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998 추천 수 4 댓글 17

혜화동 붉은 해일이 여성들에 의해 일어났다. 이것은 불법촬영 편파수사에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이자 분노의 정치학이 과연 무엇인가를 1만 2천여 명의 여성들이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면 왜 붉은 물결인가? 불법도촬 피해영상물의 유포로 인해 자살해야만했던 여성들, 사회적 고립과 공포감에 숨어야만 했던 여성들, 나도 찍혔을 것이란 불안피해에 노출된 여성들, 바로 그녀들이 흘린 피에 대한 기억이자 애도행위이며 나아가 이것은 여성 포식적 남성연대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레드 카드이다.

 

디지털 성폭력의 피해자 98.4퍼센트가 여성이지만 여성들이 찍히는 자가 될 때엔 이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이 사회는 묵인, 방관해왔다. 즉 "무엇을 했느냐?"가 아닌 "누가 했는가?"에 따라 명백한 범죄인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및 수사기관의 대응방식의 속도 차이가 존재함이 드러나 버린 것이다. 남성이 찍는 자일 때에 이 사회의 정의론은 작동하지 않지만 여성이 감히 찍는 자가 되었을 때는 온 사회가 들썩이며 이 세계의 정의론을 발동시킨다. 왜냐하면 여성이 찍는 자가 되었을 때는, 기존의 찍는 자와 찍히는 자, 욕망하는 자와 욕망 투사물의 이분법이 뒤흔들려 남성권력구조를 위협하는 반체제적인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남성들의 불법도촬은 젊은 날의 치기어린 행동이나 공격적 성본능의 일환으로 용인되지만 여성의 불법도촬은 혐오스럽기 짝이 없는 반도덕적 행위로 간주되는 이 사회의 불공정한 수용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사회의 주류인 남성들에게는 용인과 방관의 폭이 매우 크기에 그들의 폭력은 장난이나 실수 정도로 하향 조정되어 수용되지만 이 사회의 소수자인 여성들에게는 한 치의 실수나 헛발질조차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그녀들의 행위는 항시 상향 조정되어 사회적 위협대상으로 힐난과 공격의 포화를 집중적으로 받음으로써 이 사회에서 사라져야할 대상으로 규정되고 만다. 이러한 맥락에서 불법도촬을 한 여성 가해자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이변적 사회처단의 시그널을 쏘아올린 것은 여성은 언제나 찍히는 자라는 것, 응시의 대상이라는 자리에서 그저 가만히 있을 것을 강령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공정한 정의론 앞에 무릎 꿇지 않는 여성들은 붉은 시위라는 혁명의 초침을 앞당겼다. 더 이상 남성공포 아래 체념과 두려움에 떨고만 있지 않겠음에 대한 선언이자 변화를 위한 전면전의 실행이다. 또한 이는 부조리한 세계를 박살내기 위한 불가능성의 조건들과의 쟁투이다. 왜냐하면 혁명은 가장 절박한 비명으로부터 시작되며 불가능해 보이는 바로 그 지점에서 튀어 오르는 섬광 자체이기 때문이다.

 

 

윤김지영 교수(몸문화연구소)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후헤 2018.07.08 00:13
    잘 읽었습니다.
  • ?
    우나리 2018.07.16 16:16
    잘읽었습니다
  • ?
    마유뮤 2018.07.17 23:28
    잘 읽었습니다
  • ?
    닉네임쿵 2018.07.21 14:36
    잘 읽었습니다.
  • ?
    옴팡 2018.07.23 11:36
    잘봤습니다
  • ?
    스피카 2018.07.23 21:59
    우와 에타랑 댓글들이 완전 정반대네
  • ?
    스티치맘 2018.07.24 01:50
    잘봤습니다
  • ?
    락럭민 2018.07.26 20:06
    잘읽었습니다
  • ?
    치치치 2018.08.09 16:16
    잘읽었습니다
  • ?
    김선홍 2018.08.09 20:10
    잘읽었습니다
  • ?
    춘돌힁 2018.08.14 03:35
    몰카범죄자가 여자란 이유만으로
    성범죄자 옹호하는 미친 시위가 무슨 혁명이냐 ㅋㅋ

