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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달력, 새빨간 숫자 하나가 눈에 든다. 저 핏빛 숫자에서 그 시대의 투쟁, 희생, 한(恨)을 본다. 일제 칼날 아래 흐린 피는 더 붉었으리라. 새삼, 대가가 보장되지 않은 불확실함에 인생을 바친 모든 투사들에 대한 존경심이 차오른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로 나뉘기 전에 모두 붉은 핏수저를 쥐고 태어난 이들이란 생각을 한다.

 

그 투사들이 지금 한국을 내려다본다면 두 눈엔 더 붉은 피눈물이 흐르지 않을까. ‘폐지 줍는 독립 운동가 아들’. 5년 전 MBC의 보도 제목이다. 독립운동가의 아들인 김시진씨는 선친께서 활동한 기록은 남아 있으나, 중국 정부 등이 기록한 공식적인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 외도 독립투사의 후손이 겪는 고초에 대한 보도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일제 투쟁 중 사망한 투사는 15만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유공자로 인정된 1만 3천명을 제외하곤 적절한 예우와 혜택이 없는 실정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도 아직 투쟁 중이다. 일본 정부가 공식적인 사과는 커녕 잘못된 역사교육으로 치부를 가리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김복득 할머니가 별세하면서, 이젠 27명만 피해자들만 남았다. 남성 중심적 역사관과 우리의 무관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1934년부터 일제 경찰로서 동포를 핍박한 ‘고문 귀신’으로 불리다가 해방 후에 잘나가는 사업가로 탈바꿈 해 92세 천수를 누리다 죽은 하판락처럼 거대권력에 빌붙은 치들은 호의호식이었다. 또 그들의 부와 권력은 자식들에게 대물림 됐다. 뉴스타파가 1,177명의 친일 후손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3분의 1가량이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학교에 진학했고 1,177명 중 27%가 유학 경험이 있었다. 연좌제를 묻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적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재산 환수는 시급하다.

 

옳지 못한 예후처리가 낳는 결과는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임진왜란의 승리 요인으로 꼽는 두 가지 원인, 수군과 의병, 이들의 말로는 그다지 개운치 않다. 제 안위 챙기기 바빴던 임금은 이순신을 백의종군시킨다. 전쟁이 끝난 후 의병장이었던 김덕령은 역적모의 누명이 씐 채 고문 중 사망, 연루되었던 곽재우는 이를 보고 초야 속에서 여생을 보낸다. 그 결과 이어진 정묘, 병자호란에서 의병의 활약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혈투는 끝났으나 평화의 시대에 사는 사람에게도 사명은 주어진다. 물려받은 평화를 오롯이 보존하기 위해, 그들의 사명을 완성하기 위해 무던히 애써야 한다.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유공자에 대한 올바른 보상,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 친일 적폐 재산환수. 방법은 명료하다.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조금의 목소리만 더 보태면, 그뿐이다

 

김예신 기자  yesin9797@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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