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909 추천 수 1 댓글 1

춘추전국시대에 월나라 구천이 패권을 차지 할 수 있도록 도와준 명신이 바로 범려와 문종이다. 월나라 구천은 범려와 문종의 공을 치하하기 위해 상장군과 승상으로 임명하게 된다. 이후 범려는 월왕 구천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해 월나라를 떠났다. 그리고 문종에게도 ‘토사구팽’이라며 월나라를 떠나라 충고한다. 하지만 문종은 월나라를 떠나지 않았고, 구천에게 반역을 의심받아 억울하게 죽게 된다.

 

범려가 문종에게 했던 충고에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토끼 토(兎), 죽을 사(死), 개 구(狗), 삶을 팽(烹)으로 토끼 사냥이 끝나면 개를 잡아먹는다는 뜻이다. 위의 이야기에서 구천은 월나라 왕이 되기 위해 문종을 이용했다. 하지만 월나라 패권을 차지한 이후 문종이 필요 없어지자 죽인 것이다. 즉, 범려는 문종에게 토끼사냥 이후 쓸모 없어진 개를 삶아먹는 사람들처럼, 왕은 쓸모 없어진 문종을 내쫓을 것이라 충고한 것이다.

 

우리대학 동물병원 관련 사태를 취재하면서, 수의과대학 대학원의 학우들도 어쩌면 ‘토사구팽’ 당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학교가 대학원생들을 많이 뽑아 놓고 실습이라는 이유로 많은 일을 시켰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이제 실습에서 빠지라고 통보한 것 아닌가. “합격 시켜놨으면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실습을 할 수 있도록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말하던 한 대학원생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는 시점이다.

 

물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토사구팽이 없었던 시절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지금도 만연한 상황일 것이다. 조선시대에서 정도전도 토사구팽 당했다고 한다. 초한지에서 유방이 한신을 죽인 것도 그렇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정치적 숙청을 당한 안와르 이브리함도 있다. 또한 인간의 기대 수명도 높아지며 은퇴인구가 앞으로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는 소식과 함께, 그 인구가 토사구팽 당할 위기에 처했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토사구팽’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는 처사일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우리대학 동물병원은 대학병원으로서 교육 의무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대학 수의과대학 대학원의 학우들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임상실습환경을 기대하며 비싼 등록금과 짧지 않은 시간을 투자하고 다니는 것이 아닌가.

 

이번 수의대학원생들의 토사구팽 사태를 보며 절대 연민과 함께 슬픔도 느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어떻게 여기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보게 된 계기가 아닐까 싶다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학교에 엄청나게 큰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학우들이 저런 일을 당하니 안타까웠고, 나도 언젠간 저렇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슬펐다는 걸 전하고 싶었을 따름이다. 그냥 좀 학생들을 존중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이다경 기자  lid0411@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0998 청심대 일상 닥터지 선크림 [2] ㅎ.ㅎ 17.06.20 1001
10997 분실물찾기 6.18 ~ 6.19 법대(종합강의동) 1층 라운지 분실물: 두 눈 [4] 휴휴암 17.06.20 239
10996 청심대 일상 마당족발 [2] 인간ㅇ 17.06.18 266
10995 청심대 일상 원더우먼 [2] 인간ㅇ 17.06.18 25
10994 청심대 일상 후문 도스마스 [4] 인간ㅇ 17.06.18 178
10993 청심대 일상 중문 카쯔야 [1] 인간ㅇ 17.06.18 71
10992 청심대 일상 서울 둘레길 [2] icblb 17.06.16 41
10991 청심대 일상 서울로7017 [1] icblb 17.06.16 51
10990 청심대 일상 중문 화양시장쪽 카페 꼬메노 [4] 우오아으앙 17.06.12 183
10989 청심대 일상 건대 중문? 골목에 골목 후기 [7] 푸우리 17.06.12 229
10988 청심대 일상 성수족발 [5] 건국엘리트 17.06.12 266
10987 청심대 일상 경주 찰보리빵 [3] 건국엘리트 17.06.12 124
10986 청심대 일상 토끼정 서울역점 [2] 건국엘리트 17.06.12 281
10985 분실물찾기 지난주에 학관 지하 식당에서 지갑 잃어버리신 분 [5] 넥슬라이스 17.06.12 225
10984 청심대 일상 [MOVIE TODAY] 54번째 영화, 미이라 (2017) [1] 김노인의영화리뷰 17.06.12 131
10983 청심대 일상 [MOVIE TODAY] 53번째 영화, 악녀 (2017) [1] 김노인의영화리뷰 17.06.11 83
10982 KU 미디어 우리 동네 서점엔 00가 있다 00가 있는 서점 6 [31] file 건대신문 17.06.10 4222
10981 KU 미디어 우리는 왜 대학에 왔는가 - 대2병 환자편(4/4) [37] file 건대신문 17.06.10 4368
10980 KU 미디어 스마트폰의 우리의 사고를 바꾸고 있다 [29] file 건대신문 17.06.10 3094
10979 KU 미디어 위로의 소리,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 [24] file 건대신문 17.06.10 2958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 620 Next ›
/ 62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