    성기노출 몰카를 악의적으로 유포했으니
    기존몰카와는 차원이 다른 중범죈데
    썩은 물타기하면서 성범죄자로 피해자코스프레하는
    정신나간 페미니스트들 ㅉㅉ

    만날 인터뷰나와서 근거도 없는 헛소리하면서
    건대 망신시키는 질떨어지는 강사를 교수랍시고 에휴..
  • ?
    없음123 2018.08.18 07:01
    성범죄자를 옹호하는게 아니라 남성 성범죄자도 똑같이 처벌해 달라는 소리죠. 핀트 잘못 잡으신듯
  • ?
    용인중 2018.08.21 09:57
    잘봤습니다
  • ?
    김선홍 2018.08.27 19:23
    잘 읽엇습니다
  • ?
    오르비나 2018.08.27 22:20
    잘 읽었습니다
  • ?
    힘톨이 2018.08.28 21:18
    잘봤습니다.!
  • ?
    브로콜이 2018.10.09 22:45
    감사합니다.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98 자유홍보 행사&모임 스폰서쉽 찾고 계신가요? 스폰북 13.03.04 1691
197 자유홍보 공무원 영어 / 출석형 스터디 (아침 8시 30분) 신우진 13.03.04 831
196 자유홍보 ★★서울경기연합★★여행동아리★★오감도★★당신은 특별한 동아리를 할 자격이 있... [1] 오감도 13.03.03 1330
195 자유홍보 2013년 대학생성경읽기모임 신입생을 위한 모임 소개 [1] 좋은열매 13.03.03 1682
194 자유홍보 국가공인한자시험 필승합격 로드맵~!! 이지승 13.03.03 1529
193 자유홍보 [대학연합레저스포츠] 연합동아리 유니트에서 신입모집합니다~ 유니트 13.03.03 1485
192 자유홍보 사트 스터디 모집합니다. 화학과학 13.03.03 809
191 자유홍보 [교육봉사] Project TEACH 3기 멘토 모집! 아으으아 13.03.02 1214
190 자유홍보 [인터넷양도,이전비 지원] 계약약정 1년 6개월 남은 KT인터넷 양도합니다. 김아나 13.03.02 1412
189 자유홍보 [20세상 청년국토대장정단] 2013년도 하계 국토대장정, 제주도 대종주 대원 ... 국토보이 13.03.02 2101
188 자유홍보 2013년 취업준비전략 3월 1차 공개설명회 초코회오리 13.03.02 1143
187 자유홍보 [서울/경기 연합 동아리]생명, 환경동아리 소자운 회원을 모집합니다^_^ 청년대세 13.03.02 1155
186 자유홍보 하숙집 소개해 드립니다 몽e 13.03.02 2178
185 자유홍보 [오감도] 오감만족 서울경기연합 여행동아리 오감도에서 신입회원을 모집합... [1] 오감도 13.03.02 1270
184 자유홍보 [마케팅리베로] 대학생 리얼 마케팅 소사이어티, "마케팅 리베로" 16기 모집! 북곽선생 13.03.02 1427
183 자유홍보 각종 취업자소서 첨삭 정보 입니다 양작 13.03.02 1367
182 자유홍보 [알바]공부방 감독관을 구합니다(자기공부시간 충분히 확보). 짬뽕 13.03.01 1528
181 동아리 모집 노동자연대학생그룹 건국대 모임을 소개합니다. ^^ [6] file 김무석 13.03.01 2697
180 대외활동 대학생 자기경영 연합커뮤니티 Twenty Network!! 매력적인 동아리에요 ^^ 전자과 13.03.01 752
179 동아리 모집 [TIME] 영어시사동아리 TIME을 소개합니다. [9] 타임 13.02.28 2697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606 607 608 609 610 611 612 613 614 615 ... 620 Next ›
/ 62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