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서 하루는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로 시작한다. 수십 대씩 꼬리를 무는 오토바이 행렬에 도로의 차선은 부질없다. 혹여나 오토바이에 치일까 걱정이 되지만 노련한 운전수들은 알아서 다 피해간다. 깨끗한 커피숍 아메리카노 보다는 다 깨진 목욕탕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마시는 커피가 더위를 식히는데 제격이다. 노점상에서는 쌀국수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딘 칼로 고기를 얹어주지만 정문에서 파는 비싼 쌀국수보다 맛나다. 무질서해 보이고 거칠지만 그 속에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는 하노이로 떠나보자.

 

 

 

9760_12146_5453.jpgicon_p.gif
AFC U-23 챔피언십 대회 준결승 진출로 국민영웅이 된 박항서(인터풋볼 갈무리)

 

“두유 노우 박항서?”

“사우스 코리아?” “두유 노우 박항서?” “비엣남 사커”. 뉴스에서만 보던 박항서 감독의 이름을 실제 베트남 현지인한테 듣게 되니 신기했다. 우리나라사람은 체감하기 힘들지만 박 감독이 이곳에서 꽤나 국민 영웅인가보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우리나라의 2002년처럼 붉은 티셔츠를 입고 거리 응원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 길거리에는 베트남 축구선수 유니폼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과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축구선수들을 통해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나라의 은행은 박 감독을 광고모델로 사용하고 있다.

 

 

9760_12147_587.png
하노이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국식 빙수 전문점

 

“멀리서 온? 아, 멀다고 하면 안 되겠구나”

베트남과 한국은 비행기로 4시간 반~5시간 거리로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는 아니다. 한국인이 베트남 축구감독을 하는 경우처럼 베트남 사회 곳곳에 한국이 녹아들어가 있었다.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제일 먼저 보이는 대형 광고판은 물론이며 길거리의 자동차, 마트의 간식거리 등도 한국제품이 점령하고 있었다. 한국식 치킨집, 빙수, 고기집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K뷰티라 불리는 한국 화장품의 인기도 확인할 수 있다. 하노이를 대표하는 고급 쇼핑몰인 빈컴 시티타워에는 프랑스 브랜드와 나란히 있는 국산 물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는 베트남 사회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9760_12148_5857.jpgicon_p.gif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 사진(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 갈무리)

 

잊어서는 안 될 역사

베트남에서 우수한 품질의 한국제품과 능력 있는 축구감독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불과 40여년 전만해도 우리나라는 베트남에 군대를 보내 전쟁을 치렀다. 지난 4월 22일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 은 베트남 민간인 학살의 공론화를 위해 마련됐다. 하미마을 피해자 응우옌티탄과 74명이 살해당한 퐁니·퐁넛마을의 응우옌티탄, 동명인 두 사람은 이번 모의재판에서 승소했다. 일본에 진정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우리나라지만 베트남이 우리 군에 입은 민간인 학살 피해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9760_12149_5947.jpg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아시아 경제 갈무리)

 

아픔을 넘어서 동반자로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1월 22일부터 24일까지 베트남에 국빈 방문했다. 올해 방문할 첫 국가로 베트남을 선택한 것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도 아닌 베트남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외무역의 입장에서 볼 때, 베트남 시장은 우리나라에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 베트남 수출은 2014년 223억달러 였지만 지난해 477억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베트남은 우리나라의 수출국가중 3위지만 2020년경에는 미국을 넘어 제2교역국으로 성장한다고 한다. 현재 미국,중국, 일본, 유럽연합 등 경제대국에 지나치게 집중되어있는 무역비중을 다양한 국가로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 조치처럼 정치적 상황에 따라 무역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갈등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꾸준히 성장하는 소비시장이 우리가 베트남을 주목해야 할 이유다.

 

 

9760_12150_048.png
북베트남군이 운영한 무기와 프랑스 식민지 시대 감시탑의 모습

 

한국사의 데자뷰

베트남의 근대사는 전쟁의 역사다. 프랑스 식민 지배를 받던 베트남은 1954년 프랑스는 디엔비엔푸 전투의 승리로 독립했다. 분단의 아픔을 겪지만 1973년 파리 평화협정으로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을 몰아내며 1975년에 베트남을 통일한다. 제국주의 국가의 식민지배와 분단의 아픔을 겪은 베트남의 역사는 우리와 비슷하다. 베트남 군사역사박물관은 이러한 역사를 잘 보여준다. 박물관 앞에는 북베트남이 사용했던 구 소련제 MIG-21 전투기와 완파된 미군 전투기가 나란히 전시돼있다.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 베트남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박물관에는 식민지 시절 프랑스군이 사용한 감시탑에 올라가볼 수 있다. 프랑스의 이끼 낀 감시탑과 미군 전투기들은 베트남의 험난한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9760_12151_225.png
바게트빵에 현지 식재료가 합쳐진 반미

 

파리지앵 감성 뿜뿜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은 베트남은 빵 문화가 발달했다. 동남아시아가 맞나 싶을 정도로 노점, 슈퍼를 가리지 않고 많은 곳에서 빵을 많이 판다. 반미라는 음식이 유명한데, 프랑스식 바게트에 고수, 오이, 다진 고기 등을 넣어서 먹는 요리다. 프랑스의 빵과 베트남의 식재료가 융합된 퓨전요리라 할 수 있겠다. 시중에 판매하는 샌드위치 체인점과 비슷한 모양이지만 고수가 들어가 향이 독특하다. 오페라 극장, 성요셉 성당 등 프랑스 유적도 곳곳에 남아있다.

