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045 추천 수 4 댓글 17

혜화동 붉은 해일이 여성들에 의해 일어났다. 이것은 불법촬영 편파수사에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이자 분노의 정치학이 과연 무엇인가를 1만 2천여 명의 여성들이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면 왜 붉은 물결인가? 불법도촬 피해영상물의 유포로 인해 자살해야만했던 여성들, 사회적 고립과 공포감에 숨어야만 했던 여성들, 나도 찍혔을 것이란 불안피해에 노출된 여성들, 바로 그녀들이 흘린 피에 대한 기억이자 애도행위이며 나아가 이것은 여성 포식적 남성연대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레드 카드이다.

 

디지털 성폭력의 피해자 98.4퍼센트가 여성이지만 여성들이 찍히는 자가 될 때엔 이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이 사회는 묵인, 방관해왔다. 즉 "무엇을 했느냐?"가 아닌 "누가 했는가?"에 따라 명백한 범죄인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및 수사기관의 대응방식의 속도 차이가 존재함이 드러나 버린 것이다. 남성이 찍는 자일 때에 이 사회의 정의론은 작동하지 않지만 여성이 감히 찍는 자가 되었을 때는 온 사회가 들썩이며 이 세계의 정의론을 발동시킨다. 왜냐하면 여성이 찍는 자가 되었을 때는, 기존의 찍는 자와 찍히는 자, 욕망하는 자와 욕망 투사물의 이분법이 뒤흔들려 남성권력구조를 위협하는 반체제적인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남성들의 불법도촬은 젊은 날의 치기어린 행동이나 공격적 성본능의 일환으로 용인되지만 여성의 불법도촬은 혐오스럽기 짝이 없는 반도덕적 행위로 간주되는 이 사회의 불공정한 수용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사회의 주류인 남성들에게는 용인과 방관의 폭이 매우 크기에 그들의 폭력은 장난이나 실수 정도로 하향 조정되어 수용되지만 이 사회의 소수자인 여성들에게는 한 치의 실수나 헛발질조차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그녀들의 행위는 항시 상향 조정되어 사회적 위협대상으로 힐난과 공격의 포화를 집중적으로 받음으로써 이 사회에서 사라져야할 대상으로 규정되고 만다. 이러한 맥락에서 불법도촬을 한 여성 가해자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이변적 사회처단의 시그널을 쏘아올린 것은 여성은 언제나 찍히는 자라는 것, 응시의 대상이라는 자리에서 그저 가만히 있을 것을 강령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공정한 정의론 앞에 무릎 꿇지 않는 여성들은 붉은 시위라는 혁명의 초침을 앞당겼다. 더 이상 남성공포 아래 체념과 두려움에 떨고만 있지 않겠음에 대한 선언이자 변화를 위한 전면전의 실행이다. 또한 이는 부조리한 세계를 박살내기 위한 불가능성의 조건들과의 쟁투이다. 왜냐하면 혁명은 가장 절박한 비명으로부터 시작되며 불가능해 보이는 바로 그 지점에서 튀어 오르는 섬광 자체이기 때문이다.

 

 

윤김지영 교수(몸문화연구소)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후헤 2018.07.08 00:13
    잘 읽었습니다.
  • ?
    우나리 2018.07.16 16:16
    잘읽었습니다
  • ?
    마유뮤 2018.07.17 23:28
    잘 읽었습니다
  • ?
    닉네임쿵 2018.07.21 14:36
    잘 읽었습니다.
  • ?
    옴팡 2018.07.23 11:36
    잘봤습니다
  • ?
    스피카 2018.07.23 21:59
    우와 에타랑 댓글들이 완전 정반대네
  • ?
    스티치맘 2018.07.24 01:50
    잘봤습니다
  • ?
    락럭민 2018.07.26 20:06
    잘읽었습니다
  • ?
    치치치 2018.08.09 16:16
    잘읽었습니다
  • ?
    김선홍 2018.08.09 20:10
    잘읽었습니다
  • ?
    춘돌힁 2018.08.14 03:35
    몰카범죄자가 여자란 이유만으로
    성범죄자 옹호하는 미친 시위가 무슨 혁명이냐 ㅋㅋ

