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035 추천 수 4 댓글 17

혜화동 붉은 해일이 여성들에 의해 일어났다. 이것은 불법촬영 편파수사에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이자 분노의 정치학이 과연 무엇인가를 1만 2천여 명의 여성들이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면 왜 붉은 물결인가? 불법도촬 피해영상물의 유포로 인해 자살해야만했던 여성들, 사회적 고립과 공포감에 숨어야만 했던 여성들, 나도 찍혔을 것이란 불안피해에 노출된 여성들, 바로 그녀들이 흘린 피에 대한 기억이자 애도행위이며 나아가 이것은 여성 포식적 남성연대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레드 카드이다.

 

디지털 성폭력의 피해자 98.4퍼센트가 여성이지만 여성들이 찍히는 자가 될 때엔 이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이 사회는 묵인, 방관해왔다. 즉 "무엇을 했느냐?"가 아닌 "누가 했는가?"에 따라 명백한 범죄인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및 수사기관의 대응방식의 속도 차이가 존재함이 드러나 버린 것이다. 남성이 찍는 자일 때에 이 사회의 정의론은 작동하지 않지만 여성이 감히 찍는 자가 되었을 때는 온 사회가 들썩이며 이 세계의 정의론을 발동시킨다. 왜냐하면 여성이 찍는 자가 되었을 때는, 기존의 찍는 자와 찍히는 자, 욕망하는 자와 욕망 투사물의 이분법이 뒤흔들려 남성권력구조를 위협하는 반체제적인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남성들의 불법도촬은 젊은 날의 치기어린 행동이나 공격적 성본능의 일환으로 용인되지만 여성의 불법도촬은 혐오스럽기 짝이 없는 반도덕적 행위로 간주되는 이 사회의 불공정한 수용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사회의 주류인 남성들에게는 용인과 방관의 폭이 매우 크기에 그들의 폭력은 장난이나 실수 정도로 하향 조정되어 수용되지만 이 사회의 소수자인 여성들에게는 한 치의 실수나 헛발질조차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그녀들의 행위는 항시 상향 조정되어 사회적 위협대상으로 힐난과 공격의 포화를 집중적으로 받음으로써 이 사회에서 사라져야할 대상으로 규정되고 만다. 이러한 맥락에서 불법도촬을 한 여성 가해자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이변적 사회처단의 시그널을 쏘아올린 것은 여성은 언제나 찍히는 자라는 것, 응시의 대상이라는 자리에서 그저 가만히 있을 것을 강령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공정한 정의론 앞에 무릎 꿇지 않는 여성들은 붉은 시위라는 혁명의 초침을 앞당겼다. 더 이상 남성공포 아래 체념과 두려움에 떨고만 있지 않겠음에 대한 선언이자 변화를 위한 전면전의 실행이다. 또한 이는 부조리한 세계를 박살내기 위한 불가능성의 조건들과의 쟁투이다. 왜냐하면 혁명은 가장 절박한 비명으로부터 시작되며 불가능해 보이는 바로 그 지점에서 튀어 오르는 섬광 자체이기 때문이다.

 

 

윤김지영 교수(몸문화연구소)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후헤 2018.07.08 00:13
    잘 읽었습니다.
  • ?
    우나리 2018.07.16 16:16
    잘읽었습니다
  • ?
    마유뮤 2018.07.17 23:28
    잘 읽었습니다
  • ?
    닉네임쿵 2018.07.21 14:36
    잘 읽었습니다.
  • ?
    옴팡 2018.07.23 11:36
    잘봤습니다
  • ?
    스피카 2018.07.23 21:59
    우와 에타랑 댓글들이 완전 정반대네
  • ?
    스티치맘 2018.07.24 01:50
    잘봤습니다
  • ?
    락럭민 2018.07.26 20:06
    잘읽었습니다
  • ?
    치치치 2018.08.09 16:16
    잘읽었습니다
  • ?
    김선홍 2018.08.09 20:10
    잘읽었습니다
  • ?
    춘돌힁 2018.08.14 03:35
    몰카범죄자가 여자란 이유만으로
    성범죄자 옹호하는 미친 시위가 무슨 혁명이냐 ㅋㅋ

