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960 추천 수 1 댓글 1

춘추전국시대에 월나라 구천이 패권을 차지 할 수 있도록 도와준 명신이 바로 범려와 문종이다. 월나라 구천은 범려와 문종의 공을 치하하기 위해 상장군과 승상으로 임명하게 된다. 이후 범려는 월왕 구천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해 월나라를 떠났다. 그리고 문종에게도 ‘토사구팽’이라며 월나라를 떠나라 충고한다. 하지만 문종은 월나라를 떠나지 않았고, 구천에게 반역을 의심받아 억울하게 죽게 된다.

 

범려가 문종에게 했던 충고에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토끼 토(兎), 죽을 사(死), 개 구(狗), 삶을 팽(烹)으로 토끼 사냥이 끝나면 개를 잡아먹는다는 뜻이다. 위의 이야기에서 구천은 월나라 왕이 되기 위해 문종을 이용했다. 하지만 월나라 패권을 차지한 이후 문종이 필요 없어지자 죽인 것이다. 즉, 범려는 문종에게 토끼사냥 이후 쓸모 없어진 개를 삶아먹는 사람들처럼, 왕은 쓸모 없어진 문종을 내쫓을 것이라 충고한 것이다.

 

우리대학 동물병원 관련 사태를 취재하면서, 수의과대학 대학원의 학우들도 어쩌면 ‘토사구팽’ 당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학교가 대학원생들을 많이 뽑아 놓고 실습이라는 이유로 많은 일을 시켰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이제 실습에서 빠지라고 통보한 것 아닌가. “합격 시켜놨으면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실습을 할 수 있도록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말하던 한 대학원생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는 시점이다.

 

물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토사구팽이 없었던 시절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지금도 만연한 상황일 것이다. 조선시대에서 정도전도 토사구팽 당했다고 한다. 초한지에서 유방이 한신을 죽인 것도 그렇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정치적 숙청을 당한 안와르 이브리함도 있다. 또한 인간의 기대 수명도 높아지며 은퇴인구가 앞으로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는 소식과 함께, 그 인구가 토사구팽 당할 위기에 처했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토사구팽’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는 처사일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우리대학 동물병원은 대학병원으로서 교육 의무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대학 수의과대학 대학원의 학우들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임상실습환경을 기대하며 비싼 등록금과 짧지 않은 시간을 투자하고 다니는 것이 아닌가.

 

이번 수의대학원생들의 토사구팽 사태를 보며 절대 연민과 함께 슬픔도 느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어떻게 여기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보게 된 계기가 아닐까 싶다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학교에 엄청나게 큰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학우들이 저런 일을 당하니 안타까웠고, 나도 언젠간 저렇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슬펐다는 걸 전하고 싶었을 따름이다. 그냥 좀 학생들을 존중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이다경 기자  lid0411@konkuk.ac.kr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커뮤니티
커뮤니티메뉴에 있는 게시판들의 모든 글이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글 작성이 불가능하니 개별 게시판에서 작성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게시판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226 KU 미디어 [칼럼] 더 가치 있거나 덜 가치 있는 삶은 없다 [34] 건대신문 17.07.06 2677
1225 KU 미디어 [칼럼] 문 대통령 혼자선 청춘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다 [38] 건대신문 17.07.06 2837
1224 KU 미디어 [살빠질 건대?] 4화 - 쾌변하고 살 빠질 건대? [4] file ABS 17.07.06 2971
1223 KU 미디어 [Campus Life] The 2017 MICHELIN Guide of Korean Convenience Stores [40] file 영자신문 17.07.04 3382
1222 청심대 일상 중문 정가네 고기집 [2] file 꼴찌 도롱뇽 17.07.03 305
1221 청심대 일상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 [1] 추운 마리아나큰박쥐 17.07.03 27
1220 청심대 일상 꼬달리 미스트 [2] 공유부인 17.07.02 391
1219 청심대 일상 후문 스탠딩커피 [2] 공유부인 17.07.02 70
1218 청심대 일상 중문 조씨네고기국수 [4] 공유부인 17.07.02 130
1217 청심대 일상 어린이대공원역 찌개마을 [1] 공유부인 17.07.02 80
1216 청심대 일상 중문 최가커피 [2] 공유부인 17.07.02 76
1215 청심대 일상 [MOVIE TODAY] 59번째 영화, 리얼 (2017) [2] 김노인의영화리뷰 17.06.30 175
1214 청심대 일상 [MOVIE TODAY] 58번째 영화, 옥자 (2017) [3] 김노인의영화리뷰 17.06.30 70
1213 청심대 일상 [MOVIE TODAY] 57번째 영화, 박열 (2017) [2] 김노인의영화리뷰 17.06.30 53
1212 청심대 일상 [MOVIE TODAY] 56번째 영화, 하루 (2017) [1] 김노인의영화리뷰 17.06.30 68
1211 청심대 일상 아네사 선크림 황금색 [1] 멋있다진짜 17.06.30 198
1210 청심대 일상 [MOVIE TODAY] 55번째 영화,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2017) [2] 김노인의영화리뷰 17.06.28 81
1209 KU 미디어 [Campus Briefing] Interdisciplinary Programs Supported by the Prime Pro... [44] file 영자신문 17.06.27 3586
1208 청심대 일상 중문 카페 k375 [2] je 17.06.27 187
1207 청심대 일상 후문 반카페 [1] je 17.06.27 60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 129 Next ›
/ 129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