 

 

9760_12152_437.png
호찌민 기념관에 있는 그의 생전 모습을 재현한 밀랍인형

 

호찌민의 나라: 호찌민 생가-묘-기념관 견학

미국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성조기 문양의 옷을 입은 “엉클 샘” 이라면 베트남의 상징은 “엉클 호”, 호찌민이다. 베트남 독립과 통일을 이끈 지도자이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호 아저씨”로 불리는 모양이다. 노이바이 국제공항부터 시내 중심지까지 온통 호찌민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

호찌민은 생전에 검소한 삶을 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 국가주석궁 뒤에는 호찌민의 생가가가 보존돼있다. 낡은 2층 오두막 안에는 호찌민이 생전 읽던 책, 사용하던 물건들을 통해 생전 소박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낡은 옷을 기워서 입기가 일쑤였고, 폐타이어를 잘라 신발을 만들어 신었을 정도였다. 그의 검소함은 생전에 살던 관저를 보면 알 수 있다. 2층짜리 나무 오두막에 몇 권의 책은 국가지도자 관저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검소하게 한 평생을 살아온 그는 유언으로 자신을 화장해서 베트남의 북, 중, 남쪽에 한줌씩 뿌려달라고 부탁했다. 호찌민을 너무나도 존경했던 국민들은 호찌민의 말을 듣지 않고 바딘광장에 대리석으로 큰 무덤을 짓고 시체를 영구 보존하고 있다.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레닌의 무덤이 있다면, 이곳 베트남 하노이에는 호찌민의 시체가 남아있다. 현대 국가에서 시체를 영구 보존처리하는 세 사람이 레닌, 호찌민, 북한의 김일성 일가다.

 

 

이승주 기자  sj98lee@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758 자유홍보 [[건대후문]] 스터디룸 채움입니다! 채움 13.07.04 812
757 자유홍보 [현대약품] 제9회 대학생 온라인 마케팅 "우리는 소셜 유랑단!" (~7/14 마감... [1] 건현대 13.07.04 731
756 자유홍보 스무살, 94년생이면 청춘원정대 도전! 해보세요 신승혜 13.07.04 681
755 자유홍보 [대외활동] 문화재 제자리 찾기 청년연대(CARA)에서 함께하실 5기 단원을 모... 카라 13.07.04 741
754 대외활동 서울지역 연합 교육봉사 동아리 아ㄹ.ㅁ에서 34기를 모집합니다! file 없음요 13.07.03 412
753 자유홍보 올스타 컨버스의 레전드 원스타 베이지 프리미엄 팝니다. [1] 임순화 13.07.03 815
752 자유홍보 [전원혜택] 2014년 합격하는 방법, 해커스 9급/경찰공무원 설명회! 7/6(토) 스마트거리 13.07.03 740
751 자유홍보 제13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합니다! file 홍시맛있당 13.07.03 578
750 자유홍보 인터넷 양도, 8개월 남고 2개월(방학기간)정지 가능한 인터넷 양도 합니다 복학생은도서관으로 13.07.03 548
749 자유홍보 이번 방학때 공부할만한 자격증 하잉이응 13.07.03 726
748 자유홍보 여름방학 대외활동 추천!! [1] 건현대 13.07.02 606
747 자유홍보 뜨거운 여름, 젊은이들의 거리 신촌에서 <도심 속 야외 정원파티>를 즐겨봅... 알란킴 13.07.02 887
746 자유홍보 [동아리모집]수상한 오빠들의 미심쩍은 상담소 1기모집 언제나여유 13.07.02 613
745 자유홍보 [무료설명회] 2013년 최악의 상반기.. 그렇다면 하반기는? 초코회오리 13.07.02 535
744 자유홍보 에너지다이어트 홍보대사단 발대식 7월3일 마포구에서 열려 녹색시민연합회 13.07.02 721
743 자유홍보 스마트한 정보하나~!! 미터리 13.07.02 678
742 자유홍보 [ SEC ] 영어회화클럽의 회원을 모집합니다 배수지 13.07.02 660
741 자유홍보 나이키 런닝화 프리런 파워 라인스 스트릿 스냅을 스타일을 올려드립니다. [1] 임순화 13.07.01 704
740 자유홍보 학우님들!직접만든앱 피드백 가능하신가요? 고릴고릴 13.07.01 1068
739 자유홍보 공모전 한 번으로 1년 연봉받기! SKT LTE-A 아이디어 공모전 공모전 13.07.01 814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578 579 580 581 582 583 584 585 586 587 ... 620 Next ›
/ 62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