 편집국장 chldmlwhd731@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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