    성기노출 몰카를 악의적으로 유포했으니
    기존몰카와는 차원이 다른 중범죈데
    썩은 물타기하면서 성범죄자로 피해자코스프레하는
    정신나간 페미니스트들 ㅉㅉ

    만날 인터뷰나와서 근거도 없는 헛소리하면서
    건대 망신시키는 질떨어지는 강사를 교수랍시고 에휴..
  • ?
    없음123 2018.08.18 07:01
    성범죄자를 옹호하는게 아니라 남성 성범죄자도 똑같이 처벌해 달라는 소리죠. 핀트 잘못 잡으신듯
  • ?
    용인중 2018.08.21 09:57
    잘봤습니다
  • ?
    김선홍 2018.08.27 19:23
    잘 읽엇습니다
  • ?
    오르비나 2018.08.27 22:20
    잘 읽었습니다
  • ?
    힘톨이 2018.08.28 21:18
    잘봤습니다.!
  • ?
    브로콜이 2018.10.09 22:45
    감사합니다.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998 자유홍보 GGK2013 5차 라인업 공개! 엠엔엠엘알 13.08.20 701
997 자유홍보 전국 빅데이터 연합동아리 BOAZ에서 창립기 회원을 모집합니다! file 왜때문이죠 13.08.20 547
996 자유홍보 정원 가꾸기에 관심 있는 분들을 모십니다. 경계인 13.08.20 563
995 자유홍보 건국대학교 파티 문화 기획 동아리 Scratch Bulls와 함께 하실 분들 모집합니다 알란킴 13.08.20 723
994 자유홍보 [연합동아리] 연합동아리 BAW 13기를 모집합니다. 엄마미안 13.08.20 755
993 자유홍보 [대외활동] 전국대학연합 환경동아리, 유넵엔젤의 20번째 엔젤이 되어주세요... 꿍꿍끵 13.08.19 1088
992 자유홍보 ★★★시설 연합 봉사 동아리 '아름'입니다.★★★ 아름아름 13.08.19 656
991 자유홍보 [공모전]LG 유플러스 공식 블로그 모델 오디션 Wanna Be U 모집공고 안내 건국넘버원 13.08.19 856
990 자유홍보 라코스테 단화 신발 추천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벨크로 모델 남자 가을신발 ... [1] 남희문 13.08.19 1249
989 자유홍보 일반화학!!! 유기화학!!! 무료강좌 꿀벌이선영 13.08.18 731
988 자유홍보 CSR 지식공유 모임, Clipidea의 오픈세션에 초대합니다!! [1] 이비 13.08.18 620
987 자유홍보 승무원 지상직 취업 카페 '하늘색돌고래' 소개합니다. 러블리멘토 13.08.18 1192
986 자유홍보 [국내최초공모전연랍동아리]공모전과 사람,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BAMP(... file 이이가요 13.08.18 544
985 자유홍보 홍익미술전에서 사진작가를 모집합니다 [1] 아트에이크 13.08.18 1426
984 자유홍보 [무료공개강연]39세 100억 시리즈 베스트셀러 저자 이진우 소장의 공개무료... 에어리어 13.08.17 854
983 자유홍보 전국 최대 인맥! 시장경제학!술!동아리 YLC file 뮤직포유 13.08.17 528
982 자유홍보 신한 s20에서 2위한 동아리! 무한한 가능성의 중심 한국대학생 국제문화나눔... file 꼬오마 13.08.17 569
981 자유홍보 [모집공고] 2013 서울아트마켓 자원활동가 팜시안 PAMSIAN 모집 안내 [1] 고도 13.08.16 716
980 동아리 모집 대한민국을 리드하는 젊음! YLC file 뮤직포유 13.08.16 407
979 자유홍보 [점프해커스] 멘토&통신원 23기 모집 (~8.21) [1] 트레비엥 13.08.16 655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566 567 568 569 570 571 572 573 574 575 ... 620 Next ›
/ 62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