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682 추천 수 0 댓글 2

최근, 병원에 갈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아파서 가기도 했고, 지인 분 병문안 차 들리기도 했다. 우리는 이렇게 병원에 갈 때 환자 분들에게 더 집중한다. 아무래도 그들을 보살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환자들보다 더 눈길이 가는 사람들이 있다. 간호사분들이다. 하루 종일 환자들의 생명을 보호해야하는 책임을 가진 간호사들. 유독 그들에게 눈길이 갔던 이유는 최근에 있었던 신입 간호사의 죽음 때문일 것이다. 더 이상 못 살겠다며 죽음을 선택한 그녀는 늘 간호사를 꿈꿔왔고 설레는 마음으로 간호사가 되었다. 그렇지만 생각과는 달랐던 직장 문화에 충격을 느끼고 스스로 목숨을 끊게 돼버렸다.

 

그녀를 벼랑으로 몰아넣은 문화는 바로 간호사들에게는 유명한 ‘태움 문화’. 이는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선배 간호사가 신입을 가혹하게 교육하는 문화를 뜻한다. 이처럼 태움은 교육을 빙자한 폭력이었고 간호사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것이다. 그들 말에 따르면 온 몸에 멍이 안 든 곳이 없다고 한다. 볼펜에 찔리고 신발에 맞아서. 언어폭력도 상당하다고 한다. 간호사들은 이런 수모를 묵묵히 견뎌야만 했다. 가해자 간호사들을 이 직업이 생명과 밀접하기에 엄하게 가르치는 것이 필수라고 한다. 하지만 엄격을 넘어 잔인하게 가르치는 것은 신입들에겐 오히려 해가 될 뿐일 수도 있다. 그들은 각종 폭력을 합리화하며 악습을 관습이라고 포장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최근 대한간호협회에서 조사한 설문에서도 간호사 약 41%가 ‘괴롭힙을 당한 적이 있다‘라고 대답 한 것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또한, 간호사 보호를 위한 해결방안이 마련되었음에도 제대로 시행되는 것이 없다는 것도 넘어가서는 안 된다. 그렇게 그들은 태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든 간호사들이 처음에는 설렘과 사명감을 가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런 문화를 겪고 이에 물들어가면서 많은 상처도 받았을 것이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그 가해자가 또 다른 가해자를 옹호하는 문화. “나도 당했어” 라는 말은 “그러니까 너도 참아” 라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한 명이 재가 되어야만 벗어날 수 있는 이 문화는 지양되어야한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그들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사실은 여느 직장에서나 볼 수 있는 괴롭힘 문화다. 이 문제는 결국 우리가 이미 겪고 있고 앞으로 겪을 수 있는 사회적 죽음이다. 그러니 이 문제가 단지 그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외면하지 말아야 것이다. 그들과 우리는 더 이상 누군가의 태움의 땔감도 재도 되어서는 안 된다.

 

김수정(사과대·행정16)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786 KU 미디어 The Konkuk Bulletin 간식어택 [22] file 영자신문 18.04.10 3766
1785 청심대 일상 [1] ㅏㅏㅏ너아ㅓ지ㅓㅑㅐ 18.04.08 77
1784 분실물찾기 기숙사에서 공대가는 길에서 휴대폰 발견했습니다 [2] file 이상한 콧등털웜뱃 18.04.06 276
1783 청심대 일상 차앤바 프로폴리스 미스트 미미이미엳 18.04.05 104
1782 청심대 일상 중문 제주고기국수 [5] 미미이미엳 18.04.05 212
1781 동아리 모집 [중앙동아리] 건국대학교 천주교 동아리 쿼디에서 신입 회원님들을 모집합니다. file 권이 18.04.02 155
1780 건대교지 [카드뉴스] 현대판 마녀사냥 [38] file 건대교지 18.04.02 5122535
1779 건대교지 [카드뉴스] 90년생 김지훈의 등장, 그들이 외치는 유투 [37] file 건대교지 18.04.02 5118945
1778 청심대 일상 미분당 인생 쌀국수집 [5] apfhd 18.04.01 191
1777 동아리 모집 [재밌게 책 읽기, 뿍뿍이 4기 모집] [2] file 로이전 18.03.31 192
1776 청심대 일상 Adele rolling in the deep [2] 나약한 황세줄나비 18.03.27 36
1775 동아리 모집 건강과 공부 두가지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증산도 동아리 명상&수행 이... [1] file 네드캄프 18.03.26 137
1774 청심대 일상 fly me to the moon [1] 육도수라 18.03.26 41
1773 청심대 일상 [돼나무숲 요정의 서론아홉번째 먹부림] 보쌈스테이크 [5] file 돼나무숲 18.03.26 266
1772 동아리 모집 건국대학교 독서소모임, 읽을건대 [2] 로이전 18.03.25 236
1771 KU 미디어 [사설]취준생을 슬프게 하는 것들 [4] 건대신문 18.03.25 2394
1770 KU 미디어 [사설]대학 재정 위기해결에 정부가 나서라 [4] 건대신문 18.03.25 2237
1769 KU 미디어 [칼럼]새로운 인간관계를 마주하게 될 새내기들에게 하고 싶은 말 [3] 건대신문 18.03.25 2440
1768 KU 미디어 [칼럼]그래서 당분간 ‘롤모델’은 없을 듯하다 [1] 건대신문 18.03.25 1933
1767 KU 미디어 [칼럼]성공한 올림픽의 그늘 [5] 건대신문 18.03.25 2023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 129 Next ›
/ 129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