    성기노출 몰카를 악의적으로 유포했으니
    기존몰카와는 차원이 다른 중범죈데
    썩은 물타기하면서 성범죄자로 피해자코스프레하는
    정신나간 페미니스트들 ㅉㅉ

    만날 인터뷰나와서 근거도 없는 헛소리하면서
    건대 망신시키는 질떨어지는 강사를 교수랍시고 에휴..
  • ?
    없음123 2018.08.18 07:01
    성범죄자를 옹호하는게 아니라 남성 성범죄자도 똑같이 처벌해 달라는 소리죠. 핀트 잘못 잡으신듯
  • ?
    용인중 2018.08.21 09:57
    잘봤습니다
  • ?
    김선홍 2018.08.27 19:23
    잘 읽엇습니다
  • ?
    오르비나 2018.08.27 22:20
    잘 읽었습니다
  • ?
    힘톨이 2018.08.28 21:18
    잘봤습니다.!
  • ?
    브로콜이 2018.10.09 22:45
    감사합니다.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338 자유홍보 <3/8일 서강대에서 OT 진행!>마케팅 동아리는 흔하다!! 국내 최초 대학생 연... file 아론 14.03.05 1432
2337 자유홍보 <3/8일 서강대에서 OT 진행!>마케팅 동아리는 흔하다!! 국내 최초 대학생 연... file 아론 14.03.05 829
2336 자유홍보 [청년리더양성센터]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자유경제원이 후원하는 3月 아카데... file 싸이코 14.03.05 813
2335 자유홍보 [eCareer] 자소서, 면접, SSAT, GSAT 취업 강의 골라 듣고! 추첨이벤트로 취... (주)이커리어 14.03.05 989
2334 자유홍보 겨울과 봄 사이 스타일 살려주는 라코스테 [1] azym 14.03.05 1006
2333 자유홍보 '내 마음엔 쉼표, 세상에는 느낌표!' 대학생 붓다캠퍼스 구름 14.03.05 2635
2332 자유홍보 새학기 뒤숭숭한 마음을 바로잡게 할수있는것! 구름 14.03.05 821
2331 자유홍보 ★★★ 연합여행 동아리 '청춘여행 발자취' 신입회원 3기 모집!!! (~3/8) ★★★ 뽈케 14.03.05 841
2330 자유홍보 [연합여행동아리 오감도]■■■■■계획만 세우고 제대로 여행은 가보지 못한 분... 응슷응슷응 14.03.05 1827
2329 대외활동 [연합여행동아리 오감도]■■■■■계획만 세우고 제대로 여행은 가보지 못한 분... 응슷응슷응 14.03.05 313
2328 대외활동 ▶▶▶[대학생 연합동아리] 주식경제동아리 ****위닝펀드****◀◀◀ file 꼬마토끼 14.03.05 507
2327 자유홍보 ▶ 집에서 일하고 1달에 100~1000만원 벌기 (당일지급/ 간단한 홍보업무) 꿈단장 14.03.05 1032
2326 동아리 모집 ●건국대학교 벤처창업동아리 KIB●를 소개합니다. :) [3] 흐긴 14.03.05 1435
2325 자유홍보 ▶현직 광고기획자님의 소수정예 강연멘토링! hey 14.03.05 954
2324 자유홍보 박찬욱 감독과 함께하는 페르노리카 코리아 Check Mate 토킹콘서트 (3/12) 영통쿨가이 14.03.05 789
2323 자유홍보 할꺼다하고 집에서 남는시간만 부.업.하 실 분 국민엄마 14.03.05 2503
2322 자유홍보 전국경제연합동아리 YLC에서 25기 신입회원을 모집합니다! 영통쿨가이 14.03.05 1057
2321 자유홍보 [YLC] “개그맨 권영찬님”과 “이영돈PD님”이 함께하는 ‘제60회 YLC 열린강연... 영통쿨가이 14.03.05 808
2320 자유홍보 [청년리더양성센터]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자유경제원이 후원하는 3月 아카데... file 싸이코 14.03.04 1004
2319 자유홍보 [연합동아리]대학생 재능기부 동아리 Beyond The Mind 에서 2014년 상반기 ... 비욘더마인 14.03.04 1587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499 500 501 502 503 504 505 506 507 508 ... 620 Next ›
/ 62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